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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룡 님의 서재입니다.

환려제국(桓麗帝國)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중룡
작품등록일 :
2023.05.04 12:14
최근연재일 :
2023.07.19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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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5,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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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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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0. 흑호사냥

DUMMY

그래서 광주 원정군의 지휘관 중 문소 천호장의 최측근에 있었던 형소에게 묻기로 했다.


“손도영 참모장 혼자 세 명의 지휘관을 죽였다고 소문이 났었는데 그게 사실이오?”

“제가 알기로는 다섯 명의 병사들과 함께 가서 그들을 죽였다고 알고 있습니다.”

“아! 그렇소? 하긴 조력자들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었겠지!”

형소는 광주를 출발하기 전 문소 천호장이 시킨 대로 진실을 숨기고 있었다.

문소 천호장!

군자금과 더불어 비빌 언덕이 되어줄 주세진이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는 것에 대해 극도로 경계하고 있었다.

주세진은 자신이 운영하는 기루로 형소를 데려갔다.


“총관! 사람에게 시켜서 곽도형 만호장을 데리고 오라 해라.”

“예, 전장주님!”


주세진의 말이 끝나자 형소의 얼굴이 긴장한 표정으로 바꿨다.

‘만호장이라면 보통내기가 아닐 텐데 오늘의 술은 무척이나 쓴 술이 되겠다!’

문소천호장과 형소는 형식적이라고 하지만 원나라에서 군직을 받았었다.

그래서 만호장이란 직책이 얼마나 고위직인 줄 알고 있었다.

특히 형소는 만호장을 직접 본 적이 없는지라 시간이 흐르자 긴장감은 더욱 커졌다.


“전장주님! 곽도형 만호장님이 오셨습니다.”

“안으로 모셔라!”


곽도형 만호장 방안으로 들어왔다.


“주군을 뵙습니다!”

“어서 오시오, 도독!”


곽도형 만호장은 방안으로 들어서면서 형소의 눈과 마주쳤으나 전혀 개의치 않고 주세진에게 정중하게 예를 취했다.


“도독! 이 사람은 문소 천호장의 부관이오. 서로 인사를 나누시오.”


곽도형 만호장이 자리에 앉자 주세진이 말했다.


“충! 대장군! 소관은 문소 천호장의 부관 형소라고 합니다.”

“나는 만호장 겸 합비의 도독인 곽도형이다.”


형소는 벌떡 일어나 곽도형 만호장에게 군례를 취했다.

그에 반해 곽도형 만호장은 형소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으며 형소의 군례를 받았다.

‘이놈들 때문에 주군의 판단이 흐려지고 조급증이 커져서 오히려 민심을 읽지 못하고 있다!’

순간 형소는 몸을 떨었다.

그 이유는 바로 곽도형 만호장에게서 주세진이 느끼지 못했던 살기와 천군만마를 지휘했던 노장의 기세가 피어오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술이 몇 차례 돌자 주세진이 일어나 화장실을 가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형소!”

“예? 예, 대장군!”

“주군은 대륙의 유일한 주인이 되실 분이다. 주군 앞에서 함부로 경거망동하거나 술에 취해 객기를 부리면 내 칼에 목이 잘릴 수 있음을 항상 잊지 마라! 그리고 최대한 빨리 이곳에서 떠나라!”

“예, 대장군! 대장군의 명을 뼛속 깊이 새기며 내일 바로 떠나겠습니다.”


멀리서 주세진의 발자국이 들렸다.


“크-흠!”

“대장군! 소관이 한잔 올리겠습니다.”

“좋다!”


곽도형 만호장의 큰기침은 형소에게 자신의 말을 함구하라는 의미였고 형소는 곽도형 만호장의 명을 따르겠다는 의미로 술을 따랐다.


“하하하! 같은 무장인 두 사람의 모습이 참으로 보기가 좋소!”


문을 열고 들어온 주세진은 형소의 술을 받는 곽도형 만호장의 모습을 보며 웃으며 말했다.


