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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파파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 살아보니, 은행장 되기 참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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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파파
작품등록일 :
2024.05.19 10:20
최근연재일 :
2024.07.04 12:15
연재수 :
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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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8
추천수 :
42
글자수 :
171,561

작성
24.07.02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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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달러가 1700원까지 간다고? 완전 미친 놈이구만.

DUMMY

윤필수는 의식을 잃은 채 쓰러졌다.


그의 몸은 한참 동안 아무 움직임이 없었다.

하지만 머릿속에서는 그가 전생에서 겪은 여러 가지 사건들과 기억의 파편들이 정리되고 있었다.


지난 생의 직장생활은 존재감 없이 수십 년을 보냈다.

며칠 동안 자리를 비워도 조직에서는 그를 찾지 않았다.

있으나 마나 한.

흔히 이야기하는 잉여 인간.


가정생활 또한 다를 바 없었다.

오선녀와의 결혼생활은 항상 수세에 몰렸다.

사실 그럴만한 이유도 딱히 없었는데도.


장인의 막강한 인맥을 기대했으나, 결과는 오히려 그 반대였다.

어차피 그 바닥은 능력 있을 때 관계가 유지되는 법.

친한 정치인들이 줄줄이 감옥에 들어갔으니, 장인의 과거 인맥은 빈 껍데기였다.


오선녀는 왜 그리 당당한지.


”남들은 승진도 짱짱하게 하고, 보너스도 많이 받던데, 당신도 분발 좀 해.“

남편의 더딘 성장을 아쉬워했다.


”나는 돈 안 벌어도 돼. 이렇게 예쁜 딸아이를 낳았으니까 좋은데 시집 보낼 수 있다고.“

성장할수록 돋보이는 딸의 외모가 그녀를 더욱 기고만장 하게 만들었다.


‘어디 함부로 남의 씨를 받아와서, 내 자식인 것처럼 행세야.’

머리에서 맴돌았지만, 차마 말을 꺼내지 않았다.


평소 덤벙대고 조심성 없는 성격을 감안하면, 그녀는 세라의 생물학적 아버지가 윤필수라고 철저히 믿고 있을 것이다.

나중에는 진실을 알 수 있을지 몰라도.


윤필수는 어렵게 마련한 자기의 보금자리를 깨고 싶지 않았다.

또한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 세라는 김철민의 품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건 정말 목숨을 걸고서 피하고 싶었다.


한참 기억 속의 바다를 헤엄치고 있던 그를 아이가 깨웠다.


”아빠! 아빠!“

어느새 세라가 윤필수의 머리칼을 만지고 있었다.


눈을 살며시 떠보니 아이가 웃고 있었다.


‘이게 어찌 된 일이지? 세라의 아기 때 모습이 왜 내 앞에 나타났지?’

윤필수는 정신을 차리려고 고개를 흔들었다.


‘아~ 이제 정신을 차렸어. 모든 일들이 깨끗이 정리되는군.’


윤필수의 머릿속에서 따로 존재하였던 [또 다른 나]의 의식이 비로소 합쳐졌다.


그는 세라를 자기 품속에 꼭 안았다.


‘다행이야. 지옥에서 살아 돌아와, 새로 시작할 수 있다니.’


‘전생과는 다른 인생을 살 거야.’


윤필수는 다짐을 했다.


***


3개월의 정직 처분을 마치고 은행에 복귀했다.


”기고만장 해서 까불더니..“

직원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직장에서 잘 나가는 사람이 어려움에 빠지면, 고소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


”윤대리! 앞으로는 확실히 해줬으면 좋겠어.“

지점장은 자기의 책임은 여전히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윤필수는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았다.

전생을 살면서 겪었던 굵직한 사건이 다시 일어나는지.

틀리기를 바랬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1996년 GDP 1만불 달성.

여기저기에서 성급하게 샴페인을 터트리고 있었다.

무역수지 적자는 계속되고 있다.

소수의 사람만 경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아! 결국 파국으로 가는구나.’


[달러대출 상품 세미나]

아직 은행은 위험을 인지하지 못하고 고위험상품을 권장하고 있었다.


기업상품팀 팀장 김철민.

그는 출세가도를 질주하고 있었다.

동기들은 이제야 책임자 승진을 하는 마당에.

입사한 지 5년 차에 벌써 차장급 직책.


