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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입니다.

와이즈 대륙 여행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김잭키
작품등록일 :
2018.10.10 15:53
최근연재일 :
2019.07.03 18:00
연재수 :
105 회
조회수 :
24,108
추천수 :
190
글자수 :
298,188

작성
19.05.2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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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76. 공부

DUMMY

스승님이 책을 쓰는 것을 구경하는 것도 슬슬 한계가 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신기했지만 똑같은 상황을 계속 보면서 가만히 앉아있으려니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마치 군대에서 멍청하게 창밖을 보며 경계근무를 서는 느낌이랄까.


“으흠!”


고의적으로 헛기침을 해 주의를 끌어보려고 했지만 스승님은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흔들리지 않고 정교하게 글씨를 써내려갔다. 으윽, 고통스럽다. 얼마나 더 앉아 있어야 하는 거지.


발을 꼼지락거리며 최대한 소리가 나지 않게 스트레칭을 하던 그때, 뒤에서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부학회장님, 안에 계십니까?”


문과 책상은 거리가 꽤 멀었기에 밖에서 부르는 사람은 큰소리를 내서 충분히 들리도록 소리쳐 스승님을 불렀다. 그러자 앉아서 펜을 움직이던 스승님은 귀찮다는 한숨과 함께 말했다.


“들어오라고 해.”


“네? 아, 넵!”


대답을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자 스승님은 뭐하냐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더니 앉으라는 신호로 손가락을 들어 책상을 툭툭 쳤다. 갑자기 왜 그러시는 건지 의아한 표정으로 엉거주춤 자리에 앉았다.


“뭣 하러 가서 열어줘? 그냥 여기서 들어오라고 소리 질러.”


“아, 그럴까요? 흐흠, 들어오셔도 된대요!!”


앉은 상태로 문을 향해 고개만 돌려서 소리치자 곧, 문이 열리며 평범하게 차려입은 남자 하나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나를 보고선 잠깐 멈칫하더니 이내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시선을 돌려 스승님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


“오늘은 일찍 출근하셨군요. 금일 학회 일정입니다.”


“응, 책상에 놓고 가.”


“예.”


남자는 책상위에 종이봉투로 밀봉된 두꺼운 서류뭉치를 올려두고 조심스럽게 방에서 나갔다. 일거리가 오자 스승님은 귀찮다는 표정으로 책을 쓰던 것을 멈추고 옆으로 밀어 놓은 후, 봉투를 뜯어 안에 있는 내용물을 꺼내 내 앞에 올려놓았다.


“아무거나 하나 골라봐.”


별 생각 없이 맨 윗장 하나만 집어 앞으로 끌어오자 스승님은 거의 빼앗다시피 종이를 가져가 자신이 먼저 무슨 내용인지 살펴보더니 피식 웃고서 내게 주었다.


뭐라 쓰여 있는지 보려고 종이를 펴서 읽자, 글자를 읽을 수는 있어도 뭐라는 건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내용으로 가득했다.


“음······어렵네요.”


어색하게 헛웃음을 흘리며 뒷머리를 긁적이자 스승님은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쳇, 부려먹긴 글렀군.”


“네?”


“아무것도 아냐.”


서류를 다시 가져간 스승님은 서랍장에서 낡은 책 한권을 꺼내더니 건네주며 말했다.


“통째로 외워.”


“네? 책을요?”


“응.”


뭐라는 거야 이 양반. 성경책 두께의 책을 통째로 외우라니······하긴, 학교에서 많이 하던 짓인데 익숙하긴 하네. 마법사들도 공부할 때는 우리나라랑 별로 다를 게 없나보다.


“오늘은 그럼, 이 책만 달달 외우면 되요?”


“흐응~? 오늘 안에 다 외울 수 있겠냐?”


“뭐, 해보죠.”


그럼 그래라, 라는 대답으로 스승님은 서류를 집어 들고 책상 뒤에 있는 테라스로 나가 경치를 구경하면서 느긋하게 일을 하기 시작했다. 홀로 남겨진 커다란 책상 앞에서 책의 제목을 보니 ‘제자를 위한 책’이라는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첫 장을 넘기자, 원래는 비어 있어야할 공간에 연도와 이름이 왼쪽부터 차례로 적혀있었다. 오른쪽 페이지로 넘어가 중간에 멈춘 이름에는 다른 글씨들과는 다르게 얼마 되지 않는 깔끔하고도 정교한 글씨로 시작연도와 내 이름이 적혀있었다.


『리사프란 델의 제자, 김수현.』


왠지 모르게 가슴이 벅차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관심 없는 척 하고 계시지만 나름대로 신경을 써주고 계시다는 느낌이 들어서일까, 덕분에 의욕이 더욱 불타올랐다.


“좋아, 한번 해보자고!”


마음을 굳게 다잡고 페이지를 넘겼다. 신기하게도 책에는 목차가 적혀있지 않았다. 더욱 신기한 것은 이 책은 한 사람이 저술한 책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1장은 가장 처음 이름이 적혀있던 사람이 쓴 것이고, 그 다음 장은 책을 받은 제자의 이름으로, 그렇게 스승님까지 총 14명, 많은 인원은 아니지만 대충 페이지를 넘겨서 훑어보니 내용은 제각각이었다.


