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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룡 님의 서재입니다.

환려제국(桓麗帝國)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중룡
작품등록일 :
2023.05.04 12:14
최근연재일 :
2023.07.19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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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5,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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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6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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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3. 음모

DUMMY

상단의 사람들 대부분은 음식을 먹기 위해 마을로 들어가고 있었다.


“이것은 쌍성총관부의 참모장 손도영 장군이 백왕리의 손평에게 비밀리에 보낸 서찰이오.”

“그렇소? 감사하오!”


손톱 밑의 가시처럼 자신의 마음을 항상 아프게 했던 송도영에게 소식이 왔다고 하자 서찰을 받는 손평의 손은 심하게 떨려왔다.


“자, 시장하실 텐데 안으로 들어갑시다.”


손평이 등학우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가자 넓은 식당에는 호상군의 병사들과 상단의 사람들이 나누어 앉아 술과 음식을 먹고 있었다.


“많이 드시오.”


등학우가 상단 사람들과 자리를 함께하자 손평은 등학우에게 머리를 숙이며 말했다.


“손평 족장! 고맙게 잘 먹겠소이다.”


등학우도 자리에서 일어나 손평에게 머리를 숙였다.

‘아! 손도영 장군도 뛰어난 외모지만 저 사람, 손평족장은 빼어난 외모에 위엄까지 엿보며 범접하기 힘든 모습이구나!’

밖으로 나온 손평은 떨리는 손으로 품에서 서찰을 꺼냈다.


- 형님! 보세요.

부모님을 비롯해 할아버지와 가족들 모두 잘 계신지요.

저는 하늘의 도움으로 무사히 쌍성총관부에 입성하여 참모장이란 벼슬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곳 쌍성총관부에는 최근 고려에서 다섯 명의 장수와 천여 명의 병사들이

왔습니다.

쌍성총관부의 총관 이준과 이준의 장자인 천호장 이자준, 두 부자는 암암리에

세력을 키우며 결정적인 순간이 오면 고려를 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조변석개(朝變夕改)라고 언제 이들의 마음이 변해 그 칼날이 우리

백왕리로 향할지 모르니 항상 대비하여 군대를 양성하세요.

형님!

최대한 이곳에 오래 머물면서 이들의 변화를 전할 테니 항상 건승하시길 바랍니다.

아우 도영 올림


‘휴-우! 도영아! 못난 형을 용서해라!’

손평은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서찰을 품속에 넣었다.

손도영의 서찰은 구양수에게 전해졌다.


“평아! 우리도 군 편제를 효과적으로 해서 닥쳐올 미래를 대비해야겠다.”

“예, 할아버지!”


손평은 구양수, 그리고 임영조 만호장과 함께 군 편제를 단행했다.

양쪽 산채와 쌍성총관부에서 이주해온 고려 사람들, 그리고 임영조 만호장과 함께 온

호상군과 여진의 병사들을 적절하게 섞어서 조화와 균형을 만들어냈다.


****


쌍성총관부의 연병장,

송도영은 몸을 풀기 위해 권각술을 하고 있었다.


“이보게, 저기 손도영 참모장님이 권각술을 연습하고 있으니 가서 배워보세.”

“그래! 어디서 배운 것인지는 모르지만 동작이 아주 날카로워 쓰임새가 있겠어.”


쌍성총관부의 병사들이 하나둘 송도영의 근처로 모여들었다.

이곳 쌍성총관부로 온 고려군의 중군장인 강민기 장군 밑으로 네 명의 소군장들이

있었다.

석효기 소군장!

문관 출신을 아버지로 둔 야망이 대단한 자로 항상 무신정권을 동경하여 또 다른 경대승이 되기를 바랐다.

쌍성총관부로 온 이후 할 일이 없어진 석효기 소군장은 다른 소군장들과 쌍성총관부 밖에서 술을 마시고 쌍성총관부로 들어오고 있었다.


“하하하! 이런 기생오라비 같은 놈을 보았나?”


불만이 쌓인 석효기 소군장의 눈에 병사들이 모여 있는 것이 보이자 가까이 다가와 송도영의 권각술을 보며 한 말이었다.

