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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파파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 살아보니, 은행장 되기 참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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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파파
작품등록일 :
2024.05.19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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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0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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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시작이군. 부도 일보 직전이야

DUMMY

윤필수는 은행장에게 보고서를 제출했다.


*금융시장 위기상황을 대비한 비상계획

1996.09.01.

작성자: 전략혁신부 대리 윤필수


-현재상황-

무역수지 적자 폭 확대.

선진국 경기 후퇴 지속.

미국 금리인상으로 신흥국 부채위험 고조.


-예상되는 사건-

대기업들의 연쇄부도.

아시아 신흥국 동반 부진.

원달러 환율 1000원 돌파 후, 상방 예측 불가.


-비상계획-


1단계

대기업 부도 발생시 불필요한 달러 지출 억제.

종합금융사, 건설사 여신한도 축소.


2단계

재계순위 10위권 기업 부도시 환율 불문 외화유동성 확보.



”여러분! 오늘은 전략혁신부 윤필수 대리가 작성한 비상계획에 대해 생각해봅시다.“

은행장은 현명한 사람이었다.

소수의견이라도 여러 사람과 공유를 하고 싶었고, 부서장들을 모아 회의를 소집시켰다.


”안녕하십니까? 방금 소개받은 윤필수입니다. 다소 생소한 전망일 수도 있으나, 심사숙고하여 작성한 자료입니다.“

간단한 소개가 끝나고 발표가 시작되었다.


”조만간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에 경제위기가 닥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비가 필요합니다.“

약 10분 정도 시간이 흘러 마무리가 되었다.


”대기업의 연쇄부도? 너무 공포스럽군.“

”환율이 지금도 높은데 1천원 이라고?“

”우리나라를 동남아 후진국과 같이 비교하다니.“

예상대로 참석자들의 반발이 심했다.


”잠시만요. 아마도 각자 생각이 다를 겁니다. 각자 궁금한 부분은 윤대리께 질문을 해주세요,“

은행장이 어수선한 회의장 분위기를 바로잡았다.


”실물경제가 불경기는 맞지만, 대기업 연쇄 부도가 날 만큼은 최악은 아닙니다.“

기업금융부장은 현재의 경제상황에 낙관적이었다.

”많은 기업들의 재무상태가 취약합니다. 금융권의 자금지원이 중단되면 어려움을 겪게 될 겁니다.“


”음~ 그 부분은 과거부터 항상 그래왔어요. 앞으로도 특별히 달라질 건 없어요.“

”그렇게 보이기도 하지만, 결국엔 갈 길이 정해져 있습니다...“

윤필수는 뒷말을 흐렸다.


국민소득이 얼마 전 1만불을 넘었다.

국제화, 세계화로 한국의 위상은 날로 높아지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가 쇠퇴한다니, 그 누구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환율의 상방예측이 불가하다면 어느 정도까지 간다는 말입니까?“

외환센터장이 의견을 물었다.

”천원을 뚫으면 순식간에 이천원까지. 환율제도가 변동환율제로 바뀔 가능성이 높습니다.“


”뭐라고? 이천원? 변동환율제도? 아무리 예측이라지만 정도가 있어야지.“

”네. 저도 유감입니다만. 그렇게 갑니다.“

윤필수는 확신에 찬 어투로 답했다.


”나는 외환부서에서 20년 이상 일 한 사람이요. 윤대리는 영업점 근무경력만 있고. 그런데 어떻게 그리 자신합니까? 환율제도를 바꾸는 건 국가 경제를 좌우하는 일입니다. 간단히 이야기할 수 없는 주제입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를 보고 왔나요? “

”네?. 하~ 참 말씀드리기가..“


1996년 9월 현재의 환율제도는 시장평균환율제도이다.

하루의 외환거래시세를 가지고 평균값을 내어 고시한다.

IMF 구제금융 지원을 받은 후 완전한 변동환율제로 바뀐다.


윤필수의 눈에 선했다.


쏟아지는 대기업의 연쇄 부도에 얼굴이 하얗게 질린 기업금융부장.

외환거래 올스톱으로 목이 터져라 달러확보를 외치는 외환센터장.


’그래. 지금 이 사람들에게 아무리 이야기해봐야 믿지 않겠지.‘


계속 이어지는 부서장들의 질타.

아무도 윤필수의 의견에 동조하지 않았다.


”이 정도면 충분히 의견을 나누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끝내지요.“

은행장이 회의를 종료시켰다.


