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말 (3)
“빨리 핸드폰부터 확인해보시죠. 분위기 보니까 뭐라도 못 찾아내면 아주 큰 일 날 것 같은데···”
고 형사의 말에, 나머지 형사들도 다시 자리에 앉아 핸드폰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통화 목록을 들여다봐도 스팸 번호인 것처럼 보이는 번호 몇 개 외에는 개인 핸드폰 번호랄 것이 전혀 보이지 않았고, 다른 곳에도 특별히 정보가 될 만한 것이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러자, 고 형사가 핸드폰을 가져가 만지작거리더니, 이내 눈을 찡그리며 핸드폰을 들여다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뭐야, 왜?” 팀장이 그런 그를 보며 말했다.
“하··· 이거 최초 통화일이 불과 3일 전이네요···” 고 형사가 대답했다.
“그게 무슨 뜻이야?”
“말 그대로, 이 핸드폰으로 처음 통화를 한 날짜가 3일 전이라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이 핸드폰이 사용된 지 고작 3일밖에 안 됐다는 거예요.”
“아니, 3일이면 이미 우리 수사도 거의 다 끝나갔을 땐데···! 하···” 최 형사가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려치며 한숨 섞인 투로 말했다.
“··· 그래도 여기 나와 있는 이 번호들이라도 한번 조회해보죠? 그리고 뭐, 포렌식도 맡기···”
무 형사가 인상을 쓰며 고개를 푹 떨구는 팀원들을 보며 말을 하던 그 순간, 갑자기 그의 핸드폰 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이에, 말을 하다 말고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전화를 받은 그는, 잠시 뒤 통화가 끝났음에도 다시 자리로 돌아오지 않고 한참 동안 제자리에 서 있다가, 이내 천천히 뒤를 돌아 팀원들을 보며 말했다.
“주, 죽었답니다···”
“주, 죽어?? 둘 중 누가···?!”
팀장이 눈이 휘둥그레지며 물었다.
“아이, 당연히 용의자겠죠. 맞지···?” 고 형사가 무 형사의 표정을 살피며 말했다.
그러자, 무 형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용의자 최민혁이 사망했답니다.”
“아- 놀래라-! 당연히 용의자 얘긴 줄 알았는데 갑자기 팀장님이 둘 중 누구냐고 하시길래 난 또 혹시나 김 형사가 잘못됐나 했네. 휴···” 최 형사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마냥 안심할 때가 아냐. 가장 중요한 단서가 사라졌으니···” 고 형사가 팔짱을 끼며 말했다.
“단서가 사라진 것도 문제지만, 또 서장님이 오셔서 수사 접으라고 할까 봐 그게 제일 걱정이네요···” 무 형사가 말했다.
“그래도 계속 용의자 주변을 파보긴 해야겠죠? 사회복귀과장이랑 프리랜서 남자랑 의무관까지 엮여있는 일이니까요.” 최 형사가 팀장을 보며 말했다.
“흠······”
“파봐야죠. 단독 범행이라면 모르겠지만, 만약 그 용의자 뒤에 더 큰 누군가가 있는 거라면 용의자가 사망함으로 인해 우리가 사건을 접는 게 그들이 가장 원하는 상황 아니겠습니까? 당연히 저는 단독 범행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고요.” 고 형사가 고민하는 듯한 팀장을 보며 말했다.
“저도 고 형사랑 생각이 같습니다. 그리고 아까 가족들 말 들으셨잖습니까. 그 청년이라는 용의자가 갑자기 어디서 현금 5억이란 돈이 생겨서 그걸 윤백호 씨 죽이는 데 사용했겠어요? 오늘 주머니에 갖고 있던 현금도 고작 만 몇천 원이었습니다.” 무 형사도 팀장을 보며 말했다.
