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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파파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 살아보니, 은행장 되기 참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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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파파
작품등록일 :
2024.05.19 10:20
최근연재일 :
2024.06.24 08:25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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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0
추천수 :
25
글자수 :
136,609

작성
24.06.11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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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머리가 이기나? 발바닥이 이기나?

DUMMY

{세일즈 능력 키우기}

연수담당 책임자가 칠판에 큼지막한 글씨로 제목을 썼다.


”오늘 수업은 이론이 아닌 실전입니다. 세일즈 능력 키우기.“


교육생들은 다소 의아하게 생각했다.

그동안 모든 수업은 연수계획표와 일치했는데, 오늘은 전혀 일정과 달랐다.


“과장님! 계획표대로라면, 오늘 수업은 신용장 통일규칙인대요.. 갑자기 바뀐 이유가..”

“은행장님 특별지시로 예정에 없던 시간이 생겼습니다.”

누군가 질문을 하자 연수책임자가 무슨 사연이 있는지 인상을 찌푸리며 답을 했다.


“오늘 모실 분은 은행직원이 아닌 외부강사입니다. 은행장님께서 특별히 요청하신 시간인 만큼, 모두 집중해주세요.”

평소와 다르게 긴장된 목소리였다.


“열렬한 박수 부탁드립니다. 삼산생명의 보험왕 XXX님입니다.”

“와우~ 짝짝짝”


지시에 따라 교육생들이 박수는 쳤지만, 모두 의아했다.


’갑자기 교육내용이 바뀌더니, 강사가 보험왕이라니..‘


소개가 끝나자 중년의 여인이 등장했다.

짙은 화장에 고가의 액세서리가 온몸을 휘감고 있다.

세련된 옷을 입고는 있으나, 다소 위압감이 느껴진다.

흡사 남자배우 최민수를 연상케 하는 카리스마.


“안녕하세요. 방금 소개받은 XXX입니다.”

목소리는 거친 허스키보이스.

그녀가 겪었던 세상의 무게를 조금 느낄 수 있었다.


“어머! 박수 치는 것 좀 봐. 아침 안 드셨어요? 다시 박수 세 번 시작”

“짝짝짝”

교육생들은 처음부터 기가 눌렸다.


“좀 낫군요. 그래도 마음에 조금 안 드는데, 시간이 없으니 진행하지요.”


강사로 나선 보험왕은 한독은행장과는 꽤 친한 사이라고 했다.

어제 갑자기 요청을 받고 오늘 이 자리에 섰다.


강의는 왜 자기가 보험세일즈맨이 되었는지부터 시작되었다.

“참 암담한 상황이었지만, 제가 집안을 일으켜야 했어요.”

남편이 사고로 몸을 다치게 되자, 보험에 뛰어들었던 사연.


발동이 걸리자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거듭된 고객의 거절에도 기어코 큰 계약을 따낸 이야기.

주로 강한 정신력을 바탕으로 한 무용담이 대부분이었다.

과도한 자신감이 거슬리기도 했지만, 수긍이 가는 내용도 많았다.


“이제는 세일즈의 시대입니다. 은행원들도 변해야 합니다. 지금은 가만히 앉아 있으면, 고객이 저절로 찾아오지만, 앞으로는 그러지 않을 겁니다.”

보험왕은 목소리 높여 강조했다.


“그렇게 확신하시는 이론적 근거가 있는지요? 보험업과 은행업은 완전히 다릅니다. 은행은 수익원이 다양합니다. 시스템적으로 차이가 많아요.”

김철민이 강하게 이의를 제기했다.


교육생 모두 보험왕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이다.


“저 혼자만의 의견이 아닙니다. 금융기관 리더 분들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언젠가는 한국 시중은행도 부도 날 수 있어요.”

보험왕도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두 분의 의견 잘 들었습니다. 이 정도로 마무리 하시지요.”

논쟁이 이어지자 연수책임자가 급히 중단 시켰다.


“제 강의를 끝까지 들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왕 온 김에 제 명함을 드리겠습니다. 보험에 대해 궁금한 내용이 있으면 언제든지 전화주세요.”

그녀는 역시 프로였다.


“역시! 훌륭한 강의입니다. 저도 잘 들었습니다.”

뒤에서 누구의 목소리가 들렸다.

“과찬이십니다. 은행장님!”

보험왕과 목소리의 주인공이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은행장님이라고? 예고도 없이 불쑥 나타나셨네.‘

윤필수는 놀랐다.


“모두 반갑습니다. 2주 후에 있을 임명장 수여식에서 여러분을 만날 예정이었으나, 한시가 급해서 미리 왔습니다.”


