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 마약 스캔들 (5)
[5]
“괜찮아요. 편하게 말씀하셔도 돼요. 여기 CCTV 없고, 지금 하시는 얘기 밖에 있는 교도관들한테 절대 안 들립니다. 아, 물론 저희는 이 구치소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그저 사건 수사를 위해 나온 사람들이니 안심하셔도 되고요.”
팀장의 말을 들은 수용자는 이내 조심스럽게 다시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 세 사람은··· 마찬가지로 제가 직접 부당한 대우를 받아본 적은 없지만, 얘기는 몇 번 들어봤습니다.”
“안 좋은 얘기를 말하는 거죠?”
“예, 맞습니다···”
“아까 말한 비위행위 같은?”
“그렇습니다.”
“예, 일단 알겠습니다. 나중에 또 여쭤볼 게 있으면 그때 다시 뵙는 걸로 하죠.”
팀장의 말이 끝나고, 곧이어 신문을 마친 1142번 수용자가 회의실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팀장은 형사들에게, 교도관에 대해 말하길 조심스러워하는 1142번 같은 수용자들은 어차피 모든 것을 얘기하지 않을 거라며, 굳이 더 붙잡아두고 물어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다음으로 곧장 교도관들을 불러 수용자들이 말한 비위행위들이 사실인지에 대한 여부를 파악한 뒤, 수사 속도를 좀 더 올리자고 팀원들에게 제안했다.
그러나, 고 형사가 곧바로 그의 제안을 완강히 반대하고 나섰다.
“지금 바로 교도관들을 불러서 이러이러한 비위행위들이 사실이냐고 물으면, 저희가 신문한 수용자들이 그런 말을 했다는 사실을 바로 알아챌 텐데, 어떻게 그럽니까?”
“그럼 어쩌자는 거야?!”
팀장이 고 형사를 보며 말했다.
그러자, 고 형사는 곧바로 대답하지 않고, 다소 격해지려던 감정을 애써 억누르며 다시 차분함을 유지하려는 듯, 목소리를 한 번 가다듬고는 천천히 대답했다.
“일단, 다른 수용자들을 불러서 진술을 더 들어보든 해야죠. 그래야 교도관들이 혹시라도 누가 어떤 말을 했는지 색출해내기 어렵지 않겠습니까?”
고 형사의 대답에, 팀장도 침착함을 유지하려는 듯 숨을 한 번 크게 들이마신 뒤 말했다.
“고 형사, 지금 우리가 그렇게 쟤네들 배려해 줄 때야? 잊지 마, 쟤네 그냥 보통의 선량한 시민들이 아니야. 범죄자라고. 그것도 사람 목숨 앗아간 중범죄자. 1077? 음주운전 하다 사고 내서 청소 노동자 한 명 사망하게 하고, 한 명 중태에 빠뜨린 애야. 두 가정을 그냥 풍비박산을 내버렸다고. 1098? 걔는 본인 의지로 주먹을 휘둘러서 처음 보는 사람을 때려죽인 애야. 뭐, 사람을 구하려다가 그랬다느니 뭐니는 처벌을 덜 받으려고 수작 부리는 본인 개인 주장일 뿐이고. 그냥 살인자라고. 그리고, 1142? 걔는 심지어 자기 어머니를 죽였어. 가난? 가난하다고 어머니를 죽이는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돼? 장애인 동생 오랫동안 돌봐왔고 치매 어머니가 인공호흡기로 생명을 겨우 유지하고 있다고 해서 그런 짓을 해?”
“저도 그 누구보다 저 수용자들의 범죄 혐의에 분노합니다. 저 사람들이 받을 수 있는 최대한 무거운 형벌을 받았으면 하고요.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그렇게 곧바로 교도관을 불러서 마치 수용자들이 본인들에 대해 그런 부정적인 내용을 일러바쳤다는 식으로 알리고 가버리면 저 사람들이 그 이후에 어떤 식으로든 불이익을 당할 게 불 보듯 뻔한데, 어떻게 그걸 그냥 무시하고 내버려 둡니까? 저 사람들이 우리가 가고 나서 구치소 생활을 멀쩡히 하겠어요? 그래도 저 사람들은 우리가 경찰이니 본인들 말을 객관적으로 들어줄 것으로 생각하고 우리를 믿고 솔직하게 말을 했을 텐데, 그렇게 행동하는 건 신뢰를 저버리는 일입니다.”
“수사 차원에서 불가피하게 벌어지는 부수적인 일들은 어쩔 수 없는 거야. 그건 너도 누구보다 잘 알잖아? 수사 이후에 벌어지는 문제들까지 하나하나 신경 쓰고 있을 겨를이 없다고 지금.”
“그래도 이건 너무 뻔히 예상이 가능한 일 아닙니까. 피할 수 있는 일이고요. 그리고 그 행동으로 인해 저 사람들이 받게 될 불이익은 그들이 지은 범죄랑 별개의 문제이잖습니까. 죄를 심판하는 건 우리 몫이 아닌데, 마치 저 사람들한테 우리가 벌을 주는 꼴이 되니, 저는 그렇게 못 하겠습니다.”
