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로펌 변호사 실종사건 (74)
“너무 무리해서 반항하진 마시고, 상황 봐서 적당히만 해주시면 될 겁니다. 다치시면 안 되니까요-”
“예, 걱정마십쇼-”
“자, 잠시만요!” 김 형사가 곧바로 나갈 듯한 직원을 향해 다급히 말했다.
“예?”
“··· 꼭 그렇게 하셔야겠다면, 최소한 지금까지 어디에 있었는지, 왜 이쪽으로 나왔는지에 대한 변명거리 정도는 생각해두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 그건 뭐 제가 알아서···”
“확실히 생각하시고 가십쇼! 저 자식들이 눈치를 채는 것보다, 이렇게 희생하시는 게 물거품이 되길 바라진 않습니다-!!”
“흠······ 아. 그럼, 계단실 지하 맨 아래층 계단 밑에 있는 조그마한 기계실에 숨어서 자고 있었다고 하겠습니다. 근무 중에 편하려고 그러고 있었다고 말하면 적당히 믿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조금만 자려고 했는데 너무 많이 자버려서 들키지 않으려고 순찰 도는 척 이쪽으로 올라왔다고 하면 되는 거고요.”
“아, 좋은 생각이네요-” 이제는 확실히 긴장을 덜 하고 있는 듯한 안 형사가 말했다.
“예, 알겠습니다. ··· 몸 조심하십쇼. 꼭이요-”
“걱정마십쇼. ··· 자, 그럼-”
직원은 두 형사를 향해 고개를 까딱하며 말을 내뱉고는 곧바로 안 형사가 뒷걸음질 치며 돌아왔던, 무리들이 지키고 서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주차장 차단봉이 있는 출입구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의 뒷모습에서는 왠지 모르게 불안함보단 든든함과 강인함이 매우 강하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했다.
[78]
“저, 저기만 나가면 이제 1층입니다!!”
무 형사가 팀장의 뒤를 따라 계단을 오르다 낮은 소리로 외쳤다.
“제발 무사히 빠져나가기라도 하자···” 팀장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잠시만요, 팀장님. 불안하시면, 그냥 둘이 같이 움직이지 말고 따로 흩어지는 것도 방법입니다-”
“흩어지다니? 어떻게-”
팀장이 솔깃한 듯 대답했다.
“아시다시피 계단실이랑 보안실은 그래도 거리가 좀 있잖습니까. 그러니 팀장님은 뒤도 돌아보지 말고 밖으로 쭉 나가시고, 저 혼자 보안실로 가는 거죠.”
“야. 그래도 하나보단 둘이 낫지 않겠냐? 무슨 일이 생겨도? 아까 내가 말했잖아. 상황보고 갈만하면 보안실부터 간다니까?”
“근데 만약 권 형사처럼 둘이 같이 붙잡혀버리면 그 길로 기회는 끝나는 거 아닙니까···”
“아-씨.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말고!! 그리고 그 권 형사는 붙잡힌 건지 뭔지 아직 확인된 것도 아니잖아-”
“그래도요. 만약 그 무리들이 아직 곳곳에 남아있는 거면···”
“야, 됐어! 무조건 둘이 같이 가-! 내 말 들어. 자, 일단 나가면 곧장 보안실 쪽으로 가서 그쪽 상황부터 확인하는 거야. 오케이? 갈만하면 바로 들어가서 CCTV로 건물 내부 전반적인 상황을 확인한 뒤에 건물 전체 대피방송을 하든 아니면 외부로 상황을 알리든 하고. 만약 보안실 상황이 진입 불가능한 상황인 것 같다 판단되면 그 즉시 한 치의 미련도 남기지 말고 바로 건물 밖으로 빠져나갈 방법부터 찾는 거야. 알았어?!”
“······”
“알았냐고-!”
“예, 알겠습니다.”
.
잠시 후, 마침내 1층으로 나가는 문 바로 앞에 선 두 사람은 긴장된 표정으로 눈빛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이어 팀장이 침을 한번 꼴깍 삼키더니, 아주 천천히 문손잡이를 잡아당겼다.
