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중룡 님의 서재입니다.

환려제국(桓麗帝國)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중룡
작품등록일 :
2023.05.04 12:14
최근연재일 :
2023.07.19 00:14
연재수 :
77 회
조회수 :
1,773
추천수 :
20
글자수 :
425,602

작성
23.05.24 00:00
조회
18
추천
0
글자
12쪽

21. 임영조만호장

DUMMY

장군들에게 술을 따라준 이준은 조용히 밖으로 나왔다.


“너희들은 고려군에 섞여 고려의 병사들이 나눈 대화를 듣고 나에게 그대로 보고를 해야 한다.”

“예, 총관님!”


이준이 명령을 내린 군사들은 쌍성총관부 소속의 군사들로 모두가 고려 출신이었다.

‘만족할만한 내용이 나왔으면 좋겠는데,’

먼 거리를 굶으면서 왔는지 고려군의 장수와 병사들은 금방 취기를 드러냈다.


“자준아! 고려군들이 쉴 수 있는 막사는 준비를 했느냐?”

“예, 아버지! 북쪽으로 도망간 사람들이 남긴 빈집들이 있으니 병사들을 적당히 분산하면 충분히 숙식할 수 있습니다.”

“그럼 장수들만 쌍성총관부 내에서 재우면 문제는 없겠구나, 내일 아침에 총관실로 오너라.”

“예, 아버지! 이만 연회를 끝내겠습니다.”


다음날,

아침이 되자 이자준은 총관실로 갔다.


“아버지! 무슨 시키실 일이라도 있습니까?”“아니다. 우선 앉아라.”

“예!”


이자준이 자리에 앉자 이준은 총관실 입구로 갔다.


“중요한 이야기를 나눠야 하니 그 누구도 안으로 들여서는 안 된다.”

“예, 총관님!”

호위를 단속한 이준은 출입문을 닫고 이자준 앞에 앉았다.


“고려군의 입에서 나온 말에 의하면 현재 고려 황실이 엉망인 듯하구나! 그래서 우리는 이곳에서 최대한 힘을 기르고 있다가 고려 황실의 상황이 더 악화가 되면 기회를 봐서 고려를 무너뜨리자.”

“아버지! 어떻게 우리 힘만으로 고려를 치는 것이 가능하겠습니까?”


이준의 말에 이자준은 긴장한 얼굴이 되었다.


“그래서 말인데 고려군을 앞세워서 서경의 동녕부를 쳐서 동녕부를 흡수해야겠다. 동녕부 소속의 군사도 중요하지만, 그곳의 백성이야말로 우리에게 군비와 물자를 제공할 사람들이니 현재로서는 백성들의 숫자를 늘리는 것이 우선인 듯싶다.”

“알겠습니다. 시일을 다투는 시급한 일이 아니니 우리 일에 협조할 사람들이 더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그래! 그 일은 그렇게 추진하는 것으로 하고 고려에서 온 장수와 군사들에게는 최대한 친절을 베풀어야 한다.”

“예, 아버지! 그렇지 않아도 저는 그들을 우리와 고려의 호족들을 연결해줄 끈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자준아! 너에게는 친동생들도 있지만, 이복동생들 또한 우리 가문을 지탱할 힘이라 생각하고 내가 죽더라도 동생들을 내쳐서는 안 된다.”

“예, 아버지! 동생들이 먼저 배신하지 않는 한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쌍성총관부로 온 고려군으로 인해 두 부자의 꿈은 현실에서 이루어진 듯했다.


****


- 추밀원지사 구양수 대인은 압록강 변 백왕리에 은거하고 있습니다.


임영조 만호장이 구양수를 수소문하여 찾는다는 소문이 돌자 주진군에서 전해온 서신의 내용이었다.

‘내가 이곳 호상군의 수장이 되어 오랜 시간 두 부자를 지켜보았지만, 아비와 달리 아들이란 놈은 원의 황제와 다를 바가 전혀 없어! 특히 지혜와 덕이 없어 역사에 살인귀(殺人鬼)로 남을 것이 분명하니 하루라도 빨리 이곳을 떠나야겠어!’

