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로펌 변호사 실종사건 (13)
“··· 여기로 좀 와보십쇼-!!”
무 형사는 이도훈의 말은 들은 체도 하지 않고 밖에 있는 팀원들을 향해 소리쳤다.
그러자, 곧장 하나둘 안방으로 들어왔다.
“뭐야, 무슨 일인데?” 가장 먼저 들어온 팀장이 말했다.
“여기 밖에 있는 실외기실인지 뭔지 하는 공간을 확인해보려는데 절대 못 하게 하셔서요. 여기 뭔가 있는 거 같습니다.”
“아, 아니 그런 게 아니···”
무 형사의 말에 이도훈이 손사래를 치며 형사들을 향해 뭐라고 말을 하려던 그때, 가까이 다가온 팀장이 이도훈이 방심한 틈을 타 다짜고짜 잠금장치를 해제해버리고 베란다 문을 열어버렸다.
그리고는 이어서 곧장 실외기실 문까지 열어버렸다.
“으악-!!”
팀장이 실외기실 문을 열자, 정말 이도훈이 말했던 대로 온갖 물건들이 팀장 위로 쏟아져 내렸다.
“티, 팀장님! 괜찮으세요?!”
“팀장님!!”
무방비 상태로 물건을 맞고 고꾸라진 팀장에게 무 형사와 최 형사가 다가가며 소리쳤다.
“아니 이게 다 뭐야?!”
소리를 듣고 뒤이어 달려온 김 형사는 팀장은 쳐다도 보지 않고 곧장 떨어진 물건들을 쳐다보며 놀란 듯 눈이 휘둥그레져 소리쳤다.
“으어억!”
“윽-!”
“뭐, 뭐야!”
김 형사의 말에 그제야 주위를 둘러본 팀장과 최 형사, 그리고 무 형사는 바닥에 떨어져 나뒹구는 물건들의 정체를 확인하고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짧은 탄식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그들 주변에 떨어진 각종 물건들에는 하나같이 모두 미소를 띠고 있는 박지우의 얼굴 사진이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이게 다 뭡니까?!!”
마지막으로 방에 들어온 고 형사가 못 볼 것이라도 본 것처럼 잔뜩 얼굴을 구기며 이도훈에게 물었다.
이도훈은 본인이 숨겨둔 물건이 들켜버렸기 때문인지, 아니면 본인이 아끼던 물건이 바닥으로 떨어진 것이 속상했던 것인지, 두 손바닥으로 얼굴을 움켜쥔 채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이봐요!! 이게 다 뭐냐고요!!”
최 형사가 그런 그를 보며 험상궂은 표정으로 다그치듯 말했다.
“이··· 이건···”
이도훈은 계속해서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린 채로 말을 하려다 말고, 또다시 한참을 머뭇거렸다.
그러자, 팀장이 팀원들을 향해 소리쳤다.
“야! 빨리 관리실에 연락해서 701호 문 좀 따달라 그래!! 박지우가 거기 있을지도 모르잖아!”
“제가 연락해볼게요.”
팀장의 말에 고 형사가 관리실에 연락하기 위해 방을 빠져나가려 하자, 갑자기 이도훈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자, 잠시만요···!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이도훈은 말을 한 뒤, 허탈한 표정으로 바닥에 떨어진 박지우의 사진이 붙어 있는 물건들을 하나둘 줍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계속 말을 이어갔다.
“저는 정말 지우가 어디 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이것들은···”
이도훈이 또다시 말을 머뭇거리자, 김 형사가 재촉하듯 말했다.
“계속 얘기하세요!”
“스토킹한 흔적들이겠지-! 하, 이것 봐라? 이거 가만 보니까 다 같은 사진이 아니잖아?! 이 사진들은 또 어디서 구한 거야?!”
최 형사가 경멸하는 듯한 눈빛으로 이도훈을 쳐다본 뒤, 이어서 바닥에 나뒹구는 물건들을 보며 말했다.
“스, 스토킹이라니!! 당신 말 다 했어?! 그냥 좋아하니까 그런 거지 스토킹은 무슨!!”
이도훈은 스토킹이라는 말에 두 눈을 부릅뜨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의 눈에서는 약간의 살기가 느껴지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그를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최 형사가 말했다.
