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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완결

freein
작품등록일 :
2004.06.26 15:33
최근연재일 :
2004.06.26 15:33
연재수 :
14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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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4,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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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51,499

작성
04.04.08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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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글자
18쪽

지(池) 8장 (7)

DUMMY

처음 살인이 엄청 혼란스러웠고, 두 번째는 약간 혼란스러웠다면, 그 다음부터는 아무 느낌이 없었다.

그리고 일곱명을 넘어가자 사람이 사람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사냥의 대상인 것처럼 느껴졌다.

이윤만은 내공만 사용하지 않았을 뿐이지, 자신이 알고 있는 검법들 중에서 중국에서 알지 못할 것들만 골라 사용하였고, 그것을 제대로 대적할 명나라 기병은 아무도 없었다.

십여명의 기병을 쓰러뜨린 그는 그 때부터 조심을 하였다.

너무 잘 싸워 다른 사람들의 이목에 걸리면 곤란하다는 생각을 한 것이었다.

그래서 다시 맞붙은 명의 기병과는 평수를 유지하며 여유를 가졌다.

지도 그와 비슷한 생각을 하였는지 옆에서 한 명의 기병과 평수를 이루고 있었다.

몇 시진에 걸친 전투에도 불구하고 우열이 가려지지 않았다.

점차 싸우는 양측 모두 기운이 빠졌고, 가쁜 숨을 내쉬었다.

어느 순간, 명나라 진영에서 깃발을 흔들었고, 그것을 본 장수들이 외쳤다.

“ 퇴각하라! ”

명령을 받은 명나라 군사들은 썰물 빠지듯이 퇴각을 하였다.

적이 퇴각하였지만, 여진족들은 추격을 하지 않았다.

더 이상 싸울 힘도 없었지만,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추격했다가 적이 매복을 하고 있는 경우에 역으로 당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명군이 후위부대라는 점에서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그리고 아군의 퇴각을 돕기 위하여 명의 궁수들이 화살을 쏘았으므로 그것을 피해야 했다.

그렇게 대규모 전투는 끝이 났다.

여진족은 이미 가망없다고 생각되는 동료들에게는 안식을 주었고, 나머지 부상당한 동료들을 데리고 싸움터를 떠났다.

너무 오랜 시간 싸웠기 때문에 중상을 입은 사람은 이미 사망하고, 살아남은 자가 거의 없었다.

전쟁터는 온통 시신으로 뒤덮혔고, 피로 강물을 이루었다.

여진족은 약 팔만명의 용사를 잃었고, 명군은 약 구만명의 군사를 잃었다.


여진족은 일단 충분히 퇴각을 한 다음에 몇 일동안 수뇌부 회의를 하였다.

이루하치가 수뇌부 회의에 참가하는 동안 유하이족은 휴식을 취하였다.

창백한 얼굴을 한 이윤만은 숲속으로 들어가 다 토해내었다.

막상 전투가 끝나자,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 떠 올랐고, 토해내지 않고는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먹은 것이 별로 없다 보니 나중에는 헛구역질만 하였다.

또한 아무 것도 먹을 수가 없었다.

첫날 밤, 이윤만은 계속해서 악몽을 꾸었다.

처음 죽인 그 병사가 두동강이 나는 모습이 보이면서 그 병사의 얼굴이 자신의 얼굴로 변하는 꿈을 계속해서 꾼 것이었다.

지는 그런 그의 옆에서 그가 꿈을 꿀 때마다 위로해 주었다.

첫 날을 그렇게 고생한 이윤만은 그 다음 날부터 서서히 안정을 찾아가기 시작하였다.

지가 시키는 대로 태허무극신공을 일으켜 운기조식을 하였기 때문이었는데, 죽음이라는 것을 경험해서인지 태허무극신공이 한단계 높아져 있었다.

하루가 다시 지나자, 이윤만은 죽음이라는 것에서 한 발 물러나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나서, 자신의 무공이 한단계 높아진 이유가 실전경험 때문이라기 보다는 죽음에 대한 아주 작은 깨달음이 더 큰 작용을 하였음을 알게 되었다.

