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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파파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 살아보니, 은행장 되기 참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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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헤밍파파
작품등록일 :
2024.05.19 10:20
최근연재일 :
2024.06.28 08:25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1,981
추천수 :
42
글자수 :
154,397

작성
24.06.26 08:17
조회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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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10쪽

심지어 자기의 피가 아닌 남의 피를 타고 난 경우에도.

DUMMY

“괜찮으세요.”

낯선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윤필수가 의식을 찾고 조금씩 눈을 깜박였다.

주위를 둘러보니 처음 보는 공간이다.

침대에 누워있고, 팔에는 주삿바늘이 꽂혀있다.


’어떻게 된 일이지?‘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아차! 행사장에서 여자를 구하고 차에 부딪혔지.‘

그 순간 통증이 밀려왔다.


“아이고 머리야.”

윤필수가 작은 비명을 질렀다.


“어디가 아프세요? 여긴가요?”

여자가 윤필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와~ 기분이 좋은데? 그날은 미스코리아처럼 보이더니, 지금은 나이팅게일이네.‘

그녀는 하얀색 계통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정말 감사드려요. 저 때문에 괜히..”

“숙녀를 구하는 건 당연한 책무이지요. 도망가는 남자는 비겁해요.”

마치 소설 속 유럽의 기사가 된 것처럼 어깨가 으쓱해졌다.

김철민은 도망가기 바빴지만, 본인이 구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었다.


“성함이 오선녀?”

“네. 잘 기억하시는 걸 보니 머리는 이상 없네요.”

둘은 한바탕 웃었다.


’이름이 선녀라니, 정말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 같군.‘

윤필수는 처음 본 순간부터 마음을 뺏겼다.


“어! 정신을 차렸네.”

은행장과 청우건설 오사장이 방으로 들어왔다.


“괜찮은가? 큰일 날 뻔했어.”


“운전기사가 왜 그런 짓을 했는지 모르겠어. 본인은 기억이 전혀 나질 않는다고 하니. 일단 경찰서에 신고를 했지만, 참 난감하네, 어디 불편한 대는 없나?”

은행장이 많이 미안해 했다.


“머리하고 팔목이 조금 아픈데 참을 만해요.”

윤필수는 실실 웃음이 나왔지만, 억지로 인상을 쓰고 있다.


’미안해 하지 않으셔도 돼요. 덕분에 미스코리아, 아니 선녀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답니다.‘

그는 속으로는 이 순간을 즐기고 있었다.


“다행이야. 의사 이야기로는 약간의 뇌진탕 증세 말고는 특별히 다친 곳은 없다고 해. 일주일 정도만 병원에서 안정을 취하게.”


다음 날 아침.

오선녀가 윤필수의 방으로 꽃을 들고 왔다.


“잘 주무셨나요? 즐거운 하루 되세요.”

그녀는 자기를 위해 몸을 던진 그가 진정 고마웠다.


“저는 출근해야 되어서 나중에 다시 들릴 게요.”

오선녀가 짧게 인사하고 방을 나갔다.


’아~ 보면 볼수록 아름다워.‘

윤필수는 감탄했다.

예쁘다는 단어보다는 아름답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여자였다.


주위에 있는 다른 꽃을 초라하게 만들어버리는 존재감.

화단에 피어있는 장미처럼 화려했다.


’이 여자와 집에서 같이 산다면 기분이 어떨까?‘

하루종일 행복한 상상에 빠져 있었는데, 누군가 번쩍 정신을 들게 했다.


“필수씨! 어떻게 된 일이야.”

황지원이 소식을 듣고 달려왔다.


“어제 오후에 사고를 당했으면 진작 내게 연락을 줘야지. 지점장님을 통해서 소식을 들었잖아.”

그녀는 섭섭하게 생각했다.


“미안해. 하루종일 머리가 멍해서 뭘 해야 할지 몰랐어.”

윤필수가 변명을 해 대었다.


거짓말이었다.

‘사실은 할까 말까 망설였어. 내 마음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어.“


“다행이야. 얼마나 걱정했다고.”

황지원이 침대에 누워있는 윤필수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필수씨! 오늘 하루는 어땠어요?”

문이 불쑥 열렸다. 오선녀였다.


