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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안작가 님의 서재입니다.

한 번씩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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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주안작가
작품등록일 :
2020.11.16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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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1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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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30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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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부 AOM] 제14화 -단테

DUMMY

한 번씩 다녀왔습니다.

[2부 AOM] 제14화


판타지 세계의 절대자인 드래곤은 약 4,000년을 산다고 전해진다.

500살까지는 해츨링이라 불리는데, 인간으로 따지면 부모님의 보호를 받는 ‘유아’정도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이 해츨링 역시 드래곤이다. 드래곤을 이길 수 있는 존재는 드래곤뿐이라는 기본 전제는 해츨링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가장 완벽한 생명체인 드래곤은 계속해서 강해진다.

3,000살 정도가 되면 ‘에이션트’ 급이라 불리는데, 날개를 활짝 펼치면 작은 성 하나쯤은 가려버릴 정도로 거대하다.


약 3,300년을 살아온 블루드래곤 사른다이아.

강력함과 거대함 이 두 측면에서 대붕금시조에게 전혀 밀리지 않은 이유였다.


“캬아아아-”


대붕금시조가 하늘로 솟아오르며 날개를 펄럭이자, 마치 화산이라도 폭발한 것처럼 불덩이들이 사른다이아를 덮쳤다.


“구오오오오!”


사른다이아가 일갈을 내지르자 일대에 비바람이 몰아쳤고, 대붕금시조가 날린 화염구들은 화력을 잃으며 그대로 부서졌다.


여세를 몰아서 사른다이아는 대붕금시조에게 날아갔고, 이마에 달린 세 개의 뿔을 대붕금시조의 목에 찔러 넣으려고 했다.

이에 대붕금시조는 몸을 틀어 공격을 피했고, 곧바로 부리를 벌려서 사른다이아의 목덜미를 물어뜯었다.


드래곤의 비늘은 오직 가장 강력한 마나 즉, 소드마스터의 오라 소드에 의해서만 흠집을 낼 수 있다. 그 정도로 단단하다.

그랬기에 사른다이아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대붕금시조의 이빨은 드래곤 비늘을 아주 간단하게 깨뜨렸고, 고개를 땅바닥을 향해 젖히자 사른다이아가 빠르게 지면으로 곤두박질쳐졌다.

대붕금시조의 입에는 뜯겨져나간 블루드래곤의 살점이 물려있었다.


사른다이아의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졌다.

3,300년이라는 기나긴 세월동안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 바로 ‘두려움’.

그리고 어쩌면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


그래서일까, 사른다이아의 기분은 최고조에 달해있었다.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을 찾아나서는 게 그의 취미였다.

신체변형 마법인 ‘폴리모프’로 인간 행세를 하며 모타 제국의 대마법사가 된 것도 그런 이유였다.


활기를 되찾은 사른다이아, 두근거리는 이 기분에 맞춰서 드래곤 하트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무한에 가까운 마나가 응축된 ‘드래곤 하트’, 일순간에 이러한 드래곤 하트의 모든 마나가 사른 다이아의 입으로 옮겨갔다.


“화아아아아-”


드래곤 브레스(Dragon Breath).

9서클 마법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드래곤의 궁극기.

에이션트 급 드래곤의 입에서 쏟아지는 드래곤 브레스는 도시 하나 정도는 가볍게 지워버리고도 남는다.


이러한 공격을 정면으로 받아친 대붕금시조 역시 무사할 수는 없었다.


일대를 파랗게 물들였던 블루 드래곤의 브레스가 잦아들자, 한쪽 날개가 반이나 뜯겨져 나간 대붕금시조의 모습이 나타났다.


사이좋게 한 대씩을 나눠맞은 대붕금시조와 사른다이아.

이 둘은 마지막 공격을 준비했다.


대붕금시조의 입에 형성된 작은 구술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불과 얼음과 전기와 바람의 가장 순수한 원소를 하나로 모은 궁극기술, ‘원옥’


사른다이아 역시 다시 한 번의 브레스를 날리기 위해 마나를 최고 수치까지 끌어모았다.