불쾌해진 손도영은 말을 한 상대가 고려군의 소군장임을 알자 대꾸를 하지 않고 묵묵히 몸을 풀었다.


“이놈이! 장군이 말을 했으면 뭐라고 사죄를 해야 할 것이 아니냐?”

“내가 뭐라고 했으면 좋겠소?”


손도영은 동작을 멈추고 석효기 소군장에게 말했다.


“이런 죽일 놈을 보았나? 무조건 죄를 청해야지, 뭐긴 뭐야?”

“하하하, 장군! 대취한 장군께 딱히 할 말이 없으니 이만 가보겠소.”


손도영은 몸을 돌려 연병장 밖으로 향했다.

채-챙!


“서라, 이놈!”


석효기 소군장은 검을 빼 들고 그 검을 손도영에게 겨눴다.


“일국의 소군장이란 자가 어찌 이유도 없이 죄 없는 사람에게 칼을 겨눈단 말이오?”


무기를 지니지 않은 손도영은 몸을 돌려 걸음을 멈추고 담담히 말했다.


“당장 무릎을 꿇어라!”

“그렇게는 못 하겠소.”


석효기 소군장의 억지에 표정이 돌변한 손도영이 석효기 소군장을 노려보며 말했다.

휙-휙!

석효기 소군장의 칼날이 공기와 마찰음을 내며 몸을 비틀어 피하는 손도영의 몸을 아슬아슬하게 비켰다.

슈-욱 휙!

석효기 소군장의 검이 찌르기와 베기가 동시에 이루어졌다.

그러나 손도영은 유연하게 검을 피했다.

탁-퍼-억 커-억!

그리고 검을 쥔 석효기 소군장의 팔을 발로 찬 다음 석효기 소군장의 품으로 파고들어 장(掌)으로 석효기 소군장의 명치를 가격했다.

그러자 검을 놓친 석효기 소군장은 복부에서 전해온 큰 충격에 신음을 내며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짝-짝-짝!

박수 소리가 나자 손도영이 몸을 돌려 바라보았다.

이준이 호위장과 함께 웃으면서 서 있었다.


“참모장! 내가 다 보았는데 대처를 아주 적절하게 잘했어.”


사실 이준은 밖에서 들어오다가 석효기 소군장이 손도영에게 시비를 걸 때부터 지켜보고 있었다.

‘고려군들을 한 번쯤 눌러놓을 필요가 있었어!’

그리고 호기심이 생기자 자신의 호위장에게 말리지 말라 하고 나무 뒤에서 지켜보았었다.

그러나 손도영의 등에는 식은땀이 흘렀다.

‘아! 늙은 너구리의 시선을 받아서 좋을 일이 없는데, 큰일이구나!’


“총관님! 송구합니다. 상대의 검에 정신을 잃다보니......,”

“괜찮다. 서로가 큰 부상을 입지 않았으니 이걸로 되었다.”


이준이 호위장과 연병장을 벗어나자 쌍성총관부의 병사들이 손도영의 주위로 다가왔다.


“참모장님! 옆에서 구경하는 우리도 조마조마했는데 정말 멋있었습니다.”

“역시 참모장님이야!”


병사들이 한마디씩 했지만, 손도영은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저녁 식사를 한 손도영은 숙소를 향했다.


“장군! 혹시 쌍성총관부의 참모장 되십니까?”

“그렇소! 그런데 왜 물어보시오?”


고려군의 병사로 보이는 사람이 손도영에게 다가와 물었다.


“우리 고려군의 중군장이신 강민기 장군께서 잠시 보자고 하십니다.”

“알았소. 강민기 장군께 안내하시오.”


낮에 석효기 소군장과 다툰 일이 있었기에 고려 병사의 뒤를 따르는 손도영은 꺼림칙한 마음이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다.


“장군! 손도영 참모장을 데리고 왔습니다.”

“안으로 모셔라!”

“참모장님! 안으로 드시지요.”


고려 병사가 문을 열어주자 손도영은 안으로 들어갔다.