.
“······ 조용한 거 같은데···?”
고개를 반쯤 빼꼼 내밀어 바깥 상황을 확인하던 팀장이 다시 고개를 집어넣은 뒤 무 형사를 향해 말했다.
“그럼 얼른 나가시죠!”
“자, 잠깐만. 1분만 더 지켜보자고. 누가 왔다 갔다 하는 건 아닌지-”
“아, 예.”
.
곧이어 1분이 지나고, 누구도 돌아다니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팀장이 마침내 1층으로 향하는 계단실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그러자, 그와 동시에 이전과는 다른 매우 상쾌한 공기가 두 사람의 코끝을 지나 뺨을 스치며 머리칼을 뒤흔들고 지나갔다.
“차분히··· 침착하게···”
팀장이 마치 자신에게 주문이라도 거는 듯 나지막이 속삭이고는, 다시 한번 침을 꼴깍 삼킨 뒤 고개를 완전히 내밀어 바깥 상황을 재차 확인했다.
이어서 그는 무 형사를 향해 고개를 한 번 끄덕여 보인 후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곧바로 이어 무 형사도 그의 뒤를 따랐다.
.
조금 뒤.
계단실에서 나온 두 사람이 조심스럽게 보안실이 있는 방향으로 채 몇 걸음 떼지 않은 그 순간.
어느덧 두 사람, 특히 그곳에 여러 번 드나들었던 무 형사에게 이제는 꽤 익숙해진 부전빌딩 보안실로 향하는 길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자 무 형사는 팀장에게 짧게 말을 건넨 뒤 본인이 앞장서 걷기 시작했다.
.
그들이 있던 그 보안실로 향하는 길목은 누군가 갑자기 맞은 편에서 나타나기라도 한다면 별다른 대책 없이 그대로 마주할 수밖에 없는 그런 일자로 쭉 늘어진 복도 형태였는데, 혹여나 깡패 무리들이 나타나기라도 한다면 보안실 문을 두드려보기는커녕 곧바로 뒤돌아 어딘가로 도망쳐야만 하는 그런 상황이었다.
.
잠시 후.
아무런 무기도 손에 쥐지 못하고 그저 맨주먹에만 의존한 채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던 두 사람 앞에, 마침내 그토록 기다려왔던 보안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곳 주변에는 분명 누구도 지키고 서 있지 않았다.
“팀장님-!”
무 형사가 마치 반가운 듯이 보안실을 가리키며 재빨리 뒤를 돌아 팀장을 향해 말했다.
“그래! 드디어-”
팀장 역시 보안실 주변에 누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내심 그곳이 비어있으리라 기대하는 듯했다.
계속해서, 보안실을 향해 걸어가던 두 형사들이 그곳과 조금 더 가까워지던 그 순간.
갑자기 어디선가 여러 명의 말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두 형사 기준으로 정면 수 미터가량 되는 곳 오른쪽이 보안실이었는데, 그 소리는 그 반대편인 왼쪽으로 꺾어 돌아가는 곳쯤에서 들려오고 있었고, 정확하진 않았지만 최소 세 사람 정도 되는 소리로 들렸다.
그러자, 이를 알아차린 무 형사와 팀장은 서로 무어라 얘기를 나눌 새도 없이 곧장 뒤를 돌아 그들이 왔던 곳을 향해 빠르게, 그리고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
.
잠시 후.
‘철커덕-’
무사히 다시 계단실 문을 열고 들어와 숨은 뒤 문이 완전히 닫히자, 팀장이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야!! 그, 그 자식들인 거지?!! 와-씨, 죽는 줄 알았네-!”
“······”
“······ 뭐야?! 야, 무 형사. 왜 그래?”
자신의 말에 이어 무 형사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팀장이 그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본 뒤 그가 무언가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말했다.
“······ 권 형사 목소리였습니다···”
“뭐?! 궈, 권오위 형사?”
