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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파파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 살아보니, 은행장 되기 참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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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헤밍파파
작품등록일 :
2024.05.19 10:20
최근연재일 :
2024.06.28 08:25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1,978
추천수 :
42
글자수 :
154,397

작성
24.06.27 08:32
조회
23
추천
0
글자
9쪽

정신차려. 넌 내가 버린 카드를 주웠어.

DUMMY

“필수야! 나야 나. 한수라고.”

김한수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는 대학졸업 후 미국으로 영화 공부를 위해 떠났었다.

“야~ 얼마 만이야. 3년이 다 되어가네. 이제 짐 싸서 들어온 거니?.”

“아니. 할머니께서 돌아가셔서 잠시 왔어. 명동지점이라 그랬지? 오늘 오후에 그쪽으로 갈게.”


윤필수의 유일한 친구 김한수.

그에게 털어놓을 이야기가 많았다.


점심시간 무렵 그가 도착했다.


“한수야! 조금만 기다려. 내가 마무리할 일이 있어서.”

“알았어. 시간 많으니 천천히 해.”

그는 은행이 신기한 듯 천천히 내부를 둘러보았다.


김한수는 창구에 앉아있는 여직원들을 요리조리 살펴보더니 한 명에게 시선이 고정되었다.


그는 황지원을 계속 관찰하고 있다.

그녀도 눈치를 채었는지 힐끗 힐끗 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표정이 굳어지는 걸 보니, 낯선 사람의 관심이 불쾌한 모양이다.


일을 끝마친 윤필수가 그를 데리고 나왔다.


“와~ 한독은행 좋은 은행이야. 너 정말 멋진 곳에 취직했구나.”

김한수가 부러워했다.


“그렇지. 연봉이 다른 은행보다 많기는 하지.”


“그게 아니고 여직원들이 다 예쁘다고.”

“자식. 무슨 헛소리야.”


김한수가 신세 한탄을 했다.


미국으로 영화 공부를 위해 떠나는 건 쉽지 않았다.

집은 시골이었지만, 아버지가 만석꾼이라 경제적으로는 어려움이 없었다.

문제는 3대 독자란 사실.

어른들은 아들이 빨리 대를 이어가길 원했다.


나이가 차면 지체 없이 결혼하는 조건으로 유학 길에 오른 것이다.


“이번에 들어 온 김에 맞선을 몇 번 보았는데 잘 모르겠어.”

“그래? 근데 우리 지점에는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고?”


윤필수의 말에 김한수는 기다렸다는 듯이 반응했다.


“야! 창구 오른쪽에서 두 번째 아가씨가 딱 내 스타일인데. 어찌 안 되겠니? 그 사람 미혼이지? 사귀는 사람은 있니?”


그 아가씨는 황지원이었다.


‘그래. 맞아. 나보단 네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일찍 왔으면, 서로가 좋았을텐데.’

윤필수는 아쉬웠다.


“네 소원대로 그 여자 만나게 해줄 테니 오늘 저녁에 다시 와.”

“그래! 오케이.”


황지원에게는 미리 이야기했다.

자신의 가장 친구가 미국에서 귀국했으니 같이 저녁을 먹자고.


“아! 이분이셨구나.”

그녀는 한 번에 김한수를 알아보았다.


“내 친구 어떻게 알아?”

“객장에서 하도 나를 쳐다보길래 또 스트커가 왔나 걱정했어요.”

“제가 그리 티를 냈나요?”

“푸하하.”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로버트 드니로가 특별히 강의하는 날이었어요.”

“아니! 전설적인 배우 그 사람을 직접 만났다고요?”

황지원과 김한수는 처음 보는 사이였지만, 케미가 너무 잘 맞았다.

오히려 윤필수가 소외감을 느낄 정도로.


시간이 늦어 황지원은 집으로 보내고 둘만의 시간을 가졌다.


“와~ 정말 저 아가씨 참한 여자야. 행동 하나에 품격이 있어. 그러면서도 밝은 성격. 딱 내 스타일이야.”

아직 김한수에게 두 사람의 관계를 이야기하지 않았다.


“사실은.. 나 저 여자와 사귀고 있어.”

“뭐라고? 어쩐지. 저렇게 괜찮은 사람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지.”

김한수는 급실망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너와 사귄다니 기분 좋은 걸.”


“휴~ 그런데 고민이 있다.”


윤필수는 오선녀의 이야기를 꺼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마음이 더 끌린다는 사실.

그리고 여러모로 좋은 조건을 갖춘 여자라는 설명.


