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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안작가 님의 서재입니다.

한 번씩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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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주안작가
작품등록일 :
2020.11.16 20:49
최근연재일 :
2021.04.1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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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1.03.2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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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부 AOM] 제9화 -선전포고

DUMMY

한 번씩 다녀왔습니다.

[2부 AOM] 제9화


“으······.”


대체 사람이란 말인가, 좀비란 말인가.

반쯤 감긴 눈에, 다리는 힘이 풀려 연체동물처럼 비틀거렸고, 눈 밑에는 검은 물감을 콕 찍어 놓은 것처럼 짙은 다크서클이 자리 잡고 있었다.


칼퇴 후 집에서 편안한 복장으로 있던 성진은 정인이 들어오자마자 벌떡 일어나며 현관문으로 달려갔다.


“저, 정인 씨! 괜찮아?”

“잠······. 잠 좀······.”


성진은 휘청거리는 정인을 붙잡았고, 정인은 성진의 품에 안기자마자 그대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정인을 침대에 눕힌 성진은 능숙하게 클린징 티슈를 가져와서 정인의 화장을 지워줬다.


그러면서 드는 의문.

쌩얼이 이렇게 귀여운데 왜 화장을 하는 거지?


성진은 쌔근쌔근 잠든 정인을 한동안 바라본 다음, 다시 거실로 나와서 하던 일에 집중했다.


며칠 전, 정인이 초소형 카메라로 촬영했던 화면.

비슷한 얼굴이 아무리 많다고 한들, 성진은 한눈에 한영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대붕금시조가 같이 있는 거지?


성진이라고 한들, 곧바로 그 이유를 확신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잘 된 일인 건 확실했다.


검권천하에서 최고의 소환수인 대붕금시조.

최고라는 이름에 걸맞게 능력치도 가히 사기적.


간단하게 논리적으로 연결하자면 이러하다.


1. 마법의 시대는 검권천하 시스템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2. 대붕금시조가 최종 진화 형태로 넘어왔다는 것은 검권천하에서의 능력이 마법의 시대에서도 그대로 유지된다고 볼 수 있다.

3. 즉, 화경에 다다른 한영의 능력도 그대로 넘어왔을 것이다.


“마법의 시대에서는 마스터라고 불리고 있겠네? 아마, 피스트 마스터?”


성진은 한영의 안전을 줄곧 걱정했었다.

지금은 그 안전이 확실시 되는 상황. 그래서일까, 성진은 안도의 미소를 지으며 해킹에 박차를 가했다.


마법의 시대 스토리북만 손에 넣는다면, 그래서 한영에게 전달할 수만 있다면!


다음 날 아침.


시체처럼 자던 정인은 비몽사몽 반쯤 감긴 눈을 비벼가며 거실로 나왔다.

성진은 이미 출근 준비를 마친 채 식탁에 앉아 있었다.


“하암-, 왜 벌써 나와 있어요?”

“출근해야지. 정인 씨, 요즘 많이 피곤하지?”

“그러니까 기사 작성법 좀 빨리 배워요. 천재가 왜 글은 못 쓴담.”


글로 먹고 사는 직업인 기자, 그러나 김준호라는 가짜 기자인 성진은 글과는 거리가 완전히 먼 사람이었다.

그래서 정인은 성진이 작성해야 하는 기사를 매일 대신 써주고 있었다.


이것만해도 일이 적지 않았지만, 얼마 전부터 마법의 시대를 집중 취재하고 있었기에 정인은 산더미 같은 일에 파묻혀서 하루하루를 보내야만 했다.

나는 누구고, 여긴 어딘가.

종종 이런 멍한 상태가 되는 이유였다.


성진이 물었다.


“오늘도 똑같아?”

“뭐, 그렇죠. 출근했다가, 유엔더블유가서 검권천하 복구 상황 기사로 쓰고, 마법의 시대 취재하고. 무슨 오픈 테스트를 3년씩이나 한다고······. 설마, 나 3년이나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건 아니겠죠? 에이 씨, 피부 벌써 푸석푸석해진 것 봐.”


정인은 자신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울상을 지었다.

성진이 매일 클린징 티슈로 화장을 닦아준다는 건 알긴 할까?


“그래도 예뻐.”

“갑자기 무슨······. 아무튼, 이따가 회사에서 봐요.”


아닌 척 했지만, 성진의 말에 기분이 좋아진 걸까.

정인은 싱글벙글 웃으며 출근을 준비했다.


*


오직 VVIP에게만 허용된 유엔더블유 사옥의 맨 위층.

한편으로는 프로젝트 AOM 상황실.


VVIP인 한정희의 최측근으로 취재가 허락된 유일한 기자인 정인, 그녀는 테스터 한 명 한 명의 스크린 앞을 돌아다니며 기록해야할 것들을 수첩에 적고 있었다.


그런데 웬일인지 테스터 한 명이 보이지 않았다.

정인이 관리자에게 물었다.


“오늘은 왜 7명만 있는 거예요? 한 분은 어디가고요?”