“예···”
“··· 근데 그게 왜?!”
“짧은 순간이었지만, 뭔가 억압되어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어요-”
“야. 니가 인마 내가 좀 전에 권 형사가 끌려가는 상황인 거 같지 않다니까 뭐, 권 형사가 경력이 어떠니, 침착하고 신중하니 어떠니 하면서 그랬잖아-!”
“그, 그러긴 했는데요···”
“근데, 왜!”
“안 형사랑 김 형사 목소리는 분명 아니었잖습니까?”
“좀 전에? 다른 목소리들??”
“예.”
“몰라 인마! 나는 잘 듣지도 못했어-! 앞에 있는 니 귀가 정확하겠지-!”
“······”
“야, 됐고. 일단 어찌 됐든 간에 빨리 다음 스텝을 생각하자고. 어?! 이러고 있을 순 없잖아!!”
“예···”
“자. 저 인간들이 누구든, 어쨌든 지금까지 이 앞으로 지나가는 소리는 안 들리는 거 보면 보안실로 들어간 거 아니겠냐? 그치?”
“근데 팀장님. 만약에 권 형사랑 1팀 형사들이 보안실로 간 거면요?”
“뭐?”
“제가 안 형사랑 김 형사 목소리를 잘 구분하지 못했을 수도 있잖습니까-”
“하··· ··· 야! 어찌 됐든 그럼, 누구 하나는 보안실을 차지한 거잖아?! 결국 결과는 똑같네-! 저길 1팀 애들이 차지했든 그 깡패 새끼들이 차지했든, 우리는 그냥 밖으로 나가면 되는 거야- 그래, 안 그래?!”
“······”
“그렇다고 일반 시민들일 리는 없는 거 아냐-!”
“그렇죠···”
“야, 무 형사. 길게 생각하지마-! 이제 우리가 해야 하는 건 하나야! 나가는 거!!”
무 형사가 정신을 못 차리는 듯 하자, 팀장이 험상궂은 표정으로 다그치듯 무 형사를 향해 말했다.
그러자, 그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아마도 무 형사는 자신의 가장 친했던 친구가 현재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인지 머릿속으로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돌려보는 것 같았다.
“자, 그럼 다시 나ㄱ··· ··· 자, 잠깐-!!”
무 형사가 끄덕이는 것을 본 팀장이 다시 문을 열어 바깥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말을 하며 문에 바짝 다가가려던 그 순간.
갑자기 그가 깜짝 놀라며 낮은 소리로 외쳤다.
“··· 무슨 일이ㅅ···”
“쉿-!!”
갑작스러운 팀장의 행동에 무 형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무언가 말하려 하자, 팀장이 재빨리 그의 말을 끊으며 한 손은 입 앞으로 갖다 대고, 다른 한 손은 문밖을 가리켰다.
그러자 곧바로 계단실 내부에는 정적이 흐르더니 곧이어 문밖에서 말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점점 더 형사들이 있는 문을 향해 가까워지고 있었다.
“씨X, 이리로 들어오는 거 아냐?!!”
“서, 설마요···!!”
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질수록 두 사람은 극도의 긴장감에 휩싸이는 듯 표정이 매우 심각해져 갔는데, 그 시간은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길게 느껴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한편 두 사람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계단실로 다시 도망쳐 온 후에 곧바로 다시 극한의 긴장된 상황이 이어지자 몸이 그대로 굳어버렸는지, 누군가 문을 열고 계단실로 들어올 것을 대비해 계단 아래로 내려가거나 위로 올라가야겠다고는 차마 생각조차 못 한 듯했다.
···
이윽고.
점점 더 가까워지던 소리가 마침내 두 사람이 숨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숨죽이며 숨어있는 계단실 문 바로 앞에 다다랐다.
그리고.
그 소리는 그곳에서 멈추지 않고 그대로 문을 지나쳐 멀어져갔다.
그런데 그때.
