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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룡 님의 서재입니다.

환려제국(桓麗帝國)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중룡
작품등록일 :
2023.05.04 12:14
최근연재일 :
2023.07.19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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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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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5,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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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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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9. 손응의 화살

DUMMY

몸이 호리호리하여 서생처럼 보인 주세진을 왈패들은 얕보았다.

그러나 날이면 날마다 군부출신의 장군들에게 전장무술을 배운 주세진은 물을 만난 물고기가 되었다.

그 결과 합비의 밤을 지배하던 왈패들이 주세진에게 무릎을 꿇고 충성을 맹세하게

되었다.


“알았소! 주공자의 제안을 수용하겠소.”

“좋습니다. 전장주님! 문서를 작성해서 수결을 하시지요.”


금추산의 지시에 매매문서를 작성하게 된 서기는 주세진을 힐끔거렸다.


“수결할 동안 서기는 가서 황금 백 냥짜리 전표를 가져오시오.”

“예, 공자님!”


수결이 끝나자 주세진의 합비 전장의 표시가 된 백 냥짜리 전표를 금추산에게 주었다.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주공자! 잘 해보시오.”


금추산은 서둘러 합비 전장을 빠져나갔다.


“이름이 무엇인가?”

“예, 전장주님! 소인의 이름은 형지가라고 합니다.”

“형서기! 내가 북경에 다녀오는 동안 우리 전장에서 돈을 빌린 사람들의 전체명단을

작성해 놓아라, 단돈 철전 일문이라도 갚지 않은 사람들 모두 명단에 넣어서 말이야.”

“알겠습니다. 전장주님!”


주세진은 합비전장에서 북경에 다녀올 여비와 함께 옥장(獄長)에게 쓸 뇌물을 챙기고 북경으로 향했다.

곽도형을 옥에서 빼낸 주세진은 합비로 돌아와 합비의 왈패들을 동원해서 합비 전장의 채무자들 모두를 찾아냈다.


강목수생(剛木水生)!

마른 나무에서 물을 짜듯이 주세진은 채무자들에게 원금과 고리 이자를 합하여 모두 받아냈다.


“형서기! 오늘 전주들을 모두 불러라.”

“예, 전장주님!”


합비전장에 돈을 맡긴 전주들이 회의실에 모이자 주세진은 황금을 담은 궤짝을 가지고 나타났다.


“차용증을 가지고 나와서 차용증의 금액에 해당하는 황금을 받아 가시오.”


갑작스러운 주세진의 말에 전주들이 서둘러 차용증을 가지고 줄을 섰다.

전주들이 맡긴 돈을 모두 돌려주고 나니 주세진의 수중에 황금 삼 백만 냥이 남았다.


“형서기! 사람을 시켜서 용추광을 불러와라.”

“예, 전장주님!”


주세진이 쓰러져가는 합비 전장을 단숨에 일으켜 세우고 자신의 밀린 월급과 함께

돈을 더 챙겨주자 형지가의 눈에 주세진은 전신(錢神)처럼 보였다.


“추광아!”

“예, 주군!”


용추광은 주세진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머리를 조아렸다.


“내가 너희 왈패들에게 합비에서 제일 큰 규모의 기루를 차려줄 테니 앞으로는 더 정신 차리고 내가 일을 시키면 신중하고 철저하게 임해야 한다.”

“알겠습니다. 주군! 충성을 바치겠습니다.”


주세진은 기루를 통하여 고급정보를 모으기로 했다.

오랜만에 집으로 간 주세진은 주초일과 마주했다.


“아버지! 제가 인수한 합비 전장을 초일 전장으로 바꿔야겠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 합비 전장을 인수했다니? 네가 무슨 돈으로 전장을 인수해?”


주세진을 믿지 못하는 주초일은 깜짝 놀라서 물었다.


“제가 합비전장을 자세히 알아보니 금추산 전장주가 너무 방만하게 전장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무일푼으로 인수하여 지금은 돈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이-놈! 내가 전장업을 할 줄 몰라서 안 하고 있었는지 아느냐? 전장이 채무자들의 고혈을 짜서 하는 업임을 알고 나는 전장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그런데 네가 전장을 하다니?”


주초일에게 칭찬을 들을 줄 알았던 주세진은 주초일이 대노하자 오히려 화가 났다.


“아버지! 알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제가 옳았다는 것을 훗날 아버지께 증명하겠습니다.”


