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약의 전말 (2)
조금 뒤, 팀장의 지시에 따라 팀원들이 막 움직이려고 하는 그때, 갑자기 고 형사의 핸드폰 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어-?! 이 번호는···”
곧장 전화를 받은 고 형사는 이후 심각한 표정으로 한참 동안 통화를 이어갔다.
그리고 잠시 뒤 전화를 끊은 그는 지체 없이 곧장 팀원들을 보며 말했다.
“의료과장인데요. 일단 구치소에 근무하는 다른 의무관들은 김현준 의무관의 혐의점과 관련해서 전혀 연관성을 보이지 않았다고 확신하듯 말하고요. 그런데, 그나마 김현준과 가장 가까운 한 의무관이 최근에 김현준으로부터 돈 때문에 힘들다는 얘기를 몇 번 들은 적이 있었다고 말했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말하길, 김현준 본가가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는데, 평소에 집보다 그곳에 더 자주 방문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도 했다네요. 그리고 의료과장이 김현준과 관련이 있을 법한 여러 곳에 연락을 취해 놨으니까 그밖에 다른 것들이 확인되면 또 연락을 준답니다.”
“그래?! 흠··· 돈 때문에 힘들었다···? 일단 범행 동기는 나중에 자세히 파악하는 걸로 하고. 남양주라 그랬지? 김 형사, 지금 당장 CCTV 통합관제센터에 연락해서, 여섯 시 이후에 여기서 출발해서 남양주로 넘어가는 시나리오까지 같이 한번 확인해봐달라고 요청해봐. 좋아··· 이 자식 이거 금방 잡힐 거 같은 예감이 딱 드는데?!”
[2]
강력 3팀 형사들은 팀장의 지시를 수행한 뒤, 곧장 의무관 거주지 인근 CCTV를 확인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주거 밀집 지역이기 때문에 한밤중에 CCTV를 확인하기 위해 협조요청을 하러 들어갈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을 것이란 형사들의 예상대로, 주변 건물들과 상가들 대부분은 불이 꺼져 있었고 거리엔 사람들도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형사들은 처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으로, 핸드폰 지도 앱을 열고 주변 편의점을 검색하여 그곳 CCTV들을 집중적으로 확인해보기로 했다.
잠시 뒤, 흩어져서 주변 편의점 CCTV를 확인하기 시작한 형사들은, 도로를 향하고 있는 편의점 내부 CCTV 영상들을 확인해 어렴풋이나마 의무관의 차량인 빨간색 경차가 지나가는 것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그러길 얼마 뒤, 기어코 의무관의 차량이 오피스텔 주차장을 빠져나와 곧장 교류 교류 2구역 쪽 고속도로 입구로 향했다는 사실을 밝혀낸 형사들은, 곧 다시 의무관의 주소지인 오피스텔 건물 앞으로 모여들었다. 어느덧 시간은 새벽 3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이윽고, 다시 한곳에 모인 형사들은 앞으로의 수사 방향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순간, 무 형사의 핸드폰으로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잠시 후 통화를 마친 무 형사가 팀원들을 향해 말했다.
“서에서 연락 왔는데요. 아까 저희가 본 김현준 차량 있잖습니까? 소유주 김현준 맞고, 주소도 이곳으로 되어있답니다. 연식을 보니 10년 정도 된 차량인데 중간에 구매한 것으로 보이고요. 그간 교통 범칙금은 하나도 부과된 게 없다고 하고, 그밖에 별다른 특이사항은 없답니다.”
“일단 대포차는 아닌 게 확실하네요.” 김 형사가 팔짱을 끼며 말했다.
“아, 그리고 핸드폰 위치추적도 됐는데, 마지막으로 신호가 잡힌 게 교류 2구역 외곽 쪽이랍니다.”
“2구역 외곽이라··· 그렇다면 고속도로를 타자마자 핸드폰을 껐거나 버렸다는 말이네. 그때 이미 목적지를 정한 상태였다는 거고.” 고 형사가 말했다.
“다급히 짐을 챙겨서 나온 뒤에 곧장 목적지를 정했다면, 평소 자주 가던 곳일 가능성이 크지 않겠습니까?”
무 형사의 말에, 이어서 최 형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본인 집보다 더 자주 간다던 본가가 있는 남양주로 간 건가?”
최 형사의 말이 끝나자, 팀장이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말했다.
“일단 섣불리 단정하지 말고, 다른 연락이 올 때까지 한번 기다려보자고. 확실히 방향을 정한 뒤에 출발해야 하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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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뒤, 형사들은 수배 차량 발견과 관련해서나 CCTV 통합관제센터로부터 연락이 오기 전까지 일단 서로 돌아가 재정비하며 기다리기로 했다.