“어이, 이봐요. 좋아한다고 누가 이런 짓을 합니까?! 예?! 본인이 이런 짓 하고 있는 거 박지우 씨도 알고 있어요?!”
“······”
최 형사의 말에 이도훈이 씩씩대기만 할 뿐 대답이 없자, 이번엔 고 형사가 그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물었다.
“이도훈 씨. 정말 박지우 씨가 701호에 없는 거 맞습니까?!”
이도훈이 대답 없이 고개만 살짝 끄덕이자, 고 형사가 재차 물었다.
“정말 701호에 없는 게 맞냐고요. 대답 똑바로 하세요.”
“아, 없다고요!!”
신경질적인 이도훈의 대답에, 고 형사는 이어서 마치 사실 여부를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 무 형사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무 형사는 티 나지 않게 이도훈 머리 위 초록색 전구를 다시 한번 확인한 뒤,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이어서, 계속해서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는 이도훈을 못마땅한 표정으로 한참 동안 쳐다보던 팀장은 이윽고 한숨을 크게 내쉬더니 그를 보며 말했다.
“자자, 그만 진정하시고. 일단 밖으로 나가서 얘기합시다. 물건들 다 내려놓고 이쪽으로 따라오세요.”
[22]
707호 안방에서 나온 형사들은 곧이어 이도훈을 거실 소파에 앉힌 뒤, 잠깐 동안 그가 흥분을 가라앉히길 기다렸다.
그러는 사이 팀장은 형사들을 따로 불러내 이도훈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말고 지금 당장 701호를 수색해봐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고, 이에 형사들은 701호에 들어가기 위해 이도훈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방에서 나온 직후 무 형사가 팀원들을 향해 박지우가 701호에 없다는 이도훈의 말이 사실일 것이라 단호히 말했지만, 그럼에도 팀장은 이도훈의 말을 전혀 믿지 않는 눈치였다.
사실, 전구 색을 보아 이도훈의 말이 진실이라는 것을 알았던 무 형사 역시도 박지우를 향한 이도훈의 엽기적인 행동의 결과물들을 눈앞에서 목격했던 탓인지, 마음 한 편에서는 정말 701호에 박지우가 없는 것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순순히 협조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이도훈은 거리낄 게 없었던 것인지 형사들이 설득을 시작한 지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별다른 저항 없이 비교적 쉽게 카드키를 내어주었고, 이에 고 형사와 김 형사는 곧장 701호 카드키를 건네받아 관리실 직원을 대동해 701호 내부 수색에 들어갔다.
.
.
잠시 뒤, 나머지 형사들이 이도훈이 안정을 되찾을 때까지 707호 거실에서 그를 지키고 있는 동안 701호 내부 수색을 끝마치고 온 고 형사와 김 형사는, 팀원들에게 아무런 특이사항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전했다.
그리고 이어서 이도훈이 완전히 이성을 되찾은 듯한 모습을 보이자, 형사들은 계속해서 그에게 질문을 이어갔다.
“자, 그럼 지금부터 다시 묻겠습니다. 대답 잘 하셔야 돼요- 비록 두 세대 내부 수색은 끝냈지만, 그래도 아직 의심을 완전히 벗은 건 아니니까 본인에 대한 의문이 완전히 해소될 때까지 성실히 답변하셔야 합니다. 아셨죠?”
팀장의 말에, 이도훈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곧바로 이어서 무 형사가 그를 향해 물었다.
“우선 박지우 씨와의 관계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얘기를 해주시죠. 2년 전쯤에 사건 의뢰를 하신 건 저희도 확인을 했습니다만···, 박지우 씨 거주지 비상연락망에 본인 이름이 올라가 있는 건 어떻게 된 거죠? 본인도 이 부분에 대해 알고 계셨습니까?”
“집까지 쫓아가서 몰래 올려놨던 거 아냐?!”
무 형사의 질문이 끝나자마자 최 형사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이도훈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러자, 팀장이 진정하고 가만히 있으라는 듯 그의 앞으로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이도훈이 말했다.
“그건··· 저도 알고 있었어요. 당시에는 몰랐는데, 헤어지고 나서 알게 됐었죠.”