말을 마친 주세진은 집을 뛰쳐나갔다.

주세진이 집을 나가자 주초일은 주세진에게 고리의 이자를 뜯긴 사람들을 찾아내 돈을 돌려주었다.

주세진은 막강한 자금으로 안휘를 중심으로 하남, 강소, 호북, 강서, 절강성까지 세력을 넓이며 군부의 장수들을 휘하에 포섭했다.


****


“응아! 오늘은 저 멀리 초원으로 나가자.”

“예, 큰할아버지!”


손응은 삼 년 동안 구양수에게 창술을, 목염에게는 검술을 배웠다.

구양수는 손응에게 새로운 것을 가르치기 위해서 말을 타고 좀 더 먼 곳으로 갔다.


“응아! 이곳은 네가 연마를 했던 곳에 비해서 바닥이 거칠다. 이것을 팔과 다리에 차고 창술과 검술을 펼쳐보아라.”

“예, 큰할아버지!”


구양수가 손응의 다리에 채운 것은 철사(鐵砂) 주머니였다.

두 다리에는 각각 스무 근(12kg)짜리 주머니를 팔에는 열 근(6kg)짜리 주머니를 채웠다.

그러나 손응은 채우기 전과 다름없이 자유자재로 움직였다.

손응이 격렬하게 움직이는 초원에는 금방 흙먼지가 일어났다.


“응아! 모든 감각을 열고 움직여야 한다.”

“헉-헉! 예, 큰할아버지!”


처음 가볍게 움직이던 손응의 입에서 시간이 흐르자 거친 숨소리가 나왔다.

‘대단한 움직임이다. 이 정도의 움직임이면 타고난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구나!’

거친 숨을 내쉬지만, 손응의 움직임에는 전혀 흐트러짐이 보이지 않았다.


“응아! 그만 멈추고 심호흡을 하면서 하늘과 대지, 그리고 동물들의 호흡을 느껴 보아라.”

“허-헉, 휴-우! 예, 큰할아버지!”


숨을 고른 손응이 풀 위를 날듯이 달려서 높이 자란 풀 속으로 들어갔다.

손응이 들어간 수풀 넘어 멀리 압록강이 흐르고 있었다.

‘허허허! 저렇게 비호처럼 몸이 빠르니 아이들이 초응이라고 부르지.’

손응의 뒷모습을 생각하며 흐뭇한 미소를 짓던 구양수의 미간에 갑자기 주름이

생겼다.

‘누군가가 이곳으로 오고 있다.’

구양수는 손응이 두고 간 자신의 창을 잡았다.

사-사-삭!

‘고도로 훈련을 받은 무사의 움직임이다!’

창을 잡은 구양수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쉬-익! 쉬-익! 쉬-익! 쉬-익!

수많은 화살이 구양수를 향해서 쏘아져 왔다.

팅-팅! 팅-팅! 팅-팅! 팅-팅!

구양수는 창을 돌려 화살을 모두 쳐냈다.


“누구냐? 모습을 드러내라!”

“하하하! 대단한 늙은이가 초원에서 웅크리고 있었구나!”


십여 명의 무사들을 거느린 사내가 구양수를 보며 말했다.


“이-놈, 입이 거칠구나!”


구양수는 손응이 들어간 풀 속을 보며 큰소리로 외쳤다.

‘응이가 나오지 않아야 할 텐데,’


“늙은이! 나를 보며 말을 해야지.”


구양수를 보며 말하는 사내의 눈빛은 사악한 뱀처럼 번들거렸다.


“원(元)도 여진의 군사도 아닌 것 같은데 어디에서 온 사람들이냐?”

“나는 이곳의 주인으로 내 땅을 둘러보러 왔다.”

사내는 말을 하면서 손을 들었다.

그러자 뒤에 선 무사들이 활에 화살을 걸며 시위를 당겼다.

쉐-에-엑!

퍽-퍼-퍼!

크-악 큭-큭!

화살이 날아와 세 명의 무사가 한 번에 쓰러졌다.

화살을 날린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강궁(强弓)이다! 주위를 살피고 방패로 몸을 보호하라!”


세 명이 쓰러지자 사내는 당황해하며 큰소리로 외쳤다.

쉐-에-엑!

꽝-앙-퍽! 꽝-앙-퍽!