황지원과 윤필수는 화들짝 놀라 자세를 고쳤다.


“죄송합니다. 제가 방해했네요.”

두 사람의 관계를 눈치챈 그녀가 당황해 했다.

허겁지겁 몇 마디 인사를 나눈 후 사라졌다.


“저 여자 누구야? 불야시처럼 생겼네.”

황지원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청우건설 사장 딸이야.”

“그런데 무슨 일로 여기에 오냐고? 이미 친한 사이 같은데?”

그녀는 이미 모든 것을 환희 뚫어보고 있는 듯했다.


윤필수는 어제 일어난 일을 이야기했다.

“그러니까 필수씨가 그 여자를 위해서 몸을 던졌다? 대신 죽으려고?”

“아니 그 정도로 위급한 상황은 아니었고..”


“후~ 이만 갈게요. 몸조리 잘해요.”

황지원이 병실을 떠났다.


며칠 후 윤필수가 지점으로 출근을 했다.


“윤대리! 행장님이 청우건설 관련하여 전화를 주셨네,”


은행장이 청우건설 사업에 유독 관심이 많은 이유가 있었다.

그는 청우건설 오사장을 통해 인맥을 늘리고 싶어 했다.


친분 있는 금융권 인사들이 깜짝 발탁으로 장관이나 국회의원으로 진출하는 사례를 많이 보았다.

본인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아니면 또 어떠리.

어차피 행장 연임을 하려면 정치권 로비가 필요했다.

미리 미리 준비해서 손해 볼 것 없다.

현재는 청우건설 오사장이 정,관계에 제일 마당발이다.


윤필수가 청우건설 분양사무실을 찾았다.


“윤대리님! 얼굴 좋아 보이네요.”

오선녀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날 사고 때문에 제대로 안내하지 못한 것 같은데, 마저 해 드릴게요.”

그녀가 내부를 돌아다니며 간략히 설명을 해주었다.


“여기는 1000세대 고급 빌라가 들어설 거예요..”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윤필수.


“고마웠습니다. 손수 꽃을 가져도 주시고.”

“당연히 해야죠. 참! 그때 그분은 애인?”

“----”

윤필수는 그녀의 물음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김철민도 분양사무실로 왔다.

“어이 윤대리! 다행히 괜찮아 보이네.”


오사장이 합류하여 본격적인 회의가 시작되었다.


총 1200세대의 주택과 쇼핑센터가 분양대상이다.

총투자금 XXX억, 금융으로 조달할 XXX억.

수분양자의 계약금과 중도금 스케쥴.

초기분양률이 몇 프로 이상이면 안정권.


주로 김철민과 오선녀가 담당할 일이었다.


“윤대리님은 저하고 마케팅에 관해 이야기하시죠.”

오사장이 윤필수를 다른 방으로 데리고 갔다.


두 사람은 홍보방안을 구체적으로 협의했다.

우선 한독은행 전 지점에 분양 카탈로그 배치.

VIP고객을 대상으로 야외 세미나 개최.

필요시 분양대행사 직원의 출장상담.


윤필수는 곁눈질로 김철민과 오선녀의 분위기를 살폈다.


“하하! 그런가요?”

“제가요? 놀리지 마세요.”

김철민과 그녀 분위기가 좋아 보였다.


’흥! 원래 저 자리는 내 차지 인데.‘

방해하고 싶었다.


“사장님! 저녁 시간이 되었는데, 함께 식사 하시지요.”

윤필수가 자리에서 일어날 찰나.

“놔두게. 사무실이 비어 있으니 교대로 다녀와야 해. 우리 둘이 먼저 하자고.”

오사장이 그를 데리고 나왔다.


윤필수는 저녁을 먹는 동안 신경은 딴 곳에 있다.


’두 사람 사이가 너무 화기애애한데.‘

은근히 샘이 났다.


“사장님! 이제 사무실로 들어갈까요?”

윤필수는 두 사람 사이에 훼방을 놓고 싶었다.

“아니야. 차 한잔하고 들어가지.”


오사장은 내심 오선녀와 김철민이 잘 되길 바랐다.

가능하면 단둘이 있는 시간을 많이 주고 싶었다.

그는 이미 두 남자의 간략한 프로필을 알고 있다.