“··· 그래, 고 형사 말처럼 누군가 뒤에 있다면 지금 이 상황을 아주 반가워하겠지. 아니, 이 새끼들은 죽으면 모든 게 다 끝나는 줄 안다니까?! 이 자식들··· 끝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자고. 우리가 어떻게 수사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이렇게 끝낼 순 없잖아!”
팀장이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소리 높여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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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뒤, 용의자의 핸드폰에 남아 있던 번호들을 기록해둔 다음 곧장 포렌식을 맡긴 형사들은, 이어서 번호들을 하나씩 추적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혹시나 스팸 번호로 위장한 연락처일지도 모른다는 무 형사의 주장과는 달리, 허무하게도 남아 있던 모든 번호들이 전부 인터넷과 스팸 번호 차단 어플에서 이미 여러 번 검색되었던, 말 그대로 스팸 번호들이었다.
그럼에도 형사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통신사에 용의자가 사용하던 핸드폰 번호와 그의 명의로 개통된 다른 회선에 대한 조회를 요청할 때 해당 번호들도 함께 조회해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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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이어질 수사 방향에 대해 논의하던 형사들은 CCTV를 역추적하여 용의자 최민혁의 동선을 파악한 뒤, 그의 거주지를 수색하여 단서를 찾아내기로 했다.
많은 수사에서 거주지를 통해 범행 증거들을 다량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가족들로부터 용의자가 그들과 줄곧 카톡으로 연락을 해왔었다는 말을 들어 그가 연락을 위해 사용해온, 주요 단서가 될지도 모를 핸드폰이 거주지에 있을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28]
사설 CCTV와 도로정보수집용 및 방범용 CCTV를 모두 확인해 카페 FAB에서부터 용의자의 동선을 역추적해간 형사들은, 자정이 지나 다음날 동이 트기 직전까지 수사를 이어간 끝에, 마침내 남자의 거주지 추정되는 곳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후, 너무나도 고된 일정에 지친 형사들은 잠깐의 수면만 취한 뒤, 오전에 다시 용의자의 거주지로 보이는 장소 앞으로 모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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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시간 뒤, 형사들이 도착한 해당 장소는 산업 단지가 있는 교류 5구역의 외곽지역이었는데, 그들이 찾은 용의자 거주지로 추정되는 건물 3층부터 5층까지는 고시원으로 사용되고 있었고, 형사들은 바로 그곳에 용의자가 거주했을 것으로 보고 있었다.
잠시 뒤, 건물 안으로 들어선 형사들은 곧 3층에서 고령의 고시원 관리인과 만날 수 있었는데, 그들은 곧바로 그에게 용의자의 이름을 말하며 이런 사람이 이곳에 살고 있었는지 확인을 부탁했다.
그런데, 이후 관리인이 거주자 명부를 한참 동안 뒤져봐도, 최민혁이라는 이름의 거주자는 찾을 수 없었다.
“그럼 잠시만요. 사진 보여드릴게요. ······ 여기요. 혹시 이런 사람 보신 적 없습니까?”
무 형사가 관리인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물었다.
그러자 그는 얼굴을 알아보는 듯한 반응을 보이며 말했다.
“아-! 이 청년? 잘 알지! 어제 나가는 거 봤는데?”
“여기 사는 게 맞습니까?!”
“맞아요. 한 열흘인가 2주인가 전에 들어왔었지. 잠시만, 어디 보자··· 아, 여기 있네. 근데 이 친구, 이름을 최민혁이 아니라 김민재로 써놨는데···?”
관리인이 형사들에게 거주자 명부를 보여주며 말했다.
“혹시 이 사람이 쓰던 방을 좀 볼 수 있을까요?”
무 형사의 질문에 관리인은 곤란해했지만, 형사들이 상황을 설명하자 그는 곧장 문을 열어주겠다고 말하며 형사들을 방 앞으로 안내했다.
잠시 뒤, 용의자가 거주했다던 방 앞에 도착하자, 관리인이 형사들을 보며 말했다.
