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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파파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 살아보니, 은행장 되기 참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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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파파
작품등록일 :
2024.05.19 10:20
최근연재일 :
2024.06.28 08:25
연재수 :
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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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글자수 :
154,397

작성
24.06.24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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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나쁜 일을 저질러 놓고, 지나고 나서 미안하다고 하더라.

DUMMY

명동불곰이 현금을 모으자 약 천 억 원이 마련되었다.

그 중 300억은 양재동 건물 구입에 사용하였다.

세금 절세 목적으로 대출도 일부 일으켰다.

나머지 현금 대부분은 한독은행에 입금되었다.


지점장은 신이 났다.

한때 실적이 바닥을 기어 대기발령을 걱정하던 처지였다.

하지만 지금은 졸지에 임원승진까지 기대할 수 있다.


”박지점장! 올해 경영평가는 하늘이 무너져도 명동지점이 1등이야.“

주위에서 그에게 던지는 인사말이다.

모두 부러워했다.

직원 한 명. 신입행원 하나 때문에 이렇게 전세가 바뀌다니.


은행역사에 이렇게 탁월한 실적을 기록한 경우는 없었다.


1년 만에 영업점 수신고를 두 배 이상 늘렸다.

명동불곰에게서 거액의 빌딩 담보 대출까지 유치했다.

지점 규모도 커졌고, 이익도 확 늘었다.


”윤필수 계장! 당신 덕분이야.“

”아닙니다. 지점장님께서 평소 지도를 잘 해주셔서..“


”다음 달이면 곧 정기 인사발령이 있을 거야. 믿을 만한 소식통에게 물어보았는데, 윤계장에게 좋은 소식이 있을 거야.“


은행장은 2년 후 임기만료가 도래한다.

지금부터 조직에 활력을 불어 넣어야 연임이 가능했다.


라이벌 신일은행에 계속 밀리자 비장의 카드를 꺼내었다.


그는 [탑건 뱅커]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만들어 냈다.


”새로운 프로모션 [탑건 뱅커]를 실시합니다.“

”은행의 수익 창출에 지대한 공을 세운 직원에게 영광이 돌아갈 것입니다.“


”수상자에게는 거액의 상금과 특별승진 기회가 부여됩니다.“

”경력 관계없이 모든 직원이 대상입니다.“

은행장은 사내방송에서 직접 언급했다.


은행은 연공서열이 확실한 집단이다.

급여와 보너스는 연차에 따라 비슷하게 지급된다.

거액의 상금을 별도로 주는 사례는 없었다.


거기에 특별승진 기회까지.

행원에서 책임자로 승진하려면 거쳐야 할 단계가 있다.

책임자 고시 합격이 필수요건이다.


말 그대로 책임자고시(考試).

수신, 여신, 외환, 영어.

난이도가 꽤 높다.

시험을 앞두고 몇 달 간 독서실에서 잠을 자기도 한다.


모든 과목을 패스하려면 2년에서 3년 이상 소요된다.

거기에 인사고과까지 잘 받아야 하니까.

한독은행의 경우 행원에서 대리까지 약 5년 정도 걸린다.


그런데 [탑건 뱅커]에 선정되면 1년 만에도 승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금 경영진에서는 파격적인 인사를 준비하고 있어.“

지점장은 신이 나서 계속 떠들어댔다.


”일단 영업능력이 탁월한 지점장을 임원으로 발탁할 거야.“

당연히 자기가 강력한 후보자임을 은근히 강조하고 있다.


”가장 하이라이트는 [탑건 뱅커] 수상이겠지.“

윤필수가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


”지금 본부에서 열심히 자료를 취합하고 있는데, 두 사람이 치열하게 일등 자리를 놓고 다투고 있어.“

”그래요?“


내심 윤필수는 자기가 압도적인 일등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또 다른 한 명의 경쟁자가 있다니.


”수상 후보는 누구입니까?“

”당연히 윤계장 자네하고, 김철민이야.“


‘또 김철민인가? 나하고는 모든 일에 엮이는군.’


김철민은 부동산개발금융 파트에서 큰 바람을 일으키고 있었다.


미국 유학시절 습득한 지식이 큰 무기가 되었다.

개인투자자를 모집하여 쇼핑몰 건설에 대규모 자금을 공급.

분양이 성공적으로 끝나자 짭짤한 수수료 수입을 올렸다.

임원진들은 리스크 없이 높은 수익을 창출하는 김철민의 능력에 감탄했다.


두 사람이 [탑건 뱅커] 자리를 놓고 또 한 번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되었다.


***


”박실장님! 앞으로도 회장님 일을 봐주실 건가요?“

윤필수는 박정호의 계획이 궁금했다.


명동불곰은 사채업에 손을 떼기로 결정하고 명동 사무실에는 아주 가끔 나왔다.

서서히 양재동 빌딩으로 생활 터전을 옮기고 있었다.