“우리에겐 야성이 필요합니다.”

대뜸 첫 마디가 심각했다.


“보험왕께서 앞서 이야기 한대로, 앞으로는 세일즈 잘하는 직원이 대우 받을 겁니다. 학교 간판 그런 걸로 대충 때울 수 없습니다.”


한독은행장이 신입사원들 앞에서 훈계하는 이유가 있었다.


십 여 년 전 한독은행은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출범했다.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신일은행과 비교되었다.

신일은행은 재일교포가 주축이 되어 만들어진 곳이다.

이에 반해 한독은행은 대주주가 한국 재벌기업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우리 한독은행의 성장세가 신일은행보다 많이 뒤처집니다.”

은행장은 그 원인을 근성 부족이라고 여겼다.

그는 명문대 출신으로 구성된 조직원들이 온실 속 화초처럼 생명력이 약하다고 느꼈다.


“여러분들의 수업 받는 태도를 보았습니다. 참으로 실망스럽습니다. 강의하는 사람이 보험영업직원이라고 무시하는 게 한눈에 확 들어오더군요.”

그는 매우 화나 있었다.

“인사부장! 특단의 대책이 필요합니다.”


다음날.

은행장의 특별지시로 모든 교육내용이 수정되었다.


{통장을 유치하라.}


아침부터 은행장이 신입행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칠판에 적힌 [통장을 유치하라]

글씨를 보는 순간 무언가 힘든 과제가 있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여러분에게는 지금부터 영업력 훈련이 필요합니다. 일등 팀에겐 여러 가지 혜택이 부여됩니다.”


책상에는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자료가 있었다.


{과제}


[백만원이상 통장 신규 유치하기]


-5일간 가장 많은 통장을 유치한 팀에게 상금과 상장이 주어진다.

-공정하지 않은 방법을 사용한 경우(친지, 친구 이용)는 자격박탈, 인사고과 감점.


“백만원이라고? 만만치 않은데?”

“그렇게 많은 돈을 우리에게 선뜻 맡길까?”

“어디로 가야 하나?”

모두 수근거렸다.


입사번호 순서대로 5개의 팀이 꾸려졌다.


윤필수를 포함한 신입행원들이 모였다.

“먼저 팀장을 정하죠. 누구 하실 분 계시나요?”

아무도 자신이 없었다.

괜히 맡았다가 결과가 좋지 않으면 손해만 볼 것이다.


“공평하게 제비뽑기로 합시다.”


’억! 왜 하필 나야.‘

윤필수가 팀장으로 정해졌다.


팀원들은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했다.

여러 가지 의견이 쏟아졌다.


“상품내용부터 공부해야 해요.”

“시간이 5일 밖에 없는데 어느 세월에 하겠어요.”

“백만원이면 월급의 반인데 누가 맡길까요?”

“강남 사모님들이 많이 다니는 백화점 앞에 가볼까요?”

하루종일 회의를 해도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자~ 그만들 하시고, 일단 나가봅시다. 부딪쳐보고 만들어가요.”

윤필수가 팀장의 권한으로 방향을 정했다.


“잘 할 수 있을까요? 솔직히 걱정됩니다.”

팀원 한 명의 표정이 일그러져있다.


“우리에겐 튼튼한 발바닥이 있습니다. 열심히 다니다 보면 좋은 결과가 생길 겁니다.”

막상 팀원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었지만, 윤필수도 두려웠다.


주위의 다른 팀은 어떤가 살펴보았다.

김철민의 팀이 눈에 들어왔다.

아마도 그가 팀장인 듯했다.


그의 팀원들은 유독 엘리트로 구성되어 있었다.

김철민도 화려한 스펙을 자랑하지만.

그 팀에겐 사법고시, 회계사 공부를 했던 직원도 있었다.


“안녕하세요. 한독은행 신입사원입니다. 요즘 장사 어떠세요?”

윤필수는 팀원들을 이끌고 주변 상가를 헤집고 다녔다.


두 시간을 다녀 보았지만, 별 소득이 없었다.

벌써 점심시간.


“여기저기 다녔더니 배가 너무 고프네요.”


눈에 보이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손님이 제법 많이 들락날락했다.

주문이 들어간 지 한 참 시간이 지났는데, 음식은 나올 기미가 없다.


사장이 정신을 못 차렸다.

쏟아지는 주문.

식사를 끝내고 나가는 사람 돈 계산.


참다 못한 윤필수가 본능적으로 와이셔츠 소매를 걷었다.

식당 아르바이트에 이골이 난 사람.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었다.


