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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룡 님의 서재입니다.

환려제국(桓麗帝國)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중룡
작품등록일 :
2023.05.04 12:14
최근연재일 :
2023.07.19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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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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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25,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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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3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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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7. 주세진, 고려원정군을 만나다

DUMMY

초일 상단의 행수 중에는 상행 다니면서 갖가지 정보를 모아 주세진에게 제공하는 사람이 있었다.

‘이대로 손 놓고 기다리기에는 마음이 답답해서 안 되겠어!’

주세진과 눈이 마주친 행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행수가 주세진을 보며 고개를 끄덕인 것은 새로운 정보가 있다는 신호였다.

주세진은 초일 상단을 나와 기루로 향했다.

기루의 가장 깊숙한 방, 기루의 주인인 주세진이 가끔 숙식하던 곳이었다.


“전장주님! 고려의 용강 포구에서 이천여 명의 병사들이 배를 타고 남쪽으로 향했다고 합니다.”


저녁이 되자 초일 상단에서 주세진과 눈인사를 나누었던 행수가 기루로 찾아왔다.


“그곳은 아직 원의 땅인데 왜 고려군이 그곳에서 출발했는지 아시오?”

“아직 정확한 이유를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다만 소인의 생각에는 남인들의 민란과

관계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오.”

“그곳을 떠난 고려군은 고려의 군부에서 이탈한 사람들이라는 소문이 있어서입니다.”

“그렇다면 행수의 짐작이 맞을 수도 있겠소. 절강성의 해상으로 나가면 그들과 만날 수 있겠소?”

“확실하지 않지만, 내일이라도 출발한다면 가능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왜 그들을

만나려고 하십니까?”

“내가 보기에는 그들은 절강성의 민란군을 지원하여 그곳을 자신들의 근거지로 삼으려는 것 같소.”

“아! 그럴 가능성이 짙습니다. 과연 전장주님이십니다.”

“하하하! 답답했는데 행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니 숨통이 좀 트인 것 같소.”


주세진은 전표를 꺼내 행수에게 주었다.

새벽이 되자 주세진은 호상군을 데리고 절강성으로 향했다.

호상군의 숫자는 총 백 명으로 절강성으로 가는 도중 민란 군이나 관군을 만날 것을

우려해 자신의 몸을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다행히 절강성은 안휘성에서 말을 타고 가면 이틀 거리라 주세진의 마음은 비교적

느긋했다.

이틀 후,

주세진이 도착한 곳은 절강성의 주산(舟山)으로 수많은 어선과 상선들이 정박해있는 큰 포구였다.

‘이천여 명의 병사와 군마를 실은 배가 지나갔다면 이곳 어부들의 눈에 반드시 띄었을 것이다.’

주세진은 가장 많은 선단을 가지고 있는 선주의 집으로 갔다.


“나는 안휘성의 초일 상단에서 온 주세진이오. 선주님을 만나러 왔으니 안내해주시오.”


주세진은 서기로 보이는 사람에게 말했다.


“나를 따라오시오.”


주세진이 서기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자 인공으로 만든 작은 산에 정자가 있었고

선주로 보이는 사람이 앉아있었다.


“안휘성의 초일 상단에서 선주님을 만나러 온 사람입니다.”

“위로 올라오시오.”


정자로 올라간 주세진은 선주가 권하는 자리에 앉았다.


“무슨 일 때문에 오셨는지요?”

“백여 명이 탈 수 있는 배를 빌리러 왔소. 그리고 최근에......,

아니 됐소.”


주세진은 고려군을 태운 배가 벌써 지나갈 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말을 멈췄다.


“배와 함께 수부(水夫)도 필요하시오?”

“그렇소! 수부와 함께 음식을 해줄 숙수도 필요하오.”


금자로 계산을 마친 주세진은 바로 배를 타고 주산 앞바다로 나갔다.

주산은 절강성 내에서 바다 쪽으로 가장 돌출한 곳이었다.

바다 가운데로 나간 주세진은 닻을 내리게 한 다음 숙수가 만든 요리에 술을 마시며 오가는 배들을 바라보았다.