이윤만은 죽음에 대한 경험을 통해 인간이 왜 신을 찾게 되는지와 신이 인간에게 해 주는 것이 무엇인지를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 마음의 안정이라. ’

그런 그의 모습에서 뭔가를 발견하였는지 지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몇 일이 지나고, 수뇌부 회의를 마친 이루하치가 돌아와 유하이족 용사들을 불러모았다.

“ 우리는 별똥부대로 적의 퇴각상황을 보기 위하여 적의 뒤를 따라간다. ”

불만이 나올만도 하였지만, 그런 내색없이 야후이족 용사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이루하치의 말을 들었다.

“ 미리 강조하지만, 그들과 싸우지는 않는다. 따라서 행동에 주의를 해야한다. 알겠느냐? ”

“ 네! ”

“ 출발은 반시진 후에 할 것이다. 각자 준비하라! ”

“ 네 ”

돌아서면서 누군가 말을 하였다.

“ 아, 고놈들 잡아서 어느 놈의 엉덩이가 이쁜지 알아보려고 했는데, 뒤통수를 보고 알아봐야겠군. ”

“ 왜? 밤에 많이 생각나나보지? ”

“ 하하하 ”

유하이족 용사들은 밝은 표정으로 흩어져 준비를 하였다.

이윤만에게 다가온 지가 근심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 괜찮겠느냐? ”

이윤만은 그녀에게 안심하라는 표정으로 미소를 보였다.

그의 미소를 본 지는 다소 안심이 된다는 모습을 보였지만, 그래도 여전히 불안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반시진 후에 그들은 출발준비를 마치고 이루하치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른 명령이 있었는지 이루하치는 다시 대추장에게 불려간 상황이었다.

“ 자, 뒤통수 이쁜 놈 골라 잡으로 가자! ”

“ 저 놈 다른 생각이 있어서 저러지. ”

그러자, 아직 어린 용사 하나가 물었다.

“ 다른 생각이라뇨? ”

“ 떽! 넌 아직 알 나이가 아냐. ”

“ 치, 저도 알 것은 다 안다고요. ”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이루하치가 왔다.

“ 별다른 것은 없다. 다만, 적의 군영이 머물고 있는 지역까지 갔다가 와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위험이 더 커졌다. ”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였는지 누군가가 말하였다.

“ 와, 잘하면 눈요기 하고 올 수도 있겠군. ”

“ 이놈아! 눈요기만 해서 되겠느냐? 모험 한 번 해 봐라. ”

“ 하하하 ”

이루하치는 짐짓 그 두 사람을 잠시 째려본 다음에 미소를 지으며 말하였다.

“ 웃고 싶으면 여기서 다 웃어라. 출발하고 나면 웃을 기회가 없을 것이다. ”

그리고는 심각한 얼굴로 마지막 말을 하였다.

“ 모험갈 때 나에게 이야기 해라. ”

“ ? ”

“ 나도 가게 ”

“ 우하하하하 ”

모두가 배를 잡고 웃기 시작하였다.

이윤만이 그 소리를 듣고 지에게 전음을 보냈다.

‘ 이루하치가 누님의 본 모습을 보면 모험할 생각을 안 하겠죠? “

지는 이윤만을 살짝 째려보았다.

이윤만은 짐짓 무섭다는 표정을 하며 앉은 자세에서 옆사람의 뒤로 얼굴을 숨겼다.


유하이족만 움직였으므로 삼일째 되는 날 퇴각하는 명군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

후퇴하는 것 치고는 아주 질서정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매복이 가능한 지역마다 약간의 군사들이 신호를 보내면서 지키고 있었으므로 상당한 주의를 요하였다.

신호는 화약을 이용하였는데, 각 지역마다 방법이 달랐고, 지형에 따라 나오는 신호의 수도 제각각이었다.

신호를 보낸 군사들은 바로 움직이지 않고, 명군이 모두 지나가고 나서 후미를 살핀 다음에 제일 마지막으로 퇴각하였다.

그 덕분에 이윤만 등은 그들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 수가 있었다.

이윤만이 미리 사람의 기척을 알아내어 이루하치를 도와주었고, 이루하치는 말이 아닌 손신호로 다른 사람들에게 명령을 내려 움직이도록 하였다.

