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로펌 변호사 실종사건 (1)
[1]
오후 6시, 강도 상해 사건 수사를 끝내고 퇴근한 무 형사는 서둘러 택시를 잡아타고 경기도 파주시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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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뒤, 한 오래된 주택가에 도착한 무 형사는 핸드폰 지도를 이리저리 살피며 길을 찾더니, 이내 목적지로 보이는 낡은 빌라 건물을 발견하고는 그곳으로 들어갔다.
이어서, 엘리베이터 없는 건물 3층 계단을 올라, 한 세대의 대문 앞에 선 그는 숨을 한번 크게 들이마신 뒤 벨을 눌렀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누군가가 문을 열고 나왔다.
“아이고, 먼 길 오셨네- 얼른 들어와요.”
한 고령의 노인이 무 형사를 반갑게 맞이하며 말했다.
“아, 예 어르신.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집 안으로 들어서자, 그곳은 못 해도 2~30년은 족히 된 것 같은 아주 오래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고, 마치 과거에서부터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좁은 거실에는 공간의 대부분을 차지할 만큼 긴 테이블이 놓여 있었는데, 그 위에는 익숙한 얼굴이 담긴 사진들이 많이 놓여 있었다.
그 사진 속 인물은 다름 아닌 윤백호였다.
용의자 최민혁이 사망한 이후, 구치소 부패행위를 수사하는 바쁜 과정에서 시간을 내 윤백호의 장례식에 찾아갔던 무 형사는, 그곳에서 고령의 윤백호 어머니를 만나게 됐었는데, 그때 그로부터 나중에 집으로 꼭 한 번 와주었으면 한다는 부탁을 받고 찾아오게 된 것이었다.
집으로 초대한 자세한 영문은 여전히 알지 못한 채 약속을 지키고자, 그리고 혹시라도 용의자가 윤백호의 살인을 사주한 이유와 관련된 단서를 찾을 수 있을까 싶어, 사전에 연락한 뒤 윤백호 어머니의 집으로 찾아온 무 형사는, 막상 찾아오긴 했지만 다소 낯선 상황에 몸 둘 바를 모르며 쭈뼛거렸다.
그러자 윤백호 어머니는 무 형사를 부엌으로 안내했는데, 그곳에는 방금 만든 것으로 보이는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이 정성스럽게 차려져 있었다.
약간은 부담스러운 듯한 표정을 지으며 머뭇거리던 무 형사는 계속해서 식사를 권하는 윤백호 어머니의 제안을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의자에 앉아 숟가락을 들었다.
이어서, 무 형사가 식사를 하는 동안 윤백호 어머니는 아들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는데, 아주 늦은 나이에 얻은 귀한 외동아들이던 윤백호는 고령에도 일용직 일을 나가던 아버지가 다리를 다쳐 실직한 후 지병으로 인해 사망하기 전까지 수년간 홀로 병원비를 벌어 모든 비용을 부담했었고, 이후엔 어머니가 지병을 앓게 되어 병원비를 벌기 위해 하루도 쉬지 않고 일을 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윤백호 어머니는 본인 아들이 깡패였다고 하고 사람을 죽였다고 하는데, 본인이 알고 있는 아들은 절대 그럴 리가 없고, 아직도 그 말을 전혀 믿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아들이 억울하게 누명을 쓴 것이며 아들의 죽음도 그것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어, 윤백호가 살인사건에 연루되기 전에 꼭 이루고 싶은 새로운 꿈이 생겼다며 경찰이 되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었는데, 그때 닮고 싶은 형사님이 있다고 말했던 게 무 형사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아들 윤백호가 그를 굉장히 가깝게 생각했었다고 말하면서, 구치소에서 본인에게 마지막으로 보낸 편지 끝부분에 무 형사의 이름이 적혀 있었던 건 자신이 억울함을 풀어줄 거라 믿었기 때문이 아니겠냐며, 아들이 평소 아끼던 소지품과 사용하던 물건들이 이곳에 많이 있으니 도움이 된다면 뭐든 가져가서 아들의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간절하게 말했다.
무 형사는 윤백호가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그를 각별하게 생각했다는 것에 다소 의아함을 느끼면서도, 죽은 아들의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간곡히 부탁하는 윤백호 어머니의 말에 약간은 부담을 느끼는 듯했다. 일단은 윤백호가 제이크 밀러를 살해한 범인이라는 사실은 틀림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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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뒤, 무 형사는 윤백호 어머니가 가져다준 윤백호의 유품들과 그가 구치소에서 어머니께 보낸 편지들을 한참 동안 살펴보았다.