****


“등행수님! 상단에 합류하게 해주어서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대족장님! 우리 대륙 상단을 비롯해 각 지역의 상단들이 대족장님께 입은 은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손평은 손도영을 만나기 보기 위해 대륙 상단의 일원처럼 상단에 합류하여 쌍성총관부가 있는 화주로 가고 있었다.

구양수를 비롯해 많은 사람이 손평에게 위험한 일이라 반대했지만 손평의 형제애를 막지는 못했다.


“아버지! 얼마나 더 가면 둘째 삼촌을 만날 수 있어요?”

“응아! 조금만 더 가면 된다.”


손평은 대나무로 만든 큰 함을 등에 지고 있었고 그 함 안에는 손응이 있었다.

멀리서 보면 상단에서 취급하는 물목인 것처럼 보이기 위해서였다.


“헤헤헤! 둘째 삼촌이 너무 보고 싶어요.”

“그래? 아버지도 둘째 삼촌이 보고 싶어서 잠을 못 이룰 때가 많았단다.”


선두에 선 대륙 상단의 멈춰 섰다.


“대족장님! 우리가 가려는 화주는 이곳에서 하루 거리이기 때문에 오늘은 이곳에서 야영하려고 합니다.”“그래요? 뭐 도울 일이라도?”

“없습니다. 식사가 준비되면 가져다드리겠습니다.”


등학우 행수가 손평에게 다가와 말했다.


“응아! 잠시 나와도 좋다. 여기 숲이 깊으니 아버지하고 잠시 사냥을 다녀오자.”

“예, 아버지!”


대나무 함에서 나온 손응은 등에 메고 있던 활을 꺼냈다.

두 자(60cm) 길이의 짧은 활은 손응이 평상시에 쓰던 활이 아니고 휴대하기 간편하게 만든 소형 활이었으며 화살은 편전(片箭:애기살)을 사용했다.

두 부자는 숲속으로 들어갔다.

발소리를 죽이며 마른 낙엽이나 나뭇가지가 없는 곳을 골라 걸었다.

우-두-득! 우-득!

강한 치악력에 의해서 뼈가 으깨지는 소리였다.

나무 뒤에 몸을 숨긴 손평은 시위에 화살을 걸라고 손응에게 눈짓했다.

손평이 나무 뒤에서 머리를 내밀어 소리가 났던 곳을 바라보았다.

‘분명히 범의 냄새인데 왜 범이 보이지 않지?’

아직은 석양이 하늘 끝에 걸려있어 사물을 구별하기에 전혀 지장이 없었는데 냄새를 풍긴 호랑이는 보이지 않았다.

‘헉! 저것은?’

손평의 눈에 검은 줄무늬가 움직이고 있었다.

‘흑호(黑虎)다!’

손평은 손가락으로 어둠과 구별되는 그늘 속의 검은 줄무늬를 가리켰다.

손응이 머리를 끄덕였다.

딱!

손평은 일부러 나뭇가지를 밟았다.

끄-르-릉!

흑호는 으르렁거림과 함께 온몸의 털을 곤두세웠지만, 결코 뒤를 돌아보지 않고 사슴을 먹고 있었다.

수컷으로 숲을 지배한 제왕!

마치 이 세상에서 나를 위협할 것은 그 무엇도 없다는 식이었다.

딱-!

손평이 또 다시 나뭇가지를 밟았다.

크-르-릉! 크-헝!

화가 난 흑호가 서서히 고개를 돌리면서 위협적인 소리를 냈다.

피-잉! 슈-욱! 파-팍-팍!

두 부자의 활에서 날아간 화살은 흑호의 미간을 뚫었다.

커-흐-흥! 털-썩!

강한 회전력에 의해 두 대의 화살이 흑호의 미간을 뚫고 목으로 들어가자 흑호는 그대로 쓰러졌다.


“아버지! 정말 신비스러운 범인데요?”

“그렇구나! 말로만 들었던 전설의 흑호다.”


흑호의 털은 기름을 바른 듯 윤기가 흘렀고 앞발은 대들보처럼 거대했다.


“대족장님! 어디 계십니까?”


등학우 행수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안쪽으로 조금만 들어오시오.”


손평은 흑호를 옮기기 위해 등학우 행수를 불렀다.