‘지나다니는 배들이 많지 않아서 병사들이 탄 배가 지나간다면 금방 눈에 띄겠구나!’

선수(船首)에 앉아서 조업하는 어선이나 지나다니는 상선들을 보면서 마시는 술은

마치 잠행(潛行)을 나온 황제 같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서역의 소녀를 데리고 올 건데......,’


“가서 사도정 백호장을 불러오시오.”


혼자 마신 술이 무료해진 주세진은 사도정 백호장을 찾았다.

두 사람이 이야기하면서 술을 마시다 보니 어느덧 밤이 되었다.


“사도정 백호장! 나는 선방(船房)에서 잠시 쉬고 있을 테니 지나가는 배 중에서 병사들이 탄 배가 있으면 나에게 말 하시오.”

“예, 전장주님!”


선방의 침상에 눕자 주세진은 금방 잠이 들었다.

툭-탁-탁!

무슨 소리에 주세진은 눈을 떴다.


새벽 시간,

밖에서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주세진이 갑판으로 나오자 사도정 백호장과 십여 명의 병사들이 지나가는 배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사도정 백호장! 내가 지켜보고 있을 테니 들어가 쉬시오.”

“예, 전장주님!”


주세진이 정신을 차리고 산동성쪽 바다를 바라보았다.

‘응? 저것은?’

수평선 위로 일반 어선이나 상선과는 다른 거대해 보이는 배가 나타났다.


“닻을 올리고 북을 쳐서 사람들을 깨우시오.”


둥-둥-둥!

북소리가 나자 호상군이 일제히 갑판으로 나왔다.


“저기 오는 선단(船團)과 만나야 하니 선부들에게 일러 배를 좀 더 전진하라고 하시오.”

“예, 전장주님!”


선단이 가까워지자 주세진은 배에 탄 사람들의 복장을 볼 수가 있었다.

원의 갑옷과 다른 갑주와 투구를 쓴 장수들이 타고 있었다.

‘저들이 고려군인가 보구나!’

장군 선에는 갑주와 투구를 쓴 장수들 외에 일반 복장을 한 사람도 보였다.


“저기, 맨 앞에 오는 장군 선에 올라야 하니 장군 선 쪽으로 가까이 가시오.”


주세진의 말에 배가 서서히 움직였다.

호상군의 병사들은 갑옷을 입지 않아 공격받을 걱정은 없었다.

장군 선에는 손도영을 비롯해 이자준과 문소 천호장, 그리고 고려군의 장수들이 타고 있었다.


“멈추시오! 나는 고려인이오.”


배가 십 장(약 30m) 이내로 가까워지자 주세진이 큰소리로 외쳤다.

잠시 후, 장군 선이 서서히 멈췄다.


“너는 누구인데 우리를 막는 것이냐?”


장군 선에서 누군가가 큰 소리로 물었다.


“그쪽으로 건너가 말씀을 드리겠소.”


주세진은 자신이 탄 배를 장군 선에 가까이 가게 했다.

장군 선에 오른 주세진은 눈에 익숙하지 않은 갑옷을 보자 크게 긴장하게 했다.


“고려의 무장들께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나는 초일 상단의 장자로 해남현의 금구출신인 주세진이라 합니다.”

“나는 쌍성총관부의 참모장 송도영이오. 그런데 무슨 일로 우리 앞을 막은 것이오?”


문사차림의 손도영이 물었다.

주세진은 손도영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비슷한 나이로 보이지만 훤칠하고 잘생긴 외모의 사내가 전체 선단을 지휘하고 있는 것 같았다.


“같은 고려인으로 대륙을 정벌하러 간다고 하니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릴까 해서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채-챙!


“어디서 그런 말을 듣게 되었느냐?”


주세진의 말이 끝나자마자 원의 장수로 보이는 사람이 칼을 뽑아 주세진의 목에 댔다.

바로 문소 천호장이었다.


“우리 상단의 행수에게 들은 말이니 오해를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문소 천호장님! 그만 칼을 거두십시오.”


손도영이 앞으로 나와 문소 천호장을 제지하며 주세진에게 물었다.