사랑스러운 딸 오선녀.

워낙 인물이 출중하여 따르는 남자가 많았다.

대부분 마음에 들지 않아 돌려보냈는데.


이제는 나이가 꽉 찼다.

김철민 정도라면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S대 졸업에 유학파 수재.


윤필수도 야심 차고 재주가 있어 보였으나, 일단 스펙에서는 김철민이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오사장의 더 큰 목적은 자금조달이었다.


혹시 김철민과 오선녀 사이에 사랑이 싹 튼다면.

청우건설 자금상황도 숨통이 트일 것이다.


오사장은 사업을 위해 딸을 전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그날 저녁 오선녀를 불러 의사를 물어보았다.


”선녀야. 김철민 대리 어때?“

”네? 어떤 의미로 물어보는 거야?“

”둘 다. 비즈니스와 배우자 후보.“


”노력하고 있어요.“

그녀도 아버지의 사업성공을 위해서 은행권 자금조달이 절실하다는 걸 알고 있다.

김철민이 핵심 키라는 사실을 아버지로부터 들었다.

어떻게 하든 성공적인 연애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했다.


오선녀는 처음엔 윤필수에게 마음이 끌렸었다.

무작정 자기를 위해 몸을 던진 게 고마웠다.

하지만 이미 사귀는 여자가 있으니 맘을 접었다.


***


황지원이 윤필수를 조용히 불렀다.


“필수씨! 아버지가 보자고 하셔.”

“그래? 왜 갑자기?”

“갑자기라고? 계속 인사하자고 자기가 졸랐잖아.”


윤필수는 당장은 경제적인 상황 때문에 어렵지만, 황지원과 미리 약혼이라도 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그녀의 아버지께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졸랐다.


과거에는 그랬다.

지금은? 잘 모르겠다.


“처음 뵙겠습니다. 윤필수입니다.”

“반갑네. 지원이에게 자네 이야기 많이 들었네.”


저녁을 먹고 인사를 나누었지만.

그의 머릿속은 온통 오선녀와 김철민의 웃음소리로 가득 차 있다.


윤필수도 자기의 마음을 알 수가 없다.

오랜만에 수첩을 펴고 마음을 정리했다.


어느새 사진이 변해 있었다.

시청 앞 풍경은 그대로.

사라졌던 남자의 얼굴과 딸아이의 모습이 되살아났다.


보면 볼수록 남자는 미래의 자기 모습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갈수록 이마가 벗겨지는 외모. 불러오는 배.

10년 후에 내 외모는 저렇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딸 아이는?


윤필수는 이미 답을 알고 있는 [또 다른 나]에게 물었다.

{사진 속의 딸아이는 황지원의 아이인가? 오선녀의 아이인가?}

{미래를 알고 싶다.}



[또 다른 나]

[전생의 나]에게서 답이 왔다.


-우연을 가장한 필연인가?

-미래를 알아도 바꿀 수 없는 것이 있다.

-자식에 대한 사랑은 모든 것을 초월한다.


전생의 윤필수는 현생의 윤필수를 지켜보았다.


지난 생에서 오선녀를 만나는 과정은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

그럼에도 결과는 비슷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녀와의 만남은 필연적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상 해본다.


내가 만약 다른 배우자와 결혼했더라면 어떤 생을 살고 있을까?


아무리 무난한 결혼생활을 하였어도.

가보지 않았던 길에 대한 호기심이 있듯이.

한때 사귀었던 그 남자. 그 여자가 내 인생의 동반자였으면 내 인생은 어땠을까?


이 발칙한 상상을 깨는 것이 있다.


만약 다른 사람을 선택한다면 현재의 사랑스러운 아들, 딸들의 존재는 없어진다.

어느 누구도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


자식에 대한 사랑은 모든 것을 초월한다.

심지어 자기의 피가 아닌 남의 피를 타고 난 경우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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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화장실에 귀인(貴人)이 숨어있다.] 24.06.05 60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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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해방의 날 24.05.27 75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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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회색지대(灰色地代)]. 24.05.22 84 3 12쪽
6 지옥에서 구제되다. 24.05.21 84 3 10쪽
5 희망, 보시 24.05.20 84 3 11쪽
4 판결 24.05.20 87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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