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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룡 님의 서재입니다.

환려제국(桓麗帝國)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중룡
작품등록일 :
2023.05.04 12:14
최근연재일 :
2023.07.19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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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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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25,602

작성
23.06.1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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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0. 손응과 야율청대장군

DUMMY

말을 마친 곽도형 만호장이 자신의 이름을 쓰고 장인을 했다.

그러자 곽도형 만호장의 곁에 앉았던 장군이 곽도형 만호장과 똑같이 수결과 장인을

했다.

수결과 장인을 한 장군들의 총 인원은 열일곱 명이었다.

연판장을 작성하는 의식이 끝나자 주세진은 준비한 장군 검을 장군들에게 하사했다.

“충! 충! 충!......,”

“오늘이 지나면 우리는 죽음을 초개(草芥)처럼 여기고 황제의 군대와 싸워야 한다. 언제 죽음이 다가와 쓰러질지 모르지만, 백성을 구하라는 하늘의 천명을 숙명으로 여기고 모두 전장으로 나가자!”


술잔을 든 주세진이 비장한 표정으로 장군들에게 말했다.


“충! 천명과 주군의 명을 받듭니다.”


주세진이 술잔을 비우자 장군들도 술잔을 비웠다.


“마지막 술이라 생각하고 많이들 들게!”

“예, 만호장님!”


장군들은 자신 앞에 놓인 술병을 들고 스스로 자작을 하기 시작했다.

구족의 목숨을 걸고 마시는 술인 만큼 무거운 침묵 속에 술병이 비워졌다.


“삼 일 후 축시(丑時:01:00~03:00) 초에 대도(大都:현 북경)의 적수담(積水潭) 상류 수원(水原)에서 만난다!”


적수담의 수로는 평상시에는 물건을 실어 나르는 운하 역할을 하다가 전시(戰時)에는

대도를 보호하는 해자(垓字) 역할을 했다.


“충! 충! 충!......,”


주세진과 합비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낸 장군들은 결연한 표정으로 주둔지로 향했다.


“곽장군! 저들이 배신할 확률은?”“주군! 염려하지 마십시오. 방금 떠난 장군들에게 꼬리를 붙여놓았습니다. 만약 한 사람이라도 배신하면 강력한 꼬리가 칼을 빼 배신자의 입을 열지 못하게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다행이오. 우리도 이제 대도(大都:현 북경)의 적수담(積水潭)으로 떠납시다.”

“예, 주군! 우리가 도착할 때면 문소 천호장도 도착할 것입니다.”


말에 오른 주세진은 주초일과 김소라가 있는 집을 바라보았다.

‘아버지, 어머니! 새로운 하늘을 열어 황궁으로 모시겠습니다.’

따-각 따-각!

두 필의 말이 합비의 새벽을 열며 죽음의 전장으로 떠나고 있었다.


****


손도영과 손응, 그리고 목숨을 잃은 손달부와 기재서가 탄 마차는 한밤이 돼서 백왕리에 도착했다.


“응아! 그만 울음을 멈춰라! 동네 사람이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귀천(歸天)을 알게

된다면 전장에 나가 있는 아버지와 다른 병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릴 될 것이다.”

“헤헤! 알았어요. 삼촌! 오는 동안 너무 많이 울어서 이제는 참을 수 있어요.”


손응은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훔치면서 메마른 웃음을 흘렸다.


“그래야지! 이쯤이면 멀리 초원이 내려다보이니 이곳에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모셔야겠다.”

“예, 삼촌! 저도 땅을 팔게요.”


손도영과 손응은 초근(草根)이 가득한 흙을 걷어내며 땅을 팠다.


- 어머니, 아버지! 평생을 힘들게만

사시다가 이제 막 자리를 잡아서

기름진 쌀밥과 고기를 드시더니

그렇게 입맛에 맞지 않았습니까?

이렇게 급하게 허망하게 가시면

남겨진 우리는 이제 어떡합니까?

송피(松皮)죽도 배부르게 드시지

못했던 모래내를 떠나 겨우겨우

이곳에 정착했는데......,

부디 좋은 곳으로 가셔서 두 분의

행복 오래오래 이어가세요.


두 사람의 매장을 끝낸 손도영은 한참 동안 봉분 없는 묘를 바라보았다.