그러면서 이윤만에게 항상 고맙다는 예를 잊지 않았다.

충분히 앞서갈 수도 있었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이루하치는 항상 신호를 보내던 군사들이 떠난 자리에 가서 이것 저것을 살펴보면서 명군을 뒤쫓기만 하였다.

어느 지역까지는 아무런 행동을 보이지 않던 이루하치는 제법 넓은 강을 지나고 나자, 당시로서는 아주 귀한 붓과 종이를 꺼내 산수를 그렸다.

이윤만이 보기에 군사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중점적으로 그렸다.

‘ 군사지도를 그리는군. 조선 사람들은 저들을 오랑캐라면서 얕보고 있지만, 다른 면은 몰라도 군사적인 면에서는 조선보다 앞서 있다. ’

아마도 명군과의 잦은 전투로 인하여 많은 것을 배운 모양이었다.

강을 건너기 전에는 신호를 보내는 장소에 대해 주목을 하지 않던 이루하치가 강조의 표시를 하는 곳은 전부 신호를 보내던 군사들이 머문 자리였다.

아마도 강을 기준으로 하여 여진족이 장악한 지역에 가까운 곳은 별로 중요하지 않고, 명군의 진영에 가까운 곳은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높았던 모양이었다.

명군의 군사들이 신호를 보낸 곳은 주로 전체 지형을 볼 수 있는 좋은 자리였으므로 이루하치가 한참 그림을 그리고 있을 때, 이윤만도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옆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처음 그의 행동에 대해 감을 잡을 수 없었던 이윤만은 그제서야 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었다.

‘ 내가 왜 미처 그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신호를 보내기에 적당한 장소가 그렇게 많지가 않겠지만, 이 지역은 명군의 진영에 가깝기 때문에 아직까지 신호 보내는 장소를 전부 파악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알고 있는 곳이 아예 없을 수도 있다. 내가 있기 때문에 그렇지, 그렇지 않았다면 들키지 않기 위해 좀 더 돌아다녀야 했을 것이고, 아무리 올라가는 신호를 본다고 할지라도 화약을 사용하기 때문에 신호 보내는 장소를 정확하게 알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

이루하치가 이윤만에게 지나친 예라고 생각할 정도로 인사를 한 것이 이해가 되었다.

‘ 신호를 보낸 장소가 변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서 여진족이 신호 보내는 방법을 알게 되어 그것을 역으로 이용하면 명군은 엄청난 피해를 입을 것이다. 특히, 이 지역은 명군의 진영에 가깝기 때문에 명군이 방심하여 신호 보내는 장소를 변경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

그러다, 잠시 자신의 생각에 약간의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 그동안의 경험에 의하면, 명군도 머리를 굴려 신호를 보내는 방법이 항상 달랐다. 아마도 전투시마다 그리고 계절마다 다를 가능성이 많다. 그런데, 여진족이 그것을 알 수가 있을까? 물론 그동안 계속해서 그 신호를 파악해 왔다면 가능은 할 것이다. 그러나, 여진족이 그런 것까지 신경 쓸 여력이 있었을까? 또한, 명군도 그런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을 것이므로 쉽게 파악되지 않도록 노력을 했을 것이다. ’

하나의 생각은 또 다른 생각을 낳았고, 그것은 또 다른 생각을 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여진족이 신호를 이용할 수 있을까 하는 것에는 회의적일 수 밖에 없었다.

지가 전음을 보냈다.

‘ 뭘 그렇게 고민하느냐? ’

‘ 별 것 아닙니다. 근데 말입니다. 누님이 생각하기에 여진족이 명군의 신호를 전투에 이용할 수 있을까요? ’

그러면서 자신의 생각한 것을 전음으로 말하였다.

잠시 생각하던 지가 전음을 보내왔다.