‘외우기는 좀 빡세겠네.’


스승이 제자에게 물려주고, 그 제자가 스승이 되어 대대로 물려받은 소중한 책이라는 느낌이 심금을 울리긴 했지만, 막상 외우려니 막막한 것은 당연했다. 우선 성경책 사이즈의 두께, 당연히 작은 성경 말고 글씨 큰, 빅 사이즈의 성경 말이다.


“후우, 젠장.”


눈 딱 감고 페이지를 넘겨 천천히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1장은 마법과 관련이 있는 건가, 라는 의구심이 드는 내용도 많았다.


도덕성과 인간에 대한 존엄성 등, 무언가 마법보다는 도덕과 정의로운 삶을 살라는 충고가 담긴 내용이었다.


마치 도덕책을 읽는 느낌에 까딱하면 잠에 들 뻔 했지만, 마법을 배우겠다는 근성으로 참아내고 한시도 책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렇게 몇 시간이 흘렀을까, 2장의 중간 부분에 도달했을 때 배에서 밥을 달라는 신호가 강렬하게 전신을 흔들었다.


읽던 책을 펼친 상태로 내려놓고 테라스에 앉아 있는 스승님을 쳐다보려 눈을 들자 언제부터 쳐다보고 있던 건지 눈을 마주치자마자 당황해 다시 책을 집어들고 눈을 내리 깔았다.


‘뭐야, 왜 여길 봐.’


열심히 책을 읽는 척을 하자 테라스의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곧이어 발소리가 가까워지자 책을 내려놓고 스승님을 쳐다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하하, 벌써 일 다 하셨어요?”


“응.”


“네?”


스승님은 손에 든 서류뭉치를 다시 종이봉투에 넣어 밀봉하고선 일어나라는 손짓을 했다. 자리에서 일어나자 스승님은 턱으로 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밥먹으러가자.”


“넵.”


방에서 나와 복도를 걷자 역시 어제처럼 많은 이들의 인사를 받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뭐, 스승님은 쿨하게 고개를 끄덕이거나 손을 들어 인사를 받는 것이 전부였지만. 사람들은 그마저도 감사한지 넙죽넙죽 인사하며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동시에 나를 보며 수군거리는 이들도 있었다. 뭐라 하는지 자세히 들리지 않았지만 본부에 있는 이들은 아마 나를 시종이나 가문에서 보낸 하인으로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식당은 1층 로비 오른편, 라운지 반대편에 있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일개 직원 식당이 뭐가 좋겠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목욕탕의 스케일을 직접 두 눈으로 본 나는 잔뜩 기대를 품은 마음으로 문을 열고 스승님을 먼저 들여보낸 후에 따라 들어갔다.


‘허어······.’


역시나, 식당도 상당한 외관을 자랑했다. 식당은 호텔 뷔페식처럼 개개인이 직접 가져다가 먹는 방식으로 되어있었고, 요리의 가짓수가 대충 세어도 100가지는 되어 보였다.


해산물부터 고기, 많지는 않지만 채소까지 완벽하게 진열되어 있는 식당은 군침이 저절로 돌게 만들었다.


스승님은 정신을 놓고 두리번거리는 내 모습이 웃겼는지 킥킥거리다가 등을 두드려주며 손가락으로 식기가 있는 곳을 가리켰다.


“알아서 먹고 올라와.”


“네? 스승님은 식사 안하세요?”


“바빠.”


“그래도 끼니는 챙기셔야······.”


“간다.”


“스승님! 에이······진짜 가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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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79-2. 대가(2) 19.07.03 98 0 4쪽
104 79. 대가 19.06.27 126 0 4쪽
103 78-2. 실습(2) 19.06.25 92 0 4쪽
102 78-1. 실습 19.06.03 99 0 4쪽
101 77-2. 견학(2) 19.05.30 104 0 4쪽
100 77. 견학(1) 19.05.29 84 0 3쪽
» 76. 공부 19.05.28 91 0 8쪽
98 75. 스승님 19.05.27 111 0 7쪽
97 74. 마법을 배워보자 19.05.23 96 0 7쪽
96 73. 좋은 기회 19.05.22 98 0 7쪽
95 72. 진정한 마법 19.05.21 130 0 7쪽
94 71. 깨달은 권능 19.05.20 105 0 7쪽
93 70. 시비 19.05.14 107 0 7쪽
92 69. 새로운 여정 19.05.13 101 0 7쪽
91 68. 공방의 끝 19.05.02 98 0 6쪽
90 67. 힐바의 법 19.04.08 123 0 7쪽
89 66. 마법이란 19.03.25 121 0 5쪽
88 65-3. 법정(3) 19.03.21 131 0 2쪽
87 65-2. 법정(2) 19.02.20 137 0 2쪽
86 65-1. 법정 19.02.19 140 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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