접견을 한사코 못 오게 했다던 윤백호는 그 대신 어머니께 몇 통의 편지를 보냈었는데, 모두 평범하게 안부를 묻는 내용이어서 특별할 것은 없었고, 유품들도 대부분 별다른 특이사항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 방에 들어갔던 윤백호 어머니가 무언가를 두 손으로 꼭 쥐고는 무 형사에게 다가와 말했다.
“그리고··· 이것도 좀 보세요. 아무래도 좀 이상해···”
“이게 뭡니까···?”
“백호가 구치소 들어가고 나서 알려준 통장이에요.”
“통장이요? 근데 이게 왜···”
“우리 아들이 성실하게 살았다는 건 알지만, 그렇게 번 돈을 지 아비 어미 병원비로 죄다 갖다 써버려서 분명 남아있는 게 없었을 거거든요. 근데 여기. 이렇게 큰돈이 있었어요.”
“일, 십, 백, 천··· ··· 7천만 원이네요?!”
“그러니까, 어떻게 얘가 7천만 원이나 이렇게 가지고 있냐고요. 그리고 이걸 왜 그런 장롱 깊숙한 데다가 꼭꼭 숨겨놨었냐고. 좀 이상해···”
“오랫동안 쉬는 날 없이 일했다고 말씀하셨는데, 이 정도 돈을 모았을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내가 병 앓고 난 다음에 빚까지 졌었어요. 그러니까 이게 이게, 가짜가 아니고서는 말이 안 돼··· 아무래도 말이 안 돼···”
“이 통장이 진짜인지 확인은 아직 안 해보셨고요?”
“네, 확인은 안 해봤어요.”
“흠··· 예, 일단은 알겠습니다.”
그런데, 대답을 한 뒤 이어서 다시 유품이 든 바구니를 들여다본 무 형사의 눈에 이전까진 띄지 않았던 캐릭터 그림이 그려져 있는 포토카드 같은 것이 보였다.
물건들이 담겨있던 바구니 맨 아래 바닥 구석에 놓여 있던 그 카드는 무심코 보면 종이로 된 평범한 카드처럼 보여 그냥 지나칠법하지만, 자세히 보면 포토카드라기엔 꽤 두께가 있어 보였다.
“어···? 뭐야. ··· 이거 USB잖아?!”
카드를 집어 든 무 형사가 이리저리 살피더니 말했다.
“유에스비요?”
“여기 자세히 보시면, 이렇게. 컴퓨터에 연결할 수 있는 장치가 달려있어요.”
무 형사가 윤백호 어머니께 설명해 보이며 말했다.
“어머니, 혹시 집에 컴퓨터 있으십니까?”
“우리 집에 콤퓨타는 없어요. 백호가 쓰던 노드북인가 하는 게 있었는데, 근데 그게 어디 갔는지를 통 모르겠네요. 맨날 들고 다니던 가방도 없는 걸 보면, 그 가방이랑 같이 어디 내가 모르는 데 있나 봐요···”
“아, 그럼 제가 이거 가져가서 확인한 후에 다시 돌려드려도 되겠습니까?”
“그래요, 도움 될 만한 것들은 뭐든 다 가져가요. 그리고 제발, 우리 아들 억울함 좀 풀어줘요···”
“제가 뭔가를 확실히 약속드릴 순 없지만, 할 수 있는 만큼 한번 노력은 해보겠습니다,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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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뒤, 윤백호의 유품 몇 가지를 챙겨 집에서 나온 무 형사는 윤백호 어머니의 말이 마음에 걸리는 듯, 곧바로 택시를 잡아타지 않고 주변을 정처 없이 걸으며 윤백호의 살인부터 시작해 그가 죽게 된 이유에 대해 혹시 놓친 게 없는지 조금 다른 관점으로 생각해보려 노력했다.
그런데 그 순간, 정적을 깨고 무 형사의 핸드폰 벨이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이어서 전화를 받은 그는 심각한 표정으로 한참 동안 통화를 이어가다, 잠시 뒤 전화를 끊고는 곧바로 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2]
비슷한 시각 교류경찰서 강력 3팀 사무실, 각자 개인적인 이유로 아직까지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남아 있던 팀장과 고 형사는 함께 테이블에 둘러앉아 짜장면을 먹고 있었다.
“아니 근데, 지난번에 그 WQ호텔 마약 사건 있었을 때쯤 교류청에 마약수사대 신설된다는 얘기가 본격적으로 나오고 있다고 했잖아? 왜 아직 아무 말이 없어?”
팀장이 고 형사를 보며 말했다.
“아, 못 들으셨습니까? 그거 전면 재검토랍니다. 사실상 취소라고 봐야죠.”
“뭐? 갑자기 왜?”
“시장님이 마약수사대가 있다는 건 그곳에서 마약범죄가 많이 발생한다는 걸 뜻하니까, 우리 시 이미지에 안 좋다고 극구 반대하고 나섰답니다.”