임영조 만호장은 부관인 천호장을 지냈던 택운규 장군을 불렀다.


“택장군! 주세진을 어떻게 생각하나?”

“예, 장군! 장군께는 송구한 말씀이오나 낙향해야 하는데 괜히 이곳으로 왔나 후회가 듭니다.”


임영조 만호장은 택운규 천호장의 대답에 안도하는 표정이었다.


“그래? 내 생각과 같구먼. 자네 혹시 구양수 대장군을 기억하고 있는가?”

“예! 기억합니다. 구양수 대장군이라면 과거 궁에서 추밀원지사를 지냈던 분이 아닙니까?”

“맞네! 내가 그분을 수소문했더니 그분은 현재 압록강 변에 계신다고 하네. 그래서 내 남은 삶을 그분께 의탁해보려고 하는데 자네는?”

“그분이라면 소장 역시 가고 싶습니다. 장군!”

“그러면 내일 아침 주초일 상단주에게 이곳을 떠난다고 말하고 올 테니 자네는 같이 떠날 사람들이 있나 알아보게,”

“그렇게 하겠습니다. 편히 쉬십시오.”


택운규 천호장이 나가자 임영조 만호장은 방에서 나와 호상군의 진영이 내려다보이는 산으로 올라왔다.

‘휴-우! 저기 유등(油燈)을 켜고 있는 집들은 아마 나처럼 심적 갈등을 느끼고 있을 것이야,’

야무(夜霧)가 내려앉은 마을에는 드문드문 불 켜진 집들이 임영조 만호장의 눈에 보였다.

안개가 이슬이 되어 지면에 가까워 질쯤 임영조 만호장은 초일 상단으로 향했다.

불혹의 나이가 지난 주초일은 밤새 잠자리에서 뒤척이다가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왔다.

‘그냥 이렇게 살면서 행복한 가정을 이루면 좋으련만 그 무엇이 세진이 마음속에 헛된 꿈을 심어주었을까?’

상행을 다녀 온 행수들의 입에서 주세진의 위험한 행보들이 전해져왔다.

주초일이 생각에 잠겨 걷는 동안 환하게 불을 밝힌 초일 상단이 보였다.


“거기 누구시오?”


주초일의 눈에 상단의 정문 처마 밑에서 서성이는 그림자가 보였다.


“상단주님! 벌써 나오십니까?”

“아니, 임영조 군장님이 아닙니까? 어서 안으로 듭시다.”


주초일은 상단 일꾼들의 인사를 받으며 임영조 만호장을 데리고 자신의 집무실로 들어갔다.

“새벽이라 아직 날씨가 찹니다. 차 한 잔 드시지요.”

“고맙습니다. 상단주님!”


주초일의 집무실 탁자에는 김이 올라오는 용정차가 놓여있었다.


“임영조 군장님! 혹시 저에게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십니까?”

“크-흠, 상단주님! 그만 군장의 자리를 내려놓고 이곳을 떠날까 합니다.”

“예? 떠나시다니요? 이곳에서 무슨 섭섭한 일이라도 있었는지요?”


주초일은 깜짝 놀란 얼굴이 되어 임영조 만호장에게 물었다.


“아니요, 그런 것은 없습니다.”

“그럼 왜 떠나려고 하는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군에서 우리를 이끌어주셨던 분이 은거하고 계신다고 해서 그분을 찾아뵙고 그분과 함께 제 여생을 보낼까 합니다.”

“잠시 다녀오셔도 되는데 꼭 그렇게 하셔야 하겠습니까?”

“나나 그분이나 이미 연로한 몸인데 이곳에서 더 지체하다가는 후회하는 일이 생길까 그러니 내 마음을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휴-우! 알겠습니다. 잠시 일을 보고 군영으로 가겠습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임영조 만호장이 나가자 주초일은 주세진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 아이로 인해 좋은 사람들이 모두 이곳을 떠나가는구나!’

새벽,

상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상단을 나서자 주초일은 군영으로 향했다.

‘아니 떠나려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았나?’

군영의 훈련장에는 많은 병사가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

떠나려는 병사들은 가족들을 떠나 홀로 온 사람들이었다.