제조업체 인수를 위해, 대기업 출신 임원을 고용하고 새로운 사업을 물색했다.

박실장은 그쪽 방면에는 어울리지 않았다.


”나는 여기 계속 있어야지. 그 방면의 일은 잘 몰라. 똑똑한 사람들이 도와주겠지.“

”기존 사업 환경이 만만치 않겠어요.“

윤필수는 그가 걱정되었다.


”적응하면 되지. 개인을 대상으로 할 생각이야.“

”개인이요? 번거롭지 않으세요? 갚지 않으면 일일이 찾아다니며 독촉해야 할 건데.“

그는 영화에서 보았던 해결사를 떠올렸다.

사람을 가두고 돈을 받기 위해 두드려 패는 장면이 연상 되었다.


”[카드깡]. 들어봤지?“

박실장은 [카드깡] 사업으로 방향 전환 중이었다.


기업을 상대로 한 사채업은 금융실명제로 큰 타격을 입었다.

돈에 꼬리표가 달린 이상, 큰 금액은 추적 당하기 쉬워졌다.

하지만 소액은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다.

우리나라도 신용사회로 발전하면서 신용카드가 널리 보급되고 있었다.


”카드 가맹점을 계속 만들고 있어. 수익률은 낮지만 돈을 떼일 염려가 없지.“

박실장은 새로운 사업에 꽤 만족하고 있었다.


개인이 허위로 카드가맹점에서 가상의 매출을 일으킨다.

100만원어치 전표가 발생되고, 박실장은 97만원을 지급한다.

3프로의 수수료는 낮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자금회전율이 빠르고 100프로 자금이 회수 되었다.


”아무래도 종자돈이 많이 필요한데, 회장님께서 나를 믿고 빌려주셨어. 감사 한 일이지.“

”돈을 쉽게 대주실 분은 아니죠. 실장님이 평소 신뢰를 주셨잖아요.“


***


황지원과의 연애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다.


야근이 있을 날은 어김없이 둘은 함께 있었다.

밤늦은 시간 버스를 탈 때는 항상 뒷자리를 고집했다.

눈치 보지 않고 맘 편히 애정행각을 벌일 수 있는 좋은 자리였다.


그녀를 집에 바래다주고 버스가 끊어져 고생하곤 했다.


‘빨리 지원이와 결혼 하고 싶어.”

마음은 굴뚝 같지만 서로 준비가 덜 되었다.


윤필수도 상황이 녹록지 않았지만, 황지원 쪽이 훨씬 어려웠다.


그녀는 머리가 영리했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웠다.

어머님은 일찍 돌아가셨고, 건강이 좋지 않은 아버지를 간호해야 했다.

거기에 오빠의 대학 등록금까지 보태주어야 했다.


그녀는 바빠서 그런지 항상 화장기 없는 맨 얼굴과 생머리를 고집했다.

청순하였지만 촌스럽지 않았고, 생기 발랄했지만 품격이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처음 연애라서 서툴렀지만 대담했다.


윤필수가 문서카피를 하기 위해 복사실로 들어갔다.

황지원이 방으로 뒤쫓아 갔다.

들어가자마자 그녀가 밖에서 문을 열지 못하게 버튼을 눌렀다.


뜨거운 키스가 이어졌다.


“쿵! 쿵! 문이 잠겼네.”

밖에서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들키겠어. 빨리 열자.”

윤필수가 겁이 났는지 황지원에게 속삭였다.


“아니야. 좀 더. 쓰릴을 즐겨야 해,”

그녀의 내면에는 감당할 수 없는 열정이 숨어있었다.


“이상하네. 문이 고장이 났나 봐요. 윤계장님! 어떻게 해봐요.”

황지원은 능청스럽게 문을 여는 척하였다.


그다음엔 더 열렬히 입술로 그의 혀를 감았다.

“나를 사랑한다. 속삭여봐요. 배신하면 죽여 버릴 거야.”


윤필수로부터 겨우 대답을 들은 황지원이 문을 열어주었다.


“이 문 당장 고쳐야겠어요.”

그녀가 한쪽 눈을 깜빡이며 능청스럽게 밖으로 나왔다.


***


윤필수가 외근을 다녀오니 누군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


“윤계장! 아까부터 자기를 찾는 사람이 있어.”

“그래요? 누구지? 손님인가?”

“응접실에 계실 거야. 황지원씨가 안내하고 있어.”


“누구시지?”

응접실 문을 열었다.


그 안에는 낯익은 얼굴 두 명과 황지원이 있었다.


“엄마!”

새엄마였다.

자기도 모르게 엄마라는 단어가 불쑥 튀어나왔다.


방안에 있는 사람이 새엄마란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다르게 불렀을 것이다.

{XXX씨! 아니면 XX엄마}라고.


10여 년 전 윤필수가 군대에 있을 때.