“사장님! 제가 20분 정도만 도와드릴게요. 주문 받고 테이블 세팅하는 거는 맡기시고, 음식하고 카운터만 신경 쓰세요.”

“네? 손님께서?”

사장은 당황했지만, 도와준다면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팀원들도 어리둥절했다.

“여러분들은 앉아 계세요. 잠시면 끝납니다. 어차피 밥도 늦을 것 같고.”


윤필수의 동작은 막힘이 없었다.


“몇 분이세요?”

사람 수에 맞춰서 수저와 컵을 세팅했다.

손님의 주문을 받아 메모한 후 사장에게 건넸다.


시간이 지나자 식당은 한가해졌고, 윤필수도 식사를 마쳤다.


“아이고~ 도와주신 덕분에.. 밥 값 안 받을게요.”

식당사장은 정말 그럴 참이었다.


“아닙니다. 몇 푼 남으신다고. 그러시면 안 됩니다. ”

윤필수가 손을 흔들었다.


“대신 저희를 도와주시면 좋겠습니다. 사실 저희 들은 한독은행 신입사원입니다...”

그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하루일과가 끝이 났다.

팀들은 오늘 몇 건의 계좌를 유치하였는지 보고해야 한다.


윤필수 팀은 기분이 좋았다.

오전만 하더라도 하나도 성공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5개나 만들었다.


“한독은행 직원이라고? 어쩐지 사람들이 성실해 보이더라.”

식당 사장님은 흔쾌히 통장을 만들고 백만원을 건네주었다.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옆 가게 사장님들을 불러 4개를 더 유치해주었다.


“윤필수님 덕분에 우리가 좋은 결과를 얻었어요.”

팀원들의 칭찬이 계속되었다.


강의실 맨 끝에 현황판이 설치되었다.

윤필수 팀 5개.


“와~ 한 개도 힘들던데.”

주변에서 찬사가 이어졌다.


총 5개팀 중 2팀은 한 개도 성공하지 못했다.

나머지는 한 개.


“이 팀은 늦네.”


연수담당책임자가 시계를 보고 있다.

김철민 팀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자식! 화려한 스펙을 가지고 있는 자신한테, 세일즈를 시키니까 자존심 상했나?’

윤필수는 은근히 그를 시기하고 있었다.


“저희 팀 왔습니다.”

드디어 김철민 팀이 도착했다.


연수담당책임자가 현황판으로 다가갔다.

김철민팀 12개


“와~ 12개? 어떡하면 저럴 수 있지?”

모두 입을 쩍 벌렸다.


“궁금해? 비결이 뭔지?”

김철민이 잘 난 척했다.


“머리를 쓰라고. 머리를. 여기저기 다녀 봐야. 발바닥만 아프다고.”

윤필수를 바라보며 빙그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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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쉿! 대마왕이 깨어나고 있다. 24.06.17 25 0 10쪽
23 [당신은 누구입니까?] [나는 또 다른 나입니다.] 24.06.13 29 0 11쪽
22 머리 좋은 사람이 영업도 잘하더라. +1 24.06.12 32 0 9쪽
» 머리가 이기나? 발바닥이 이기나? 24.06.11 35 0 10쪽
20 나는 인생 험하게 살았다. 어쩔래? 24.06.10 37 1 10쪽
19 머리 좋은 건 인정, 근데 싸가지가 너무 없다. 24.06.07 38 1 11쪽
18 은행장이 될 겁니다. 24.06.06 42 1 10쪽
17 [화장실에 귀인(貴人)이 숨어있다.] 24.06.05 45 1 11쪽
16 착하게 살아라. 그러지 않으면 지옥 간다. 24.06.04 51 1 9쪽
15 의문의 사진 24.06.03 53 1 12쪽
14 컨닝의 천재. 24.05.31 61 1 10쪽
13 back to the past 24.05.30 56 1 12쪽
12 게이트가 열렸다. 24.05.29 56 1 10쪽
11 소원을 말해봐 24.05.28 54 1 11쪽
10 해방의 날 24.05.27 60 1 11쪽
9 재판 24.05.24 71 1 13쪽
8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 24.05.23 63 2 13쪽
7 [회색지대(灰色地代)]. 24.05.22 67 2 12쪽
6 지옥에서 구제되다. 24.05.21 68 1 10쪽
5 희망, 보시 24.05.20 69 2 11쪽
4 판결 24.05.20 71 1 10쪽
3 백투백홈런 24.05.19 79 1 12쪽
2 실패한 은행원 24.05.19 88 2 10쪽
1 죽음 24.05.19 119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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