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1호 미스터리 (1)
[1]
차량에 탑승한 강력 3팀 형사들이 다급히 사건 현장으로 출동하는 도중에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지금 가는 호텔은 어떤 호텔이야? 처음 들어보는 것 같은데···.” 팀장이 물었다.
“WQ 호텔이라는 곳인데요. 교류 3구역 외곽에 있는 3성급 호텔이고요. 지어진 지는 3년 정도 됐습니다.” 무 형사가 답했다.
“3구역 같은 고급 단지에 3성 호텔이 있어? 휘황찬란한 유명 호텔들만 있는 줄 알았더니?” 최 형사가 물었다.
“이름은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운전 중인 고 형사가 말했다.
“호텔 자체는 유명하지 않아도, 여기가 다른 걸로 좀 유명해요.” 김 형사가 말했다.
“다른 거?”
조수석에 탄 팀장이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괴담이요.”
“괴담? 무슨 괴담?”
“이 호텔이 사람들한테 이름을 알린 계기가 ‘1111호 미스터리’라는 글이 SNS상에서 퍼지면서인데요. 이 호텔 1111호 투숙객들에게 이상한 일이 발생한다는 뭐 그런 내용이에요.”
“자세히 좀 말해봐.”
“이게 근데 확인된 팩트가 아니고 소문이라서요. 뭐, 가장 이슈가 됐었던 내용은 여기서 몇 명이 자살을 했다는 건데요. 그거 때문에 처음 이 호텔에 대해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고, 그러다가 사람들이 말을 덧붙이면서 결국 ‘1111호 미스터리’라는 글이 만들어졌나 봐요. 그밖에도 뭐, 누가 여기서 자해를 했다거나, 헛것을 봤다거나, 귀신을 봤다거나, 유체이탈을 경험했다거나, 뭐, 기절을 했다거나,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거나, 물이 저절로 틀어졌다거나 심지어는 전생을 봤다는 경우도 있고 뭐, 난리도 아니에요. 그냥 공포스럽고 초자연적인 일들은 다 일어났다고 보시면 돼요. 아, 물론 소문으로요.”
“그래?! 참나. 근데 그게 사실이 아니면 호텔에서 그런 소문을 가만히 냅둬?” 팀장이 말했다.
“그러게요. 손님 줄어들면 바로 망하는 게 호텔일 텐데 그런 소문이 퍼졌으면···.” 옆에 앉은 고 형사가 말했다.
“호텔 측에서 몇 번 루머에 대해 강경 대응하겠다고 했던 모양인데, 실제로 법적 처벌까지 이루어졌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대충 보니까 그래도 영업이 꽤 잘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아, 특히 홍보를 열심히 하는 것 같았어요. 블로그나 SNS 같은 곳에 홍보성 리뷰 글들이 꽤 많이 보였거든요.” 무 형사가 말했다.
이어서 팀장이 팔짱을 끼며 말했다.
“흥미로운데 이거? 아니, 잠깐만. 설마···, 지금 우리가 출동하는 현장이 1111호야??!!”
“예, 그 1111호 맞습니다.”
.
.
잠시 후, 형사들의 차량이 교류 3구역 외곽에 있는 WQ 호텔 앞에 멈춰 섰다.
“이야- 이거 밖에서만 보면 3성급이 아닌 거 같은데? 엄청 고급지네. 생각보다 꽤 규모도 있고. 몇 층까지 있어?”
차에서 내린 팀장이 이국적이고 고풍스러운 느낌이 나는 호텔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12층까지 있습니다.” 무 형사가 답했다.
“근데 여기서 사건이 발생한 게 맞나? 너무 조용한데요?”
최 형사의 말대로, 그 호텔은 겉으로만 봐서는 그곳에서 강력팀 형사들이 출동해야 할만한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을 전혀 알 수가 없을 정도로 고요하고 평온해 보였다.
“일단 들어가 보자고.”
[2]
‘띵-’
도착을 알리는 맑은 종소리가 울리고, 곧이어 문이 열린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형사들이 사건 발생 현장인 1111호를 향해 걸어갔다.
3층부터 12층까지 객실로 이루어진 이 호텔은 한 층에 총 12개의 객실로 구성되어 있었고, 보통의 호텔들과 다를 것 없는 평범한 모습이었다.