일촉즉발(一觸卽發)

원옥과 드래곤 브레스가 맞붙기 바로 직전, 하늘에서 내려온 검은색의 거대한 무언가가 대붕금시조와 사른다이아 사이를 막아섰다.


“당장 멈추시오! 아룬탄덴트 자체를 지워버리려는 것이오?”

“로, 로드시어!”


사른다이아의 입에서 ‘로드’라는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골드, 레드, 화이트, 옐로우, 퍼플, 실버 드래곤이 나타났고, 대붕금시조와 사른다이아를 둥그렇게 에워쌌다.


블랙 드래곤인 로드가 대붕금시조에게 물었다.


“당신은 누구시오?”


드래곤과는 다르게, 본체화 상태에서는 언어를 구사할 수 없던 대붕금시조는 인간화 상태로 돌아가며 대답했다.


“이 몸은 불의 화신이자 신의 반열에 다다른 대붕금시조다. 다른 세계에서 창조주와 함께 이 땅에 왔느니라.”

“다른 세계? 창조주라 함은 더갓을 말하는 거요?”

“너희가 더갓이라 부르는 자는 진짜 창조주가 아니니라! 이 몸이 있던 세계와 너희가 살아가는 세계를 창조한 분은 오직 한 분이시다.”

“그게 정말이오?”

“믿지 못하겠다면 직접 보여주지.”


대붕금시조가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원옥’이 떠올랐고, 그 크기는 빠르게 확장되었다.


드래곤 로드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저 구술이 땅에 떨어지면 아룬탄덴트 대륙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대붕금시조가 말했다.


“이 몸의 능력은 그분의 발끝에 낀 작은 티끌보다 못하느니라. 이 몸의 말을 믿겠느냐?”

“······.”

“그분께서는 원래 계시던 곳으로 돌아가셔야 한다. 너희는 진짜 창조주이신 그분께서 ‘사이퍼’라는 이름의 기이한 생명체를 사로잡도록 도와야 하느니라.”

“우선, 그분이 진짜 창조주가 맞는지를 우리가 직접 확인해야겠소. 그분이 진짜 창조주가 맞다면, 피조물인 우리는 그분의 뜻에 따를 것이오.”

“그리하지.”


*


그 시각.

어느덧 제법 친해진 한영과 르웬은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한영이 말했다.


“마실 것 좀 가져올게요.”


르웬은 고개를 끄덕였고, 몇 초 지나지 않아 지붕으로 돌아온 한영의 손에는 알코올이 낮은 술 두 잔이 들려있었다.

한영이 하나를 건네며 말했다.


“사람들이 이걸 제일 많이 마시더라고요.”

“고마워요.”


대화는 한영이 주로 말을 하고, 르웬은 그저 웃는 방식으로 오갔다.


“제 친구 중에 성진이라는 사람이 있는데요, 술 마시는 걸 겁내길래 한 번은 술을 물인 척 줘봤어요.”

“그랬더니요?”

“다 토했어요. 전부 다. 이렇게요.”


한영은 마치 기다란 턱수염이라도 있는 것처럼 쓰다듬는 시늉을 했다.

이번에도 르웬은 큰 소리로 웃었다.


“꺄르르르. 진짜 웃겨요. 너무 재밌어요.”


르웬은 한영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요. 제 기분 풀어주려고 재밌는 얘기 해주시는 거, 알고 있어요. 사실 아까 폐하 때문에 살짝 기분 별로였거든요. 워낙 짓궂으셔서······.”

“지금은 괜찮아졌어요?”

“네, 덕분에요. 당신을 위해서 저도 뭔가를 해주고 싶은데······, 혹시 가지고 싶은 거 있어요?”

“있긴 한데······.”

“뭔데요? 말만 하세요. 저 이래봬도 공작이라구요.”


