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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파파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 살아보니, 은행장 되기 참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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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헤밍파파
작품등록일 :
2024.05.19 10:20
최근연재일 :
2024.06.28 08:25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1,983
추천수 :
42
글자수 :
154,397

작성
24.06.28 08:25
조회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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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네가 버린 카드도 내가 가꾸면 보석이 돼.

DUMMY

”정신 차려. 넌 내가 버린 카드를 주웠어.“

윤필수는 김철민이 지껄인 말이 맘에 걸렸다.


‘치사한 자식. 오선녀가 나를 선택했는데, 샘이 나서 헛소리를 하고 있어.’

그놈의 이야기는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잠잠하다가 불쑥 불쑥 떠오르는 건 왜 일까?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확실해졌다.


김철민의 카드를 잘 고르는 능력이 입증되었다.


검찰에서 윤필수의 장인 오XX사장을 불렀다.


부동산 개발인가 과정에서 모 정치인에게 뇌물을 주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아빠가 뇌물 제공혐의로 검찰에서 조사 중이야.“

오선녀가 하루 종일 울어 눈이 퉁퉁 부었다.


”걱정 마. 괜찮으실 거야.“

윤필수는 애써 그녀를 위로했지만 머릿속이 어지럽다.


‘그 자식이 낌새를 알아차리고 미리 발을 뺐나?’

부정하고 싶었지만 사실이었다.


김철민은 검찰에 연줄이 닿아있었다.


그는 한참 연애 하던 시절 각종 모임에 오선녀를 데리고 다녔다.

화려한 그녀의 외모는 김철민의 어깨를 으쓱하게 만들었다.

자연스럽게 그녀의 배경이 주위에 알려졌다.


요즘 한참 주목 받고 있는 청우건설 오XX사장의 둘째 딸.


”역시 김철민이야. 여자도 에이스만 데리고 다녀.“

모두 그를 부러워했다.


그런데.

”조심해. 오XX사장 조만간 검찰에 불려올 거야. 과거 전력도 지저분해. 거리를 두는 게 좋을 거야.“

김철민은 중앙지검 검사 선배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사실 이 전화를 받기 전에도 찝찝한 면이 많았다.

오선녀와 열렬히 사귀고 있는 중이라 애써 덮어왔을 뿐.


청우건설의 재무상태를 분석한 결과 너무 부실했다.

아무리 대부분의 건설회사 재무구조가 나쁘다고 하지만, 너무 심했다.

단기차입금으로 겨우 은행이자만 내고 회사를 유지하고 있었다.


회사의 사활을 걸고 벌이고 있는 분양사업도 허술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분양율이 80프로 이상은 되어야 한다.

하지만 50프로도 장담할 수 없는 분위기.

투자자를 모아 열심히 프리젠테이션을 해보았지만 반응이 미지근하다.


만약 무리하게 추진했다가 부실이 일어나면 문책 당하는 건 뻔한 일.


김철민은 과감히 꼬리 자르기에 들어갔다.


”사장님! 당행 규정상 대출 지원이 어렵겠습니다.“


”오선녀씨! 우리 그만 만나요. 부모님께서 집안끼리 미리 정해둔 처자가 있다고..“

이별을 고하는 과정에서 일 초의 망설임이나 죄책감이 없었다.


김철민은 오선녀가 금덩어리인 줄 알고 선택했으나, 돌덩어리라는 사실을 알고 서슴없이 내다 버렸다.


그것을 윤필수는 냉큼 받았던 것이다.


오사장은 다행히 증거 불충분으로 구속은 면했다.

하지만 은행권 자금조달은 기대할 수 없고, 투자자는 모두 빠져나갔다.


”이보게 윤서방! 회장님에게 찾아가 보게. 자네 말이라면 뭐든지 믿어줄 거야. 나를 살려야 되지 않겠나?“

오사장이 왜 윤필수를 사윗감으로 선택했는지 이유가 드러났다.


‘회장님은 건설업을 싫어한다고 분명히 이야기 하셨는데.’

그는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자기를 철썩 같이 믿고 있는 오선녀를 봐서도 용기를 내야 했다.


”회장님! 건강히 잘 계셨습니까?“

”어서 오게 기다리고 있었네.“

”네. 저를?“

”자네 장인 오사장이 보냈지? 돈 꾸어 오라고.“

”어떻게 아셨어요..“


이미 속을 들켜버린 윤필수는 얼굴이 붉어지고 고개를 푹 숙였다.


”자넨 껍데기에 속은 거야.“

당연히 명동불곰은 자금지원을 거절했다.


건설업종 자체를 기피하고 있었고, 오너 리스크를 심각하게 보고 있었다.


며칠 동안 속았다는 단어가 머리를 맴돌았다.


‘오선녀도 나를 속였나? 아니야. 아닐 거야.’