”반응이 차가웠지만, 실망하지 말게. 세상을 다르게 보는 관점도 필요해.“

그는 윤필수를 위로했다.


’예상은 했지만 반발이 너무 심하군. 두고 봐.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윤필수는 좀 더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


”필수야! 나야. 할 말이 있어.“

미국에 있는 친구 김한수로부터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약 2년전.

옛 연인 황지원을 보살펴 달라고 부탁했었다.

그녀는 재미교포에게 사기결혼을 당한 후 딱한 신세였다.

한수에게 그녀의 주소를 알려주고 약간의 돈을 보내었다.


”필수야! 지원씨 만나서 돈은 잘 전달했어. 처음엔 안 받는다고, 화를 내더구나. 네 돈 재수 없다고. 그럴 만도 하지. 그냥 던지다시피 주고 도망 나왔어. K마트에서 점원으로 일하더라. 고생을 많이 했는지 얼굴이 팍 늙었어.“


그 후에도 김한수는 가끔 그녀의 소식을 전해주었다.

”적응 잘하고 있어. 영어 실력도 제법 늘어서 현지인들하고 자유롭게 의사소통이 가능해.“


”지원씨가 괜찮은 직장을 구했어. 교포가 운영하는 가발업체인데, 사장이 좋게 봤나 봐.“

계속 그녀와 접촉을 유지하고 있었다.


”오늘은 저녁을 거하게 사주더라. 뉴욕에서 꽤 비싼 레스토랑에서. 회사에서 매니저급으로 승진했나 봐. 센스도 있고 예쁘니까 어디서나 환영을 받아.“


”요즘 외로워 보이더라. 혼자 지낸 지 오래 되었잖아. 괜찮은 사람 소개 시켜 주려고 해. 이렇게 예쁘고 착한 사람이 혼자 늙는다는 건 아까운 일이지.“


마지막 소식을 전한 후 오랜만에 친구에게 연락이 온 것이다.

”필수야! 나야. 할 말이 있어.“

”한수야! 반갑다. 오랜만이네.“


”저기~“

평소 답지 않게 친구의 목소리가 진지하다.


”있잖아. 나 황지원씨와 결혼하려고 해. 일단 너한테 제일 먼저 이야기해.“

”----------“

전혀 예상치 못한 소식에 윤필수는 할 말을 잃었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언제부터 사귀었니?“

윤필수는 궁금했다.


”나는 오래전에 너 만나러 명동지점에 갔을 때부터 그 여자에게 반했어.“

”그랬냐? 첫 인상이 참하긴 하지.“


”시간이 갈수록 확신이 들어, 지원씨는 지혜롭고 따뜻한 여자야. 영원히 지켜주고 싶어.“

”그래. 너라면 내가 죽을 때까지 안심해도 되겠다.“

”고마워. 혹시 네가 싫어하면 어떡하나 걱정했지.“


”부모님께는 말씀드렸니?“

”응~ 대략은. 다음 달 정도 지원씨와 한국에 들어갈 생각이야. 정식으로 허락을 받아야지.“


쉽지는 않을 것이다.

친구의 집안은 보수적이다.

한 번 결혼에 실패한 여인을 며느리로 받아들인다는 건 용납하기 어려운 일.

하지만 두 사람은 좋은 부부가 될 것이다.


가장 믿음직한 친구에게.

한때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던 사람의 미래를 맡길 수 있다면.

그것만큼 좋은 일이 어디 있을까?


***


윤필수가 은행장에게 비상계획을 보고한 후 2개월이 흘렀다.

”한보가 위험하다는 이야기가 있어.“

주변에서 소문이 들렸다.


한보그룹.

회장 김**은 특이한 인물이었다.


대부분의 대기업은 자그마한 상점에서 출발했다.

포목점, 운송업, 정미소 등.

하지만 한보 김** 회장은 세무공무원 출신이었다.


어느 날 그가 유명한 점집을 찾아갔다.

재미 삼아 자신의 운세를 보기 위해서.


”아니? 당신이 왜 공무원을 하고 있나? 당장 거기서 나오게.“

점쟁이의 사주풀이에 자극을 받아 회사를 창업했다는 후문이 있었다.


그는 로비에 능했다.

정관계에 손을 뻗어 어려운 인허가 사업을 따내었다.

아파트 분양사업으로 떼돈을 벌었고, 제철사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건설회사와 제조업은 달랐고 돈 먹는 하마가 되었다.