“··· 헤어져요?! 누구랑요??” 김 형사가 놀라며 물었다.
“지우요.”
“박지우 씨랑 연인 관계였다는 말씀이세요?!”
“4년 전엔 그랬죠···”
이도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자, 형사들은 믿기 어렵다는 듯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 사실을 증명하실 수 있습니까?” 고 형사가 물었다.
“하··· 증명··· 예, 당연히 할 수 있죠.”
이도훈은 말을 마친 뒤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뒤적이기 시작하더니, 이어서 형사들에게 핸드폰 화면을 보여주었다.
“아니 이건···”
“박지우잖아?!”
이도훈의 맞은 편에 앉은 최 형사와 팀장이 핸드폰 화면 속 사진을 보고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그럼 저 물건들에 붙여져 있던 사진들도 다 본인과 함께 찍었던 사진들입니까?”
무 형사의 물음에, 이도훈은 잠깐 망설이다 대답했다.
“그건 아닙니다···”
“아니라고요? 그럼요?”
“그건···”
“박지우 씨 모르게 몰래 찍으셨나 보군요.” 이도훈이 말을 잇지 못하자, 고 형사가 말했다.
“그럼, 실례지만 언제 헤어지셨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계속해서 무 형사가 물었다.
“······”
이도훈이 또다시 대답이 없자, 최 형사가 답답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언성을 높여 말했다.
“이봐요. 이도훈 씨. 지금 본인이랑 이렇게 여유롭게 대화 나누고 있을 시간 없습니다! 빨리 본인 진술 확인하고 실종된 박지우 씨 찾으러 가야 한다고-! 당신도 빨리 박지우 씨를 찾길 바라는 거 아니에요?!”
최 형사의 말에, 이도훈은 어금니를 꽉 깨물며 두 눈을 질끈 감더니, 이내 무언가 결심한 듯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얼마 안 가서 헤어졌어요. 처음 사귈 당시에 지우가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를 갔었는데, 아마 그때 비상연락망에 제 이름을 올려놨나 보더군요. 사귄 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어요. 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선을 그으며 절 완강히 밀어냈거든요.”
“그럼 4년 전에 두 분이 만나셨다는 얘긴데, 2년 전에 사건을 의뢰한 계기는 뭐였습니까? 그사이에 계속 교류가 있으셨던 겁니까?” 무 형사가 물었다.
“아뇨. 그사이에 저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고, 그것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지우에 대해서는 거의 잊고 살았었습니다.”
“그런데요?”
“그런데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일이 꼬여버려 송사에 휘말리게 됐죠. 그때 수재에 법률 상담을 받으러 갔다가 우연히 지우를 다시 만나게 됐고요.”
“그럼 우연히 박지우 씨가 본인 사건에 배정됐던 거예요? 아니면 본인이 요구했던 거예요?” 김 형사가 물었다.
“처음 지우를 마주친 건 우연이었고요. 사건을 맡아달라고는 제가 요구했어요. 조금 알아보니 마침 지우가 그쪽에서는 아주 유명하더라고요. 물론 처음엔 지우가 거절했었죠. 그런데 제가 사심이 없다는 걸 어필하니 지우가 곧바로 승낙을 해줬어요. 사실······ 사실, 4년 전 당시에 어떤 감정이 깊게 남을 만큼 사귀지도 않았었거든요. 그땐 그냥 거의 스치듯 ···”
“음, 그렇군요. 그리고 이후에 사건은 잘 마무리됐었죠? 집행유예로? 애초에 집행유예가 목적이었고요. 수재에서 확인했습니다.”
김 형사의 말에, 이도훈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이어서 무 형사가 물었다.
“그때부터입니까? 집착이 시작된 게?”
“······ 집착은 아니고요. 1년 정도 되는 기간 동안 사건을 함께 하면서 유대관계가 굉장히 깊어졌고, 또 사건이 끝나고서도 계속해서 좋은 관계를 유지했어요. 어떻게 보면 사귈 때보다도 훨씬 더 서로를 잘 알게 됐던 거 같고요. 그래서 그냥···”
“과연 박지우 씨도 지금 본인 말에 모두 동의할까요?”