“휴-우! 조심스럽게 땅을 팠더니 벌써 새벽이 됐다. 응아! 이제 집으로 가자.”

“에-휴! 예, 삼촌! 그런데 사람들이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안부를 물어보면 뭐라고 할까요?”


손응은 땀이 흘러내리는 얼굴에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고려의 친척 집에 가셨다고 하자.”

“예, 삼촌! 빨리 집에 가서 아침 먹고 전황을 알아보러 가요.”

“그래, 응아! 나는 네가 슬픈 표정을 거둬주어서 정말 마음이 놓인다.”

“헤! 삼촌 제가 어린애인가요? 아버지께서 돌아오시면 그때 마음 놓고 울 거예요.”


손응을 데리고 집으로 간 손도영은 부엌으로 갔다.


“흑-흑-흑! 어머니!”


부엌에는 손도영이 올 것을 생각했는지 기재서가 만들어놓은 침채(沈菜:김치)가 단지 가뜩 담겨 있었다.

‘어머니! 크-흑-흑’

침채 한 조각을 입에 넣은 손도영은 손응이 들을까 입을 막고 흐느꼈다.


“도영 오빠! 왔으면 나를 깨워야지 부엌에서 뭐 해요?”

“은영아! 내가 너무 빨리 잠에서 깨서 그러니 밥은 내가 차릴게.”


손평의 네 남매 중 막내인 손은영이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부엌으로 나왔다.


“도영 오빠! 아버지, 어머니는?”

“전쟁 중이라 내가 모래내에 가 계시라고 해서 화주에서 바로 고려로 가셨다.”

“그럼 나도 따라갈 건데 그랬네.”


손도영과 손응은 아침을 먹고 집을 나섰다.


“저곳이 전임 족장이신 홍태진 대족장의 집이냐?”

“예, 삼촌! 홍태진 대족장이라면 전황을 알고 있을 거예요.”

“그래! 들어가 보자.”


두 사람은 홍태진 대족장의 집 앞에 말을 묶어두고 안으로 들어갔다.


“오! 대족장의 아들이구나! 그런데 자네는 누구인가?”


홍태진 대족장은 손응은 알아보았지만, 손도영은 처음 본 얼굴이라 약간 경계하는듯했다.


“큰할아버지! 이 사람은 우리 막내 삼촌이에요.”

“그래? 어쩐지 대족장과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형제라서 많이 닮았었구나.”


홍태진 대족장의 눈빛이 온화하게 변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손도영이라고 합니다.”

“그래, 반갑네! 그리고 마침 잘 와주었어.”

“무슨 시키실 일이라도 있습니까?”

“그렇다네! 화탄과 폭시를 대량으로 만들었는데 운반할 사람이 없어서 고민하고 있었다네. 자네가 해 줄 수 있겠는가?”

“당연히 제가 하겠습니다. 저에게 맡겨주십시오.”

“고맙네! 역시 대족장의 동생이야,”


손도영은 요녕성과 길림성에 가기로 마음을 먹고 손응에게,


“응아! 삼촌은 화탄과 폭시를 운반해야 하니 집으로 가서 고모와 있어라.”

“헤헤! 삼촌, 저도 따라가면 안 돼요?”

“전쟁 중이라 위험해서 안 돼, 얼른 다녀올 테니 고모와 집에서 기다려!”

“얼른 집에 가서 고모에게 삼촌이 어딜 가신다고 말하고 올게요.”


손응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입가에 미소를 띠며 밖으로 나가 말을 타고 백왕리로

향했다.

화탄과 폭시를 실은 수레는 총 열 대였다.

‘수레들은 연결하여 운반한다 해도 중간에 있는 말을 통제하려면 누가 있어야 하는데 어떡하나?’

손도영은 홍태진 대족장에게 내색하지 못하고 고민에 빠졌다.


“헤헤! 삼촌, 고모에게는 이야기하고 왔어요. 저도 따라가다가 위험하다 싶으면

이곳으로 도망 오면 안 될까요?”

“응아! 그렇지 않아도 수레의 중간지점에 한사람이 꼭 필요하다. 대신 네 말을 같이

끌고 가다가 위험하다 싶으면 네 말을 타고 무조건 멀리 도망을 가야 한다. 마차

밑은 화약 무기들이 실려 있어서 위험하니, 알았어?”