“근데 이 청년, 좀 이상했어.”
“뭐가 이상했습니까?”
“들어오고 처음 며칠 간은 매일 같이 나가더니, 최근 한 닷샌가 일주일 정도 동안은 코빼기도 보이질 않더라고. 그래서 무슨 일이 있나 싶어서 내가 확인해보러 방에 가봐야 하나 생각했다니까? 보통 여기 사는 청년들은 대부분 공단으로 출퇴근을 하니까 매일 같이 밖으로 나가거든. 내 자리에서 보면 나가는 것도 다 보여. 근데 공단에서 일한다던 이 청년이 잘 나가다가 갑자기 며칠 동안 보이질 않으니 걱정이 안 돼? 그랬는데, 어제 갑자기 밖으로 나가더라고. 그 며칠 동안 안에 처박혀 있었던 거지. 도대체 며칠간 그 안에서 뭘 먹고 살았는지···”
말을 마친 관리인은 곧 열쇠를 이용해 잠긴 방문을 열어주었다.
그 방은 흔히 생각할 수 있는 화장실 딸린 고시원과 전혀 다를 바 없던 터라, 성인 남성 혼자 들어가서 수색하기에도 충분했다.
방 안에는 며칠간 밖으로 나오지 않고 머물면서 먹은 것으로 추정되는 참치캔과 즉석밥, 인스턴트 죽 용기 등이 책상 위에 널브러져 있었고, 조그마한 냉장고 안에는 생수 몇 개만 들어 있었다.
“저것 좀 보세요. 이런 데 살면서 저렇게 먹는 애가 살인 청부에 5억을 쓴다? 진짜 말 안 되네요···” 최 형사가 문 앞에서 그것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무 형사, 뭐 좀 없어?”
팀장이 홀로 들어가 수색하고 있는 무 형사를 보며 말했다.
“예, 보시는 것처럼, 뭐 딱히 숨겨둘 데도 없네요···”
무 형사가 이곳저곳을 뒤져보며 대답했다.
그런데 그 순간,
좀처럼 울리지 않는 팀장의 핸드폰 벨이 갑자기 울리기 시작했다.
“아-, 바쁠 땐 전화하지 말라니까.”
당연히 가족이라고 생각한 팀장은 궁시렁대며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그런데, 핸드폰에 표시된 발신자는 가족이 아니라, 다름 아닌 교류경찰서장이었다.
이어서, 황급히 구석으로 달려가서는 실제로 서장과 마주 보고 대화하는 것처럼 바짝 긴장한 상태로 통화를 이어가던 팀장은, 한참 뒤에야 전화를 끊고 팀원들에게 다가와 말했다.
“하··· 이런 씨X···”
“왜 그러세요, 팀장님?!” 최 형사가 물었다.
“접으랜다.”
“뭘 접어요??”
“수사!! 서장님이 사망한 최민혁 관련해선 더 파고들지 말고 접으래!”
“팀장님, 아니 그래도 이렇게···”
“아 접으래!! 나도 다 얘기했어! 단순히 혼자 범행을 저지른 게 아니고, 이 사람이 구치소 사회복귀과장이랑 의무관한테 접근해서 다 지시한 거다, 그리고 이 사람이 진짜 몸통이 아니라 뒤에 누가 더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 얘기했다고!”
팀장이 최 형사의 말을 끊으며 흥분한 듯 말하자, 이어서 고 형사가 그에게 말했다.
“그런데도 그만하라고 한 이유가 있습니까? 아무리 서장님이지만, 그 정도로 얘기하면 그래도 고려는 해보실 거 같은데요.”
“서장님이 용의자가 사망한 걸 벌써 어떻게 아셨겠냐? 위에서 또 연락 왔댄다.”
“위에서요? 청장님이요?”
“그래! 대 교류경찰청장님께서 친히 연락하셔서 용의자 사망했으니 빨리 마무리 지으라고 하셨댄다. 어휴-!!!”