“아니, 그건···”
“박지우 씨가 본인을 담당 사건 의뢰인 이상으로 생각했던 적이 정말 한 번이라도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
이도훈이 대답이 없자, 이어서 고 형사가 그를 보며 물었다.
“그때부터 최근까지 계속 일방적으로 구애를 하셨던 겁니까? 그 와중에 이런 행동을 하셨고요.”
고 형사는 말을 하며 테이블 위에 놓인 박지우 얼굴 사진이 붙어 있는 손바닥만 한 인형을 가리켰다.
그러자, 이도훈은 아주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이도훈 씨. 아까 처음 문을 여셨을 때, 박지우 씨가 실종된 게 맞다는 제 말에 분명, ‘어쩐지’라고 말씀하신 거 같은데, 맞죠?”
무 형사의 질문에, 이도훈은 이번에도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왜 그러셨습니까? 혹시, 박지우 씨 신변에 무슨 문제가 생겼다는 걸 알고 계셨던 겁니까?”
“······”
“이봐요, 이도훈 씨. 왜 대답을 못 해요? 얼른 대답해보세요-!” 팀장이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재촉했다.
“··· 실종이라고 생각했던 건 아니고요. 뭔가 이상하다는 걸 알고는 있었어요···”
“뭘 어떻게 알고 있었던 겁니까? 뭐가 이상했다는 거죠?” 계속해서 무 형사가 물었다.
“그때 이후로 갑자기 지우가 보이지 않았으니까요··· 처음엔 그냥 어디 여행이라도 갔나 싶었는데, 꽤 오랜 기간 집에도 안 들어가는 거 같더라고요··· 그래서 혹시 무슨 일이 생겼나 생각도 했다가, 나중에는 그냥 지우가 제가 따라다닌 걸 눈치채고 일부러 피하는 줄 알았어요. 그래서 내가 너무 심했나 약간 걱정도 하면서, 한동안은 조금 거리를 두며 참고 있었고요···”
“그래서 우리가 전화했을 때 그렇게 끊어버렸던 거군요? 경찰이 전화를 걸어 박지우 씨에 대해 얘기하니, 따라다닌 걸 눈치챈 박지우 씨가 본인을 신고했다고 생각해서요.” 고 형사가 말했다.
“저는 당연히 지우가 그러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경찰이라면서 지우에 대해 얘기하니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역시 지우는 신고하지 않았을 거란 내 생각이 맞았네요··· 무슨 일이 생겼던 게 맞았어···”
“아니 잠시만요, 이도훈 씨. 박지우 씨가 보이지 않았다는 건 무슨 말씀이시죠? 혹시 박지우 씨를 쫓아다니셨던 겁니까?”
“그게··· 그냥 몇 번 잠깐 따라갔던 거예요···”
“미행했다는 말씀이십니까?”
“아니아니, 미행은 아니고요- 매일 그런 것도 아니고, 그냥 회사에서 나올 때나 집에서 나올 때나 뭐 가끔 기다렸다가 따라만 갔던 거예요. 난 아무 짓도 안 했다고요-!”
“그게 미행이잖···!”
뻔뻔스러운 이도훈의 말에 최 형사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언성을 높이려 들썩이자, 팀장이 곧바로 온몸으로 그를 저지하고 나섰다.
그리고 이어서, 무 형사가 다시 이도훈에게 물었다.
“자세히 좀 설명해주시겠어요? 박지우 씨가 갑자기 보이지 않았다는 게 정확히 어떤 걸 말씀하시는 겁니까? 어떤 상황이었던 거죠?”
“그게, 그날 갑자기 어떤 건물에 들어간 뒤로 사라져버렸어요. 한참을 기다려도 다시 나오는 걸 보지 못했습니다. 그때 이후로 계속 안 보였던 거고요···”
“혹시 그때가 정확히 언젭니까? 그 건물이 어디 있는지 기억하십니까?”
“건물 위치는 기억하고요. 잠시만요. 핸드폰에··· ··· 아- 그때가 한 달 전 화요일이었네요···”
“한 달 전 화요일이면······ 4일이요?!”
“맞아요.”
“4일?! 4일이면 박지우 차가 집에서 마지막으로 빠져나간 그 날이잖아?! 지금 CCTV 통합센터에서 어렵게 쫓고 있는 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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