“찾으셨다고 해서 왔습니다. 장군!”

“어서 오시게, 참모장!”


강민기 중군장과 인사를 나눈 손도영이 자리에 앉기 전 주위를 둘러보고 몸을 흠칫했다.

바로 낮에 자신과 다툼이 있었던 석효기 소군장이 끝자리에 앉아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서 오시오, 참모장!”


입가에 미소를 띤 석효기 소군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손도영에게 자리를 권했다.

‘뭔가가 있군!’

손도영은 무표정한 얼굴로 자리에 앉았다.


“자, 먼저 한잔 받게.”


강민기 중군장이 손도영에게 술잔을 내밀었다.


“감사합니다. 장군!”


일어서서 술을 받은 손도영은 자리에 앉았다.


“나는 참모장이 쌍성총관부의 참모장이라 해서 고려인인 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는데 동포현 출신의 고려인이라고 해서 내가 많이 놀랐다네. 그리고 더 놀란 건 일신에

지닌 무예가 웬만한 장군들보다 뛰어나다고 하는 소문이야,”

“과찬입니다. 동포현의 산중에서 스승도 없이 혼자 익힌 것이라 기초가 부실하여 허술하기가 짝이 없습니다.”

“아닐세, 과연 자네 말대로 부실하고 허술하다면 무예가 고강한 석효기 소군장이 한방에 나가떨어졌겠는가? 고려인들 간 친목을 다지기 위해 불렀으니 낮의 시험은 잊도록 하게,”

“예? 시험이라니요?”

“허허허! 싸우다 정든다고 우리끼리 내기를 하다 그리된 것이니 자네가 이해해주게,”

“예, 알겠습니다. 장군!”


대답하면서 손도영은 소군장들의 표정을 살폈다.

‘이들도 이곳, 쌍성총관부에 온 이유를 철저하게 숨기고 있구나!’

손도영은 이들이 결코 황제의 명에 움직이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 이들이 이곳에서 제공하는 것을 모두 무상으로 받으며 힘을 키운다면 이들은 또 다른 큰 세력을 구축할 것이다. 이들과 이씨 부자의 한 지붕 살림은 동상이몽(同床異夢)인가?’

손도영은 더 지켜보기로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손도영이 숙소에 오자 숙소 입구에는 이자준이 기다리고 있었다.


“도영 아우! 어딜 다녀오는가?”

“예, 형님!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십니까?”

“낮에 아우가 석효기 소군장과 작은 충돌이 있었다고 하여 걱정이 되어 와 봤다네.”


달빛에 비친 이자준의 표정은 손도영을 걱정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이자는 내가 고려군과 함께 있었다는 것을 알고 왔을 것이다.’


“심려를 끼쳐드려서 송구합니다. 형님! 그렇지 않아도 강민기 중군장이 석효기 소군장과 화해를 주선하여 그 자리에서 있다가 오는 길입니다.”

“오! 그랬는가? 그렇다면 괜한 걱정을 했네, 늦었으니 쉬도록 하게.”

“예, 형님! 쉬십시오.”


손도영이 고려군과 있었다는 말을 꺼내자 이자준의 표정이 풀어지면서 입가에 옅은

미소까지 띠었다.

이자준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마음이 복잡해진 손도영은 쌍성총관부를 나와 발해를 건국한 대조영이 쉬어갔다는 소나무의 가지 위로 올라갔다.

얼마나 오래 살았는지 소나무의 가지는 황소의 몸통보다도 굵어서 종종 손도영이 누워서 쉬었던 곳이었다.

‘모래내에서 향리를 했던 이준, 그리고 그런 이준에게 모든 것을 배운 이자준, 이들에게는 정당성 있는 통치이념과 정치적 감각이 전혀 없다. 그러나 이곳에 온 고려군의 장수들은 고위 관직에 있으면서 중앙정치를 배웠는지 이씨 부자와는 사람을 대하는 것부터 전혀 다르다.’

깊은 생각 속에 빠진 손도영은 팔베개하고 누워있었다.

탁-탁-탁!

