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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안작가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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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주안작가
작품등록일 :
2020.11.16 20:49
최근연재일 :
2021.04.1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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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7,504

작성
21.03.2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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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부 AOM] 제11화 -구출

DUMMY

한 번씩 다녀왔습니다.

[2부 AOM] 제11화


새벽 다섯 시를 조금 넘긴 시간.


열혈형사 최백호와 동료 형사들은 습격하듯이 유엔더블유 본사로 들이닥쳤다.


딱 봐도 체격이 상당한 남자들이 성큼성큼 걸어오자, 보안직원들이 우르르 달려나오며 그들의 앞을 막아섰다.

경찰공무원 신분증을 꺼내는 최백호.


“경찰입니다.”

“경찰이 이 시간에 무슨 일이죠?”


보안팀장은 귀찮은 듯, 한편으로는 어이없다는 듯이 비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지금까지 겁도 없이 유엔더블유를 수사하려는 풋내기 검사도 많았고, 어리석은 형사도 적지 않았다.

오늘도 다르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최백호가 답했다.


“살인사건 용의자를 쫓고 있습니다.”

“그래서요?”

“유엔더블유 본사에 숨어있다는 군요. 그럼.”


상대방의 불쾌한 태도에 기분이 좋지 않은 최백호, 그는 보안팀장을 무시하듯이 지나치려고 했다.

그러자 보안팀장이 최백호의 어깨를 잡았다. 잡았다기보다는 힘으로 짓눌렀다.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감히 형사 따위가!”


오케이, 걸려들었어!

당연히 빈손으로 왔을 리가.


“김 형사, 꺼내.”


후배 형사가 수색영장을 펄럭이자마자 최백호가 보안팀장에게 경고하듯이 말했다.


“손 치워라.”

“뭐?”

“셋, 둘, 하나! 지금부터는 공무집행 방해야, 이 새끼야!”


합법적으로 보안팀장의 팔을 꺾어버린 최백호는 오직 VVIP에게만 허락된 유엔더블유 최상층으로 올라갔다.


*


“누, 누구시죠?”

“경찰입니다.”


경찰이라고? 새벽 이 시간에, 그것도 이곳에?

절대 올 수 없는 사람들이, 절대 올 수 없는 곳에 갑자기 들이닥치자 마법의 시대 상황실이 일순간에 고요해졌다.


도둑이 제 발 저린 형태.

며칠 전, 이곳에서 사람이 죽었다.

마법의 시대에서 죽으면 정말로 현실에서도 죽는 지를 확인하는 그런 실험이 있었다.

이곳의 모든 연구진은 살인을 방조했고, 한편으로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자들이었다.


총괄책임자인 윤진용이 최백호에게 걸어오며 입을 열었다.


“또 뵙네요, 형사님. 이곳은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나가시죠.”

“아무나는 아닙니다. 법에 의한 허락을 받았거든요.”


최백호가 수색영장을 펼쳐보이자, 윤진용은 낚아채듯이 가져가서 대충 훑어보고는 어이없다는 듯이 구겨서 뒤로 던져버렸다.


“이 개새끼가!”


한 대 칠 기세로 달려드는 후배형사를 막는 최백호, 그가 말했다.


“수색해!”


몇 초나 지났을까, 형사 한 명이 외쳤다.


“찾았습니다!”


형사들이 우르르 달려갔다.

인큐베이터 같은 곳에 한 남자가 누워있었고, 머리에는 수많은 선이 연결된 헬멧을 쓰고 있었다.

최백호가 윤진용에게 물었다.


“뭐 하는 거죠? 실험을 하고 있던 것 같은데.”

“기밀입니다.”

“뭐, 좋습니다. 연행해.”


그때, 다른 인큐베이터를 살피던 형사가 외쳤다.


“여기에도 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띄워서 얼굴을 비교하던 형사는 최백호가 다가오자 그에게 스마트폰을 건넸다.