”한보가 어음을 못 막아서, 주거래 은행이 겨우 메꾸어 주었다고 해.“

주위에서 소문이 흉흉했다.


’드디어 시작이군. 부도 일보 직전이야. ‘

윤필수의 기억이 맞다면 한보가 시작이고 줄줄이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아직 닥쳐올 위기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어이! 오랜만이야. 윤대리!“

가끔 마주치는 기업금융부장.

말로는 반갑다고 하나 표정은 차갑다.


”요즘도 변동환율제에 마음이 끌리나?“

외환센터장이 그를 보고 말을 건넸다.

여전히 업신여기고 있다.


그들 뿐만 아니라 아직은 금융시장이 위기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주거래 은행은 최대한 한보그룹에 자금지원을 약속하였고, 환율도 그럭저럭 버티고 있었다.


’얼마 남지 않았어.‘

윤필수는 은행장을 만나러 갔다.


”행장님! 제가 드린 비상계획. 이제는 자세히 보셔야 합니다.“

”그래. 나도 신경 쓰고 있어.“


”한보가 위험하다는 소문이.“

”아직은 두고 봐야 해.“

대통령 아들이 한보그룹을 지원한다는 소문이 있었다.


”행장님! 만약 한보가 부도처리 되면 저를 꼭 불러주셔야 합니다.“

“그러지. 그럴 일이 없으면 좋겠네만.”

은행장도 아직은 본격적으로 위험을 체감하고 있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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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1997년에는 크리스마스 캐럴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24.07.15 9 0 10쪽
41 미래가 보이니 투자가 너무 쉽다. 24.07.12 19 0 9쪽
40 국가 부도의 서막이 울렸다. 24.07.11 20 0 10쪽
» 드디어 시작이군. 부도 일보 직전이야 24.07.10 31 0 9쪽
38 “비상 계획을 짜보게.” 24.07.05 35 1 10쪽
37 신용이 문제야. 내 신용을 형편 없이 만들자. 24.07.04 30 0 11쪽
36 지난 생에서는 고스란히 당했지만, 지금 생에서는 다른 길을 갈 거야 24.07.03 48 0 9쪽
35 달러가 1700원까지 간다고? 완전 미친 놈이구만. 24.07.02 41 0 9쪽
34 내 딸이니까 닮은 구석이 하나라도 있어야지. 24.07.01 51 0 11쪽
33 네가 버린 카드도 내가 가꾸면 보석이 돼. 24.06.28 45 0 10쪽
32 정신차려. 넌 내가 버린 카드를 주웠어. 24.06.27 55 1 9쪽
31 심지어 자기의 피가 아닌 남의 피를 타고 난 경우에도. +1 24.06.26 56 1 10쪽
30 사랑에 2등은 없다. +1 24.06.25 61 1 11쪽
29 나쁜 일을 저질러 놓고, 지나고 나서 미안하다고 하더라. +1 24.06.24 60 1 11쪽
28 후폭풍. +1 24.06.21 62 1 10쪽
27 동작 그만! 지금부터 금융실명제 실시 +1 24.06.20 62 1 10쪽
26 100억 예금을 받았다 +1 24.06.19 57 1 9쪽
25 전설적인 사채업자 명동 불곰 +1 24.06.18 58 1 8쪽
24 쉿! 대마왕이 깨어나고 있다. +1 24.06.17 62 1 10쪽
23 [당신은 누구입니까?] [나는 또 다른 나입니다.] +1 24.06.13 68 1 11쪽
22 머리 좋은 사람이 영업도 잘하더라. +2 24.06.12 65 1 9쪽
21 머리가 이기나? 발바닥이 이기나? +1 24.06.11 68 1 10쪽
20 나는 인생 험하게 살았다. 어쩔래? +1 24.06.10 68 2 10쪽
19 머리 좋은 건 인정, 근데 싸가지가 너무 없다. +1 24.06.07 78 2 11쪽
18 은행장이 될 겁니다. +1 24.06.06 82 2 10쪽
17 [화장실에 귀인(貴人)이 숨어있다.] +1 24.06.05 93 2 11쪽
16 착하게 살아라. 그러지 않으면 지옥 간다. +1 24.06.04 96 3 9쪽
15 의문의 사진 +1 24.06.03 96 3 12쪽
14 컨닝의 천재. +1 24.05.31 106 3 10쪽
13 back to the past +1 24.05.30 103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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