잠시 뒤, 사건이 발생한 객실로 들어선 형사들은 가장 먼저 수습 중인 피해자의 시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처음 발견되었을 당시 호텔 가운을 입은 상태에서 왼쪽 가슴에 칼이 꽂힌 채로 사망한 지 이미 몇 시간이 흐른 뒤였던 그 사람은, 칼이 꽂힌 부위 외에도 가슴 주변으로 자상이 여러 군데 있었다.
.
.
잠시 뒤, 현장 대원들과 호텔 직원들에게 현재까지 파악된 정보를 듣고 온 무 형사와 김 형사가 팀원들을 향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먼저, 김 형사가 말했다.
“피해자는 이 호텔에 몇 번 투숙한 적이 있는 39세 남성이고요. 체크아웃 시간이 한참 지나도 퇴실하지 않고 연락도 받지 않는 것이 이상해서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아까 보셨던 대로 가슴에 칼이 꽂힌 채로 침대 위에 쓰러져있었답니다.”
이어서 무 형사가 말했다.
“그런데 그냥 평범한 투숙객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팀장이 말했다.
“우선 이 사람은 구독자가 1만 명 정도 되는 유튜버인데요. 원래부터 그렇게 유명했던 사람은 아니고, 이 호텔 때문에 갑자기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고 구독자가 두 배 이상 늘었답니다.”
“이 호텔 때문에?”
“예. 이 사람이 두 달 전쯤 1111호 미스터리라는 걸 처음 접했나 봐요. 원래는 낚시에 대한 영상을 올리던 사람이었는데 호기심이 생겼는지, 갑자기 어느 날 1111호 미스터리를 자기가 파헤쳐보겠다고 하면서 라이브 방송 공지를 올렸답니다.”
“1111호를 지정해서 예약할 수 있었던 거야?”
“그렇답니다. 그렇게 미리 공지했던 날에 진짜 1111호에서 라이브 방송을 켰고요. 시청자는 1천 명이 안 됐답니다.”
“그래서? 어떻게 됐어?”
“귀신을 탐지하는 도구니 뭐니 온갖 장비들을 준비해서 비장하게 방송을 시작했는데, 몇 시간 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그냥 혼자 떠들어대서 시청자의 절반 정도는 방송에서 나갔다고 합니다. 근데 자정쯤 됐을 때, 갑자기 이 유튜버가 막 헛소리를 하기 시작했답니다.”
“어떻게?”
“갑자기 무슨 신들린 사람처럼 눈이 뒤집혀서는 이상한 이해되지 않는 말들을 막 했다고 하고요. 마치 카메라 뒤 편에 누가 있는 것처럼 거길 보면서 한참을 떠들어대더니, 난데없이 일어나서는 춤을 막 추기 시작했답니다.”
“하, 참. 그래서? 관심 끌려고 연기한 건 아니고?”
“그러다가 발작을 일으키는 것처럼 몸을 막 떨더니, 침대 위로 쓰러지면서 기절을 했답니다. 처음에는 라이브 방송을 보고 있던 사람들이 다 저게 진짜인지 연기인지 긴가민가해서는 한동안 지켜봤다고 하는데, 몇십 분이 지나도 일어나지 않아서 경찰에 신고하고 호텔에 전화를 걸었답니다.”
“그래서?”
“그래서 경찰과 함께 호텔 직원이 문을 열고 들어와서 그 쓰러져 있는 유튜버를 깨우니까 잠에서 깬 것처럼 그냥 깨어났다고 하고요. 본인 말로는 어떻게 된 일인지 전혀 기억이 안 났답니다.”
“허, 참. 진짠가···”
“근데 이제 경찰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까지 라이브 방송에 다 찍히고, 그 영상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이 사람이 더 많이 알려지게 된 거죠.”
무 형사의 말이 끝나자, 김 형사가 팀장에게 핸드폰을 내밀며 말했다.
“이것 좀 보세요. 이게 그 영상이에요.”
···
한참을 들여다보던 팀장이 말했다.
“연기 아냐? 아니라면 너무 소름 돋는데?”
“글쎄요- 연기···는 아닌 것 같은데···” 최 형사가 말했다.
“그래서, 그 사람이 그 뒤로 또 여기 온 적이 있어?” 고 형사가 물었다.
“그렇게 영상이 퍼지면서 이 사람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가 급속도로 증가를 하게 됐고요. 이 사람은 본인이 경험한 게 진짜고, 그 날 발생했던 일에 대해 전혀 기억이 없다고 계속 주장하고 있는데, 하도 사람들이 믿지를 않고 악플을 쓰고 욕을 해대니까, 또 한 번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겠다고 했답니다. 뭐, 구독자를 더 늘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거고요. 근데 호텔 측에서 이 사람이 물의를 일으켰다는 걸 알아서 예약을 거부했고요.” 무 형사가 답했다.