“예, 삼촌! 삼촌이 시키는 대로 할게요.”


화탄과 폭시를 실은 마차 행렬의 선두에는 손도영이, 마차의 중간에는 손응이 타고

요녕성으로 향했다.

화탄과 폭시를 실은 마차라 빨리 달릴 수가 없어서 마차의 속도는 너무 더뎠다.


“응아! 이 숲만 무사히 지나면 위험이 없을 것 같으니 오늘은 이곳에서 마차를 숨기고 있다가 날이 어두워지면 숲을 통과하자.”

“예, 삼촌! 그렇지 않아도 배가 고파 쉬고 싶었어요.”


먼지와 땀으로 얼룩진 손응의 얼굴을 보자 손도영의 마음은 무거웠다.

‘다른 아이들처럼 한 참 뛰어다닐 나이에 참.....,!’

깊은 계곡에 말과 마차를 숨긴 손도영과 손응은 앞이 트인 곳으로 가서 육포를

먹으며 전방을 주시했다.

요녕성(遙寧省) 안산(鞍山)은 역참이 있는 곳으로 교통의 요지였다.


“응아! 저 멀리 보이는 곳이 안산이라는 곳이다. 저곳만 지나면 아버지께서 계시는

봉천까지는 육십 리이니 여기서 쉬다가 밤이 되면 출발하자.”

“예, 삼촌! 그런데 어디선가 말발굽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요.”

“응? 내 귀에는 전혀 안 들리는데,”


손도영의 말에 손응이 눈을 감고 편하게 앉았다.


“삼촌! 분명히 들리니 잠시 숨어야겠어요.”

“그래? 나에게는 말발굽 소리가 들리지 않는데 넌 왜 말발굽 소리가 들린다고

한 거냐?”

“제가 큰할아버지께 배운 훈련대로 바람을 느끼다 보면 바람 속에 많은 소리가

섞여 와요. 그 속에 말발굽 소리도 있어요.”

“하하하! 삼촌도 응이에게 배워야겠는걸.”


두 사람은 잎이 무성한 버드나무 위로 올라가 수평으로 뻗은 가지에 편하게

누웠다.

두-두-두-두!

멀리서 말발굽 소리와 함께 뿌연 흙먼지가 일어났다.


“응아! 네 말대로 말을 탄 기병들 같다.”

“예, 삼촌!”


두 사람은 입을 다물고 말을 탄 기병들이 빨리 지나가길 바랐다.


“워-어! 잠시 이곳에서 땀을 식힌다.”

“충!”


화려한 호피를 덧댄 갑옷을 입은 장군이 말하자 병사들이 일제히 말에서 내렸다.

기병들의 숫자는 어림잡아도 십만, 나무 위의 두 사람은 몸이 얼어붙었다.

그런데 비록 멀리 떨어져 있지만, 장군이 갑자기 고개를 돌리더니 두 사람이 숨어 있는 버드나무를 유심히 쳐다보았다.


“부장! 폐하의 명이 없었다면 저기 보이는 숲으로 들어가 잠시 쉬었으면 좋겠군!”

“소장도 그러고 싶은 마음인데 병사들은 오죽하겠습니까? 그래도 이젠 물 한 모금만 마셔도 만족이 됩니다.”

“허허허! 부장도 이젠 몽골도만호부에 완전히 적응했구먼.”


화려한 호피 갑옷을 입은 장군이 바로 야율청 대장군이었다.


“응아! 우리 쪽을 봤던 장군이 옆에 있는 장수에게 뭐라고 하는데 우리를 봤을까?”

“삼촌! 잠시만 기다려 보세요.”


손응이 갑자기 활과 화살을 꺼냈다.

그리고 야율청 대장군의 등을 겨냥했다.


“응아! 안 돼!”


손도영의 다급한 외침이 있었지만 손응의 화살은 활을 떠나고 있었다.

슈-우-욱!

애기살은 낮은 파공음을 내며 야율청 대장군의 등을 향해 날아가다가 돌연 허공으로

솟구치더니 야율청 대장군의 머리 위를 지나 날아가 버렸다.


