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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룡 님의 서재입니다.

환려제국(桓麗帝國)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중룡
작품등록일 :
2023.05.04 12:14
최근연재일 :
2023.07.19 00:14
연재수 :
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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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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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글자수 :
425,602

작성
23.06.03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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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31. 손응의 애기살

DUMMY

등학우행수가 손도영의 곁을 스쳐 일 층으로 내려갔다.


“도영아!”

“형님!”


두 형제는 손을 마주 잡았다.


“얼마나 고생이 많았냐?”

“아닙니다, 형님! 처음부터 참모장이 되어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두 형제가 객방으로 들어와 서로의 안부를 묻는 사이,


“우-와! 삼촌!!”


잠깐 잠이 들었던 손응이 잠에서 깨어나 손도영에게 안겼다.


“응아! 잘 있었느냐?”

“헤헤헤! 예, 삼촌! 그런데 삼촌은 아직 공부가 끝나지 않은 거예요?”

“응! 조금만 더 공부하고 백왕리로 돌아갈게.”


손응을 안은 손도영은,


“형님! 이준이 기쁜 일이 있다면서 모두 모이라고 해서 지금 가봐야 해요. 여기 제가 수집한 정보를 적어서 왔으니 읽고 태워버리세요.”

“휴-우! 알았다. 같이 밤이라도 보내려고 왔는데......,

도영아! 항상 건강하고 우리의 힘도 많이 커졌으니 언제라도 돌아와라.”

“예, 형님!”


손평은 이 층의 객방에서 고개를 내밀어 쌍성총관부로 향하는 손도영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손도영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손도영의 서신을 읽은 손평은 태워버리고 손응을 데리고 일 층으로 내려왔다.


“대족장님! 어서 오십시오.”


등학우 행수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상단의 모든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두 앉으시오. 흑호를 잡는데 일조한 우리 응아를 포함해서 여기에 모인 사람들 모두가 열 명이니 한 사람당 오백 냥이 개인의 몫입니다. 자! 분배하겠으니 받기를 바랍니다.”


상단의 사람들은 놀란 얼굴이 되었다.

상단에서 평생 번 돈이 백냥이 되지 않았는데 흑호를 잠깐 들었다고 오백 냥이 자신들 개인의 몫이라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대족장님! 너무 많은 금액입니다. 그러니......,”

“아닙니다. 우리는 백왕리를 출발할 때부터 한 가족이었습니다. 그러니 더 거절하셔서는 안 됩니다.”


분배가 끝나자 손평이 자리에 앉았다.

자신들에게 큰 기쁨을 안겨준 손평의 술잔에 사람들은 서로 술을 따르려고 했다.

손평이 화주에서 첫 밤을 보내는 시간, 손도영은 이준이 만든 자리에 있었다.


“허허허! 이 세상에서 흑호피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 것이야,”


이준은 한쪽에 걸어놓은 흑호피를 자랑하며 말했다.


“참모장! 저 호피에는 별다른 상처가 없는데 어떻게 잡았는지 알 수 있겠는가?”

“예, 총관님! 제가 보기에는 상처가 없는 것으로 보아 독을 써서 잡은 듯합니다.”


손도영은 흑호의 이마에 난 작은 구멍을 보면서 손평과 손응이 쏜 화살 자국임을 알았지만 말하지 않았다.


“도영아우! 내가 보기에는 뭔가 뾰쪽한 것으로 흑호의 미간을 찔러서 잡은 것 같은데......,”

“누가 이런 무시무시한 괴물에게 다가가서 미간을 찌를 수가 있겠습니까? 저는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아우의 말을 들으니 또한 그렇군!”


이자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흑호의 미간을 살폈다.

‘만약 이것이 화살 자국이라면 도영 아우처럼 엄청난 사람이겠군!’


****


새벽,

화주 객잔을 나온 손평은 손응를 데리고 마장으로 가서 말 두 필을 사서 말을 타고 압록강 쪽으로 향했다.


밤새 잠자리에서 뒤척인 이자준은 여명이 트기도 전에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흑호의 미간에 난 구멍은 분명 두 대의 화살이 찰나의 시차를 두고 박힌 자국이다. 대체 누가 흑호를 마주 본 상황에서 두려움을 누르고 냉철하게 쏠 수가 있었을까? 수하로 삼거나 아니면 죽여야 한다. 단순히 활을 잘 쏘는 사냥꾼이라면 절대 흑호와 정면으로 마주하지 못한다. 그리고 어제 도영 아우는 나에게 거짓말을 했다. 쌍성총관부 최고의 궁사(弓士)인 도영 아우가 진짜 알아보지 못한 것일까? 아니면 최고의 궁사 자리에서 내려오는 것이 두려워서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도대체 왜......,’

쌍성총관부의 마방으로 간 이자준은 한혈마(汗血馬)를 타고 화주 객잔으로 향했다.

