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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파파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 살아보니, 은행장 되기 참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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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파파
작품등록일 :
2024.05.19 10:20
최근연재일 :
2024.06.28 08:25
연재수 :
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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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글자수 :
154,397

작성
24.06.20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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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동작 그만! 지금부터 금융실명제 실시

DUMMY

윤필수는 개운한 기분으로 아침을 맞았다.


[또 다른 나]로부터 도착한 메시지를 확인하고 있다.


그가 적은 글 아래에 답장이 달려 있었다.


{장하다. 내가 드디어 해내었구나.}


-수고했다. 예전의 나와는 전혀 다르군.

-하지만 조심하라. 곧 금융권에 대지진 일어난다.

-실제 이름이 중요해진다.


{황지원. 그녀가 좋다. 그녀도 나를 좋아할까?}

-당연히 좋아하지.

-하지만 운명을 바꿀 수 있을까?



-사진을 보고 이상한 점을 찾지 못했나?

-사진 속 남자는 바로 너다.

-여자아이는 너의 딸이다.

-사진에서 두 사람이 사라진 것은 미래가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진 속 남자가 내가 맞군. 닮기는 닮았어. 이 사진은 또 다른 내가 미래에서 가져온 것인가? 내 옆에 있는 아이는 내 딸이고. 지금 모습이 사라진 건, 다른 여자와의 인연이 시작된 거고.’

그는 상황을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


‘모든 거래는 실제 이름으로만 가능하다? 무슨 의미일까?’

‘얼마나 충격이 컸으면 금융권에 대지진이 일어난다는 표현을 썼을까?’

윤필수는 골똘히 생각해보았다.


‘혹시 금융실명제?’

신입사원 연수시간에 논쟁이 붙은 적이 있었다.


“현재 금융거래는 가명, 차명거래도 가능합니다.”

수신업무 강사의 설명이 끝나자 논쟁이 붙었다.


“가명, 차명거래가 불법이 아니라는 게 말이나 됩니까?”

“떳떳하지 못하니까 다른 사람 이름을 빌리는 거지요.”

“만약 한다면 돈이 외국으로 다 빠져나갈 걸 요?”

“경제가 완전히 망가져요.”


신입직원 대부분은 제도의 당위성을 떠나, 실시될 가능성은 없다고 보았다.

경험 많은 은행 선배는 달랐다.


“발생 확률이 0 퍼센트이면 전혀 생각할 필요가 없어요. 하지만 개인적인 의견은 확률이 그거보다는 조금 높지 않을까요”


그는 자신의 의견을 뒷받침할 만한 논리를 펼쳤다.

{김영삼 대통령의 선거공약이다.}

{취임하자마자 일거에 하나회를 박살 낼 정도로 과감하다.}


만약 실시하게 된다면 다음 사유가 제일 크다고 보았다.

“현재 대통령은 비자금이 별로 없고, 지나간 대통령에게 숨겨 놓은 돈이 아주 많다면,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겠어요? 나라면 배가 많이 아프겠지요?”


“만약 실시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일단 주식시장은 대폭락.“

”대기업들이 숨겨 놓은 비자금을 어떻게 하지?“

”돈이 해외로 빠져나가면 환율도 많이 올라가겠는데?“


윤필수는 그때의 기억을 최대한 살려보았다.


오랜만에 명동불곰의 사무실을 찾았다.

100억 예금을 받은 후 한동안 발길이 뜸했다.


”박실장님! 그쪽에 계신 분들은 금융실명제 걱정 안 하나요?“

”실명제? 한때 화제가 되었다가 쏙 들어갔지. 왜?“


”그냥.. 대통령 선거공약에 내세운 거라서. 뭐라도 하지 않을까 해서요.“

”하긴, 김영삼 대통령이 앞뒤 안 가리는 저돌적 스타일이라 신경이 쓰이긴 해. 젊을 때 단식투쟁도 오래 하고 말이야. 아직도 힘이 막강한 하나회 날리는 거를 봐도 그렇지.“


박실장은 금융실명제 도입이 시기상조라 생각했다.


”시행되면 지도층들의 부정부패가 줄어들겠지. 비자금계좌가 없으면 거액의 현금을 어떻게 마련하겠어.“


박실장은 시행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폈다.

긍정적 효과는 천천히 나타날 것이다.

사회 투명성 확보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에 반해 서민경제는 바로 타격을 입는다.

주가 대폭락은 예견된 일이고.