“갑자기 그만둔다고 하셨대요.”


여기까지라면 이상할 게 전혀 없는 그런 대화였다.

하지만 대답을 한 관리자는 정인을 피하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서둘러서 자리를 떴다.

이런 수상쩍은 행동은 기자의 촉을 발동시켰다.


‘뭔가 수상해.’


서둘러서 취재를 끝마친 정인은 곧장 집으로 향했다.


정인이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시체 같은 몰골도 아닌 상태로 집에 오자 성진은 그저 반가울 뿐이었다.


“일찍 왔네?”


그러나 인사할 겨를도 없었는지, 정인은 성진을 곧장 컴퓨터 앞에 앉히며 말했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오늘 있잖아요!”


정인은 자신이 느꼈던 관리자의 수상한 행동을 얘기했다.


“뭔가 이상해요. 그 사람이 진짜로 테스터를 포기했는지, 아니면 숨기는 뭔가가 있는지 알아야겠어요.”

“그래서 확인해보고 싶은 게 뭐야?”

“CCTV요. 저 그 사람 얼굴 기억해요. 일단은 집에 갔을 거 아니에요? 유엔더블유 근처 CCTV 좀 전부 뒤져봐요.”


정인의 말대로 성진은 유엔더블유의 출입구를 전부 볼 수 있도록 10여 개의 CCTV를 해킹해서 한 화면에 띄웠다.

그리고는 정인이 유엔더블유에 갔던 시간부터 역으로 재생했다.


본사에서 근무하는 직원들만 해도 2만 명이 넘었고, 근처를 오고가는 사람까지 전부 더하면 그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시간은 자정을 넘겼고, 동이 트는 시간이 되어서야 정인은 CCTV에서 눈을 떼며 말했다.


“없어. 그 사람 없다고요! CCTV 처음부터 돌려봐요. 다시 확인해봐야겠어요.”


말 그대로 인내와 끈기의 싸움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새벽 2시경에 유엔더블유 사옥에서 빠져나가는 수상한 승합차 한 대를 찾아냈다.


“마성진 씨, 저 차 계속 추적해 봐요. 운전자는 누군지, 어디로 가는지, 왜 가는지!”


놀랍게도 그 승합차가 도착한 곳은 장례식장이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화장터였다.


정인이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이 개새끼들이!”

“정인 씨, 진정해. 일단, 진정 좀 해봐.”

“어떻게 진정을 해! 저 새끼들이 사람을 죽였다고! 어떻게 진정을 해······. 진짜 어렸단 말이야······, 불쌍해서 어떡해······.”


성진은 엉엉 우는 정인을 애써 토닥였다.

그랬던 그의 손이 점점 느려졌다. 성진 역시 마음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


내가 만든 검권천하, 그리고 그 검권천하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마법의 시대.

애초에 우리가 검권천하를 만들지 않았다면 이 사람도 죽지 않았을까······.


자책을 해볼까도 했지만, 차마 그럴 수 없었다.

스스로를 욕하기 보다는, 그 시간에 더 이상의 희생자가 나오지 않게 하는 게 급선무였다.


성진이 정인의 양쪽 팔을 붙잡았다.


“정인 씨.”

“흑흑흑······.”

“정인 씨!”


정인이 눈물범벅인 눈으로 성진을 바라봤다.


“내 말 잘 들어. 지금부터는 방식을 바꿀 거야. 저 프로젝트, 못 하게 막아야 돼.”


성진은 계획을 말했고, 정인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


“어서, 가지고 오거라!”


모르타가 황제에게는 특이한 취미가 있었다.

그는 아름답거나 멋있는 것을 보면 자신의 눈에 드리워진 이미지를 그림으로 남겼다.


르웬과 한영의 대결은 반드시 그림으로 남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길 정도로 모르타가 황제를 두근거리게 했다.


한영과 르웬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공격과 방어를 주고받고 있었다.

막상막하(莫上莫下), 용호상박(龍虎相搏).

판타지 식으로 표현하면 닙앤턱(Nip and tuck)!


그러나 팽팽했던 선은 점차 한영에게로 기울기 시작했다.

르웬과 한영의 능력은 거의 비슷했지만, ‘누부와치’를 표절해서 만들어진 르웬의 전투방식은 한영에게는 전혀 낯설지 않았다.


반면, 권기를 날리는 피스트 마스터를 처음 상대하는 르웬의 입장에서는 한영의 전투방식이 전혀 익숙하지 않았다.


뒤로 빠르게 물러서며 거리를 벌린 르웬은 X자로 채찍을 크게 휘둘렀다.


‘팡!’, ‘팡!’


채찍 허공을 때리자 공기를 터뜨리는 것 같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소리로 한영의 신경을 분산시킨 르웬은 곧바로 채찍에 마나를 가득 주입시키며 휘둘렀다.

목표는 한영의 주먹!

제아무리 피스트 마스터라 하더라도 주먹이 분질러진다면 별 수 없을 거라는 판단에서였다.


르웬의 판단은 정확했다.