‘다행히 흑호피를 판 사람이 화주 객잔에 머물고 있다니 확인한 후 생사를 결정지어야겠다.’

이자준이 화주 객잔 근처에 도착하자 화주 객잔에서 부자로 보이는 두 사람이 나오고 있었다.

‘아버지와 아들인 모양인데 준수한 외모와 굳은 기개가 엿보이는 것이 영웅의 기질이 다분하군!’

화주 객잔으로 들어간 이자준은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너무 이른 새벽이라 물어볼 사람이 없었다.

‘흑호피를 판 사람이 어디에서 자고 있는지 직접 찾아야 하나?’

이자준이 일 층에서 서성이고 있을 때 이 층에서 사람들이 내려오고 있었다.


“나는 쌍성총관부의 천호장 이자준이다. 어제 흑호피를 판 사람이 여기에 있다고 하던데 어디에 있느냐?”


이 층에서 내려온 사람들은 고려로 떠나려는 대륙 상단의 사람들이었다.


“그건 왜 물으십니까?”


대답을 한 사람은 등학우 행수였다.


“흑호피를 더 구하고 싶어서 부탁하려고 한다.”

“그들은 먼저 떠났습니다.”

“그들이라니?”

“흑호를 잡은 사람은 아버지와 아들입니다.”


‘아차! 얼마 전 이곳을 나갔던 사람들이구나!’


“알았다.”


황급히 화주 객잔을 나와 자신의 말이 있는 곳으로 온 이자준은 다시 화주 객잔으로 들어가려 했다.

‘다급한 마음에 그들이 가는 방향을 묻지 않았어!’


두-두 두-두 두-두!!

마장 쪽에서 말이 달리는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그들이다! 말발굽 소리가 들리는 방향은 강계로 가는 관도의 초입이다.’

말에 오른 이자준은 강계로 가는 관도로 향했다.

한참을 달려도 말을 탄 두 부자를 발견할 수가 없었다.

‘역시 평범한 인물이 아니었구나! 어지간한 기병(騎兵)보다도 더 빨리 말을 달리고 있으니,’


“이-럇!”


이자준이 말의 배를 차자 한혈마는 엄청난 속도로 앞을 향해 달렸다.

얼마를 달려갔을까?

멀리 두 필의 말이 달리면서 뿌연 흙먼지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잡았다!’

이자준은 달리는 말의 속도를 더 올렸다.


“멈춰라!”


이자준이 큰소리로 외치자 부자의 말이 멈춰 섰다.


“나는 쌍성총관부의 천호장 이자준이다. 네가 어제 시전에서 흑호피를 팔았던 사람인가?”

“그래! 내가 흑호를 잡은 사람이다. 그런데 무슨 일인가?”


손평은 치솟는 분노를 누르며 이자준에게 말했다.


“......,”


손평의 물음에 순간적으로 이자준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이놈! 내가 분명히 쌍성총관부의 천호장이라 했거늘 빨리 예를 취하지 못할까?”

“하하하! 나는 고려와 원의 황제들과 동격이라 할 수 있는 여진의 황제인 대족장이다. 네 놈의 무례를 용서해줄 테니 그만 물러가거라!”


채-챙!

손평의 대답에 이자준은 검을 빼 들었다.

‘여진의 대족장이라면 언젠가 우리와 부딪칠 숙적이 될 것이다.’

이자준이 검을 빼 들자 손응이 어깨에 멘 활을 꺼내 시위에 애기살을 쟀다.


“하하하! 꼬마야 네 화살에 맞으면 조금 아프겠지만 그것으로 치명적인 공격이 되겠느냐?”


두 자 길이의 활과 한자 길이의 화살, 그리고 활과 화살을 잡은 손응의 떨리는 손을 보고 이자준은 그만 웃고 말았다.


“치-잇! 맞아보아라!”


손응이 자신에게 활을 겨누며 화살을 날리려 하자 이자준은 얼른 한혈마의 머리 뒤로 고개를 숙였다.


피-웅! 쉭-핑-그-르-르

퍼-억!

“크-아-악!”


털-썩 풀-썩!

말이 쓰러지자 이자준도 쓰러졌다.

손응이 쏜 애기살은 한혈마의 두개골을 뚫고 들어가 이자준의 눈에 박혔다.


“하하하! 이놈! 장차 대륙의 주인이 될 내 아들이다. 네 놈의 마음속에 허망한 복수심이 일거든 독안(獨眼)을 보면서 깊은 산속에서 숨어 살아라!”


두-두-두-두!

말머리를 돌린 손평과 손응은 압록강으로 향했다.


“아버지! 우리 신분을 밝혔는데 괜찮을까요?”

