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연쇄 유괴·납치 사건 (4)
[17]
강력 3팀 인원과 현장에 출동한 다른 경찰들, 그리고 용의자를 미행해온 B팀 일부 인원들까지 모두 가세해 그를 쫓기 시작했다.
동네 지리를 잘 아는 용의자가 좁은 골목 사이 사이로 잽싸게 도망친 탓에, 전 대원들이 투입되어 한참을 뒤쫓은 후에야 비로소 용의자를 체포할 수 있었다.
그는 수갑이 채워진 이후에도 극렬히 저항하며 도망쳐보려 안간힘을 썼다.
형사들은 그가 소지하고 있던 대포폰 2대와 200만 원 상당의 현금 돈다발을 확보했지만, 이미 입수한 정체 모를 주사기 1개 이외에는 별다른 의심 갈 만한 물건이 발견되지 않았다.
.
.
현장의 소란이 잦아들어 가고, 강력 3팀이 용의자를 차량에 태워 긴급 호송을 준비하던 그때, 팀장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어, 무슨 일이야?”
‘김 팀장님, 현재까지 여자 쪽 미행 상황 말씀드리겠습니다. 기사 식당에서 나온 이후 승합차로 혼자 남양주시까지 이동하여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조금 전에 다시 차량에 탑승하여 이동 중입니다.’
“특이사항은?”
‘의심할 만한 상황은 없었습니다. 전화통화도 하지 않았고 누구와도 만나지 않았습니다. 핸드폰도 별로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래? ··· 혹시 그 여자 가방 같은 거 들고 있어?”
‘아··· 예. 가방 들고 있습니다. 갈색 가죽 가방인데, 꼭 옛날 왕진 가방처럼 생겼습니다. 손에서 한 시도 놓지 않았고, 식당에서도 카페에서도 수시로 가방을 확인하는 행동을 하긴 했었습니다.’
“알았어. 특별한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하고, 우리는 용의자 신문 마치면 바로 합류할게.”
팀장이 전화를 끊은 뒤 말했다.
“야, 문 닫고 출발!”
[18]
달리는 차 안.
운전대를 잡은 고 형사를 제외한 나머지 3팀 인원들이 뒷자리에서 용의자를 신문하고 있다.
“애들은 어디 있어?!”
“······”
“아무튼, 이 X새끼들은 한 번에 대답하는 법이 없어요. 야 인마! 정신 차려! 이제 다 끝났어! 니 살 길 찾아야지!”
“······”
“대답 안 해?!”
“······”
“어휴··· 안 되겠다! 그 여자를 잡아서 족쳐야지. 애들을 유괴한 놈들인데 각오는 단단히 했겠지? 최 형사! 지금 그 여자 미행하는 팀에 너만 한 덩치들 네댓 명 있지?”
팀장의 말에 몸을 잠깐 들썩거리며 반응을 보이는 용의자다.
“왜. 대답하고 싶은 마음이 좀 들어?”
“빨리 대답하자. 어? 애들 어디 있어?”
“모릅니다. ··· 여자는 건들지 마십쇼···”
“··· 이런 X새끼가!! 야! 니가 납치한 애들 부모 심정이 어떤데 지금 니까짓 게 뭐?! 여자는 건들지 마십쇼?! 뒤질래?! 이게 어디서 이 씨···!”
최 형사가 격분하여 용의자의 멱살을 잡고 당장이라도 한 대 칠 것처럼 노려보며 주먹을 들고 소리쳤다.
“어어- 최 형사님, 진정하십쇼! 그러다가 지난번처럼 애 또 실명해서 앞도 못 보면 어쩌려고 그러세요! 그 전에는 애를 불구 만들어서 걷지도 못하게 하시더니···.” 김 형사가 말했다.
무 형사는 그의 머리 위 전구 색깔이 빨간색으로 변한 것을 보고서야 그것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눈치챘다. 최 형사의 육중한 덩치와 불같은 성격만 보면 김 형사의 말이 사실이라고 믿기 충분했기 때문이다.
“빨리 뭐라도 알고 있는 건 다 말씀하세요.” 무 형사도 옆에서 거들며 용의자를 재촉했다.
“어디 있는지는 나는 정말 모릅니다···”
“본인은 모르면 여자는 알고 있다는 말이에요?”
“아, 아니요. 그 여자도 모릅니다.”
“선생님, 거짓말하셨네요.”
운전 중인 고 형사가 룸미러로 뒤에 앉은 무 형사를 힐끔 쳐다봤다.