“엥?! 아니, 본인이 마약 사건 많아지니까 분노해서 마수대(마약수사대) 만들자고 추진한 거 아니었어?!”
“맞습니다. 이전부터 본청 내부적으론 마수대 신설돼야 한다는 의견이 스멀스멀 나오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본인이 새롭게 낸 아이디어인 것처럼 추진했었죠.”
“참나. 알다가도 모르겠다니까. 아니, 추진하기 전에는 그런 생각을 못 했다는 거야?! 하- 참.”
그런데 그때, 팀장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 ··· ··· 뭐?! 알았어. 나랑 고 형사는 사무실에 있으니까, 너도 바로 들어와. 최 형사한테도 연락하고-!”
“무슨 일이에요?”
전화를 끊은 그에게 고 형사가 물었다.
“무 형산데, 그때 그 교류대학병원에서 무 형사가 만났던 의사 있잖아? 그 의사한테서 전화가 왔대.”
“뭐 때문에요?”
“자기 변호사 친구가 실종된 게 확실한 거 같다고.”
“예?!”
[3]
잠시 뒤 오후 10시 30분경, 교류경찰서 강력 3팀 사무실에 원래부터 남아 있었던 팀장과 고 형사를 비롯해 파주에서 택시를 타고 곧장 달려온 무 형사, 연락을 받고 집에서 자다가 허겁지겁 달려온 최 형사, 그리고 마지막으로 무 형사에게 충격적인 소식을 알리자마자 곧장 교류서로 달려온 교류대학병원 소아과 의사 김유나까지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자, 이제 처음부터 자세히 좀 얘기해봐요.”
팀장이 김유나를 보며 말했다.
“일단, 그때 병원에서 형사님 만나 뵙고 나서 한 일주일 정도 더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 친구 연락을 기다렸어요. 사람들이 전부 지우가 성인이고 게다가 변호사인데 걱정할 게 뭐가 있냐고, 그냥 정신없어서 연락을 못 하는 걸 거라고 말하길래 제가 너무 호들갑이었던 건가 해서요. 그리고 정말 단순히 바빠서 연락이 없었던 거라면 제가 너무 방해되는 행동을 하고 있는 거잖아요.”
“그랬는데요?”
“근데 일주일이 지나도 아무런 연락이 없는 거예요.”
“그런데도 신고를 안 하셨고요?” 고 형사가 말했다.
“네, 지우 가족들이랑 연락을 했거든요.”
“가족들이요?”
“네. 혹시나 제가 괜한 걱정을 끼칠까 봐 연락하지 않았었는데, 연락이 안 된 지 열흘 정도 되니까 물어는 봐야겠다 싶어서, 미국에 계시는 지우 부모님께 카톡으로 연락을 드렸어요. 그냥 가볍게, 혹시 지우랑 연락되시냐고요.”
“딸 친구가 갑자기 해외에 계시는 부모님께 연락해서 그렇게만 물어도 잔뜩 걱정하실 거 같은데···” 팀장이 나지막이 말했다.
“그랬더니 뭐라고 답했습니까?” 무 형사가 물었다.
“그랬더니 글쎄, 한 일주일 전에 지우가 핸드폰을 잃어버려서 잠깐 연락이 잘 안 될 수도 있다고 전화가 왔었대요. 그리고 일이 너무 바쁘니까 나중에 여유 생기면 연락하겠다고 했었고요.”
“전화가 왔었군요?!”
“네, 직접 전화가 왔대요. 가족이 살고 있는 집 전화로요. 다른 사람 핸드폰을 빌려서 전화했던 거겠죠.”
“그럼 진짜 핸드폰을 잃어버려서 연락이 안 됐던 거 아닙니까?” 최 형사가 물었다.
“네,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땐 정말 다행이다 싶었죠. 원래 워낙 바쁜 애고, 또 박지우라면 귀찮더라도 업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핸드폰을 새로 사는 것까진 하겠지만, 바로바로 밀린 카톡이나 전화에 대답할 거 같진 않았거든요.”
“그래서 그렇게 또 기다린 겁니까?”
“네. 그 뒤로는 그냥 먼저 연락도 안 하고, 마음 편하게 연락 오길 기다렸던 거 같아요. 그러고 한 2주가 지났죠.”
“병원에서 무 형사를 만나신 이후로 약 3주가 흐른 거네요.” 고 형사가 말했다.
“그럼, 그 3주가 흐른 시점에서부터 지금까지는요??” 팀장이 재촉하듯 물었다.
“그렇게 3주하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나고, 벌써 연락을 못 받은 지가 한 달 가까이 되어가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냥, 무작정 직장에 찾아갔어요. 법무법인 수재에요.”
“직장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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