고 형사의 말이 끝나자, 팀장이 답답한 듯한 표정으로 다른 형사들을 보며 말했다.
“다른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은 이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우리가 수용자들 뒷일까지 고려를 해야 돼?”
두 눈을 크게 부릅뜨고 묻는 팀장의 질문에 누구 하나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있던 그때, 무 형사가 조심스럽게 먼저 입을 열었다.
“팀장님, 저희 어차피 다른 수용자들 불러서 물어볼 것들이 좀 있잖습니까? 예를 들면 뭐, 앞서 말한 교도관들의 비위행위랄지, 윤백호 씨의 평소 구치소 내 생활이라든지, 사건 발생 수용거실 수용자들의 평판이랄지, 혹은 마약에 대해 뭔가 얘기가 돌고 있었는지 하는 것들 말입니다. 그러니, 일단 다른 수용자들부터 불러서 그거에 대해 먼저 물어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수사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팀장님 말씀에 동의하지만, 고 형사 말대로 저희가 가고 난 뒤에 교도관들이 수용자들한테 불이익을 줘서, 만에 하나라도 일이 잘못돼 우리 수사 과정에서 생긴 잡음 때문에 수용자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는 말이 나오면, 결국 그것도 우리한테도 안 좋은 거 아닙니까?”
무 형사의 말이 끝나자, 팀장은 별다른 대답 없이 긴 한숨만 내쉬었다.
그리고 이어서 최 형사가 말했다.
“근데 저는 생각을 해보니까, 근본적으로 수용자들 말이 사실인지에 대해서 좀 의구심이 듭니다. 팀장님 말씀대로 쟤네가 선량한 시민들이 아니었다는 걸 생각하니, 말의 신빙성이 확 떨어져서요. 그래서 수용자들 진술을 듣는 게 물론 필요는 하겠지만, 아주 크게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수용자들은 교도관들의 통제를 받는 입장이니, 교도관의 행동 하나하나가 사실과는 다르게 모두 다 부정적으로 보일 수 있을 거고, 또 나름대로 그들에 대한 반발심도 많이 갖고 있었을 거라 생각됩니다. 근데 그런 상황에서 만약 수용자들이 악의적으로 거짓 문제를 만들어서 우리에게 진술한 거였고, 내막을 잘 모르는 우리가 수용자들 진술만 듣고 교도관들 행위를 문제 삼아서, 결국 그로 인해 교도관들이 뭐든 간에 불이익을 받게 된다면, 그건 수용자들이 원하는 대로 우리가 움직여주는 꼴이 되잖습니까? 마치 도구처럼요.”
“그렇지.”
최 형사의 말에 팀장은 고개를 여러 번 끄덕여 보였다.
한편, 최 형사의 말에 무 형사는 수용자들이 교도관들의 비위행위에 대해 말했던 것 대부분 진실이었다고 팀원들에게 말을 하려다가도, 그랬다간 지금 분위기상 근거 없이 수용자들 편을 들거나 헛소리나 떠들어대는 사람 취급을 받고, 그간 힘들게 쌓아온 신뢰를 잃어 앞으로 다른 사건을 수사할 때 주도적으로 참여하지 못할까 봐 우려해 차마 말을 꺼내지 않았다.
이어서, 형사들의 시선은 아직 의견을 말하지 않은 한 사람, 김 형사에게로 향했다.
이에, 그가 숨을 한번 크게 들이쉬더니 이윽고 말했다.
“저도 당연히 수용자들 편을 드는 건 아니고, 그들 말이 전부 다 거짓일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요. 근데 어쨌든 지금 상황에서 수용자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교도관들의 비위행위에 대해 말하고 있으니, 속는 셈 치고 다른 수용자들의 진술을 들어보는 것도 맞지 않아요? 아무리 수용자들일지라도 모두가 거짓말을 하지 않을 거니까, 최대한 많은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을 거 같고요. 게다가 무 형사 말대로 어차피 다른 물어볼 것들도 있고, 또 진짜 만에 하나 곧바로 교도관들을 불러서 비위행위를 확인했다가, 이후에 수용자들한테 어떤 식으로든 문제가 생겨버리면 우리한테 좋을 게 없을 것 같기도 하고요. 지금 이 상황에서 바로 교도관을 불러다가 비위행위에 대해 캐물으면, 당연히 그 방 수용자들을 의심하고 그에 대해 해코지하려고 하지 않겠어요? 교도관들 비위행위가 사실이든 거짓이든요.”
김 형사의 말이 끝나자, 팀장은 팔짱을 낀 채로 눈을 감고 천장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리고 잠시 뒤, 생각을 정리한 듯 눈을 뜨고는 팀원들을 향해 말했다.