어디선가 낮은 발자국이 손도영의 귀에 들렸다.

손도영은 재빨리 잎이 무성한 가지로 자리를 옮겨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누군가가 소나무 밑으로 조용히 와서 소나무에 몸을 숨기며 서 있었다.

손도영이 나무 밑에 있는 사람의 얼굴을 보려 했으나, 구름이 달을 가려버려 칠흑 같은 어둠은 사람의 형체만 간신히 볼 수 있도록 허락했다.

‘누구인데 야심한 시간에 이곳에서 서성이고 있을까?’

손도영은 엎드린 상태에서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상대를 주시했다.

터-벅 터-벅!

진한 어둠이 내린 쌍성총관부의 길 위로 누군가가 걸어오고 있었다.

‘또 누군가가 오고 있다!’

손도영의 몸은 더욱더 경직되었다.

삐-이-익 삑!

쌍성총관부 쪽에서 온 사람이 고비사막의 독수리 울음소리를 낮게 냈다.


“백장군! 여기다.”


괴인물은 소나무를 벗어나 상대에게 자신의 위치를 말했다.


“오셨소? 그런데 왜 약속된 날짜보다 미리 오셨소?”

“백장군! 시일이 촉박해서 급하게 올 수밖에 없었다.”

“시일이 촉박하다니요?”

“왕의 호위부대인 충용위(忠勇衛)가 우리들의 흔적을 찾은 듯하다. 다급해진 성효람 병마사 영감이 급하게 몸을 피신할 장소를 찾다가 이곳을 생각한 모양이야.”

“그럼 병마사 영감이 이곳으로 오기 전 여건을 갖춰달라는 것입니까?”

“그렇다. 가능하겠느냐?”

“며칠 후면 우리 고려군의 수뇌부와 쌍성총관부의 수뇌부가 함께 자리하기로 했습니다. 그때 독을 넣은 술을 준비한다면 한 번에 모두 독살할 수 있으니 술을 준비해 주십시오.”


그때 구름 속에 가렸던 달빛이 나왔다.

‘헉! 저자는?’

손도영의 눈에 쌍성총관부에서 나온 사람의 얼굴이 보였다.

이 사람은 소군장으로 말이 거의 없는 백송광이란 장수였다.


“모두가 죽으면 자네가 병사들의 반발을 무마할 수 있겠는가?”

“모두 죽어버리면 소장이 제일 높은 지휘관이 되니 가능합니다.”

“알았네! 강민기 중군장에게는 자네가 술을 준비한다고 하게, 그러면 내가 술과 독을

준비해서 자네에게 보낼 테니,”

“알겠습니다. 강민기 중군장과 이야기가 끝나면 제가 이곳의 소나무 가지를 꺾어 표시하겠습니다.”


이야기를 마친 두 사람은 서로 양손을 굳게 잡더니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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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42. 주세진의 퇴각 23.06.14 18 0 13쪽
41 41. 황제 주세진 23.06.13 2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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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9. 황제의 출전 23.06.11 16 0 12쪽
38 38. 손달부와 기재서의 죽음 23.06.10 17 0 13쪽
37 37. 정체가 드러난 손도영 23.06.09 21 0 12쪽
36 36. 이자준의 의심 23.06.08 17 0 12쪽
35 35. 연승 23.06.07 16 0 12쪽
34 34. 길림성 함락 23.06.06 17 0 12쪽
33 33. 고려군을 흡수한 이준 23.06.05 18 0 13쪽
32 32. 고려연합군의 철군 23.06.04 20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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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 광동성 원정 23.05.29 19 0 13쪽
25 25. 대족장이 된 손평 23.05.28 18 0 12쪽
24 24. 주세진의 살인 23.05.27 21 0 12쪽
» 23. 음모 23.05.26 20 0 12쪽
22 22. 신임족장 손평 23.05.25 19 0 12쪽
21 21. 임영조만호장 23.05.24 18 0 12쪽
20 20. 여진의 대족장 23.05.23 20 0 13쪽
19 19. 손응의 화살 23.05.22 2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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