“귀하께서 우리에게 도움을 준다고 했는데 무슨 도움을 주며 왜 도와주려는 것인지 이유를 말해주겠소?”

“같은 고려인이기에 앞서 나는 상단주의 아들입니다. 즉, 이윤을 쫓는 사람이지요, 그래서 여러분들이 광동성에 자리를 잡게 되면 우리 상단을 좀 도와 달라는 것입니다.”

“나는 쌍성총관부의 천호장 이자준이다. 그대는 지금 우리에게 뭘 줄 수 있는가?”


뒤에 서 있던 이자준이 앞으로 나와 주세진에게 물었다.

주세진은 같이 장군 선에 오른 호상군에게 손짓을 했다.

그러자 호상군이 상자를 가져왔다.

주세진은 상자의 뚜껑을 열며 말했다.


“이것은 황금 만 냥입니다.”


손도영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눈을 번뜩이며 황금이 가득 든 상자를 바라보았다.

이런 눈빛을 주세진이 모를 리가 없었다.

‘하하하! 동서고금을 떠나 황금 앞에서 절대 부동심을 가진 사람은 없구나!’

고려군 쪽에서는 주세진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나는 고려군의 중군장 강민기라고 한다. 이 황금은 나중에 자리를 잡은 후 또 다른

거래를 위한 선금으로 받겠다.”


자금이 없어 쌍성총관부에서 눈칫밥을 먹었던 강민기 중군장은 주세진이 고려인이라고 하자 고려군의 정당한 권리로 생각했다.

옆에 서 있던 문소천호장 역시 주세진과 초일 상단을 머릿속에 새겨놓고 있었다.

주세진의 제의로 손도영과 이자준, 그리고 문소 천호장과 고려군의 장수들이 주세진의 배로 옮겨 탔다.

그리고 배의 갑판에서 술과 음식을 먹으면서 환담을 했다.


“참모장이라고 하셨는데 왜 술과 음식을 들지 않고 따로 계십니까?”


주세진은 선미(船尾)에 서 있는 손도영에게 다가왔다.


“지금은 큰 전쟁을 앞둔 상황입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지휘할 한사람 정도는

멀쩡한 정신이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하하! 맞습니다.”


손도영의 대답에 주세진은 손도영이야말로 선단 속의 병사 중에서 진정한 장군이라고

생각했다.

‘맞아! 그러고 보니 아까 저자는 황금을 보고도 눈빛의 동요가 전혀 없었지.’

자리에 앉은 주세진은 다시 한번 더 손도영을 바라보았다.

그런 주세진을 문소 천호장이 지켜보고 있었다.

‘상인이라고 하더니 역시 사람을 알아보는 눈이 있구나!’

주세진이 데리고 온 숙수에 의해서 각종 요리가 갑판으로 나왔다.

손도영은 호상군의 병사들과 함께 간단한 소면으로 식사를 마쳤다.

‘이들은 상단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훈련을 받은 병사들이다. 왜 상단이 병사들을 데리고 있을까?’

손도영이 본 주세진의 기질 속에는 일반 상인의 꿈이 아닌 다른 야망이 도사리고 있었다.

‘우리가 성을 공략하지 못하고 전쟁이 장기화 될 경우 보급품 때문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데 이 자로 인해 한결 수월한 원정이 되겠다!’

이자준 또한 안도하고 있었다.


“혹시 귀하가 광주성(廣州城)을 알고 있다면 우리에게 광주성에 대해서 말해주시오.”

“예, 장군! 광주성 해자(垓字)의 넓이는 두 장(약 6m)이며 깊이는 일 장(약 3m)입니다. 그러니 해자를 건널 수 있는 목교(木橋)를 미리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문소 천호장의 물음에 주세진이 상세하게 설명해주었다.

배부르게 술과 음식은 먹은 원정군은 광동성으로 떠날 준비를 했다.


“꼭 광동성을 점령하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귀하의 큰 도움과 성원, 절대 잊지 않겠소.”


장군 선으로 옮겨 탄 원정군이 떠나자 주세진은 새로운 꿈을 꾸었다.

