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편지
1.
내 편지는
어떤 날엔 불꽃이다가
또 어떤 날엔
바람 한 점 없는
연못이라 하셨지요?
그래요 맞아요.
내 속엔 불꽃과 얼음이
함께 살고 있어요.
그러니
누구 그리다가
큰 병 얻을 것 같대도
상심 마세요.
그러니
누구 잊어야겠다고
매정한 소릴 해도 믿지 마세요.
내 거짓말에 넘어가지 마세요.
2.
한 번쯤
만나리라는 예감에 휩싸여
갈숲 헤치고서
찾아나섰지.
갈잎 묻은 신을 벗어들고
정말로
거기 계셨지.
글썽한 눈매에
열꽃 가득 피운 채로
내 손을 잡아 품을
휘몰이 한 판.
3.
떠나시네요.
기왕 가시는 걸음이니
온갖 것들
하나도 남기지 말고
다 가져가세요.
떠나시네요.
못 붙드는 내 사정 알 바 없이
새 신부 긴 속눈썹 아래로 숨어드시네요.
떠나시네요.
나 목젖 아리게 눈물 삼킬 테니
그냥 못 본척하고 어서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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