“지금 이렇게 접으면 그 뒤에 숨은 놈이 또 언제 어디서 이번이랑 유사한 사건을 저지를지 모르는 거 아닙니까- 어떻게 이렇게 그만둡니까?” 무 형사가 팀장을 보며 말했다.
“하··· 그 인터넷에 퍼진 영상 때문에 경찰의 과잉진압이라는 비난 여론이 너무 거세져서 뭐 어쩔 수가 없댄다. 또 시장님이 직접 뭐라고 했나 봐. 낸들 그만두고 싶겠냐?”
“아니, 시장님이 이래라저래라 하는 건 직권남용인데, 왜 계속···”
“야, 교류경찰청장 자리가 손꼽히는 요직인데, 거기까지 간 사람이 굳이 지금 경찰청장 출신 시장 말 거역해서 여론 안 좋은 사건 억지로 수사한다고 좋을 게 뭐가 있겠냐? 안 그래도 정치경찰이라는 소문이 파다한데. 게다가 완전히 피의자로 전환되기도 전에, 아니, 피의자가 사망했어도 뭐 엄연히 따지면 부당한 지시라고 할 수도 없잖아. 으휴-”
팀장이 최 형사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그러자, 고 형사가 팀장을 보며 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일단 그만하겠다고 하고, 하던 데까지는 그대로 해보죠···?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요.”
고 형사의 말을 들은 팀장은 눈을 질끈 감더니, 이내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말했다.
“이런 얘기도 나올 줄 알았는지, 혹시라도 몰래 수사하다가 걸리면 바로 중징계 때려버릴 거래. 지금도 이미 그 영상 찍힌 거 때매 징계를 내리니 마니 하고 있으시댄다. 하··· 그리고 내가 좀 대들었더니,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오면 구치소 관련한 것들도 아예 그냥 다른 팀으로 다 넘겨버리겠대. 이미 청장님이 본청 광수대로 넘기자고 한 걸 자기가 겨우 막아놨다나 뭐라나···”
[29]
도저히 저항하기 힘들 정도로 강하게 들어온 압박에, 강력 3팀 형사들은 어쩔 수 없이 이 사건의 유력한 단서인 사망한 최민혁에 대한 수사를 중단했다.
그러나, 무 형사는 속으로 반드시 혼자서라도 끝까지 그를 추적해 뒤에 누가 있는지 밝혀내고 말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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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강력 3팀 형사들은 현재 형사 1팀이 한창 수사 중인 불법 도박장 사건에 합류하기 전에, 우선 경기 북부 구치소에서 그들이 확인한 여러 가지 불법 행위들에 관해 법무부와 협조해 본격적으로 더 자세히 조사하여 마무리 짓기로 하고, 다시 경기 북부 구치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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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뒤, 형사들의 차량이 경기 북부 구치소에 거의 다다랐을 때쯤, 갑자기 뒷좌석에 앉은 고 형사가 옆에 앉은 팀장에게 핸드폰을 보여주며 말했다.
“팀장님, 이것 좀 보세요.”
“이게 뭐야?”
“용의자랑 대치하는 상황에서 찍힌 영상 때문에 지금 난리잖습니까. 근데 이런 기사가 났네요.”
“욕먹는 기사는 이제 더 안 봐도 될 거 같은데···. ··· ··· 어? 욕이 아니네?”
“어떻게 알았는지, 사건에 대해서 꽤 자세하게 써놨어요. 용의자가 어떤 일을 저질렀는지, 저 대치상황 당시 김 형사를 어떻게 만들어놓고 도망친 상태였는지까지요.”
“그래??! 이 사람이 그걸 어떻게 알고 써? 봐봐, 누가 쓴 거야?”
“잠시만요··· 어? 이 사람···”
“누군데 그래? ··· ··· 어?! 고연일보 차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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