“이 자식. 저렇게 착한 여자를 배신하면 나한테 맞을 줄 알아.”

김한수가 격한 반응을 보였다.


***


청우건설의 분양사업은 계속 진행되었다.

한독은행 지점에는 분양 카탈로그가 전시되었고, VIP고객 대상으로 세미나가 개최되었다.

하지만 반응이 미지근하다.


저녁시간.

윤필수는 한동안 발길이 뜸했던 분양사무실을 찾았다.

안으로 들어가려다 멈칫했다.


김철민과 오선녀가 정답게 앉아있다.

서로 아이스크림을 먹여주고 웃고 떠들고 있다.

두 사람의 모습은 의심할 여지 없이 연인관계로 보였다.


‘이번에도 저놈한테 졌나? 아니야. 이길 수도 있었어. 그냥 상황이 맞지 않아서 그런 거라고.’


소문이 돌았다.

김철민이 곧 결혼한다는 소식.


입사동기들 모임에 당당하게 오선녀를 데리고 나왔다.


“안녕하세요.”

오선녀가 어색하게 윤필수에게 인사를 했다.



‘아~ 아까운 사람 놓쳤네.’

윤필수가 아쉬워하며 자리를 빠져나왔다.


그때부터 한 달 정도 지났을까?


“윤대리! 청우건설 소식 들었나?”

지점장님 회의시간에 말을 꺼내었다.


“아니요. 요즘엔 접촉이 잘 없어요.”

그는 김철민과 오선녀가 연인이 된 이후로 관심을 끊었다


“사업이 원활하지 않는 모양이야. 은행하고 관계도 그렇고.”


윤필수는 퇴근길에 분양사무실 앞으로 가보았다.


전시장을 밝혔던 화려한 조명은 일찍 꺼져 있다.

안을 자세히 살펴보니 오선녀가 고민에 찬 모습으로 앉아있다.


“저기요. 힘들어 보이네요.”

윤필수가 앞으로 다가갔다.


“필수씨! 여기는 어떻게.”

그녀의 얼굴이 많이 여위어 보였다.


오선녀는 그를 보자마자 이유 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녀가 윤필수의 품에 와락 안겼다.

갑작스러운 그녀의 행동에 당황했지만 피하지는 않았다.


‘어찌 된 일이지? 사업 진행이 어떤가 궁금해서 왔는데, 김철민하고도 잘 안 되나?’

‘아니면 나를 진작에 좋아했는데, 기다리고 있었나?’

윤필수는 열심히 머리를 굴려보았다.


품에 안긴 그녀의 머리칼 향기가 감미로웠다.

‘아~ 이 여자를 내가 지켜주고 싶다.’


누군가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다.

청우건설 오사장이다.


‘다행이야. 꿩 대신 닭이라고 저놈이라도 잡아야지. 혹시 알아? 명동불곰을 설득 시켜 자금을 빌릴 수 있을지.’

그는 윤필수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을 태세였다.


두 사람은 급속도로 뜨거운 관계로 발전하였다.

만나면 만날수록 다른 일은 까맣게 잊어버렸다.

황지원에게는 미안했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었다.


“필수씨! 아빠가 보자고 하셔.”

오사장이 윤필수를 불렀다.


“자네. 우리 딸 선녀와 사귀는 거 알아.”

“네...”


윤필수는 자신이 없었다.

청우건설 오사장 정도면 더 좋은 스펙의 사윗감을 원할 것이다.


“오래 끌 것 없어. 바로 결혼 하게.”

뜻밖의 이야기를 했다.

“네. 사장님?”


“둘이 사귄 지 한 달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오래 지켜보지 않았나?”

“그리고 두 사람과의 첫 만남을 생각해보게. 이만한 인연이 어디 있겠나?”


윤필수는 곰곰이 생각했다.

틀린 말이 아니었다.

처음 만나자마자 이 여자를 구하기 위해 몸을 던졌다.

아무나 할 수 없다.


원래 이 여자도 나를 좋아했다.

그러나 사귀고 있는 여자가 있어서 단념했을 것이다.


‘그럼 지원이는?’

외롭고 힘들었을 때 자기 곁을 지켜준 여자였다.


괴롭더라도 선택해야 한다.

두 사람의 색깔은 너무나 다르다.

오선녀는 강해 보이지만,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여자였다.


황지원은.

약해 보이지만 현명한 여자고 세상풍파를 많이 겪었다.

내가 없어도 충분히 잘 헤쳐나갈 수 있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사실.