“거짓말 아닙니다.”
“이것도 거짓말이시고.”
“거짓말 아니라니까!!”
“또 거짓말. 팀장님, 저희도 여자를 쫓아야겠는데요.”
“야 이 새끼야!!”
용의자가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악을 쓰며 저항해봤지만, 온몸으로 짓누르는 최 형사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얼마 못 가 고통에 몸부림치다 얌전해졌다.
“고 형사! 차 돌려서 우리도 바로 여자 쪽으로 가자고. 김 형사가 A팀한테 전화해서 위치 확인하고.”
“예!”
[19]
한편, 승합차를 탄 여자는 하남시에 있는 복합쇼핑몰로 이동하여 특별한 일 없이 그곳에서 한참 동안 시간을 죽이다가, 해가 어둑해질 때쯤 밖으로 나와 다시 차를 타고 어디론가 이동하고 있다.
그리고 A팀이 여자가 눈치채지 못할 정도의 먼 거리에서 그녀의 차를 쫓고 있다.
어느덧 해가 저물고 거리 위 자동차들의 전조등이 켜질 때쯤, 갑자기 여자의 차가 비보호 신호에서 무리하게 급히 좌회전하여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이에 A팀의 차량도 다급하게 속도를 올려 그곳으로 향했다.
“빨리 3팀에 연락해!”
여자가 탄 승합차는 길이 익숙한 듯 여기저기로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하더니, 이내 차량 통행량이 많은 터널에 들어가 그곳 중간에 있는 대피로에서 비상등을 켜고 한참을 서 있었다.
여자의 차를 따라가던 A팀은 터널 가운데 갑자기 멈춰 서버린 여자의 행동에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터널을 빠져나와 바로 앞 졸음쉼터에 서서 같은 차량이 지나가길 주시하고 있었다.
.
.
그렇게 쉼터에 서서 차량이 나오길 기다린 지 어언 수십 분이 지났을 무렵, 어느덧 강력 3팀의 차량이 다가와 A팀 차량 뒤에 섰다.
김 팀장이 차에서 내려 용의자를 데리고 A팀 차량으로 다가가 말했다.
“차 아직 터널 안에 있어! 별일 없지?! 이 자식 좀 잘 데리고 있어. 우리가 선두에 설 테니까.”
“아, 예 팀장님. 이 새끼가 애들 납치한 그 쓰레기죠? 이야- 빡세게도 생겼네. 빨리 들어가 인마! 아, 같은 모델 은색 승합차 십여 대 지나간 거 말고는 별일 없습니다.”
“십여 대? 근데 어떻게 안 쫓아가고 잘 있었대?”
“저희 팀 막내 덕분이죠. 저 녀석이 아까 기사 식당에서 잠복할 때 놈들 승합차 양쪽 뒷타이어에 하얀색 차량용 마카로 크게 점을 찍어놨답니다. 그렇게 하면 서 있을 때는 잘 모르지만 차가 달릴 때는 그 점이 동그란 원을 만들면서 티가 잘 나지 않습니까? 저 자식들 번호판 바꾸는 게 주특기라서 그렇게 해봤답니다.”
“이야- 생각 잘 했네! 막내! 누구야?!”
팀장이 차 안에 고개를 넣어 A팀 막내를 보고는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 순간,
운전석에 앉아 있던 A팀 팀원이 소리쳤다.
“차량 지나갑니다!!!”
[20]
빠른 속도로 달리는 여자의 은색 승합차 뒤를 3팀 차량과 A팀 차량, 그리고 어느덧 합류한 B팀 차량이 간격을 유지하며 쫓아가고 있다.
여자는 혹시 모를 위험을 피하려는 듯 수시로 골목길을 들어갔다가 나오거나 급하게 차선을 바꾸며 좌회전하는 등 30분 정도면 갈 거리를 2시간 이상을 소요하며 한참을 돌고 돌아 목적지로 향했다.
그 와중에 특이한 점이라면, 자주 그렇게 해왔던 사람처럼 큰 승합차를 매우 능숙하게 다뤘다는 것이다.
.
.
그렇게 한참을 우회하다가 어느덧 가평군에 접어들고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 때쯤, 여자의 차는 길이 아닌 것 같은 곳으로 들어섰다.
얼핏 보면 길이 있나 싶을 정도로 수풀이 우거진 곳이었지만, 자세히 보면 희미하게 길이 나 있었다.