“임영조 만호장님! 어딜 가시더라도 강녕하십시오.”

“상단주님! 감사합니다. 상단주님의 건승을 기원하겠습니다.”

“떠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줄 알았다면 좀 더 챙겨올 것인데 적은 금액입니다.”


주초일은 임영조만호장에게 황금 천 냥이 들어있는 상자를 내밀었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병사들에게 큰 도움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상단주님!”


주초일의 배웅을 받으며 삼백여 명의 호상군 병사들이 길을 떠났다.


“택장군! 병사들을 남기고 떠나려니 마음이 무겁네!”

“장군! 제가 미처 말씀을 드리지 못했는데 남아 있는 병사들의 대부분은 가족과 함께 온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먼저 가서 터전을 만들어 놓으면 저들도 합류하기로 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오! 그랬는가? 그렇다면 다소 마음이 놓이네. 그리고 수레에 실려 있는 금자는 우리와 같은 곳에 정착하든지 각자의 고향으로 가든지 따지지 말고 모든 병사에게 골고루 나눠 주시게.”

“알겠습니다. 장군!”


택운규 천호장은 정면을 향하는 임영조 만호장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전장에서도 그렇더니 항상 자신보다 병사들이 먼저 생각하는구나! 하긴 이런 분이니 주세진과 같은 필부와 섞이지를 못하지.’


합비 전장에서 초일 전장으로 상호를 바꾼 주세진은 오후가 되자 합비에 와 있는 장군들을 만나기 위해 전장을 나섰다.


“전장주님!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형서기! 무슨 일인가?”


형지가가 뛰어오면서 말을 하자 주세진은 잠시 기다렸다.


“전장주님! 방금 호상군의 군영에서 온 전갈인데 임영조군장을 비롯해서 약 삼백여 명의 병사들이 호상군을 떠났다고 합니다.”

“호-오! 그래? 알았다.”


몸을 돌린 주세진의 무관심한 말투에 형지가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길길이 날뛸 줄 알았더니 뭐야?’

주세진의 태도에 형지가는 실망한 채 전장으로 들어갔다.

뒤를 돌아본 주세진은 당장 호상군의 군영으로 달려가고 싶었다.

‘쫓아가서 모두 죽여 버리고 싶지만, 오늘은 참겠다. 하긴 어찌 생각하면 밥버러지들이 스스로 떠났으니 오히려 좋아해야겠지.’

주세진은 지금까지 호상군의 태도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었다.


“화적떼나 도적 떼의 근거지를 습격해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모두 몰살을 시켜야 다음부터는 우리 상단에 해를 끼치지 않을 것 아니오?”


주세진이 상행을 다녀 온 호상군의 병사들에게 악을 쓰며 한 말이었다.

아무리 강한 무력을 지니고 있어도 주세진은 아직 소년이었다.

그래서 호상군의 병사들은 주세진에게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


“장군들을 오래 기다리게 한 것 같소이다.”


주세진은 장수들이 기다리는 기루의 방으로 들어서며 한 말이었다.

방에는 네 명의 장군들이 주세진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요, 전장주! 어서 오시오.”


장수들은 일어나 주세진에게 목례를 했다.

주세진이 상석에 앉자 기녀들이 들어오고 금방 술자리가 무르익었다.


“장군! 우리가 이렇게 술을 마시며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것은 모두 황상(皇上)의 황은이라 생각합니다.”

“푸-아-하하하! 황은이라? 전장주님! 방금 황은이라 했소?”


장수 한 명이 큰 소리로 웃으면서 주세진에게 물었다.


“장군! 황제 폐하께 불손한 것 같소이다.”

“전장주! 백성을 외면한 황제가 황제라고 생각하시오?”

장수의 말이 거칠어지자 주세진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어렸다.

‘이자들은 황제에게 불만이 많구나! 곽도형 만호장이 신경을 많이 써서 사람들을 골랐어.’


“내가 장군의 심기를 어지럽힌 것 같소이다. 자, 그런 의미로 사죄의 한잔 올리겠소.”


주세진은 장수에게 금존청을 따라주었다.


“전장주님! 곽도형 만호장님께서 오셨습니다.”