무엇보다 오선녀는 그의 야망을 채울 수 있다.


그녀의 아버지 오XX 사장은 정관계 인사들과 끈끈한 관계.

후일 윤필수가 출세하는데 버팀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조용한 찻집.

황지원은 울고 있었다.


”지원아! 미안해. 나는 그 여자 정말 놓치기 싫어. 집안도 좋고 경제력이 탄탄하다고.“

”맞벌이하고 아끼면 돈은 충분히 모을 수 있어요.“

”싫어. 이제는 싫증 났다고. 이젠 널 사랑하지 않아.“


그녀는 울며 뛰쳐나갔다.


‘잘 살아야 돼. 다음엔 착한 남자 만나.’

윤필수도 죄책감에 눈물을 쏟았다.


일사천리로 결혼식은 진행되었다.

오사장이 딸의 결혼식을 급하게 진행한 이유가 있었다.


그와 친분이 있는 XXX국회의원. 전직 장관XXX. 그룹대표 XXX.

대한민국에서 그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내방객들은 화려한 인맥에 현혹될 것이다.

잘하면 투자자를 찾아 자금난에 빠진 회사에 도움이 될 것이다.


”윤대리! 축하해요. 나한테 감사해야 돼. 인연을 내가 만들어 준 셈이니.“

은행장도 결혼식에 참석하였다.


은행 동기들도 우르르 몰려왔다.


”윤대리! 축하해. 결혼식이 어마어마해. 내 평생 이런 모습은 처음이야.“

모두를 감탄을 하고 있다.


그 사이에는 김철민의 얼굴도 보였다.


‘저 자식이 재수 없게 여기는 왜?’

윤필수는 그를 경계했다.


”어이~ 축하해. 행복해야 돼.“


김철민이 악수를 한 후에 갑자기 윤필수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정신차려. 넌 내가 버린 카드를 주웠어.“

끝까지 재수 없는 이야기를 하고 사라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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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살아보니, 은행장 되기 참 쉽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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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네가 버린 카드도 내가 가꾸면 보석이 돼. 24.06.28 17 0 10쪽
» 정신차려. 넌 내가 버린 카드를 주웠어. 24.06.27 24 0 9쪽
31 심지어 자기의 피가 아닌 남의 피를 타고 난 경우에도. 24.06.26 26 0 10쪽
30 사랑에 2등은 없다. 24.06.25 28 0 11쪽
29 나쁜 일을 저질러 놓고, 지나고 나서 미안하다고 하더라. 24.06.24 33 0 11쪽
28 후폭풍. 24.06.21 35 0 10쪽
27 동작 그만! 지금부터 금융실명제 실시 24.06.20 37 0 10쪽
26 100억 예금을 받았다 24.06.19 33 0 9쪽
25 전설적인 사채업자 명동 불곰 24.06.18 38 0 8쪽
24 쉿! 대마왕이 깨어나고 있다. 24.06.17 39 0 10쪽
23 [당신은 누구입니까?] [나는 또 다른 나입니다.] 24.06.13 39 0 11쪽
22 머리 좋은 사람이 영업도 잘하더라. +1 24.06.12 41 0 9쪽
21 머리가 이기나? 발바닥이 이기나? 24.06.11 46 0 10쪽
20 나는 인생 험하게 살았다. 어쩔래? 24.06.10 45 1 10쪽
19 머리 좋은 건 인정, 근데 싸가지가 너무 없다. 24.06.07 47 1 11쪽
18 은행장이 될 겁니다. 24.06.06 52 1 10쪽
17 [화장실에 귀인(貴人)이 숨어있다.] 24.06.05 60 1 11쪽
16 착하게 살아라. 그러지 않으면 지옥 간다. 24.06.04 64 2 9쪽
15 의문의 사진 24.06.03 67 2 12쪽
14 컨닝의 천재. 24.05.31 76 2 10쪽
13 back to the past 24.05.30 71 2 12쪽
12 게이트가 열렸다. 24.05.29 68 2 10쪽
11 소원을 말해봐 24.05.28 66 2 11쪽
10 해방의 날 24.05.27 75 2 11쪽
9 재판 24.05.24 86 2 13쪽
8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 24.05.23 79 3 13쪽
7 [회색지대(灰色地代)]. 24.05.22 84 3 12쪽
6 지옥에서 구제되다. 24.05.21 84 3 10쪽
5 희망, 보시 24.05.20 84 3 11쪽
4 판결 24.05.20 87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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