몇 개월 한 이불 속에서 살아본 결과 그녀는 솔직함을 넘어 단순한 사람이었다.

무언가를 감추거나 속일 만큼 영리하지 못했다.


머릿속이 복잡했지만, 단번에 날려버릴 사건이 생겼다.


오선녀의 배가 불러왔다.

아이를 가진 것이다.


허니문 베이비?

아니면, 결혼식 전 젊은 혈기에 사랑을 참지 못하고, 사고를 친 탓일 수도 있었다.


‘그래. 바로 이거야. 내게 드디어 진정한 가정이 생긴 거야.’

그는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다.


설사 남이 버린 카드를 주웠다 해도, 내가 그걸 잘 가꾸고 아끼면 보석이 된다.


윤필수에겐 어릴 적부터 [가족]이란 단어는 곧 결핍을 의미했다.

너무나 일찍 돌아가신 부모님.

그는 오랜 세월 너무나 외로웠다.


‘아이가 태어나면 완전체가 되는 거야. 내가 받지 못한 사랑을 아이에게 듬뿍 줘야지.’


그리고 자신의 선택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그놈이 버린 카드를 내가 주웠다고 놀렸지? 두고 봐. 내가 그걸 보석으로 만드는 걸 똑똑히 보여 줄 거야.’


‘내가 잘사는 게 복수다. 이놈아.’

윤필수은 더욱 불타올랐다.


결혼과 함께 오선녀의 배가 불러왔다.


꿈같이 달콤한 신혼생활.

남들은 그렇게 이야기했지만.

그에겐 신비한 결혼생활이었다.


생명이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건 정말 신비로웠다.


‘와우~ 저 아이가 과연 내 아이란 말인가?’


산부인과에서 초음파로 지켜볼 때면 손발이 오글거렸다.


”집에 예쁜 옷 많아요?“

의사가 말을 툭 던졌다.

딸아이인 모양이다.


시간이 지나 드디어 오선녀가 출산을 했다.

산모와 아이 모두 건강했다.


‘훌륭한 가정을 이룰 거야. 남이 부러워서 샘이 날 정도로.’

윤필수는 이빨을 꽉 깨물었다.


***


은행에서 그는 여전히 에이스 직원으로 인정받고 있었다.

발로 뛰는 개인영업에서 기업대출 담당 심사역으로 배치되었다.


지점에도 변화가 있었다.

전임 지점장은 윤필수 덕택에 임원으로 승진하였고, 새로운 지점장이 왔다.


전임자의 후광이 부담되는지 연일 실적 압박에 시달렸다.

당연히 윤필수에게도 압력이 내려왔지만 즐겁게 받아들였다.


‘아무리 힘들어도 딸아이를 보는 것 만으로도 행복해.’

그는 딸바보로 변신해 있었다.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는데, 딱하나 마음에 걸렸다.


황지원.

아직도 계속 같은 지점에 근무하고 있다.


그녀는 다른 곳으로 전근을 강력히 원했다.

하지만 우수한 여직원을 지점장은 놓치고 싶지 않았다.

직원들은 황지원과 윤필수의 관계를 전혀 알지 못했다.


가끔 지점 내에서 마주칠 때면 서로 피했다.


‘어서 좋은 남자 만나서 결혼해.’

윤필수는 마음속으로 계속 주문을 외웠다.


최근에 그녀를 둘러싼 소문을 들었다.

”황지원씨 사귀는 사람이 생겼어. 결혼한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재미교포래.“


썬그라스를 끼고 쇼파에 앉아있는 사람이 눈에 띄었다.

누군가에게 손짓을 하였다.

상대방은 황지원이었다.


‘저 사람이군. 음?’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혹시 황지원이 저 사람과 인연이 이어지면, 행복한 삶을 살게 되었을까?’


그는 앞서 전생을 살았던 {또 다른 나}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수첩을 꺼내 들었다.

또 다른 나, 전생을 겪어 본 윤필수에게 질문을 던졌다.


[지원이가 좋은 사람 만났으면 좋겠는데. 지금 만나는 그 남자 믿을만한가?]


-막아야 해. 그놈 사기꾼이야.-

-그 인간 때문에 황지원 인생이 망치게 돼.-

-막아줘. 제발.-


{전생의 윤필수} {또 다른 나}는 현생의 윤필수에게 최대한 간섭하지 않았다.

필연적 운명은 막을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주 절실했다.

한때 목숨을 걸어 사랑했던 그녀가 불행해지는 걸 구경만 할 수 없었다.


‘내 예감이 맞았군.’

아침에 일어나 메시지를 확인한 윤필수는 급했다.


소문대로 황지원이 결혼을 앞두고 있다면 막아야 했다.

막무가내로 ‘이놈 사기꾼이야’라고 할 수도 없고 증거가 필요했다.


윤필수는 그놈의 뒤를 밟았다.

겉으로는 멀쩡했다.