그리고 얼마 뒤, 형사들의 차량이 막 교류경찰서에 도착했을 때, 이번엔 김 형사에게로 전화가 걸려왔다.
CCTV 통합관제센터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다.
통화에 의하면, 그들은 두 팀으로 나누어 CCTV를 추적하기 시작했는데, 한 팀은 오후 6시 이후 오피스텔에서 차량이 빠져나간 순간부터 순방향으로 추적했고, 다른 한 팀은 교류시에서 고속도로로 이동해 남양주시로 들어갔을 상황을 가정하여 도착 예상 시각 인근에 주변 IC 영상을 추적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결과, 도착 예상 시각에 남양주시로 들어가는 IC 영상을 추적한 팀에서 출발 약 1시간 후인 19시경에 김현준의 빨간색 경차가 IC를 지나가는 것을 확인하여, 곧장 형사들에게 연락을 해온 것이었다.
잠시 뒤, 내용을 모두 전해 들은 팀장은 불끈 쥔 주먹으로 허벅지를 내리치며 말했다.
“자, 관제센터에서 이후 상황 추적하는 대로 연락 준다고 했으니까, 일단 우리는 빨리 남양주로 가자고! 이 자식 이거 해 뜨기 전에 한 번 잡아보자!!”
[3]
연락을 받고 곧장 남양주로 향한 형사들은 지칠 법도 한 상황에서도 여전히 힘든 기색 하나 없이 또렷한 눈빛을 유지하고 있었다.
약 한 시간에 걸쳐 남양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형사들은 다시 한번 CCTV 통합관제센터로부터 연락을 받았는데, 그들은 의무관의 차량이 남양주 시내로 들어온 뒤 인적이 붐비는 한 편의점 앞에 멈춰 섰고, 차에서 내린 용의자가 편의점에서 담배 한 보루와 커피 두 병을 구매한 후에 다시 차량에 탑승하여 주변을 잠시 동안 배회한 후, 또다시 남양주시 외곽을 향해 한참을 내달렸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어서 차량은 작은 공장들이 몰려 있는 남양주 외곽의 인적이 드문 곳으로 접어들었는데, 이후 좁은 길을 따라서 한참 동안 들어갔고, 그 뒤에는 CCTV가 없는 길로 향했다고 말했다.
그때부터는 관제센터에서 확인할 수 있는 CCTV가 존재하지 않아 지도와 거리뷰를 확인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결과 그쪽 길 주변으로도 이전과 비슷하게 계속해서 작은 공장들이 있었고, 조금 더 들어간 뒤에 나타난 거리뷰의 마지막 화면에서는 풀숲 같은 곳으로 향하는 길이 두 갈래로 나뉘어 있었다고 말했다.
그 이후에는 위성지도로 길을 확인했는데, 풀숲으로 나 있는 두 갈래 길을 따라가면 공장이나 농장 혹은 축사로 보이는 건물들이 듬성 듬성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그리고 그들은 그곳에서 반대편으로 넘어가는 길은 없으므로 용의자의 차량이 다시 그곳을 빠져나오는지 계속해서 마지막 CCTV 영상을 확인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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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뒤, 관제센터와 통화를 마친 후로 얼마 안 가, 형사들의 차량 역시 의무관이 지나갔던 것으로 확인된 IC를 통과했다.
이어서, 운전대를 잡은 최 형사가 내비게이션에 찍힌 주소를 한번 쳐다본 뒤 조금 더 속력을 내며 조수석에 앉은 무 형사를 향해 말했다.
“그쪽 지도 확인해봤어?”
“예. 확인해보니까 관제센터 말대로 풀숲을 향해 두 갈래 길이 나 있는데요. 그 뒤로는 그냥 산으로 이어질 것 같이 생겼는데, 놀랍게도 위성지도를 보니까 그 뒤로도 정말 공장 건물이랑 축사 같은 걸로 보이는 건물들이 존재합니다.”
“이야- 이거 밤에 가면 아무것도 안 보이겠는데요?!”
뒷자리에 앉아 마찬가지로 지도를 확인하던 김 형사가 팀장에게 핸드폰 화면을 보여주며 말했다.
“장비들 다 있고, 우리 차 헤드라이트가 저렇게 크게 달려있는데, 뭐가 문제야?” 팀장이 말했다.
“의무관 차가 다시 그 길로 빠져나왔다는 말은 아직 없다 이거지···” 고 형사가 장비를 확인하며 혼잣말하듯 말했다.
“지원요청은 안 해도 될까요, 팀장님?” 김 형사가 팀장을 보며 물었다.
