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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즈 대륙 여행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김잭키
작품등록일 :
2018.10.10 15:53
최근연재일 :
2019.07.03 18:00
연재수 :
105 회
조회수 :
24,148
추천수 :
190
글자수 :
298,188

작성
19.05.02 20:21
조회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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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6쪽

68. 공방의 끝

DUMMY

흐음, 그런 제도도 있었군. 힐바도 생각보다 합리적인 법이 존재하긴 한가보다. 물론 일방적으로 사람을 끌어다 잡아놓고 재판대에 올리는 곳이니 얼마나 공평할지는 미지수이긴 하다만······.


“모험가, 어쩌겠나? 그대가 역재판을 열고 싶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내게 말하면 된다.”


집행관은 귀찮으니 빨리 결정하라는 얼굴로 내 대답을 독촉했다. 그럴수록 문지기의 표정은 밝아졌고 반대로 집행자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


‘끄응, 나도 귀찮긴 한데······.’


귀찮다고 넘어가기에는 내가 당한 것도 있고, 문지기야 뭐 어떻게 되던 상관은 없지만 또다시 주변에 몰려든 구경꾼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역재판을 하는 것이 재밌을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이것도 여행하면서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추억거리 아닌가.


“역재판, 신청합니다.”


“아, 안 돼! 제발!”


“역시 모험가님이십니다!”


희비가 갈리는 순간, 무언가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동시에 자리를 떠나려던 집행관이 다시 상석에 앉아 손짓으로 마법을 일으켜 풍선이 터지는 소리보다 조금 더 큰 소리로 주변을 진정시켰다.


“정숙, 지금부터 모험가 김수현의 요청에 따라 재판을 시작한다. 피고인, 집행자 칸나수스 엘 고든을 피고인석으로.”


집행자와 같은 복장을 한 무리는 어느새 집행자의 두 팔을 붙잡고 있었다. 그들은 한 때 상관이었던 자를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재판대에 올려놨다. 집행자는 아무런 저항없이 그들에게 이끌려 피고인석에 자리했다.


집행관이 그에게 질문했다.


“피고인 칸나수스 엘 고든, 그대는 집행자의 권위를 이용해 무고한 여행객, 모험가 김수현을 감시하고 해하려했다. 맞는가?”


“······예.”


그는 스스로를 변호하는 것을 포기했는지 그저 고개를 숙이고 ‘네’라고 대답했다. 몇차례의 질문에도 그는 ‘네’라는 대답만할 뿐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지 않고 조용히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였다.


이윽고 집행관이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마지막으로 문지기 하셀콘드에게 행한 도를 넘어선 강압적인 행위들에 대한 혐의도 인정하는가?”


“······그건, ‘네’라고 대답할 수 없습니다.”


‘네’로만 응수하던 집행자가 처음으로 다른 대답을 하자 집행관은 역시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왜인가?”


“제가 모험가를 압박한 것은 사실이나, 남부대륙의 가장 중요한 관문을 지키는 문지기가 뇌물을 받고 멋대로 문을 열어준 것 또한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틀린 말은 아니었기에 집행관은 고개를 끄덕이며 문지기를 바라보았다.


“문지기 하셀콘드, 그대는 일전 모험가 김수현을 재판할 때 자신이 지은 죄를 인정했다. 맞는가?”


“예? 그, 그렇습니다만······.”


“다만? 그것은 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인가? 네 입에서 나온 말을 주워 담겠음을 의미하는 것인가?”


금방이라도 잡아먹을 기세로 압박하는 집행관의 질문에 문지기는 질린 표정으로 재빠르게 고개를 휘휘 저으며 말했다.


“아, 아닙니다! 죄, 죄를 인정합니다!”


“좋다. 판결을 내리겠다.”


처음에 문지기의 입막음을 하려던 집행자는 이미 모든 것을 내려놓은 사람처럼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미안한 마음이 들긴 했지만 무고하게 재판대까지 끌려온 것을 생각하면 그리 잘못하고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깃털 펜을 들고 종이에 글을 적기를 수 분, 쓰기를 마친 집행관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피고인, 집행자 칸나수스 엘 고든은 현시간부로 집행자의 자격을 박탈한다. 이후 그대는 힐바의 법률을 수호하는 자리에 영원히 오를 수 없으며, 역재판법에 따라 모험가 김수현에게 배상금으로 금화 10개를 지불해야한다.”


그는 판결을 적은 종이를 옆에 앉은 사람에게 넘기고 뒤에 잡고 있는 나머지 한 장을 손에 들고서 문지기를 슬쩍 바라보더니 말을 이었다.


“죄인, 문지기 하셀콘드는 현시간부로 문지기직에서 파직한다. 이후 국가에 대한 충성을 져버린 대가로 벌금으로 금화 100개를 지불해야하며, 신성한 힐바의 벽을 자신의 것처럼 다룬 죄를 물어 징역 20년에 처한다.”


“예, 예!? 자, 잠시만, 집행관님!”


문지기는 ‘이게 아닌데.’라는 표정으로 사형선고라도 받은 사람처럼 절규했다. 집행자 또한 좋지 못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문지기만큼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그는 후련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래, 죄를 지었으면 대가를 치루는 것이 당연하지. 죄송했습니다. 모험가님.”


그는 스스로에게 불리한 판결을 받은 채 재판이 끝났음에도 내게 고개를 숙여 깍듯이 인사했다. 불과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분위기에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만 끄덕였다.


“배상금은 직접 드리겠습니다. 따라오시죠.”


“아, 네······.”


길었던 재판이 완전히 끝나고 자리를 떠나려 할 때, 슬쩍 뒤를 돌아보니 망연한 표정으로 자리에 주저앉아있는 문지기가 보였다. ······처량해 보이긴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인과응보니까.


‘앞으로 힐바에서는 절대 잘못하면 안 되겠다. 금화 100개면······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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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79. 대가 19.06.27 128 0 4쪽
103 78-2. 실습(2) 19.06.25 93 0 4쪽
102 78-1. 실습 19.06.03 100 0 4쪽
101 77-2. 견학(2) 19.05.30 105 0 4쪽
100 77. 견학(1) 19.05.29 85 0 3쪽
99 76. 공부 19.05.28 92 0 8쪽
98 75. 스승님 19.05.27 112 0 7쪽
97 74. 마법을 배워보자 19.05.23 97 0 7쪽
96 73. 좋은 기회 19.05.22 100 0 7쪽
95 72. 진정한 마법 19.05.21 131 0 7쪽
94 71. 깨달은 권능 19.05.20 106 0 7쪽
93 70. 시비 19.05.14 108 0 7쪽
92 69. 새로운 여정 19.05.13 102 0 7쪽
» 68. 공방의 끝 19.05.02 100 0 6쪽
90 67. 힐바의 법 19.04.08 124 0 7쪽
89 66. 마법이란 19.03.25 123 0 5쪽
88 65-3. 법정(3) 19.03.21 132 0 2쪽
87 65-2. 법정(2) 19.02.20 138 0 2쪽
86 65-1. 법정 19.02.19 141 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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