“안으로 모셔라!”


방으로 들어온 기루의 총관은 주세진에게 머리를 숙이고 그 자리에 있던 기녀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전장주! 도독(都督)께서 오신 것이오?”

“그렇소!”


곽도형 만호장이 총관이 열어준 문으로 들어왔다.


“충!”


네 명의 장수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곽도형 만호장에게 군례를 취했다.

그러나 곽도형 만호장의 시선은 주세진에게 향했다.


“주군을 뵙습니다!”


곽도형 만호장이 주세진에게 군례를 올리자 장수들이 입을 벌렸다.


“장군들 오셨는가?”


곽도형 만호장은 장수들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예, 장군!”


이들 네 명의 장수들에게 있어서 도병마사를 겸임하는 곽도형 만호장은 자신들이 꿈에서나 볼 수 있는 까마득한 윗사람이었다.


“여보게, 자네들!”

“예, 장군!”

“나는 여기 계신 주세진 전장주님을 나의 주군으로 모시기로 했네. 내가 주군을 만나게 된 것은......,”


곽도형 만호장의 말을 듣고 있는 네 명의 장수들은 주세진을 바라보는 눈빛이 점차 변해갔다.


“그래서 나는 문무를 겸한 주군께 내 모든 것을 바치기로 했으니 자네들도 나와 함께 새로운 하늘을 열어보겠는가?”

“예, 장군! 소장은 동참하겠습니다.”“소장도.....,”

“저도.....,”

“예, 장군!”


곽도형 만호장에게 대답을 한 네 명의 장수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주세진에게 군례를 올렸다.


“하하하! 오늘은 내가 너무 기분이 좋소! 자, 많지 않은 돈이지만 그대들을 환영하는

의미로 내리는 것이오.”


주세진은 품에서 전표를 꺼내 장수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장수들이 주세진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전표를 받았다.


“총관은 기녀들을 모두 들여보내라!”


기녀들이 들어오자 흥이 넘친 술자리가 다시 시작되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환려제국(桓麗帝國)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7 47. 주세진의 금구상단 23.06.19 23 0 13쪽
46 46. 이자준과 문소장군의 만남 23.06.18 22 0 12쪽
45 45. 환려제국 23.06.17 31 0 12쪽
44 44. 곽도형만호장 23.06.16 19 1 12쪽
43 43. 이자준의 첫 승리 23.06.15 18 1 13쪽
42 42. 주세진의 퇴각 23.06.14 18 0 13쪽
41 41. 황제 주세진 23.06.13 20 0 12쪽
40 40. 손응과 야율청대장군 23.06.12 18 0 12쪽
39 39. 황제의 출전 23.06.11 16 0 12쪽
38 38. 손달부와 기재서의 죽음 23.06.10 17 0 13쪽
37 37. 정체가 드러난 손도영 23.06.09 21 0 12쪽
36 36. 이자준의 의심 23.06.08 17 0 12쪽
35 35. 연승 23.06.07 17 0 12쪽
34 34. 길림성 함락 23.06.06 17 0 12쪽
33 33. 고려군을 흡수한 이준 23.06.05 18 0 13쪽
32 32. 고려연합군의 철군 23.06.04 20 0 13쪽
31 31. 손응의 애기살 23.06.03 17 0 12쪽
30 30. 흑호사냥 23.06.02 15 0 12쪽
29 29. 암살 23.06.01 14 0 12쪽
28 28. 손도영의 활 23.05.31 14 0 12쪽
27 27. 주세진, 고려원정군을 만나다 23.05.30 16 0 12쪽
26 26. 광동성 원정 23.05.29 19 0 13쪽
25 25. 대족장이 된 손평 23.05.28 18 0 12쪽
24 24. 주세진의 살인 23.05.27 21 0 12쪽
23 23. 음모 23.05.26 20 0 12쪽
22 22. 신임족장 손평 23.05.25 19 0 12쪽
» 21. 임영조만호장 23.05.24 19 0 12쪽
20 20. 여진의 대족장 23.05.23 20 0 13쪽
19 19. 손응의 화살 23.05.22 22 0 12쪽
18 18. 잠입 23.05.21 19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