마이크를 잡은 김철민은 자신감이 넘쳤다.

월가의 성공한 펀드매니저를 흉내 낸 외모.

멜빵바지에 헤어 무쓰를 바른 올백 머리.


”이 상품은 고객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품입니다.“

김철민의 화려한 PT가 끝났다.


현재 기업이 쓰고 있는 원화대출 금리는 10프로.

달러대출은 6프로.

4프로 금리의 이자만큼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니 이익이라는 논리였다.


치명적인 약점은 환손실이 발생 가능성.

만약 달러 환율이 급상승 하면 그만큼 비싼 가격에 매입해야 한다.

아무도 거기에 대해서는 생각이 없다.


”혹시 질문 있으십니까?“

참석자들은 그의 포스와 명성에 압도 당했다.

아무도 감히 이의를 제기할 생각이 없었다.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윤필수가 손을 번쩍 들었다.


”윤필수 대리님! 오랜 휴식을 취하시더니 얼굴이 좋습니다. 말씀해 보시지요.“

김철민은 정직 처분으로 한동안 은행에 나오지 못한 그를 은근히 놀리고 있다.


‘이 자식. 너 때문에 내가 고생했는데 오히려 즐기고 있어?’

원래 그런 놈인 줄은 알았지만 정말 분통이 터졌다.


”이 상품은 달러 환율 급등 가능성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만약 현실화 된다면 기업은 도산할 수도 있습니다.“

윤필수가 조목조목 질문을 던졌다.


”달러 급등 가능성이요? 자료에 있는 지난 10년 간 환율 그래프를 보셨다면, 그런 질문은 안 하실 건데요?“


원달러 환율은 현재 약 850원.

전년 대비 많이 오른 상태라 앞으로는 하락을 점치고 있었다.

일부 대기업 연구소에서는 300원까지 내려간다는 의견도 있었다.


”만약 변동환율로 바뀌거나, 나라가 흔들리는 상황이 오면 1천원이 훌쩍 넘어갈 가능성도 있어요. 어쩌면 1700원까지.“


”달러가 1700원까지 간다고? 완전 미친놈이구만.“

윤필수의 귓가에 그를 비웃는 소리가 들렸다.


”윤대리님! 월가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들이 많아요. 한 번도 들어 보지 못했던 특이한 전망입니다.“

”맞아요. 무시하세요.“

여기저기에서 김철민을 옹호했다.


‘이 자식들아. 내 말 들어라. 내년에는 모조건 1700원까지 간다.’

윤필수는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환하게 알고 있었다.


막대한 차입을 일으킨 회사는 대부분 부도가 난다.

대출이자가 20프로까지 치솟으니 견딜 재간이 없다.


달러를 벌어들이는 수출업체는 반사이익을 얻고.

수입을 하는 회사 대부분은 환차손으로 문을 닫는다.


윤필수는 관리 중인 업체의 현황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사장님! 대출이 필요하시다고요? 조금 참으세요.“

”수출로 달러자금 들어오면 가급적 환전을 뒤로 미루세요.“

거래업체를 돌아다니며 조언을 했다.

여전히 그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극소수였다.


‘조금만 기다려봐. 내 말대로 된 다니까?’

그는 주변의 무관심과 조롱에 개의치 않았다.


***


황지원.

은행을 퇴직하고 행방이 묘연했다.


윤필수는 그녀와 재미교포와의 사기 결혼을 막지 못한 점이 끝내 아쉬웠다.


‘안타깝군. 미래를 알면서도 막지 못하다는 것이.’


드디어 불행한 소식이 들려왔다.


”황지원씨 이야기 들었나?“

”급하게 재미교포와 결혼하더니 완전 사기라고 그러네.“

”쫄딱 망해서 이혼하고, 마트 계산대에서 일을 한다고 해.“

”원래 총명하고 지혜로운 직원이었는데..“


‘혹시. 그녀의 불행을 막을 수 없었지만, 도움은 줄 수 있지 않을까?’

윤필수는 전생에서는 손을 놓고 괴로워했지만, 이번 생에서는 그냥 있을 수는 없었다.


황지원의 집을 찾아갔다.


‘건강이 좋지 않으셨는데, 아직 살아 계실까?’

그녀의 아버지가 소식을 알고 있으리라.


”아저씨는 작년에 돌아가셨어요.“

주인집 아주머니가 대신 답을 해주었다.