무 형사가 밖에서 들려오던 소리가 완전히 본인들을 지나쳐간다는 것을 막 깨달은 그 순간, 소리에 귀 기울이던 팀장이 갑자기 손을 뻗으며 다시 문 가까이 다가가기 시작했다.
“티, 팀장님! 뭐 하십니까!!”
“잠깐 기다려!”
팀장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낮은 목소리로 말을 내뱉은 후, 조심스럽게 계단실 문을 열기 시작했다.
그의 표정이나 행동을 보아 소리가 완전히 그들을 지나쳐갔기에 이제는 어느 정도 안심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았다.
‘끼이이익-’
이윽고, 조금 전에는 들리지 않았던 것 같은 소리를 내며 문이 천천히 열렸다.
그리고 팀장이 고개를 반쯤 빼꼼 내밀어 좌우를 살핀 후, 다시 빠르게 집어넣고 곧바로 문을 닫았다.
“하···”
“왜 그러십니까, 팀장님?!! 무슨 상황인데요?!!”
문을 닫은 팀장이 알 수 없는 표정을 보이자, 무 형사가 매우 궁금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그를 향해 물었다.
“그 직원이야···”
“예?! ··· 직원 누구요?!!”
“우리 계속 도와줬던 직원 있잖아-”
“아, 예, 예!”
“그 직원이 깡패 새끼들한테 붙들려서 끌려가고 있었어···”
“예?!!! 확실합니까?!!!”
“그래!! 확실해!! 유니폼에 옆모습까지, 내가 똑똑히 봤어···”
“아, 아니, 그게······”
“우리처럼 탈출하려다 붙잡힌 거겠지···”
“어쩌다······ 그렇지 않아도 그 직원분 행방만 알 수 없어서 궁금했었는데, 그렇게 됐을 줄이야···”
“가만-! 그럼 씨X, 보, 보안실이 1팀 애들이 차지한 게 아니라는 거잖아?!!”
“하··· 그럼 그 깡패놈들이 아직 곳곳에 남아있는 게 확실하네요···”
“아니 이 자식들, 대체 얼마나 경계를 삼엄하게 하고 있는 거야?! 그리고 왜 아직 안 뜨는 건데?!”
“권 형사는 어떻게 된 거지 그럼··· 역시 붙잡혔지만 침착하게 대응하고 있는 건가···” 무 형사가 팀장의 말이 끝나자마자 고개를 갸웃거리며 혼잣말하듯 속삭였다.
“아니 그나저나. 안 형사랑 그 김 형사 그 친구는 또 어떻게 된 거야?! 분명 권 형사랑 다른 방향으로 간 건 확실한데 말이야-”
“그러게요··· 부디 두 사람이 붙잡히지 않고 바깥으로 탈출해야 할 텐데···”
“야. 일단 우리부터 탈출해야지!! 만약 안 형사랑 김 형사까지 붙잡혔으면, 이제 우리가 진짜 마지막 남은 희망이야-! ··· 정신 똑바로 차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밖으로 나가자고. 알았어?!”
.
.
- 작가의말
[※주요 공지 사항※ - 필독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이안JB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연재와 관련해 중요한 공지사항을 전해드리려 합니다.
현재 계속되는 본업 업무 과중과 건강 문제로 인해 주 4일 연재도 쉽지가 않은 상황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매 회차 최선을 다하려 노력했지만, 그럼에도 제 스스로 결과물을 보며 매번 만족스럽지 못하고 아쉬움만 남습니다. 그리하여, 죄송하지만 더 재밌는 스토리를 위해 잠시 연재를 쉬어가고자 합니다.
잠시 요일 연재를 중단하고, 현재까지 작성해둔 것들을 포함해 매 회차 조금 더 시간을 들인 다음 어느 정도 분량이 확보되고 결과물이 만족스러울 때, 그때 다시 요일 연재를 지속적으로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언제가 될지 정확히 약속드릴 순 없지만,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아직 들려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많이 남아 있으니 연재가 재개되었을 때 바로 확인하실 수 있도록 선호작 등록을 유지하여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지켜봐주시는 독자 여러분 모두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