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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룡 님의 서재입니다.

환려제국(桓麗帝國)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중룡
작품등록일 :
2023.05.04 12:14
최근연재일 :
2023.07.19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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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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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글자수 :
425,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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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1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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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44. 곽도형만호장

DUMMY

두-두-두-두!

봉천성의 전방에서 말발굽 소리와 함께 뿌연 흙먼지가 일어났다.


“할아버지! 드디어 반군들이 이곳에 도착했나 봅니다.”

“그렇구나! 이곳으로 오지 않고 고륜(현:울란바토르)이나 아라사 쪽으로 가길 원했는데 결국 우리와 일전(一戰)을 벌여야 하는구나!”


손평은 구양수의 말에 깜짝 놀랐다.


“할아버지! 저들과 일전을 벌이다니요?”

“그럼 저들과 싸워 다른 곳으로 쫓지 않고 그냥 성문을 열어준다는 말이냐?”

“할아버지! 제 생각에 저들은 대륙에서 유일하게 자신들이 살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 봉천성이라 생각해서 이쪽으로 쫓겨 온 것 같습니다. 일단 이곳에 도착하면 대화하여 조치 취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흠-음! 네 말에도 일리가 있구나! 굳이 부딪쳐 싸우기보다 기다려보도록 하자.”


선두에 선 반군들이 백기를 들고 봉천성의 성곽 아래까지 왔다.


“그대들의 뜻을 알고 싶으니 우리와 협상을 할 한 사람만 성안으로 들어오시오.”


손평이 아래를 향해 말했다.


“곽장군!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소?”


긴 도주로 인해 정신과 육체가 피폐해진 주세진이 곽도형 만호장에게 물었다.


“예, 주군! 소장이 들어가 저들과 협상해보겠습니다. 주군은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여기에 계십시오.”

“알았소!”


곽도형 만호장이 성문 가까이 가자 성문이 열렸다.

성안으로 들어선 곽도형 만호장은 온몸의 털이 곤두섬을 느꼈다.

‘저 사람은 이무장군(二無將軍)! 저 사람이 이곳에 있다니? 저 사람의 등장은 우리에게는 큰 화(禍)가 될 것이다!’

이무장군 구양수!

모든 전투에서 패배가 없었고 적이라고 판단되면 자비라곤 아예 없어서 이무장군이라고 불렸었다.


“나를 알아보겠는가?”


구양수는 군 후배인 곽도형 만호장을 알아보았다.


“예, 상장군! 소장이 못 알아보면 누가 알아보겠습니까?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래, 오랜만이군! 앉게,”

“예! 상장군! 어-어?”


구양수가 권한 자리에 앉으려는 곽도형 만호장은 또 한 번 더 놀라고 말았다.

바로 손평을 본 순간이었다.

‘아! 최소한 대륙의 절반을 차치할 패자(覇者)가 되고도 남을 사람이다!’

곽도형 만호장의 가슴은 심하게 떨려왔다.

‘도대체 누가 있어 구양수 상장군을 품었나 했더니 바로 이 사람이었구나!’

억지와 협박을 쓰려던 곽도형 만호장의 생각은 손평을 본 순간 머릿속에서 사라져 버렸다.


“인사드리겠습니다. 저는 고려 출신으로 여진의 대족장인 손평이라 합니다.”

“예? 예, 예!”


손평의 인사에 곽도형 만호장은 그만 허둥대고 말았다.


“황제의 폭정에 항거하여 일어난 의로운 분들이라 들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신지요?”

“지금 우리는 고려로 향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대족장께서 길을 열어주십시오.”

고려로 향한다는 곽도형 만호장의 말에 손평은 인상을 찌푸렸다.


“고려라? 혹시 장군께서는 고려인이신지요?”

“아닙니다. 소장이 모시는 분이 고려인이라 고려로 향하고 있습니다.”

“오만에 달하는 군사가 고려로 향한다? 고려에서 허락한 일입니까?”