“으-아-악!”


흑호를 본 등학 우행수는 비명을 내지르고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하하하! 놀라게 해드려 미안합니다. 이미 죽었으니 안심하십시오.”

“대족장님! 이게 무슨 동물입니까?”

“언뜻 보기에는 흑표범으로 보이지만 이 짐승은 흑호라고 합니다.”

“와! 제가 서역에서 본 대상(大象:코끼리)만큼 큰 범이군요.”


등학우 행수는 감탄하며 조금 전 비명을 지른 자신을 잊은 듯했다.


“등행수님! 흑호를 옮길 들것을 만들 테니 사람들을 데려와 주시오.”

“알겠습니다. 대족장님!”


손평이 나무로 들것을 만들자 상단의 사람들이 몰려왔다.

흑호를 본 사람들은 처음에는 멀리 떨어져서 보고만 있다가 용기를 낸 사람이 꼬리 부분을 만지자 다른 사람들도 흑호 곁으로 다가왔다.

아홉 명이 달려들어 겨우 흑호를 야영지로 옮겼다.

손평은 호신용 단검을 꺼내 흑호의 가죽을 벗겼다.


“대족장님! 흑호의 고기는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호피는 팔아서 여기 계신 모든 분과 공평하게 나누고 싶은데 고기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예? 대족장님! 나누다니요?”

“여기 계신 분들이 없었다면 어떻게 우리 부자가 흑호를 잡을 수 있었겠습니까? 등행수님을 비롯해서 상단의 모든 분이 계셔서 우리가 용기를 낼 수가 있었지요.”

“엄청난 금액일 것인데....,?

고기는 우리가 조금만 맛보고 고기도 함께 팔면 되겠습니다.”


등학우 행수는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손평은 고기를 판다는 말을 듣고 적당량의 고기를 떼어낸 다음 상단 사람에게 주었다.

‘사람들이 보지 않을 때 빨리 화살을 빼내야겠구나!’

사람들이 호피를 널어놓은 곳으로 몰려가자 손평은 흑호의 목에서 화살을 빼냈다.

흑호의 고기에서 역한 비린내가 났지만, 몸에 좋다는 속설 때문에 모두가 웃으며 고기를 먹었다.


****


화주의 시전,

원에 의해서 쌍성총관부가 설치되자 화주는 교통과 무역의 요지가 되었다.

화주에 도착한 손평은 손응에게 객잔에서 쉬고 있으라고 하고 상단 사람들과 함께 호피와 고기를 가지고 시전으로 갔다.

시전의 입구,

주루의 이 층에서 흑호 고기를 본 숙수가 흑호의 고기를 전량 매입해버렸다.

시전의 한쪽에 흑호피가 걸리자 많은 사람이 모여들었다.


“참모장님! 저기 사람들이 모여 있는데 한번 가볼까요?”

“오! 서역에서 뭔가 새로운 것이 들어왔나 보군! 가보자.”

참모부의 병사들과 시전으로 순찰을 나온 손도영은 병사가 가리키는 쪽을 바라보면서 대답했다.

둘러싼 인파 사이를 지나 앞으로 나가던 손도영은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꿈에서도 그리던 형이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누가 볼까 얼른 눈물을 닦은 손도영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행히 병사들의 시선은 흑호피에 가 있었다.

누군가가 자신을 빤히 바라보자 시선을 느낀 손평도 고개를 돌렸다.

순간 손평의 눈에도 눈물이 고였다.

손평은 얼른 눈물을 닦고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안 팔리면 내가 사고 싶은데 어디로 가면 흥정을 할 수 있겠습니까?”


손도영의 목소리는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우리 상단은 화주 객잔에 머물고 있으니 그곳으로 오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손도영은 얼른 고개를 숙이고 그곳을 벗어났다.


“총관부로 돌아간다.”

“예, 참모장님!”


손평은 갑옷을 입고 인파 속으로 사라지는 손도영의 뒷모습이 안 보일 때까지 바라보았다.

‘녀석! 어머니를 닮아 아주 강건하구나!’