‘저들이 점령한 모든 영토는 모두 내 것이 될 것이다.’

돌아가는 배의 선수에 앉은 주세진은 마치 자신이 개선장군이 된 듯했다.

‘하나, 그자! 과묵하고 냉혹하리만큼 절제된 생활하는 그자가 왠지 거슬리는구나! 다음에 만나게 되면 내 사람으로 만들거나 아니면 우군으로라도 만들어야겠어.’

손도영은 주세진의 기분 좋은 상상 속에 신경이 쓰이는 하나의 균열이었다.


****


축성(築城)을 뒤로 미룬 손평은 고려와 여진, 그리고 거란의 병사들을 모아 새롭게 군의 편제를 했다.

구양수를 제일군의 상장군 겸 전체를 지휘하는 총사로 하고 임영조 만호장을 제이군의

상장군으로 했다.

그리고 제삼군은 여진 출신의 야율출을 상장군으로, 제 사군은 거란 출신의 취우고를

상장군으로 삼았다.

손평은 우선 높은 산이 없는 영토의 둘레를 목책으로 막고 병사들의 훈련이 끝난 후 대륙의 변화를 살피면서 길림성(吉林城)과 요녕성(遼寧城)을 도모하기로 했다.

손평이 있는 궁술 훈련장,


“자, 궁병 앞으로! 시위를 당겨라.”


새로 개량한 활을 든 병사들은 그 누구도 활의 시위를 당기지 못했다.

활은 녹각궁(鹿角弓)으로 물소 뿔을 대신하여 초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사슴의 뿔로 만든 것이었다.


“응아! 앞으로 나와서 시위를 당겨보아라!”

“헤헤! 예, 아버지!”


손응이 자신의 키보다 더 큰 활을 들고나오자 훈련을 받던 궁병들의 시선이 일제히 손응에게 향했다.


“아버지! 쏴도 될까요?”


과녁은 사선(射線)에서부터 이 천보(二千步:약 1km)의 거리에 떨어져 있었다.


“쏴도 된다.”


쓰-으-으-쐐-에-에!

손응이 시위를 당겨 화살을 날리자 화살이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섬뜩한 느낌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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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46. 이자준과 문소장군의 만남 23.06.18 2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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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44. 곽도형만호장 23.06.16 19 1 12쪽
43 43. 이자준의 첫 승리 23.06.15 18 1 13쪽
42 42. 주세진의 퇴각 23.06.14 18 0 13쪽
41 41. 황제 주세진 23.06.13 19 0 12쪽
40 40. 손응과 야율청대장군 23.06.12 17 0 12쪽
39 39. 황제의 출전 23.06.11 16 0 12쪽
38 38. 손달부와 기재서의 죽음 23.06.10 17 0 13쪽
37 37. 정체가 드러난 손도영 23.06.09 21 0 12쪽
36 36. 이자준의 의심 23.06.08 17 0 12쪽
35 35. 연승 23.06.07 16 0 12쪽
34 34. 길림성 함락 23.06.06 16 0 12쪽
33 33. 고려군을 흡수한 이준 23.06.05 18 0 13쪽
32 32. 고려연합군의 철군 23.06.04 19 0 13쪽
31 31. 손응의 애기살 23.06.03 16 0 12쪽
30 30. 흑호사냥 23.06.02 15 0 12쪽
29 29. 암살 23.06.01 14 0 12쪽
28 28. 손도영의 활 23.05.31 14 0 12쪽
» 27. 주세진, 고려원정군을 만나다 23.05.30 16 0 12쪽
26 26. 광동성 원정 23.05.29 19 0 13쪽
25 25. 대족장이 된 손평 23.05.28 18 0 12쪽
24 24. 주세진의 살인 23.05.27 21 0 12쪽
23 23. 음모 23.05.26 19 0 12쪽
22 22. 신임족장 손평 23.05.25 19 0 12쪽
21 21. 임영조만호장 23.05.24 18 0 12쪽
20 20. 여진의 대족장 23.05.23 19 0 13쪽
19 19. 손응의 화살 23.05.22 21 0 12쪽
18 18. 잠입 23.05.21 1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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