한영은 은근슬쩍 운을 뗐다.


“보고 싶은 책이 있긴 한데······.”

“그럼 보면 되죠.”

“그게 그럴 수 없는 책이거든요.”

“뭐 길래 그래요? 잠깐, 설마?”


고개를 살짝 끄덕이는 한영, 그리고 난처하다는 듯이 말을 잇지 못하는 르웬.


“불가능하겠죠?”

“대도서관장에게 읽어달라고 하면 되잖아요?”

“직접 눈으로 보고 싶어서요.”


현재는 마계대침공이라는 전쟁 중이었다.

제3군단이 처참할 정도로 크게 패배하였기에 잠시 전열을 가다듬기 위해 복귀를 했을 뿐, 내일이면 다시 전쟁터로 떠나야 하는 상황이었다.


경전과 그 옆을 보좌하듯이 놓여 있던 세 권의 선지서.

한영은 그 세 권의 선지서에 중요한 단서가 있을 것 같은 그런 확신이 들었다.


두란테 델리 알레기에리, 과연 그 사람이 누굴까? 라는 의문과 함께.


르웬은 여전히 곤란하다는 듯이 아랫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그녀가 말했다.


“그건 제가 아무리 공작이라 하더라도 들어드릴 수가 없어요. 경전은 오직 폐하와 대신관, 대도서관장만 직접 볼 수 있으니까요.”

“제가 보고 싶은 건, 경전이 아니라 그 옆에 있는 선지서예요. 내일 출병해야 하니까, 그 전에 아주 조금이라도 읽어보고 싶은데······.”

“음······.”

“르웬, 이렇게 하는 건 어때요? 아주 잠깐이면 돼요. 잠깐만 보고, 원래 있던 자리에 돌려놓을게요. 경전도 아니니까 상관없지 않을까 싶은데······.”


애매하긴 했다.

신성함의 결정체인 경전을 사람들이 직접 보지 못하게 했기에, 당연히 그 옆에 있는 선지서도 보면 안 된다고 여겨졌다.


그런데 피스타 후작의 말처럼, 선지서가 경전은 아니지 않은가.

마음의 결정이 섰는지, 르웬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뭘 어떻게 도와드리면 되죠?”


*


한영과 르웬은 대도서관 지붕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영이 물었다.


“아까는 어떻게 최상층에 들어간 거예요?”

“창문이 열려있었거든요.”


르웬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에는 작은 창문이 있었고, 그녀의 말처럼 살짝 열려져있었다.


10층 아파트정도의 높이를 자랑하는 대도서관.

당연히 그 누가 창문으로 넘나들 거라고 상상이나 하겠는가. 이런 부주의가 한영에게는 기회였다.


르웬과 한영은 작은 창문을 통해서 대도서관 최상층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철창이 겹겹이 쳐져있었고, 한 가운데에는 네 권의 책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윕 마스터인 르웬은 돌돌 말려진 채찍을 안쪽으로 집어넣었고, 채찍은 마치 르웬의 세 번째 손이라도 되는 것처럼 자유자재로 움직였다.


이윽고, 경전을 제외한 세 권의 선지서를 감쌌고, 채찍을 잡아당겼다.

르웬은 그 책들을 한영에게 건네며 말했다.


“여깄어요. 대도서관장이 언제 돌아올지 모르니까 어서 봐요.”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이 안에는 분명, 마법의 시대의 스토리를 알 수 있는 중요한 내용이 있을 것이다.

어쩌면 스토리북 자체일지도 모른다.


한영은 긴장되는 마음을 뒤로하며, 선지서의 첫 장을 넘겼다.


그런데 왜일까?

첫 장의 첫 문장부터 낯설지가 않았다.

분명, 과거에 본 적이 있는 책이었다.


몇 장을 더 넘기자, ‘베르길리우스’라는 인물이 등장했다.

이와 동시에, 한영은 이 책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이탈리아 피렌체에 살았던 행정위원, 단테.