“하하하! 응아! 타초경사(打草驚蛇)라는 말이 있다. 우리의 신분을 밝힌 것은 막대기로 풀을 건드린 것에 해당하고 네 화살을 맞은 사람은 놀란 뱀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 사람은 절대 압록강을 도하(渡河)하지 못한다. 왜 걱정되느냐?”

“헤헤! 우리 군대의 병사들이 열심히 훈련하고 있어서 걱정은 없어요.”

“그래? 하하! 어서 가자.”


****


엄청난 통증과 공포심에 혼절한 이자준은 한식 경이 지나자 혼절에서 깨어났다.

소매를 찢어 한쪽 눈을 싸맨 이자준은 비틀거리며 쌍성총관부로 향했다.

선혈이 낭자한 이자준의 모습을 본 사람들이 황급히 이자준을 피했다.


“누..누구..냐?”


쌍성총관부 정문의 위사는 이자준을 알아보지 못했다.


“나..천..인..장!”


털-썩!

겨우 말을 마친 이자준은 그대로 쓰러지더니 다시 혼절하고 말았다.

중상을 입은 이자준으로 인해 쌍성총관부는 초비상상태가 되었다.

새벽 시간,

아무도 모르게 쌍성총관부를 나간 이자준이 한쪽 눈을 잃은 채 쌍성총관부로 돌아와 의식을 잃고 깨어나지 못하자 천호부의 호위들은 총관부로 끌려가 고문을 당했다.

‘이자준의 상처는 형님에게 당한 것이다!

말의 두개골을 뚫고 들어가 뒤에 있던 이자준의 눈을 관통할 만큼 화살에 강한 회전력을 실어 쏠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형님밖에 없으니까,’

이자준이 흘린 핏자국을 따라가 말의 두개골을 본 손도영은 확신에 가까운 결정을 내렸다.


“나무를 가져와서 말을 불태워라!”

“예, 참모장님!”


손도영의 지시로 한혈마가 불태워졌다.

불에 탄 한혈마의 형체가 희미해지자 손도영은 참모부의 병사들을 이끌고 쌍성총관부로 갔다.


“참모장! 자준이의 말은 찾았는가?”


침통한 표정의 이준이 물었다.


“예, 총관님! 찾아서 불태웠습니다.”

“불태우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저희가 도착했을 때 천호장님의 말은 이미 죽어있었습니다.”

“흠-음! 말이 죽은 이유는 찾았는가?”


말이 죽어있었다는 손도영의 말에 이준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제 추측에는 창에 의해서 죽은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도대체 어떤 놈이?”

“총관님! 천호장님께서 깨어났습니다.”


천호부의 호위가 이준에게 말했다.


“어서 가보세!”


겨우 의식을 차린 이자준은 시녀가 먹여주는 물을 마시고 있었다.


“자준아! 어떻게 된 일이냐?”

“아..버지! 호피를 팔았던 자에게 당했습니다.”

“아니, 그놈이 왜?”

“제가 그자와 그자의 아들을 죽이려고 했습니다.”

“허! 이른 새벽에 나가려면 호위들이라도 데려갔어야지, 그래 그놈이 누구냐? 병사들을 이끌고 가서 그놈을 죽이고 말겠다.”


이준은 몸을 부르르 떨면서 분노했다.


“저에게 활을 쏜 사람은 그자가 아니라 그자의 아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뒤를 쫓아서는 안 됩니다.”

“안된다니? 그자가 황제라도 되느냐?”

“예, 아버지! 그자는 바로 여진의 대족장이었습니다.”

“원정을 나간 고려군이 다시 돌아오면 원나라든 여진이든 무조건 쳐 죽이고 말겠다.”

“아버지! 원정군 정도의 군세(軍勢)로 절대 여진을 칠 수 없으니 당분간 힘을 기르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합니다.”

“알았으니 몸조리나 잘해라!”


이준이 나가자 손도영도 이자준에게 눈인사를 하고 참모부로 돌아왔다.

‘음! 응이가 쏜 화살에 당했다니? 어린 나이에 많은 수련을 했구나!’

손도영은 화주 객잔에서 본 손응이 손에 들고 있던 활을 떠올렸다.

화피단장(花被短杖) 부분에 덧댄 물소 뿔이 이중으로 보였고 줌통(손잡이)을 감싼 어피(魚皮)는 오랜 시간 손에서 나온 유분으로 인해 번들거렸다.

‘이자준의 뇌리에 공포심을 심어주었으니 이제 백왕리로 떠나야 하나?’

손도영이 생각에 잠겨있는 시간, 총관부는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총관부의 병사들은 이준에게 다짐하고 나서 이준의 밀서를 가지고 광동성의 광주성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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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 손응의 애기살 23.06.03 1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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