대기업들은 아우성을 칠 것이다.


”권력자 입장에서는 이득 될 게 별로 없는데.“

”그건 그래요. 그런데 대통령이 고집이 좀 세지요.“


”휴~ 만일에라도 실시하면 우리 사채업은 전멸이야.“

박실장은 한숨을 쉬며 이야기했다.


대부분 사채업자의 통장은 차명으로 관리된다.

오랜 기간 세금을 탈루하느라 요리조리 피해 다닌 결과다.

지금이야 이름을 빌려서 계좌를 만들 수 있지만, 앞으로는 어려울 것이다.


”사업이 투명해지면 남는 게 없지.“

사채업은 성격상 고금리를 받아야 한다.

담보가 부실한 게 대부분이니, 한 건이라도 사고가 터지면 건질 게 없다.


”차명으로 이름 빌려준 사람들이, 내 돈이라 주장하면 골치 아프겠군.“

”아! 그러네요. 신분증을 제시하면 그 사람이 주인이 되니까.“


”무슨 이야기를 가지고 열렬히 토론을 벌이고 있나?“

명동불곰이 자기 방에서 나왔다.


”별 거 아닙니다. 윤계장이 엉뚱한 이야기를 하길래. 재미 삼아서.“

”무슨 이야기?“

그가 윤필수의 옆에 슬쩍 앉았다.


”실명제요. 금융실명제가 실시되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상상하고 있었어요.“

”그래? 나도 관심이 있네.“


”회장님도요?“

윤필수가 흠칫 놀랐다.


”당연하지. 우리 목줄이 달린 일인데.“

명동불곰의 자세가 생각보다 진지했다.


”이철희 장영자 사건 들어 봤지?

그가 겪은 일을 자세히 이야기해주었다.

명동 사채시장에 발을 들여놓았을 무렵 사건이 터졌다.


전두환 정권시절 세상을 발칵 뒤집었던 이철희. 장영자 사건.

그들이 불법으로 어음을 융통한 규모가 7천억이었다.

대한민국 예산의 10프로에 상당하는 금액이었다.

재계순위 100위권에 속하는 기업들 일부가 부도를 냈다.


“그때 경제비서관이 대통령에게 건의했어. 금융실명제 도입하자고.”


실제로 관련 법률까지 만들어졌으나 흐지부지되었다.

우선 최고권력자를 비롯한 실세들도 비자금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자기가 손해 보는 일은 할 수 없었다.


“법률로 만든다고 하니, 이미 소문이 다 났잖아? 막상 실시해도 효과가 없었을 거야.”

명동불곰은 역시 모든 것을 관찰하고 있었다.


“현재 정부에서는 가능성이 있다고 봐, 아주 조금이지만.”


“아마 한다면 철저히 보안을 지키겠지. 저번처럼 법률로 정하면 우리 같은 사람들은 미리 통장에서 돈을 인출 할 거니까.”


“아마도 다른 형태이지 않을까?”


“친구의 사위가 세제실 국장이야. 혹시라도 이상한 낌새가 있으면 연락 달라고 했지.”

자기의 생각을 한참 이야기하더니 방으로 들어갔다.


‘역시 명동불곰이야. 한 치의 틈도 없군.’

윤필수는 그에게 감탄했다.


***


황지원은 은은한 매력을 뿜어 대는 여자였다.

화려하게 꾸미지는 않지만 언제나 눈에 띄었다.


기회를 봐서 데이트 신청을 해야 하는데 틈이 없다.

아무래도 다른 직원의 눈들이 부담스럽다.


기회는 왔다.


”혹시 오늘 야근 같이 일하실 분 계시나요?“

황지원이 직원을 구하고 있다.


밤늦은 시간까지 은행 내부에 사람이 있을 땐, 안전을 위해 2명 이상이 있어야 한다.

외부의 불미스러운 침입에 대비하고, 혹시나 있을 내부직원의 금전사고도 예방하기 위함이다.


”저요. 오늘 저도 야근해요.“

윤필수가 번쩍 손을 들었다.

사실 뚜렷하게 남아서 해야 할 일은 없었지만, 이때다 싶었다.


모두가 퇴근하고 달랑 두 명만 남았다.

본격적인 야근에 앞서 중국집에서 배달을 시켰다.


단 둘이서 밥을 먹는 건 처음이었다.

그녀도 은근히 신경이 쓰이는지 폼이 조심스럽다.

평소 같으면 한입 가득히 짜장면을 넣고 먹더니.