“커-헉!”


손도영이 안심하려는 순간 야율청 대장군이 큰 신음을 내더니 앞으로 쓰러져 버렸다.


“적이다! 모두 말에 올라 전방을 수색하라!”


기병들이 서둘러 말에 올라 앞쪽의 언덕으로 달려갔다.


“대장군, 대장군! 정신 차리십시오.”


야율청 대장군의 부장이 야율청 대장군을 부축했지만 이미 절명했는지 야율청 대장군의 머리가 꺾여버렸다.


“야율청 대장군께서 돌아가셨다. 야율청 대장군을 마차에 모시고 모두 길림성으로 출발한다.”


몽골도만호부의 기병들은 왔던 속력보다 더 빠르게 길림성 방향으로 사라졌다.


“휴-우! 응아 어떻게 된 거냐?”

“헤헤! 삼촌, 이거요.”


손응이 손도영에게 내민 것은 화살 깃을 불규칙하게 붙인 심하게 휜 애기살이었다.


“이걸로 쏜 것이냐?”

“예, 삼촌! 혼자 심심해서 만든 것인데 쏴보니 반듯한 화살에 비해 상대를 속이는데 제격인 것 같아요.”

“휴-우! 어쨌든 이 화살이 우리 둘을 살렸구나!”


손응의 애기살은 전진하려는 힘과 휘려는 힘이 합쳐져 다시 뒤로 되돌아오는 그런 화살이었다.

‘조카지만 어린아이가 무서울 정도로 침착하고 냉정하다. 그리고 나도 당기기

힘든 활을 자유자재로 다루는데 진정 형님의 바람처럼 정말 하늘이 선택한 인물일까?’

손도영은 손응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조카지만 안아주고 싶을 정도로 예쁘고 천진한 모습이었다.

밤이 되자 손도영과 손응은 말을 몰아 봉천성으로 향했다.

두 사람이 도착한 봉천성의 야경은 정적과 고요가 흐르는 평화로운 광경이었다.

손도영은 적전을 꺼내 활에 쟀다.

삐-이-삐-이-이!

시위를 떠난 적전은 밤의 침묵을 깨고 봉천성으로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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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46. 이자준과 문소장군의 만남 23.06.18 22 0 12쪽
45 45. 환려제국 23.06.17 31 0 12쪽
44 44. 곽도형만호장 23.06.16 19 1 12쪽
43 43. 이자준의 첫 승리 23.06.15 18 1 13쪽
42 42. 주세진의 퇴각 23.06.14 18 0 13쪽
41 41. 황제 주세진 23.06.13 20 0 12쪽
» 40. 손응과 야율청대장군 23.06.12 18 0 12쪽
39 39. 황제의 출전 23.06.11 16 0 12쪽
38 38. 손달부와 기재서의 죽음 23.06.10 17 0 13쪽
37 37. 정체가 드러난 손도영 23.06.09 21 0 12쪽
36 36. 이자준의 의심 23.06.08 17 0 12쪽
35 35. 연승 23.06.07 17 0 12쪽
34 34. 길림성 함락 23.06.06 17 0 12쪽
33 33. 고려군을 흡수한 이준 23.06.05 18 0 13쪽
32 32. 고려연합군의 철군 23.06.04 20 0 13쪽
31 31. 손응의 애기살 23.06.03 17 0 12쪽
30 30. 흑호사냥 23.06.02 15 0 12쪽
29 29. 암살 23.06.01 14 0 12쪽
28 28. 손도영의 활 23.05.31 14 0 12쪽
27 27. 주세진, 고려원정군을 만나다 23.05.30 16 0 12쪽
26 26. 광동성 원정 23.05.29 19 0 13쪽
25 25. 대족장이 된 손평 23.05.28 18 0 12쪽
24 24. 주세진의 살인 23.05.27 21 0 12쪽
23 23. 음모 23.05.26 20 0 12쪽
22 22. 신임족장 손평 23.05.25 19 0 12쪽
21 21. 임영조만호장 23.05.24 18 0 12쪽
20 20. 여진의 대족장 23.05.23 20 0 13쪽
19 19. 손응의 화살 23.05.22 21 0 12쪽
18 18. 잠입 23.05.21 1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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