“.......,”

“그만 돌아가 주십시오. 나 역시 고려 출신이라 고려에 남아있는 친척과 지인들이 큰 혼란에 휩싸이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지금 고려에는 홍건적으로 돌변한 대륙의 농민군들이 고려의 산하를 약탈한다고 들었습니다.”


손평은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황제의 말발굽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는 것 같아 곽도형 만호장의 마음은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대족장님! 성 밖에서 자신이 고려인이라고 한 부부가 찾아와 대족장님께 뵙기를 청합니다.”


잠시 침묵이 흐르는 동안 병사 한 명이 뛰어와 손평에게 말했다.

손평은 성곽으로 갔다.


“잠시 성문을 열어라!”


성문이 열리고 성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주초일과 김소라였다.


“이런 부탁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우리 부부와 내 아들이 고려로 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십시오.”


주초일은 말을 하면서 손평 앞에 무릎을 꿇었다.


“아닙니다. 일어나십시오. 고려 출신의 가족들이 고려로 가신다는데 누가 막겠습니까?”


손평은 오랜만에 들어보는 고려 말에 반가움이 앞섰다.

손평과 주초일의 대화를 지켜보던 곽도형 만호장의 표정이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고려 땅 어디로 가실 생각입니까?”

“나는 상단을 운영하는 사람이라 대륙과 가까운 물량군(현:목포)으로 갈 예정입니다.”

“아! 바다와 육지의 산물(産物)이 풍부한 곳으로 가시는군요.”


주초일과 김소라는 손평의 태도에 안심했다.


“혹시 아드님도 동의하신 겁니까?”


곽도형 만호장이 주초일에게 물었다.


“내 아들이 고려로 가지 않겠다고 하면 우리 부부는 아들 앞에서 목숨을 끊을 생각입니다. 그래서 현재 아들의 의사는 우리에게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곽도형 만호장의 물음에 주초일은 곽도형 만호장이 주세진에게 부질없는 권력욕을 심어주었다고 생각하고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이보게 자네는 나와 잠깐 이야기를 나누세.”


구양수가 곽도형 만호장을 불렀다.


“앉아서 차 한 잔 들게,”

“예, 구양수 상장군!”

“이젠 어떻게 할 생각인가? 자네가 황제로 옹립하려는 사람은 부모를 따라 고려로 가야 할 것 같은데,”

“휴-우! 구양수 상장군께서 모시는 사람이 대족장입니까?”


길게 한숨을 내쉰 곽도형 만호장이 구양수의 표정을 살피며 어렵게 물었다.


“뭐라? 허허허! 대족장은 나와 대륙은 품을 수가 있겠지, 그러나 내가 정복했던 서역까지는 품을 수가 없다네.”

“허면 누구를.....,?”

“대족장의 아들이지! 나이는 어려도 범인(凡人)의 상상을 초월한 바로 하늘이 내린 황제야,”

“아! 혹시 만날 수가 있습니까?”

“허허허! 다행히 이곳에 와 있으니 불러보겠네.”


구양수는 병사를 불러 손응을 데려오게 했다.


“큰할아버지! 찾으셨어요?”

“그래! 어서 오너라!”


실내로 들어온 손응은 곽도형 만호장을 발견했다.


“큰할아버지의 동생 할아버지다! 안녕하세요? 저는 손응이라 합니다.”


손응은 곽도형 만호장에게 인사를 했다.

‘인품은 모르겠으나 외모는 천품이다. 목소리만 들어도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구나!’


“허허허! 공자! 나는 곽도형이오.”


곽도형 만호장은 손응과 눈을 맞추며 상체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


“큰할아버지! 성 밖에 많은 사람이 힘들게 서 있던데 안으로 들어오게 하시면 안 돼요?”

“응아! 이야기가 끝나면 그렇게 하려고 한다. 그건 그렇고 시원한 물이라도 가져다줘야 하지 않겠냐?”