그러나 형사들의 차량 2대는 어둠 속에 존재를 감추기 위해 전조등을 끈 채로 움직이고 있었기에 그 길이라는 것을 따라 여자의 차를 쫓는 것은 매우 힘겨운 일이었다.
어두컴컴한 산길에 접어들고도 차를 타고 20분 정도 올라갔을 때쯤, 비로소 여자의 차량 전조등이 아닌 다른 불빛이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저기 뭔가 보입니다.” 어느새 운전대를 바꿔 잡은 김 형사가 필요 이상으로 속삭이며 말한 탓에 모두의 긴장감이 더욱 고조되었다.
숨죽여 그곳을 바라보던 강력 3팀 인원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조용히 각자의 장비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
.
조금 뒤, 불빛이 점점 더 가까워지고 여자의 차가 불빛이 새어 나오는 창고 같은 건물 앞에 멈춰섰을 때, 팀장이 나지막이 말했다.
“김 형사 차 세워. 무 형사는 현 위치로 특공대 지원 요청하고”
“예, 팀장님.”
좀처럼 보기 힘든 잔뜩 긴장한 듯한 팀장의 모습 때문에 팀원들이 더욱 경직되는 듯 보였다.
팀장은 이내 무전기를 들고는 비장하게 말했다.
“아- 아- 다들 잘 들으세요. 여기로 올 때까지의 여자의 행동과 건물의 위치나 크기로 보면 납치된 애들이 저기 갇혀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입니다. 만약 그렇지 않더라도 최소한 놈들의 아지트 정도는 되겠지. 아무튼, 높은 확률로 경비가 삼엄할 테니까 다들 대비 단단히 하시고. 무엇보다 피해 아동의 안전이 최우선입니다. 명심하세요. 자, 5분 뒤에 내려서 이동합니다. 제발 애들 구해서 얼른 사건 종결시킵시다. 다치지 마시고. 이상!”
팀장의 말이 끝나자 팀원들이 호흡을 가다듬고 마음의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
.
순식간에 5분이 지나고, 용의자를 지키고 있는 2명을 제외한 나머지 3개 팀의 팀원들이 모두 조용히 차에서 내려 건물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주변이 매우 고요한 탓에, 그들이 조심스럽게 내딛는 발걸음에 밟히는 낙엽 소리마저도 꽤 크게 들리는 듯했다.
“특공대 도착까지 얼마나 남았어?”
“10분입니다.”
“일단 가서 상황을 좀 지켜봐야겠네···.”
말 한마디도 속삭이듯 조심스럽게 내뱉으며 계속해서 몸을 낮추고 주변을 경계하며 산길을 올라가던 형사들은 이내 창고 앞에 세워진 여자의 은색 승합차에 다다랐다.
그곳에 있는 창고 건물은 일반적으로 도심을 벗어나면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형태였고, 다른 것이 있다면 건물 벽과 주변에 수많은 잡초가 우거져있다는 점이었다.
창고와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건물 주변을 이곳저곳 살펴보아도 밖에서 그곳을 지키고 서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제가 가보겠습니다.”
최 형사가 먼저 나서서 창고 가까이 다가갔다.
그는 한참을 주변을 살펴보더니, 팀원들에게 다가와도 좋다는 수신호를 보냈다.
그것을 본 형사들은 하나둘씩 천천히 창고로 다가갔고, 이내 전 대원들이 창고 주변을 둘러쌌다.
“아, 아니···! 저게 뭐야?!”
형사들은 창고에 딸린 창문을 통해 안을 들여다보고는 놀라운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팀장도 창고 안을 보고는 당황한 듯 선뜻 말을 잇지 못했다.
“어떡할까요, 팀장님?” 최 형사가 물었다.
“··· 특공대는 아직이야?”
“1-2분 남았습니다.” 김 형사가 대답했다.
“우리 대원들 총 몇 명이야?”
“용의자 지키고 있는 2명을 제외한 3개 팀 총원 12명입니다.” 이번에는 무 형사가 답했다.
“그거면 충분해. 기다릴 시간 없어. 바로 들어가자. 고 형사는 상황 설명하고 의료지원 요청하고.”
“예.”
“들어가자마자 가장 먼저 용의자들부터 제압한다. 아이들 안전 주의하고. 전달해.”
팀장의 지시가 대원들에게 전해지고, 그것을 들은 대원들은 침을 꼴깍 삼키며 초조한 눈빛으로 팀장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곧이어 그는 투입 수신호를 보냈다.
'3'
'2'
'1'
'투입'
Comment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