”그렇군요. 따님과 아드님이 있는데. 혹시 연락처라도..“

”둘 다 미국으로 건너간 걸로 알고 있는데, 무슨 일로 그럽니까?“

주인집 여자는 의심스러운 눈치였다.


”먼 친척뻘 됩니다. 종중재산이 처분 되었는데, 그분들 지분도 일부 있어요.“

윤필수는 황지원과 연애시절 들었던 집안 이야기를 꺼냈다.


여자는 자기가 알고 있던 내용과 일치하는 사실에 안심하고 정보를 주었다.


”남아 있던 짐을 이리로 보내라고 적어 준 게 있어요.“

그녀는 황지원이 메모해준 미국의 주소를 윤필수에게 주었다.


[뉴저지 XXX K마트]


‘김한수에게 부탁해야겠어.’

그는 아직 뉴욕에서 영화를 공부 중이었다.


”자식! 지원씨를 배신하고 다른 여자를 선택하다니. 벌 받을 거야.“

김한수는 한동안 윤필수에게 반감을 품고 있었지만, 지금 나쁜 기억은 잊어버렸다.


”응! 필수야. 잘 있니? 무슨 일이야? 부탁할 게 있다니.“

윤필수는 황지원이 어렵게 사는지 걱정이 되었다.


일단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고 싶었다.

김한수에게 송금을 보내 그녀에게 전달하려는 생각이다.


”주소를 보니까, 내가 있는 곳하고 꽤 멀지만, 찾아가 볼게.“

그는 흔쾌히 승낙해주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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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살아보니, 은행장 되기 참 쉽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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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신용이 문제야. 내 신용을 형편 없이 만들자. NEW 15시간 전 8 0 11쪽
36 지난 생에서는 고스란히 당했지만, 지금 생에서는 다른 길을 갈 거야 24.07.03 23 0 9쪽
» 달러가 1700원까지 간다고? 완전 미친 놈이구만. 24.07.02 24 0 9쪽
34 내 딸이니까 닮은 구석이 하나라도 있어야지. 24.07.01 28 0 11쪽
33 네가 버린 카드도 내가 가꾸면 보석이 돼. 24.06.28 35 0 10쪽
32 정신차려. 넌 내가 버린 카드를 주웠어. 24.06.27 39 0 9쪽
31 심지어 자기의 피가 아닌 남의 피를 타고 난 경우에도. 24.06.26 41 0 10쪽
30 사랑에 2등은 없다. 24.06.25 41 0 11쪽
29 나쁜 일을 저질러 놓고, 지나고 나서 미안하다고 하더라. 24.06.24 44 0 11쪽
28 후폭풍. 24.06.21 44 0 10쪽
27 동작 그만! 지금부터 금융실명제 실시 24.06.20 48 0 10쪽
26 100억 예금을 받았다 24.06.19 42 0 9쪽
25 전설적인 사채업자 명동 불곰 24.06.18 46 0 8쪽
24 쉿! 대마왕이 깨어나고 있다. 24.06.17 49 0 10쪽
23 [당신은 누구입니까?] [나는 또 다른 나입니다.] 24.06.13 50 0 11쪽
22 머리 좋은 사람이 영업도 잘하더라. +1 24.06.12 51 0 9쪽
21 머리가 이기나? 발바닥이 이기나? 24.06.11 56 0 10쪽
20 나는 인생 험하게 살았다. 어쩔래? 24.06.10 55 1 10쪽
19 머리 좋은 건 인정, 근데 싸가지가 너무 없다. 24.06.07 64 1 11쪽
18 은행장이 될 겁니다. 24.06.06 66 1 10쪽
17 [화장실에 귀인(貴人)이 숨어있다.] 24.06.05 73 1 11쪽
16 착하게 살아라. 그러지 않으면 지옥 간다. 24.06.04 76 2 9쪽
15 의문의 사진 24.06.03 78 2 12쪽
14 컨닝의 천재. 24.05.31 87 2 10쪽
13 back to the past 24.05.30 83 2 12쪽
12 게이트가 열렸다. 24.05.29 81 2 10쪽
11 소원을 말해봐 24.05.28 79 2 11쪽
10 해방의 날 24.05.27 89 2 11쪽
9 재판 24.05.24 101 2 13쪽
8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 24.05.23 94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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