‘ 네 생각도 일리가 있지만, 그렇게 회의적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 같구나. 넌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데, 쉽게 생각해 보거라. 네 생각처럼 신호체계가 그렇게 복잡하다면, 제압한 신호를 보내던 군졸에게서 얻어내면 되잖느냐? 그동안 여진족은 신호를 보내는 장소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여 고생하였다. 이제 그 장소를 파악했으니 여러 번은 어렵더라도 한 두번 정도는 가능하지 않겠느냐? ’

‘ 누님 말씀도 일리가 있지만, 실제 전투에서 그런 모험을 할 수가 있을까요? 제가 여진족의 추장이라면 그렇게 하지 않겠습니다. 실패하면 힘들게 알아낸 장소가 한순간에 무용지물이 되니까요. ’

‘ 글쎄? 어차피 신호체계를 알아내지 못하면 장소를 아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지 않느냐? 상황에 따라 충분히 그렇게 할 수도 있지 않을까? ’

‘ 그건 그렇군요. ’

그렇게 전음으로 대화를 하는 사이에 그림을 다 그린 이루하치가 움직였고, 두 사람도 다른 사람들과 같이 그를 따랐다.

유사한 행동을 하면서 움직이던 이윤만 등은 드디어 명군의 진영 근처에 도착하였다.

명군의 이목에 들키지 않고 숨어 있을 곳은 있었지만, 적의 진영을 살피기에는 곤란하였으므로 약 500장(1500m) 정도 떨어진 야산에서 명군의 진영을 살필 수 밖에 없었다.

명군 진영에 가까운 곳이라 다른 부하들은 안전한 곳에 머물게 한 다음에 위화감을 조성하지 않을 정도의 소수만 데리고 그곳까지 잠입한 것이었다.

이윤만에게 있어서 그 정도의 거리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았으므로 이루하치에게 상세한 설명을 해 주었고, 이루하치는 그것을 토대로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들을 그렸다.

모든 것을 설명한 이윤만이 말하였다.

“ 내 능력을 다른 사람에게 말해서는 안된다. 위험을 무릎쓰고 잠입하여 기억을 한 후에 그린 것이라고 하여라. ”

이루하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림을 그리는 곳까지 따라온 심복들에게도 주의를 주었다.

중요 임무를 완수했다고 생각한 그들은 그곳에서 몇일간 머물며 휴식을 취하였고, 시간을 충분히 보냈다고 판단하자, 다른 부하들이 있는 곳으로 되돌아 갔다.

그들은 그 주위를 돌아다니면서 이미 그린 지도에서 빠진 부분을 보충한 다음에 여진족의 진영으로 되돌아왔다.

임무를 훌륭하게 완수하고 돌아온 그들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생각이상의 환대를 받았다.

이루하치와 유하이족의 명성은 크게 올라갔지만, 그 임무가 무엇이었는지를 아는 사람들은 대추장을 비롯하여 극소수에 불과하였다.

심지어 공격의 선봉이라고 할 수 있는 팔기대의 수장들도 그것을 알지 못하였다.

그만큼 이루하치의 유하이족은 극비의 중요 임무를 완수한 것이었다.

이루하치는 그 성과와 전투에서의 용맹함을 인정받아 전투중에 사망하여 공석이 된 팔기대의 대장으로 임명되었다.

그리고 유하이족은 후계자가 없이 혹은 너무 어린 후계자만 남겨두고 추장이 사망한 소부족을 흡수하여 소부족에서 중간급의 부족으로 전환되었다.

흡수된 소부족의 추장에는 이루하치의 부하들이 임명되었는데, 모든 사람들이 인정하는 공로를 보인 부하들이 그렇게 되었다.

공평무사한 임명 덕분에 이루하치의 명성은 더욱 높아졌다.

이루하치는 나이가 어린 후계자들을 따로 모아 이윤만과 지에게 교육을 부탁하였고, 두 사람은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윤만과 지는 과거 이루하치의 심복들에게 가르친 것처럼 그들에게 훈민정음과 기초적인 외공들을 가르쳤는데, 외공의 경우에는 심복들보다 최고 경지에 올라갔을 때에 상대적으로 수준이 떨어지는 것들을 가르쳤다.

이윤만은 아이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훈민정음의 장점을 강조하였고, 워낙 뛰어난 문자이다 보니 아이들은 아무 것도 모르고 그것을 쉽게 받아들였다.

팔기대 대장인 된 이루하치는 그의 심복들과 함께 팔기대의 훈련에 최선을 다하였고, 나날이 그 진가가 나타났다.