신기한 일이었다.

8개의 인큐베이터에는 7명의 사람이 있었고, 그 중 6명이 살인사건 유력 용의자였다.


그러나 사실은 달랐다.

이들 모두 무단횡단도 거의 하지 않는, 법 없이도 살아갈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이는 성진의 작품이었다.

유력 용의자들의 사진과 마법의 시대 테스터들의 사진을 바꿔치기한 것과, 경찰 수사과장인 척 수사를 명령한 것과, 가짜 수색영장을 보낸 것까지.


이러한 사실을 알 리가 없는 최백호는 용의자들의 손목에 수갑을 채웠다.

테스터들에게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다. 이 날벼락이 자신들의 목숨을 살렸다는 걸 알 수는 없었지만.


그렇게 흉악범들을 일거에 검거한 형사들.

그러나 뿌듯하기보다는 꺼림칙한 기분이 더 컸다.

담배 한 대를 깊게 빨고 있는 최백호에게 후배 형사가 물었다.


“선배, 뭔가 이상하지 않아요? 검사가 미쳤다고 새벽에 수색영장을 발부해주냐고요. 수사과장님도 마찬가지에요. 그분이 잠이 좀 많아요? 이 시간에 수사를 지시할 분이냐고요. 그리고 각기 다른 살인사건 용의자들이 왜 유엔더블유에 있는 건데요?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말이 안 되면 어쩔 건데? 그럼 다시 놔줘? 뭔가가 이상하니까 나중에 체포할게요, 이렇게 말할래?”

“제 말은 그게 아니라······.”

“그냥 단순해지자. 응?”

“네······.”


말을 이렇게 했다지만, 최백호의 생각은 후배와 다르지 않았다.

용의자라고 검거한 사람들은 죄다 얼굴에 ‘나 착한 사람이에요’라고 써 붙인 것처럼 순해보였다.

착한 얼굴로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는 자들도 많다지만, 눈은 숨길 수 없지 않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최백호의 신경은 오히려 윤진용에게 있었다.

최백호와 윤진용은 구면이었다.

일전에 유엔더블유 회장의 아들이 마약을 한다는 제보가 있었다. 그때 제보한 사람이 윤진용, 출동한 형사가 최백호였다.


윤진용을 보는 순간, 최백호는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형사의 직감이라고 해야 할까.

이 새끼, 뭔가 있다.

구린 냄새가 풀풀 풍겼고, 더러운 그림자가 짙었다.


그래서일까, 오늘의 이상한 일들에 괜히 일어난 건 아닌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


*


성진과 정인은 구석진 곳에 차를 주차한 채 유엔더블유 본사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윽고 형사들이 여섯 사람을 차에 태우자 정인이 다시 자동차에 시동을 걸며 말했다.


“수고했어요. 가만, 이걸 잘 했다고 말해도 되는 건가······.”


역설적인 상황이었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성진은 대한민국 경찰청을 해킹했고, 높은 직급의 누군가를 사칭하기까지 했다.

말 그대로 불법적인 일을 한 것이다.


“이 일로 벌 받는다고 해도 난 후회 안 해.”

“처벌이야 받겠어요? 사람들 구하려고 그런 건데.”

“모르지. 김함흠 같은 판사 만나면 받을지도.”


형벌, 즉 형법을 위반한 사람에게 국가가 행하는 벌을 의미한다.

그러나 형법을 위반했다는 단지 그런 사실만으로 형벌을 받는 것은 아니다.

첫째, 위법성 조각사유가 있거나,

둘째, 비난 가능성이 없으면, 형벌이 떨어지지 않는다.


예를 들어, 양아치들에게 둘러싸인 연약한 여인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지나가던 행인이 이 여인을 구하기 위해 양아치들과 싸웠다. 당연히 싸웠기에 양아치들 중에는 다친 사람도 있다.