오늘은 아주 조금씩.

혹시나 검은색 짜장이 입가에 묻을까 티슈로 닦고 있다.


”좀 도와드릴까요?“

무거운 박스를 이리저리 들고 다니는 그녀에게 윤필수가 접근했다.


”오~ 그러시겠어요.“

황지원도 반기는 듯했다.


그녀가 박스 안에 서류를 챙겨 넣으면, 윤필수는 테이프로 감고 서고로 옮겼다.

말없이 묵묵히 일만 하다 보니 한 시간이 지났다.


”윤필수님께서 도와주셔서 예상보다 빨리 끝났어요.“

”그래요. 다행이네요.“


‘어떡하지? 커피라도 한잔하자고 그럴까? 시간이 애매하네. 오늘 아니면 기회가 별로 없는데. ’

윤필수는 망설였다.


”땀 흘렸더니 막걸리가 당겨요. 어떠세요?“

막상 황지원이 말을 꺼내었다.


그녀가 데리고 간 곳은 종로근처 막걸리 집.


연거푸 잔을 비우자 황지원 얼굴이 은근히 달아올랐다.


”윤필수님! 참 열심히 사시는 분 같아요.“

”왜요? 신입이니까 당연한 거죠.“

”아니요. 다른 사람에게는 찾아볼 수 없는 열정이 있어요. 저는 그런 사람이 좋아요.“


‘좋다고? 이 여자도 내게 마음이 있나?’

그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옆자리의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커플이 깔깔대고 있다.

그들이 벽면에 무슨 글씨를 쓰고 있다.


주위를 살펴보니 벽면은 온통 낙서로 가득 차 있다.


”우리도 써 볼까요?“

황지원이 볼 팬을 꺼내 들었다.


{93년 XX월 XX일 윤필수, 황지원 다녀가다.}


***


93년 8월 어느 날 밤.


김영삼 대통령이 긴급담화를 발표했다.


”이 시간 이후 모든 거래는 실명으로만 가능합니다...“


긴급재정경제명령권을 동원하여 금융실명제가 전격 발표되었다.


이 시간 이후 모든 금융거래는 실명으로만 가능하다.

일정 시일까지 비실명 계좌는 실명전환을 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인출이 불가 하다.


다음 날 아침.

은행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내 돈 찾는데 무슨 신분증을 달라고 해?“

”저희도 어쩔 수 없습니다. 법을 따라야지요.“


흥분한 일부 손님들이 물건을 집어 던지고 업무에 지장을 주고 있다.

그중에는 안면 있는 사채업자도 있다.


그들은 자금 대부분을 차명으로 운용하고 있는데, 졸지에 모두 노출되니 불만이 많다.


‘명동불곰 회장님과 박실장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지점상황이 안정을 찾으면 가봐야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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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100억 예금을 받았다 24.06.19 32 0 9쪽
25 전설적인 사채업자 명동 불곰 24.06.18 37 0 8쪽
24 쉿! 대마왕이 깨어나고 있다. 24.06.17 38 0 10쪽
23 [당신은 누구입니까?] [나는 또 다른 나입니다.] 24.06.13 38 0 11쪽
22 머리 좋은 사람이 영업도 잘하더라. +1 24.06.12 40 0 9쪽
21 머리가 이기나? 발바닥이 이기나? 24.06.11 44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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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머리 좋은 건 인정, 근데 싸가지가 너무 없다. 24.06.07 46 1 11쪽
18 은행장이 될 겁니다. 24.06.06 51 1 10쪽
17 [화장실에 귀인(貴人)이 숨어있다.] 24.06.05 59 1 11쪽
16 착하게 살아라. 그러지 않으면 지옥 간다. 24.06.04 63 2 9쪽
15 의문의 사진 24.06.03 66 2 12쪽
14 컨닝의 천재. 24.05.31 75 2 10쪽
13 back to the past 24.05.30 70 2 12쪽
12 게이트가 열렸다. 24.05.29 67 2 10쪽
11 소원을 말해봐 24.05.28 65 2 11쪽
10 해방의 날 24.05.27 74 2 11쪽
9 재판 24.05.24 85 2 13쪽
8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 24.05.23 78 3 13쪽
7 [회색지대(灰色地代)]. 24.05.22 82 3 12쪽
6 지옥에서 구제되다. 24.05.21 83 3 10쪽
5 희망, 보시 24.05.20 83 3 11쪽
4 판결 24.05.20 85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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