두 대의 화살이 동시에 날아와 방패를 든 무사들의 방패를 깨뜨리고 무사들을

사살했다.


“적에게 포위되었다. 퇴각한다.”


절반에 가까운 무사들이 쓰러지자 사내는 무사들에게 퇴각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꽝-앙-퍽! 꽝-앙-퍽! 꽝-앙-퍽! 꽝-앙-퍽!

네 대의 화살이 날아와 방패를 든 무사들의 몸을 꿰뚫었다.

무사들이 모두 쓰러지자 사내의 움직임이 멈췄다.


“살려주시오.”


사내는 뒤를 따르던 구양수에게 두 손을 모으고 말했다.


“살려줄 테니 말해라! 어디서 온 누구냐?”

“나는 쌍성총관부의 총관인 이준이오. 사냥하러 이곳에 왔다가 장난을 친다는 것이 그만.....,”

“당신이 정말 쌍성총관부의 총관이란 말이오?”

“그렇소!”


살심을 누르고 있는 구양수는 어이가 없었다.

‘죽여 버리고자 한다면 여반장(如反掌)이지만 응이를 위해서 살려주마.’


“화살을 날린 사람이 나타나기 전에 빨리 돌아가시오.”

“헉-헉! 고맙소이다.”


이준은 몸을 돌려 압록강 쪽으로 달아났다.


“큰할아버지!”

“응아! 몸을 숨기고 나오지 않아서 정말 잘했다.”

“헤헤헤!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람을 쏘자니 너무 떨렸어요.”

“다음부터는 상대의 신분을 확인한 다음 화살을 날려야 한다.”

“예, 큰할아버지!”


손응은 구양수의 말대로 하늘과 대지,

그리고 동물들의 호흡을 느끼다가 이준 일행이 강을 건널 때 이들의 호흡을 느끼게 되었지만, 초원을 오가는 상단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준 일행이 구양수를 겁박하는 것을 보고 황급히 화살을 찾았으나 손응의 등에는 전통이 없었다.

당황한 손응의 눈에 곧게 자란 갈대가 보였다.

그래서 손응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갈대의 줄기를 잘라 활에 화살처럼 걸고 이준 일행에게 갈대의 줄기를 날렸었다.

다시 풀 속으로 향하는 손응의 뒷모습을 본 구양수는 화살을 날린 손응의 등에 전통이 없자 쌍성총관부 무사들의 몸을 일일이 확인했다.


“헉! 이럴 수가?”


무사들의 몸에 박힌 갈대를 보고 구양수는 손응이 들어간 풀숲을 보며 전율을 느끼며

경악하고 말았다.

손응이 갈대 줄기로 만든 화살은 상사(화살촉 부근)부터 오늬(활시위에 거는 부분) 까지 일체형으로 되어있었고 십자(十字)로 된 화살 깃은 나선형으로 붙인 갈댓잎으로 되어있었다.

‘아! 짧은 시간에 임기응변과 힘, 실로 엄청나구나! 아무리 회전하면서 날아가는 화살이라지만 어떻게 촉이 없는 한 개의 화살로 세 명의 몸을 꿰뚫을 수가 있었지?’

구양수는 한 명의 몸에서 갈대 줄기를 뺐다.

그리고 창으로 구덩이를 파서 무사들의 시신을 묻었다.

‘이제 응이에게 더 이상의 수련은 의미가 없어!’

시신을 묻은 구양수가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있을 때 손응이 풀숲에서 나왔다.


“응아! 저기 그늘로 가서 점심을 먹자.”

“예, 큰할아버지!”


조형미가 준비해 준 보자기 속에는 정성스럽게 빚은 만두와 삶은 닭고기가 들어있었다.

‘이른 새벽에 일어나 준비를 한 모양이구나!’

닭 다리를 뜯어 손응에게 준 구양수는 법주를 한 모금 한 뒤 식사를 시작했다.

“응아! 점심을 먹고 나서 오늘 수련은 그만 마치자.”

“예? 정말요?”

“그래!”

“헤헤헤! 그럼 저는 아이들하고 놀아야겠어요.”

“응아! 오늘 있었던 일은 그 누구에게도 말해서는 안 된다.”

“예, 큰할아버지!”


백왕리로 돌아온 구양수는 목염을 불렀다.


“아버님! 무슨 일이 있습니까?”

“염아! 이걸 보아라.”