형법 제260조에는 사람의 신체에 대하여 폭행을 가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등을 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여인을 구해준 행인은 형법 제260조를 위반한 걸까?


법률에 명시된 사항을 어겼기에 일단은 형식적인 법 위반에 해당된다.

그러나 목적과 방법 등을 고려했을 때, 실질적으로 범죄 또는 위법으로 인정하지 않는 사유가 있다면 그때는 위법성을 부술 수 있는 이유 즉, ‘위법성조각사유’를 갖추었다고 판단하여 위법이 아니라고 판단하기도 한다.

비난가능성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와서, 그렇다면 행인은 무죄인 걸까?


그건 알 수 없다.

왜냐하면 무죄인지, 유죄인지를 결정하는 건 판사의 재량이기 때문이다.

성진이 김함흠 ‘같은’ 판사라고 말 한 이유다.


애초에 김함흠이 검권천하 소유권 분쟁을 맡지만 않았어도, 한영이 검권천하에 들어가는 일도, 성진과 정인이 만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성진이 김함흠이라는 이름을 꺼내자, 정인이 쌤통이라는 듯이 말했다.


“그 인간, 하루하루가 지옥일 거야. 그렇게 되라고 매일 하나씩 언론에 터뜨리고 있거든요. 그딴 인간이 대법관 되면 대한민국은 진짜 망하는 거야.”

“김함흠 다음은?”

“당연히 이윤중이죠. 그 다음은 유정일.”

“유정일 그 새끼는 내 손으로 끝장낼 거야.”

"어머, 마성진 씨 입에서 이 새끼, 저 새끼가 나오는 일도 다 있네요?"


그만큼, 유정일은 절대 성진이 잊을 수 없는 나쁜놈이었다.

리얼리티 인사이드에서 선임했던 변호사지만, 유엔더블유한테 뒷돈을 받아 법정에서 말도 안 되는 변호를 한 쓰레기.


성진의 사뭇 진지해진 표정을 보자, 정인이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표정 좀 풀어요. 잡아먹겠다, 잡아먹어.”

“그 인간 생각하니까 나도 모르게 그만······.”

“그래, 이래야 우리 순둥이 마성진이지.”

“우, 우리?”

“응. 우리. 싫어요?”

“아니! 누가 싫대!”


다시 성진스러운 모습을 보이자 정인이 배시시 웃었다.

그 미소가 성진도 웃게 만들었다.


정인이 말했다.


“사실, 우리가 제정신인건가, 이런 생각 많이 했었어요.”

“······?”

“상대는 유엔더블유니까. 세계적인 기업, 그리고 우리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우리가 진짜 제정신이라고 생각해요. 잘못된 걸 잘못됐다고 말하는 거니까. 당했는데 참지 않는 거니까. 그게 당연한 거니까.”

“정인 씨······.”

“그러니까 더 힘내자고요. 검권천하 되찾으면 10층짜리 건물 사주겠다는 약속, 저 안 잊었어요. 꼭 지켜야 돼요.”

“응! 그리고······.”

“그리고?”

“정인 씨도 약속 지켜야 돼. 나도 잊지 않았으니까.”


성진은 자신의 볼과 입술 사이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순간, 정인의 얼굴이 새빨간 사과처럼 빨개졌다.


지금의 싸움을 전부 끝내면, 자신의 마음이 입술인지 볼인지 정확히 하겠다는 약속.

괜히 민망해졌는지 정인은 딴청을 피웠다.


“갑자기 급 피곤하네. 저 좀 잘게요. 마성진 씨가 운전해요.”

“어?”

“빨리 자리 바꿔요.”


피곤이 극에 달했는지, 정인은 조수석에 앉자마자 기절하듯이 잠에 들고 말았다.

성진은 그런 정인을 사랑스럽게 바라봤다.

신호등 빨간불에 멈출 때마다 계속 정인을 바라봤고, 파란불로 바뀌고도 넋 놓고 보다가 뒤차가 경적을 올리고서야 출발하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다.