단테는 별명이었고, 그의 진짜 이름인 두란테.


여전히 사랑하지만, 세상을 떠난 연인 ‘베아트리체’를 만나기 위해 지옥과 연옥, 천국을 오간 그의 이야기.


경전의 옆을 지키는 세 권의 책은 단테의 신곡 ‘지옥편’, ‘연옥편’, ‘천국편’이었다.


르웬이 말했다.


“서둘러요. 대도서관장이 왔나봐요.”

“다 봤어요. 여기요.”


르웬은 빼왔던 것처럼, 채찍을 이용해서 세 권의 신곡을 원래의 자리에 가져다 놨다.


한영은 르웬과 작별인사를 하는 그 순간까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왜지? 왜 단테의 신곡을 선지서라고······.

잠깐, 설마?


기독교 신학을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이렇다.


기독교 신앙은 창조주이신 하나님과 그의 독생자 아들 예수님을 믿는 것에서 시작한다.

하나님을 믿는 자는 천국에서 영원히 거하고, 그렇지 않은 자는 영원히 꺼지지 않는 지옥의 불구덩이에서 영원토록 고통을 받는다.


성경에 천국과 지옥에 대한 묘사가 나오긴 하지만, 많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는 천국과 지옥이라 말하면, 어떠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된다.


단테의 신곡.

창작물임에도 불구하고, 단테는 천국과 지옥을 상세히 묘사해놓았다.

신곡이 쓰여 진 지 700년이라는 시간이 넘게 지났지만, 여전히 최고의 작품이라고 평가받는 이유다.


한영의 머리를 스치는 한 가지 생각.

마법의 시대가 기독교 세계관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면, 분명 지옥과 천국으로 향하는 길이 있을 것이다!

단테가 지옥과 연옥, 천국을 오갔던 것처럼.


만약 갈 수 있다면, 이 세계관의 절대자인 더갓은 천국에 있을 것이다.

즉, 사이퍼는 거기에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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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 [3부 판타지] 제2화 -희생 21.04.16 459 13 12쪽
142 [3부 판타지] 제1화 -의형제들 +2 21.04.15 454 13 12쪽
141 [2부 AOM(완결)] 제28화 -천국과 지옥(2) +2 21.04.14 448 13 13쪽
140 [2부 AOM] 제27화 -천국과 지옥(1) 21.04.13 441 13 12쪽
139 [2부 AOM] 제26화 -작별 +4 21.04.12 437 14 13쪽
138 [2부 AOM] 제25화 -탄로 21.04.11 449 14 12쪽
137 [2부 AOM] 제24화 -활성화(2) 21.04.10 449 14 12쪽
136 [2부 AOM] 제23화 -활성화(1) 21.04.09 447 14 11쪽
135 [2부 AOM] 제22화 -Project AOM 21.04.08 449 14 11쪽
134 [2부 AOM] 제21화 -생과 사 21.04.07 462 14 13쪽
133 [2부 AOM] 제20화 -내부고발(2) +2 21.04.06 493 14 13쪽
132 [2부 AOM] 제19화 -내부고발(1) 21.04.05 505 14 13쪽
131 [2부 AOM] 제18화 -네크로맨서(2) 21.04.04 473 13 13쪽
130 [2부 AOM] 제17화 -네크로맨서(1) 21.04.04 485 13 12쪽
129 [2부 AOM] 제16화 -탈출 21.04.01 466 13 12쪽
128 [2부 AOM] 제15화 -지상 최강의 부대 +2 21.03.31 484 14 13쪽
» [2부 AOM] 제14화 -단테 +2 21.03.30 481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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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2부 AOM] 제11화 -구출 21.03.25 475 13 12쪽
123 [2부 AOM] 제10화 -악마보다 악마같은 21.03.24 478 1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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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2부 AOM] 제6화 -조우(2) +2 21.03.20 515 13 11쪽
118 [2부 AOM] 제5화 -조우(1) +2 21.03.19 532 1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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