손평이 고개를 돌리려는 순간 인파들이 갈라지면서 호화로운 비단을 걸친 사람이 병사들에 둘러싸여 걸어오고 있었다.

‘누군지는 모르나 대단하군!’


“비켜라! 총관님이시다. 모두 비켜라! 총관님이시다.”


앞장선 병사가 크게 외치면 걷자 사람들이 깜짝 놀라며 도로 가장자리로 물러났다.

손평의 귀에 ‘총관’이라는 말이 들렸다.

‘저자로구나! 아버지를 희롱하다 못해 사지로 몰아넣으려고 한 이준이라는 작자가,’

손평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졌다.


“오! 이건 흑호피가 아닌가? 아! 황제의 권좌에나 어울릴만한 호피야!”


이준이 앞으로 나섰다.


“얼마에 팔 것인가?”

“십여 명이 목숨을 걸고 잡은 것이니 황금 오천 냥은 받아야겠소.”

“응? 너무 비싸지 않은가? 황금 오천 냥이라니?”


이준은 인상을 쓰며 말했다.

‘원래 오백 냥을 받으려고 했는데 네 놈에게는 오천 냥은 받아야겠다.’


“이보시오, 나에게는 현재 사천구백 냥밖에 없는데 사천구백 냥에 파시지 않겠소?”


손평에게 말을 한 사람은 등학우 행수였는데 상단주나 입을 만한 옥으로 된 장신구가 주렁주렁 달린 옷을 입고 있었다.


“북경으로 가져가면 만 냥은 받는데.......,”


손평이 말끝을 흐리자,


“자, 여기 황금 오천 냥짜리 전표가 있으니 나에게 넘기게.”


등학우 행수로 인해 마음이 조급해진 이준이 전표를 내밀면서 말했다.

손평은 전표를 받아들었다.


“너희들은 호피에서 털이 빠지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해서 총관부로 옮겨라!”


이준의 말이 끝나자 병사들이 호피를 걸어놓은 기둥을 들어 올렸다.

호피를 든 병사들이 총관부로 향하자 인파는 호피 뒤를 따랐다.


“대족장님! 상단 일이 끝나는 대로 객잔으로 가겠습니다.”

“예, 우리 아이가 기다리니 전장에 들러 객잔으로 가겠습니다.”


손평은 객잔으로 가서 손응과 함께 손도영이 오기를 기다렸다.

똑-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손평이 얼른 문을 열었다.


“대족장님! 나오셔서 술이라도 한잔하십시오.”


문을 두드린 사람은 등학우 행수였다.


“잠시 있다가 가겠습니다.”


손평이 문을 닫고 몸을 돌리려는 순간 등학우 행수의 어깨 넘어 손도영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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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41. 황제 주세진 23.06.13 1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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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9. 황제의 출전 23.06.11 16 0 12쪽
38 38. 손달부와 기재서의 죽음 23.06.10 17 0 13쪽
37 37. 정체가 드러난 손도영 23.06.09 21 0 12쪽
36 36. 이자준의 의심 23.06.08 17 0 12쪽
35 35. 연승 23.06.07 16 0 12쪽
34 34. 길림성 함락 23.06.06 16 0 12쪽
33 33. 고려군을 흡수한 이준 23.06.05 18 0 13쪽
32 32. 고려연합군의 철군 23.06.04 19 0 13쪽
31 31. 손응의 애기살 23.06.03 16 0 12쪽
» 30. 흑호사냥 23.06.02 15 0 12쪽
29 29. 암살 23.06.01 14 0 12쪽
28 28. 손도영의 활 23.05.31 14 0 12쪽
27 27. 주세진, 고려원정군을 만나다 23.05.30 15 0 12쪽
26 26. 광동성 원정 23.05.29 19 0 13쪽
25 25. 대족장이 된 손평 23.05.28 18 0 12쪽
24 24. 주세진의 살인 23.05.27 21 0 12쪽
23 23. 음모 23.05.26 1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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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 임영조만호장 23.05.24 18 0 12쪽
20 20. 여진의 대족장 23.05.23 19 0 13쪽
19 19. 손응의 화살 23.05.22 2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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