각 기들은 기별로 여러 지역에 흩어져 있었으므로 팔기대가 고된 훈련을 받는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드물었다.

팔기대의 구성원들은 처음에 고된 훈련에 적응하지 못하고 불평을 많이 하였으나, 여진족에게 있어서 새로운 영웅이라고 할 수 있는 이루하치가 솔선수범 앞서서 같이 훈련을 하자, 따를 수 밖에 없었다.

여기에는 전투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고된 훈련의 중요성을 알고 그의 명령에 잘 따라준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

이루하치는 자신에게 주어진 하사품이나 노획품을 모두 훈련을 잘 한 부하들에게 주었으므로 더욱 더 큰 명성을 얻게 되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다 이루하치를 좋아한 것은 아니었다.

급속한 성장에 겁을 먹은 자들은 그를 경계하고 두려워하였으며, 심지어 해코지를 하려는 자들도 있었다.

이루하치를 죽이려는 시도가 몇 번 발생하여 문제가 되자, 화가 난 대추장은 문제를 일으킨 자를 공개적으로 처형하여 더 이상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들었고, 딸을 그에게 주어 그의 지위를 굳건하게 해주었다.

결과적으로 이루하치를 경계하여 벌인 일이 오히려 그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루하치가 성대한 결혼식을 벌인 한 달후에 그를 시기하던 자들이 모여 그를 옹호하는 대추장에 대해 반기를 드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그 무리의 중심에는 육기대와 칠기대가 있었고, 대추장에게는 일기대, 이기대, 삼기대, 팔기대가 있었다.

사기대와 오기대는 중립을 표명하며, 두 세력의 중재를 맡았으나, 좋은 성과를 얻지는 못하였다.

이로 인하여 사기대와 오기대는 대추장의 손을 들어주었다.

처음 계획과 달리 절대적인 약세에 처해진 육기대와 칠기대는 진형를 짜고 대추장에게 대항을 하였으나, 시간이 갈수록 그 곳을 탈출하는 사람들이 속출하여 그 위세가 점차 줄어들었다.

가능한 한 포용력을 발휘하여 그들을 용서하려고 하던 대추장은 탈출하는 자들을 공개적으로 처형하며 패악을 부리는 그 자들의 모습에 크게 분노하여 그들을 공격하라고 명령하였다.

그 결과는 뻔하였다.

육기대와 칠기대는 변변한 대항도 하지 못하고 대추장의 부대에게 무너졌으며, 대부분의 우두머리들은 처형을 당했고, 그 가족들은 노예가 되었다.

이윤만도 이 내분에 참여하여 적정한(?) 전과를 올렸는데, 서글프게도(?) 과거와 달리 더 이상 살인에 대한 두려움이 나타나지 않았다.

점차, 감정이 무디어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극소수의 사람들이 탈출을 하여 명군 진영에 항복을 하였지만, 그자들은 중요한 사실을 모르는 부류라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여진족은 이 내분으로 인하여 상당한 전력의 손실을 입었고, 처음 계획과 달리 명군에 대한 공격을 늦출 수 밖에 없었다.

이런 내분의 근본적인 원인은 명의 이이제이(以夷制夷) 정책에 있었다.

육기대와 칠기대에 속한 부족들은 과거에 주로 명과 유대관계가 많던 지역의 사람들이었는데, 명군의 토벌이 시작되자, 자신들의 이익에 반하는 것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여진족의 진영에 참가하였다.

왜냐하면 아무리 명과 유대관계가 깊다고 할지라도 다른 부족과의 관계를 무시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토벌이 끝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과거의 상태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약간 호전적인 대추장이 전쟁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뭔가를 획책하자 그 결과를 두려워 하였고, 여기에 명군에 적대적인 이루하치가 급부상하자 명과의 관계가 더욱 악화될 것을 염려하여 내분을 일으킨 것이었다.

명과의 관계를 가졌던 부족들이 제법 많았으므로 일단 상황이 발생하면, 자신들과 대추장의 세력이 비슷하게 되어, 전투없이 협상을 통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였는데, 명군과의 전투에서 자신감을 가지게 된 사람들이 그들에게 등을 돌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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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지(池) 9장 (1) +5 04.04.09 5,197 4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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