“그래, 셋이 그렇게 말을 한다면 뭐, 좋아. 다른 수용자들을 더 불러서 얘기를 먼저 들어보는 걸로 하자고. 너희 말대로 나중에 뭔가 뒷말이 나와서 우리 팀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되는 건 내가 참을 수가 없으니. ··· 그럼 그 전에, 밥에 마약을 넣었을 가능성에 대해선 다들 어떻게 생각해? 가능한 거 같아? 만약 밥에 약을 탔을 가능성이 높으면, 다른 수용자들 불러서 얘기를 들어보기 전에, 소지부터 불러서 말을 들어봐야 할 거 아냐.”
팀장의 말에, 형사들은 저마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을 하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다, 가장 먼저 최 형사가 말했다.
“밥에 약을 탔으면 1098 말고 다른 수용자들도 문제가 있어야 했는데, 다들 너무 멀쩡하니까···”
“근데 또 밥에 약을 탔을 경우 말고는 마땅히 마약을 투약했을 것으로 의심될 만한 상황이 너무 없긴 하잖아요? 수용자들 셋 다 하나같이 말하길, 윤백호 씨가 이상했던 거 말고는 평소와 너무나도 똑같은 평범한 하루였다는데···” 김 형사가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구치소 생활에서 특별한 일이 있을 가능성이 뭐 얼마나 있겠어. 그러니 그 평범한 상황들 속에서 최대한 가능성을 의심해봐야지. 김 형사 말대로 지금으로선 가장 가능성이 큰 게 밥에 약을 탔을 거라는 가정이고.” 고 형사가 말했다.
“저는 생각도 못했던 면담 시간이라는 게 있었다길래, 거기서 뭔가 상황이 생긴 게 아니었나 싶었는데, 지금으로선 그럴 가능성도 현저히 낮아 보이네요···” 무 형사가 말했다.
팀원들의 말이 다 끝나자, 이어서 팀장이 턱을 쓸어 만지며 말했다.
“그래, 면담은 뭐, 그렇게 넘어가고. 고 형사 말대로 일상 속에서 그나마의 가능성을 의심해보면, 제일 가까운 곳에 있던 사람들이 가장 의심스럽기 마련인데··· 근데 1077이나 1142가 다 사실대로 말했다고 하니까, 그럼 일단 그 둘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 치면, 남은 사람은 윤백호인데··· 흠··· 윤백호···”
“누군가가 들여온 마약을 윤백호가 전달받아서 1098 밥에 싹 털어 넣었다면, 가장 말이 되죠. 본인이 그랬다는 증거도 하나도 안 남고요. 근데 물어볼 수가 없으니···” 최 형사가 말했다.
“근데 윤백호 씨가 왜 그랬겠습니까? 다들 특별한 원한 관계도 없는데, 굳이 그럴 이유가 없었을 거 같은데요.” 무 형사가 말했다.
“모르지. 윤백호에게 또 우리가 모르는 무슨 계획이 있었을지···” 팀장이 말했다.
“윤백호 씨에 관해서는 확인해 볼 수가 없으니, 일단 넘어가시죠, 팀장님. 아무리 고민해도 죽은 사람이 답을 할 수는 없잖습니까.” 고 형사가 말했다.
“그래, 뭐. 또 시간을 끌고 있을 순 없으니.”
“그럼··· 어쨌든 수용자들을 먼저 불러서 진술을 들어보기로 했으니, 팀장님 말씀대로 소지 먼저 불러서 물어보시죠. 꼭 밥과 관련된 게 아니더라도, 소지는 구치소 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니까, 뭔가 알고 있을 수도 있잖습니까.” 고 형사가 말했다.
“흠······ 좋아. 어차피 수용자들 불러야 되니까, 그럼 소지부터 먼저 불러서 확인을 한번 해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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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뒤, 강력 3팀 형사들은 팀장의 결정대로 다른 수용자들의 진술을 듣기로 하고, 그것에 대한 협조를 요청하기 위해 구치소장을 만나러 갔다.
이 과정에서 형사들은 구치소장과 그의 곁을 지키고 있는 교도관들에게, 본인들이 들은 그들의 비위행위에 관해 일절 이야기하지 않은 채, 빠른 상황 종료를 위해 사망 사건에 대한 추가조사 및 마약 투약 경위 수사에 대해 최대한 협조를 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구체적으로, 1162번 수용자 윤백호를 사망케 한 혐의를 받는 1098번 수용자에 관해 다른 수용자들로부터 진술을 들어보고, 또 마약과 관련해 형식적인 절차로서 몇몇 수용자들을 불러 조사하고자 한다며, 사건이 발생한 수용거실의 수용자들 외에, 세 명의 교도관의 관리를 주로 받는 주변의 다른 수용거실 수용자들과 무작위로 선별한 수용자들을 최대한 많이 회의실로 부를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추가로, 구치소 내에서 소지로 활동하는 수용자들을 최우선으로 신문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 모든 과정에서 형사들은, 교도관들이 뭔가 눈치를 채고 그들보다 먼저 행동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최대한 자신들의 의중을 감추려 노력함과 동시에, 구치소 관계자들에게 본인들의 모든 수사 행위의 목적이 오직 구치소 내 상황을 빠르게 종결시키는 데 있다는 것을 인식시키려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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