“근데 오늘은 어떻게 올 수 있었던 거야?”
“다른 사람 이름으로 예약을 했답니다. 체크인 때 프론트 데스크에서 예약자 이름이랑 제시한 신분증이 일치하는 것까지는 확인을 했다는데요. 이 사람이 마스크를 쓰고 있었는데 직원이 마스크를 내려달라고는 하지 않았어서 이 사람이 그 유튜버인지 몰랐답니다. 근데 사망한 채로 발견됐을 때는 곧바로 누군지 알아봤답니다. 이 사람이 호텔에서 요주의 인물이라 거의 전 직원이 이 사람의 얼굴을 알고 있었답니다.”
“근데 오늘은 라이브 방송을 하지 않았던 거야?”
“예, 오늘은 미리 공지를 하지도 않았다고 하고, 라이브 방송을 켜지도 않았답니다.”
“그럼 도대체 왜 온 거지? 그냥 숙박하려고 온 건 아닐 거고. 예약할 때 특별히 했던 말은 없었고?”
“그냥 1111호로 예약 요청만 했고 별다른 특이사항은 없었답니다.”
무 형사의 말에 팀장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그렇구만. 근데, 특별히 1111호를 찾는 사람들은 그 괴소문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일 텐데, 호텔에서는 뭐 좋을 게 있다고 그 방을 내어주는 거야? 관광지도 아니고.”
팀장의 말에 김 형사가 나서며 말했다.
“그건 제가 물어봤는데요. 사실 호텔 측에서도 좀 난감하긴 했을 것 같은 게, 그 소문 때문에 전체적인 고객은 확 줄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방을 찾는 사람은 꾸준히 많았대요. 심지어는 그 방이 예약되어 있으면 옆방이나 아래위 방들을 요구하는 사람도 많았답니다.”
“참 특이해··· 겁도 없나···.” 최 형사가 나지막이 말했다.
“근데, 귀신이 가슴에 칼을 꽂지는 않았을 거 아냐.”
고 형사의 말에 비로소 형사들의 관심이 다시 사망한 피해자에게로 돌아오는 듯했다.
“일단 살인사건···이 맞다고 봐야지? 가슴에 저렇게 자상이 많고 또 칼이 꽂힌 채로 발견이 됐으니까. 귀신이니 뭐니는 말도 안 되는 얘기고.” 팀장이 말했다.
이어서 고 형사가 말했다.
“CCTV는 없는 것 같던데···”
“맞습니다. 엘리베이터 앞에만 CCTV가 있고 객실이 있는 쪽 복도에는 CCTV가 없어서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 왼쪽으로 가는지 오른쪽으로 가는지는 알 수 있지만, 각 객실로 누가 출입했는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무 형사가 답했다.
“음···. 1111호 주변 투숙객들은?”
“보셨다시피,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좌우로 객실이 여섯 개씩 총 12개가 있는데요. 모든 객실이 전부 다 같은 쪽을 바라보고 일렬로 배치되어 있어서 11호실 좌우로 10호, 12호 이렇게 두 개의 객실이 있는데, 모두 투숙객이 있었어요.” 김 형사가 말했다.
“그 사람들에 대해서 뭐, 특이할 만 한 점은?”
“아, 그 12호 투숙객이 원래는 11호에 묵고 싶다고 했었는데, 이미 예약이 되어 있어서 12호에 묵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혼자였고요.” 무 형사가 말했다.
“그럼 예약이 없는 다른 날 묵으면 되지, 왜 굳이 옆 방에 묵은 거야?” 팀장이 물었다.
“아마 11호가 예약이 계속 꽉 차 있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한 번 물어보겠습니다.”
“예약이 계속 꽉 차 있었다는 건 요 근래에는 11호에서 별다른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거네? 뭐, 자살이니 자해니 하더니.”
“예, 안 그래도 물어봤는데, 어떤 일이 발생했다고 알려진 건 라이브 방송을 했던 그 날이 마지막이었나 봅니다. 사실···, 그 괴담에 대해서 사람들이 뭔가 실제로 확인할 수 있을 만한 일은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래서 그 영상에 많이들 관심을 가졌던 거고요. 그 전까지는 소문만 무성했지 물증이 나온 게 딱히 없었거든요.”
“흠···, 호텔 직원들한테 그 괴담의 진실에 대해 자세히 물어봐야겠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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