다만, 한영이 아닌 다른 피스트 마스터와의 대결이었다면 효과적이었을 지도 모른다.


아쉽게도 한영은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다.

이 역시도 누부와치의 공격 방식과 다르지 않았기에.


한영은 자신의 주먹을 향해 날아오는 채찍을 꽉 잡아버렸다.


그렇게 시작된 줄다리기.

한영은 주먹에 채찍을 조금씩 감아가며 르웬에게 다가갔다.

이윽고 한 발만 내딛으면 서로의 코가 닿을 거리까지 가까워지자, 한영이 말했다.


“그만 하시겠습니까?”

“시작했으면 끝은 봐야하지 않겠어요?”

“원하신다면!”


한영의 주먹은 르웬의 목을 향했고, 르웬이 허리춤에서 꺼낸 단검은 한영의 심장을 노렸다.


둘 중 하나는 목숨을 잃을 것 같은 상황.

모르타가 황제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그만!”


황제의 외침에 르웬과 한영은 동시에 서로에게서 멀어졌다.

르웬은 황제를 향해 한쪽 무릎을 꿇기는 했지만, 약간은 불평스러운 투로 말했다.


“폐하! 아직 승부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만하면 충분히 보았소. 그대가 저자를 이긴다고 한들, 내 사람이 다치는 건 보고 싶지 않소.”


주군이 이렇게까지 말하는 데 이의를 제기할 부하가 누가 있겠는가.

르웬은 다시 황제의 곁으로 돌아가 그를 보호하는 임무를 재개하려고 했지만, 황제에게는 아직 중요한 용무가 남아 있었다.


“르웬, 잠깐 멈춰보시오.”

“왜 그러십니까, 폐하?”

“아직 그림이 완성되지 않았소. 아까의 자세를 다시 취해보겠소? 피스트 마스터, 그대도 조금 전의 자세를 취해주시구려.”


르웬은 싫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고, 모르타가 황제는 명령이 아니라 부탁임을 강조하듯이 오른손 검지를 세워 올리며 잠깐이면 됨을 강조했다.


뜻하지 않게 한영은 르웬과 엎어지면 입술이 닿을 거리를 두고 서로를 마주보게 되었다.

서로 대치하던 조금 전의 상황과는 전혀 다르게, 르웬이 다소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해하세요. 폐하의 유일한 취미셔서······.”

“그림 그리는 게 황제 폐하의 취미신가 보군요?”

“네. 돈 안 드는 건전한 취미시다면서······.”


그림이 모르타가 황제의 취미인 건 맞지만, 그렇다고 취미만을 목적으로 한영과 르웬을 가까운 거리에 세워둔 것은 아니었다.


모르타가 황제는 한영이 탐났다.

일단, 실력적인 면에서는 합격.

그리고 르웬과 대화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일부러 만든 건 그의 인성적인 면을 테스트하기 위함이었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다한들, 인성이 부족한 자는 절대 등용하지 않겠다는 게 모르타가 황제의 확고부동한 인재관이었다.

그림을 가장한 면접인 셈이었다.


잠시 후, 모르타가 황제는 르웬을 불러들였다.


“그대가 보기에는 어떻소?”

“나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폐하.”

“그대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온 걸 보면, 그대도 마음에 들었다는 말이겠구려.”

“살짝입니다. 아주 살짝······.”


윕(Whip/채찍) 마스터인 르웬의 당황하고 수줍어하는 얼굴을 언제 또 보겠는가.

그런 의미에서도 모르타가 황제는 피스트 마스터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한영 역시 같은 마음이었다.

청렴하고 전혀 강압적이지 않은 모리타가 황제가 충분히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일까, 서로는 서로가 어떤 말을 할 줄을 예상할 수 있었다.


“피스트 마스터여, 모타 제국은 그대를 환영하는 바요. 르웬과 함께 군을 이끌어 주시겠소?”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


한영은 모르타가 황제에게 후작이라는 작위를 받았다.

그는 곧장 대붕금시조에게 달려갔다.


모타 제국 최고 권력자 중 한 명이 된 한영, 그가 나백수에게 말했다.


“너, 내 동료가 돼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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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3부 판타지] 제1화 -의형제들 +2 21.04.15 454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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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 [2부 AOM] 제26화 -작별 +4 21.04.12 437 1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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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2부 AOM] 제24화 -활성화(2) 21.04.10 449 14 12쪽
136 [2부 AOM] 제23화 -활성화(1) 21.04.09 447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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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2부 AOM] 제21화 -생과 사 21.04.07 463 1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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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 [2부 AOM] 제16화 -탈출 21.04.01 466 13 12쪽
128 [2부 AOM] 제15화 -지상 최강의 부대 +2 21.03.31 485 1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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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2부 AOM] 제11화 -구출 21.03.25 475 13 12쪽
123 [2부 AOM] 제10화 -악마보다 악마같은 21.03.24 478 1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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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2부 AOM] 제6화 -조우(2) +2 21.03.20 515 13 11쪽
118 [2부 AOM] 제5화 -조우(1) +2 21.03.19 533 1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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