“큰할아버지! 물은 이미 제가 가져다드렸어요. 병사들의 수가 많아서 마차로 열 번을 넘게 왕복을 한걸요,”

“그랬어? 허허허!”


곽도형 만호장도 더운 날씨에 부탁하고 싶었으나 차마 말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구양수 상장군이 이 아이에게 반한 이유를 알 수가 있겠어!’

곽도형 만호장이 한 번 더 손응의 얼굴을 보니 마차를 모느라 힘이 들었는지 이마에 땀이 맺혀있었다.


“구양수 상장군! 소장과 소장의 휘하들을 받아주실 수 있겠습니까?”

“나가서 대족장에게 허락을 구해보세.”


구양수와 곽도형 만호장은 손평에게로 갔다.


“대족장! 곽도형 만호장과 그 휘하의 병사들을 받아 줄 수 있겠소?”

“예? 구양수 총사님! 그게 너무 갑작스런.....,”

“대족장! 우리를 받아주시오. 충성으로 보답하겠소.”


손평이 즉답을 피하고 말끝을 흐리자 곽도형 만호장이 무릎을 꿇었다.


“일어나십시오.”


같이 무릎을 꿇은 손평은 곽도형 만호장의 두 손을 잡았다.

성문이 열리고 주세진의 병사들이 성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주세진은 손평과 꽤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눈 후 곽도형 만호장과 눈물로 결별하고 주초일과 김소라를 따라 봉천성을 떠났다.


“세진아! 손평이란 사람과 무슨 이야기를 나눈 것이냐?”


봉천성을 벗어나자 주초일은 순순히 자신을

따라나서는 주세진에게 물었다.


“그 사람과 저는 너무도 달랐습니다.”

“무엇이 말이냐?”

“저는 안휘성과 합비를 지배하게 되자 황제를 꿈꿨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은 초근목피(草根木皮)마저도 배부르게 먹지 못한 상황에서 새로운 나라를 생각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부분은 서로의 그릇이 너무 달랐습니다. 인의(仁義)! 그 사람에게는 작위(作爲)적이지 않은 자연스럽게 타고난 인의가 몸에 짙게 베여있었습니다.”


주세진의 말에 주초일은 다소 안심했다.


“하면 너는 이제부터라도 상가(商家)의 사람으로 가업에 충실할 것이냐?”

“예, 아버지! 저는 아버지처럼 돈을 많이 벌어 손평이 세운 나라에 돈으로 인의를 실천하려고 합니다.”

“그래! 역시 너는 우리 부부의 아들이다!”


주초일은 주세진의 말속에 진의가 있음을 알았다.


****


“허-어! 짐이 우려한 상황으로 흘러갔구나,”


봉천성이 멀리 보이는 곳까지 도착한 황제는 두 반란군이 서로를 죽고 죽이는 처참한 광경을 기대했는데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자 실망한 얼굴이었다.


“폐하! 명령을 내려주시면 단숨에 역도들을 처단하고 봉천성을 되찾겠사옵니다.”


매초율 만호장이 말에서 내려 황제 앞에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아니다, 요녕과 길림은 짐의 군대가 아닌 고려의 군대로 칠 것이다. 회군한다!”

“충!”


오십만에 가까운 관군이 나타나자 손평과 구양수는 긴장한 눈으로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대족장! 저들의 기세등등한 사기에 우리 병사들의 사기가 떨어질까 우려가 되오.”

“예, 구양수 총사님! 과연 저들은 황제의 친위군답습니다.”

“궁병들이 활에 화탄과 폭시를 걸도록 북을 울려라!”

“예, 총사!”


둥-둥-둥!

전진 배치된 궁병들이 북소리에 맞춰 전투준비를 했다.


“구양수 총사님! 저길 보십시오. 황제와 관군들이 회군하고 있습니다.”

“정말 그렇군!”


두-두-두-두!

올 때와는 다르게 관군들은 빠르게 회군했다.