“야, 의무관 그 자식 못 봤냐? 그냥 바람만 불어도 쓰러질 거 같이 생겼잖아.” 최 형사가 룸미러를 통해 뒷좌석에 앉은 김 형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고작 한 놈 잡는데 지원은 무슨. 진짜 거기 있기만 하면 잡는 건 시간문제야.” 팀장이 팔짱을 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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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뒤, 인적이 드문 어둡고 좁은 길을 따라 한참을 내달린 형사들의 차량이 점점 더 산을 향해 들어가고 있을 때, 내비게이션에서 전방 100미터 앞에 목적지가 있다고 알려왔다.
형사들은 이동하는 내내 의무관의 차량이 있는지 확인하려 계속해서 주변을 살폈다.
이윽고 형사들의 차량이 목적지에 도착하자, 관제센터에서 들은 것처럼 정말 그들 앞에 어렴풋이 나 있는 두 갈래의 숲길이 나타났다.
“어디로 갑니까···?” 최 형사가 팀장을 향해 물었다.
“흠··· 왼쪽 방향에 뭐가 더 없다고 했지?”
“예, 왼쪽 길이 더 길고, 건물이 더 없다고 했었습니다.” 무 형사가 답했다.
“좋아, 왼쪽으로 가. 여기까지 들어와 숨은 거면, 조금이라도 더 인적이 드문 곳에 숨어있지 않겠어?”
팀장의 말에, 최 형사는 곧장 왼쪽 숲길을 향해 핸들을 돌렸다.
곧이어 차량이 숲길로 들어서자, 풀과 나무들에 시야가 가려서인지 주변이 더욱 어둡게 느껴졌다.
이어서 모두가 숨죽인 채 희미하게 나 있는 길을 따라 몇 분간 더 이동했을 때, 무 형사가 갑자기 무언가 발견한 듯 팀원들을 향해 소리쳤다.
“저 멀리서 어렴풋이 차량 몇 대가 세워져 있는 게 보입니다!”
그의 말에, 뒷자리에 앉은 팀원들이 얼른 고개를 내밀어 앞을 바라봤다.
“어?! 진짜네? 최 형사! 하이빔!”
팀장의 말에 그제야 최 형사가 차량의 상향등을 켜자, 조금 더 본격적으로 형사들의 눈앞에 주차되어있는 차량들이 모습이 나타났다.
그런데 그때, 이번엔 김 형사가 무언가 발견한 듯 갑자기 소리쳤다.
“어?! 저거 CCTV 아니에요?!”
갑작스런 김 형사의 발언에, 팀원들은 모두 서둘러 그가 가리키는 곳을 쳐다봤다.
그러자, 그곳엔 주변과 전혀 어울리지 않게 가로등처럼 기다란 무언가가 세워져 있었고, 그 끝에선 선명한 빨간색 불빛이 깜빡이고 있었다.
그것을 유심히 쳐다본 팀장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아니, 저게 저런 곳에 왜 있는 거야?”
이어서 최 형사도 다른 이들이 발견한 것을 보려는 듯 차량을 멈춰 세우자, 고 형사가 곧장 그를 보며 말했다.
“일단 계속 들어가, 최 형사.”
“아, 예.”
고 형사의 말에, 최 형사가 다시 앞을 보며 엑셀을 전개하여 차량을 움직이려던 그때, 갑자기 저 멀리서 선명한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오직 형사들 차량의 헤드라이트만 빛을 내뿜고 있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갑작스럽게 나타난 그 불빛은 형사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어?! 갑자기 불빛이 나타났습니다!!” 최 형사가 앞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저게 뭐야?!” 불빛에 놀란 팀장이 몸을 앞으로 가져가며 말했다.
그때,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듯한 고 형사가 갑자기 최 형사를 향해 외쳤다.
“최 형사! 얼른 저쪽으로 냅다 밟아!!!”
고 형사의 말에, 최 형사가 얼른 속도를 높여 불빛이 있는 방향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굉음을 내며 속도를 높인 형사들의 차량은, 곧이어 그들이 보았던, 차들이 주차되어있던 곳을 빠른 속도로 지나, 경사진 언덕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얼마 안 가, 그들의 차량은 곧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만큼 불빛과 가까워졌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무 형사가 무언가 발견하고는 팀원들을 향해 소리쳤다.
“사, 사람들이 보입니다!!”
“사람들?!!”
“뭐, 뭐야 저 사람들은?!!!”
“아니 지금 저게 무슨 상황이야?!”
“저, 저 사람들 뭐 하는 거지?!!”
전혀 예상치 못하게 그들 앞에 펼쳐진 장면에, 형사들은 두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마침내 불빛과 가까워진 그들 앞에 창고 같은 거대한 건물이 형체를 드러냈는데, 그곳에 달린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법한 작은 문에서 불빛과 함께 사람들이 물밀 듯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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