구양수는 무사의 몸에서 뺀 갈대 줄기를 목염에게 주었다.


“아버님! 이건 갈대 줄기인 것 같은데 어찌 피가 묻어있습니까?”

“세 명의 무사 몸을 뚫고 나왔으니 피가 묻어있는 것이다.”

“예? 이 연약한 줄기가 사람의 몸을 뚫었다고요?”

목염이 손가락에 힘을 주자 갈대 줄기는 힘없이 꺾어졌다.


“그렇다!”

“아버님! 혹시 잘못 보신 것이 아닙니까?”

“이놈아! 내가 아무리 나이를 먹었어도 수많은 전장에서 전쟁을 지휘했던 몸이다.”

“대체 누가 갈대 줄기를 날렸단 말입니까?”

“허허허! 누가 날렸겠느냐?”

“혹시 응이 입니까?”

“그렇다! 아직도 내 몸에는 전율이 가시지 않았다.”

“아버님! 자세히 말씀해 주십시오.”

“오늘은 응이의 감각을 깨워주려고 압록강 변으로 갔는데 웬 놈들이 습격을......,”

“아-아!”


구양수의 말이 끝나자 목염은 긴 탄식을 했다.


“염아! 이제 이곳에 세력을 형성해야겠다. 주진군을 통해 내가 이곳에 머물고 있다고

널리 소문을 내서 군사들을 모아 보아라! 특히 몽골보다는 여진 출신의 장수들에게

연락하도록 해라.”

“예, 아버님! 천명(天命)을 받들겠습니다.”


이튿날, 구양수는 손응을 데리고 여진족의 마을로 갔다.


“큰할아버지! 오늘도 놀아요?”

“그렇다. 좋냐?”

“헤헤헤! 좋아요. 그동안 애들하고 통 만나지 못해서 애들이 섭섭했을 거예요.”

“녀석!”


구양수는 갈라지고 터져 다시 아문 손응의 손을 보면서 마음이 찡했다.

‘응아! 손이 아프고 수련이 힘들어도 어찌 폭정에 신음하는 백성들의 고초에 비하겠느냐?’

입이 귓가에 걸린 손응은 구양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주운 나뭇가지로 검술을

펼치면서 걷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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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47. 주세진의 금구상단 23.06.19 23 0 13쪽
46 46. 이자준과 문소장군의 만남 23.06.18 22 0 12쪽
45 45. 환려제국 23.06.17 31 0 12쪽
44 44. 곽도형만호장 23.06.16 19 1 12쪽
43 43. 이자준의 첫 승리 23.06.15 18 1 13쪽
42 42. 주세진의 퇴각 23.06.14 18 0 13쪽
41 41. 황제 주세진 23.06.13 20 0 12쪽
40 40. 손응과 야율청대장군 23.06.12 18 0 12쪽
39 39. 황제의 출전 23.06.11 16 0 12쪽
38 38. 손달부와 기재서의 죽음 23.06.10 17 0 13쪽
37 37. 정체가 드러난 손도영 23.06.09 21 0 12쪽
36 36. 이자준의 의심 23.06.08 17 0 12쪽
35 35. 연승 23.06.07 17 0 12쪽
34 34. 길림성 함락 23.06.06 17 0 12쪽
33 33. 고려군을 흡수한 이준 23.06.05 18 0 13쪽
32 32. 고려연합군의 철군 23.06.04 20 0 13쪽
31 31. 손응의 애기살 23.06.03 17 0 12쪽
30 30. 흑호사냥 23.06.02 15 0 12쪽
29 29. 암살 23.06.01 14 0 12쪽
28 28. 손도영의 활 23.05.31 14 0 12쪽
27 27. 주세진, 고려원정군을 만나다 23.05.30 16 0 12쪽
26 26. 광동성 원정 23.05.29 19 0 13쪽
25 25. 대족장이 된 손평 23.05.28 18 0 12쪽
24 24. 주세진의 살인 23.05.27 21 0 12쪽
23 23. 음모 23.05.26 20 0 12쪽
22 22. 신임족장 손평 23.05.25 19 0 12쪽
21 21. 임영조만호장 23.05.24 18 0 12쪽
20 20. 여진의 대족장 23.05.23 20 0 13쪽
» 19. 손응의 화살 23.05.22 22 0 12쪽
18 18. 잠입 23.05.21 1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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