관군들이 모두 시야에서 사라지자 손평과 구양수는 안도하는 표정이었다.


“평아! 아무래도 건국의 시기를 앞당겨야겠다! 갑작스럽게 장군들과 병사들이 늘어났으니 국가적인 제도와 편제를 갖춰야 결속과 화합이 이루어지겠어!”

“예, 할아버지! 그렇지 않아도 물과 기름처럼 겉돌아 서로 섞이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었습니다.”

“그래! 그래서 말인데 한 달 후 백왕리는 물론이고 여진 부락을 비롯해 새로운 나라의 백성이 되고자 하는 모든 사람을 불러 길림성 장춘에서 개천(開天)을 천명하도록 하자.”


손평과 구양수의 파발은 봉천성을 나와 각지로 떠났다.


“응아! 앞으로 십 일 후면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이곳으로 오신단다.”

“예? 아버지! 흑-흑-흑”


손평의 말에 손응은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응아!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이곳으로 오시는데 왜 눈물을 흘리느냐?”

“아버지!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는 돌아가셨어요. 흑흑! 쌍성총관부 병사들의 화살을 맞으시고, 흑흑!!”

“응아! 그게 무슨 말이냐? 왜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쌍성총관부 병사들의 화살을 맞아?”


손응은 손달부와 기재서가 손도영을 데리고 오면서 일어난 일들을 이야기했다.


“흐-흑-흑-흑! 아버지, 어머니! 불효한 저를 용서하십시오. 흑-흑-흑!”


백왕리쪽을 향해서 무릎을 꿇은 손평이 바닥에 머리를 대고 오열을 했다.


“아니, 평아! 무슨 일이냐?”


손평의 울음소리에 깜짝 놀라 실내로 들어온 구양수가 물었다.


“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께서 귀천하셨다고 합니다. 크-흑-흑-흑!”

“허-어! 어쩌다가......,?”


손응에게 전말을 들은 구양수는 두 주먹을 쥐었다.


“평아! 이대로 가서 쌍성총관부를 쓸어버리자. 명색이 상장군이란 내가 달부 동생의 내외를 지키지 못하고 죽게 했으니 내가 죽어서 두 사람의 얼굴을 어떻게 보겠느냐? 흑-흑!”

“안 됩니다. 할아버지! 중대한 일을 앞두고 어찌 사사로운 일에 군대를 움직이겠습니까? 그리고 쌍성총관부의 총관이란 작자는 응이의 화살에 죽음을 면치 못했다고 합니다.”

“그래도 내가 너무 억울해서 그런다. 어-흑-흑!”


나이를 떠나 유달리 손달부와 호형호제하며 가깝게 지냈던 구양수의 슬픔은 너무나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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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45. 환려제국 23.06.17 31 0 12쪽
» 44. 곽도형만호장 23.06.16 20 1 12쪽
43 43. 이자준의 첫 승리 23.06.15 18 1 13쪽
42 42. 주세진의 퇴각 23.06.14 18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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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6. 이자준의 의심 23.06.08 1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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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4. 길림성 함락 23.06.06 1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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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2. 고려연합군의 철군 23.06.04 20 0 13쪽
31 31. 손응의 애기살 23.06.03 17 0 12쪽
30 30. 흑호사냥 23.06.02 15 0 12쪽
29 29. 암살 23.06.01 14 0 12쪽
28 28. 손도영의 활 23.05.31 14 0 12쪽
27 27. 주세진, 고려원정군을 만나다 23.05.30 16 0 12쪽
26 26. 광동성 원정 23.05.29 19 0 13쪽
25 25. 대족장이 된 손평 23.05.28 18 0 12쪽
24 24. 주세진의 살인 23.05.27 21 0 12쪽
23 23. 음모 23.05.26 20 0 12쪽
22 22. 신임족장 손평 23.05.25 1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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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 여진의 대족장 23.05.23 20 0 13쪽
19 19. 손응의 화살 23.05.22 2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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