*****


한영은 제3군단의 부군단장 레이체와 함께 수도 모르아딘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레이체는 모르아딘을 처음 방문한 한영을 위해 이곳저곳을 가리키며 소개를 했다.


“후작 각하, 이곳은 모르아딘에서 제일 큰 모란 광장입니다. 한 달에 한 번씩 축제가 열리는데 각하께서도 마음에 드실 겁니다.”

“저기는 뭐하는 거죠?”


한영이 아이들이 모여 있는 곳을 손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축제가 없을 때는 음유시인들이 작게나마 공연을 하기도 합니다. 잠깐 보시겠습니까?”

“그러죠.”


그냥 지나치기에는 공연의 내용이 귀에 익었다.

멀찍이 선 한영은 구현동화를 낭독하는 듯한 음유시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더갓(TheGod)께서 이 세상을 창조하시기 전에는 아무 것도 없었답니다. 오직 시커먼 암흑만 존재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고 싶으셨던 더갓께서 명하셨어요. ‘빛이 있으라.’ 그러자 하나의 태양과 두 개의 달이 세상을 비추기 시작했어요.”


한영의 귀에 익숙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이건, 성경이랑 거의 똑같잖아?


음유시인의 이야기는 중간중간에 판타지적인 요소만 들어갔을 뿐, 어렸을 적에 교회에서 들었던 말들과 거의 흡사했다.

성경책에 창세기 1장이라고 적혀있는, 창조주가 어떻게 이 세상을 만들었다는 그 부분.


한영이 레이체에게 물었다.


“음유시인이 하는 이야기, 아는 이야기에요?”

“네, 각하. 아룬탄덴트의 경전에 수록된 이야기입니다.”

“경전요? 잠깐, 이곳은 아르델 여신을 섬긴다고 하지 않았나요? 음유시인이 말하는 더갓이 아르델 여신입니까?”

“아닙니다. 아르델 여신은 아룬탄덴트 대륙을 다스리시는 풍요의 여신이시고, 더갓은 이 세계를 창조하신 창조주십니다.”


한영의 머리에 무언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표절을 일삼는 사람은 습관처럼, 어쩌면 버릇처럼 하곤 한다.

그러니까 성경도 베꼈단 그 말이지?


뭔가 이 세계의 스토리가 보이는 듯 했다.

한영이 물었다.


“경전을 보려면 어디로 가야 합니까?”

“경전은 오직 대도서관에서만 볼 수 있습니다.”

“거기로 갑시다.”


대도서관으로 간 한영, 그곳은 마법의 시대에서 유일하게 더갓에 대한 기록이 있는 곳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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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3부 판타지] 제1화 -의형제들 +2 21.04.15 454 13 12쪽
141 [2부 AOM(완결)] 제28화 -천국과 지옥(2) +2 21.04.14 448 13 13쪽
140 [2부 AOM] 제27화 -천국과 지옥(1) 21.04.13 441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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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2부 AOM] 제24화 -활성화(2) 21.04.10 449 14 12쪽
136 [2부 AOM] 제23화 -활성화(1) 21.04.09 447 14 11쪽
135 [2부 AOM] 제22화 -Project AOM 21.04.08 449 14 11쪽
134 [2부 AOM] 제21화 -생과 사 21.04.07 462 14 13쪽
133 [2부 AOM] 제20화 -내부고발(2) +2 21.04.06 493 1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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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2부 AOM] 제17화 -네크로맨서(1) 21.04.04 485 13 12쪽
129 [2부 AOM] 제16화 -탈출 21.04.01 466 13 12쪽
128 [2부 AOM] 제15화 -지상 최강의 부대 +2 21.03.31 484 14 13쪽
127 [2부 AOM] 제14화 -단테 +2 21.03.30 480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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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부 AOM] 제11화 -구출 21.03.25 475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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