새엄마와 두 아들은 대출금과 전세금을 모두 그에게 떠넘기고 날라버렸다.

덕분에 그는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며 대출금을 갚았다.

그들을 찾을 수도 없었지만, 애써 찾고 싶지도 않았다.


이제야 불쑥 나타나다니.

’병신! 그토록 고생하고, 엄마라고 불렀니?‘

순간 자신을 채찍질했다.


“필수씨! 어머님과 동생 분이 찾아오셨어요.”

황지원이 자리를 비켜주었다.


지금까지 그녀와 사귀면서 부모님은 일찍 돌아가셨고, 형제는 없다고 이야기했다.

황지원은 왜 자기를 속였냐고, 화가 날 만도 했지만, 모든 것을 이해한다는 듯 표정이 담담했다.


“피. 필수야.”

새엄마는 신체의 반쪽이 마비되었는지 발음이 어눌했다.

자세히 보니 입술이 축 처져 있다.


“-----”

윤필수는 아무 말이 없었다.

문을 박차고 나가고 싶었다.


“형! 염치없게 들리겠지만, 엄마가 많이 미안해 하고 있어.”

어릴 적 사이좋게 지냈던 동생이 말을 꺼냈다.


“섭섭한 기억은 다 잊었으니, 방에서 나가주면 고맙겠다.”

이제야 윤필수가 입을 열었다.


“변명 같지만, 몇 년 전부터 형을 찾아다녔어. 고모한테도 물어보았지만, 소식을 모르더라고. 얼마 전에 우연히 TV에서 형을 발견했어.”


신입행원 상을 받으면서 TV인터뷰에 나선 그를 본 모양이다.

’젠장. 방송 타는 게 썩 좋은 일도 아니야.‘

윤필수는 반가움 마음보다는 여전히 불쾌했다.


“미. 미안하다.”

새엄마가 흰 봉투를 그 앞에 놓아두고 자리를 떴다.

한쪽 다리를 질질 끌고, 팔은 아래로 힘없이 축 처져 있다.


윤필수는 배웅인사 따위는 하지 낳았다.

한참 멍하니 앉아 있던 그가 새엄마가 놓고 간 흰 봉투를 열어보았다.


돈이다.

만 원 권 지폐부터 오백원짜리 동전까지.

열심히 모은 모양이다.


'이 돈은 무슨 의미일까?'

'제길! 사기 치고 갔으면 잘 살기나 할 것이지.'


’사람들은 나쁜 일을 저질러 놓고, 지나고 나서 미안하다고 하더라.‘

윤필수는 인간들이 괘씸했다. 왜 다 그 모양일까?


’아차! 그래도 연락처 하나라도 받아 놓을걸.‘

동생을 그냥 보낸 게 후회되었다.


“필수씨! 무슨 사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여기 전화번호 있어요.”

황지원이 쪽지를 건네주었다.

“동생분이 적어 주었어요. 혹시 못 만날지 모르니까 전해 달라고..”


윤필수가 집으로 돌아와 수첩을 펼쳤다.


[새엄마가 찾아왔다. 용서해야 하나?]


[왜 사람들은 죄를 지어 놓고 미안하다고 하나?]


한밤중이 지나 또 다른 윤필수가 답장을 했다.


-죄를 저질러 놓고, 미안해 하지 않는 사람이 더 많아.

-최소한 그것보다는 괜찮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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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쁜 일을 저질러 놓고, 지나고 나서 미안하다고 하더라. 24.06.24 31 0 11쪽
28 후폭풍. 24.06.21 33 0 10쪽
27 동작 그만! 지금부터 금융실명제 실시 24.06.20 34 0 10쪽
26 100억 예금을 받았다 24.06.19 32 0 9쪽
25 전설적인 사채업자 명동 불곰 24.06.18 37 0 8쪽
24 쉿! 대마왕이 깨어나고 있다. 24.06.17 37 0 10쪽
23 [당신은 누구입니까?] [나는 또 다른 나입니다.] 24.06.13 38 0 11쪽
22 머리 좋은 사람이 영업도 잘하더라. +1 24.06.12 40 0 9쪽
21 머리가 이기나? 발바닥이 이기나? 24.06.11 43 0 10쪽
20 나는 인생 험하게 살았다. 어쩔래? 24.06.10 44 1 10쪽
19 머리 좋은 건 인정, 근데 싸가지가 너무 없다. 24.06.07 46 1 11쪽
18 은행장이 될 겁니다. 24.06.06 51 1 10쪽
17 [화장실에 귀인(貴人)이 숨어있다.] 24.06.05 59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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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의문의 사진 24.06.03 66 2 12쪽
14 컨닝의 천재. 24.05.31 75 2 10쪽
13 back to the past 24.05.30 70 2 12쪽
12 게이트가 열렸다. 24.05.29 67 2 10쪽
11 소원을 말해봐 24.05.28 65 2 11쪽
10 해방의 날 24.05.27 74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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