외제차. 고급 정장. 모든 것이 화려했다.

밤이면 양아치로 보이는 놈들과 클럽에 다녔다.


‘지원이가 어째 저런 놈을 골랐나? 나 때문에 인생 함부로 살려고 하나?’

윤필수는 더더욱 죄책감과 책임감을 통감했다.


수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놈이 타고 다니는 고급외제차의 등기부를 떼보았다.

성명: XXX 주민번호: 55XXXX-2XXXXX

분명히 소유자는 중년의 여자 앞으로 되어있다.


며칠 동안 그놈의 차량을 추적했다.

마침내 증거를 찾아내었다.


밤늦은 시간.

외제차가 도착한 곳은 한적한 시외 카페.


그놈이 중년의 여자와 마주하고 있다.

멀리서 보니 큰 소리로 다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윤필수는 그들 뒤의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를 엿들었다.


”XXX씨! 요즘 만나주지도 않고 왜 그래?“

”조금 바빠서 그랬어. 내가 연락하려고 했다고.“


”흥! 누가 모를 줄 알고. 딴 여자 만나고 있지?“

”깊은 관계 아니야. 심심해서 장난 좀 치고 있어.“


”당장 차하고 내가 준 신용카드 내놔.“

”잘못했어. 한 번만 봐주라.“


윤필수는 당장 그놈에게 한 방 먹이고 싶었지만 참았다.


오랜만에 황지원과 단둘이 마주 앉았다.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서 물만 들이켜고 있다.


”왜 불렀어요?“

”저기 다른 게 아니고. 지금 만나는 그 남자.“


”예? 그래서요?“

황지원이 독기를 품으며 반응했다.


”그 사람. 만나지 않으면 안 될까? 왜 하필 그런 놈팽이하고..“

”아니. 언제 그 사람 뒷조사까지 했나요?“


”내가 직접 목격한 내용을 입으로 직접 말하기 곤란해. 하여튼 그 사람과 인연이 이어지면 지원이 너 인생이 고달파져.“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충고를 하나요? 당신은 그럴 자격이 없어요.“


윤필수는 답답했다.

‘그래. 내가 무슨 염치로..’


며칠 후 황지원은 퇴직서를 제출하고 사라졌다.


직원들은 그녀가 남자를 따라서 미국으로 들어갔다고 소식을 알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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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살아보니, 은행장 되기 참 쉽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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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가 버린 카드도 내가 가꾸면 보석이 돼. 24.06.28 18 0 10쪽
32 정신차려. 넌 내가 버린 카드를 주웠어. 24.06.27 24 0 9쪽
31 심지어 자기의 피가 아닌 남의 피를 타고 난 경우에도. 24.06.26 27 0 10쪽
30 사랑에 2등은 없다. 24.06.25 28 0 11쪽
29 나쁜 일을 저질러 놓고, 지나고 나서 미안하다고 하더라. 24.06.24 34 0 11쪽
28 후폭풍. 24.06.21 35 0 10쪽
27 동작 그만! 지금부터 금융실명제 실시 24.06.20 38 0 10쪽
26 100억 예금을 받았다 24.06.19 33 0 9쪽
25 전설적인 사채업자 명동 불곰 24.06.18 38 0 8쪽
24 쉿! 대마왕이 깨어나고 있다. 24.06.17 40 0 10쪽
23 [당신은 누구입니까?] [나는 또 다른 나입니다.] 24.06.13 39 0 11쪽
22 머리 좋은 사람이 영업도 잘하더라. +1 24.06.12 41 0 9쪽
21 머리가 이기나? 발바닥이 이기나? 24.06.11 46 0 10쪽
20 나는 인생 험하게 살았다. 어쩔래? 24.06.10 45 1 10쪽
19 머리 좋은 건 인정, 근데 싸가지가 너무 없다. 24.06.07 47 1 11쪽
18 은행장이 될 겁니다. 24.06.06 52 1 10쪽
17 [화장실에 귀인(貴人)이 숨어있다.] 24.06.05 60 1 11쪽
16 착하게 살아라. 그러지 않으면 지옥 간다. 24.06.04 64 2 9쪽
15 의문의 사진 24.06.03 67 2 12쪽
14 컨닝의 천재. 24.05.31 76 2 10쪽
13 back to the past 24.05.30 71 2 12쪽
12 게이트가 열렸다. 24.05.29 68 2 10쪽
11 소원을 말해봐 24.05.28 66 2 11쪽
10 해방의 날 24.05.27 75 2 11쪽
9 재판 24.05.24 86 2 13쪽
8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 24.05.23 79 3 13쪽
7 [회색지대(灰色地代)]. 24.05.22 84 3 12쪽
6 지옥에서 구제되다. 24.05.21 84 3 10쪽
5 희망, 보시 24.05.20 84 3 11쪽
4 판결 24.05.20 87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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