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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즈 대륙 여행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김잭키
작품등록일 :
2018.10.10 15:53
최근연재일 :
2019.07.03 18:00
연재수 :
105 회
조회수 :
24,106
추천수 :
190
글자수 :
298,188

작성
19.04.08 07:15
조회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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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7쪽

67. 힐바의 법

DUMMY

집행관이 돌아오는 데에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사라지고 나서 한 5분 쯤? 집행관이 앉아있던 자리 근처의 공간이 일렁이더니 순간이동 할 때처럼 일렁거리는 공간이 소용돌이처럼 비틀리는 형상을 보이며 순식간에 집행관과 또 다른 남자 한 명이 나타났다.


남자는 머리부터 발등까지 덮는 긴 로브를 입고 있었다. 로브의 등과 상반신 전체에 해당하는 면에는 힐바 왕국의 문양이 새겨져있었다. 그가 입은 로브는 여느 마법사들이 입는 로브와는 다르게 고급스러운 옷감을 사용해서 만들어져 있었고 흡사 제복처럼 보였다.


“앉으시죠.”


집행관은 정중한 자세로 예를 갖춰 자신이 데리고 온 젊은 남자를 자신이 앉던 자리에 앉혔다. 자리를 양보한 그는 손짓으로 마법을 일으켜 허공에서 의자를 가져와 자신이 원래 앉아있던 자리 옆에 앉았다.


두 사람이 자리에 착석하고 어수선한 분위기가 정리되자 상석에 앉아있는 젊은 남자가 썩 맘에 들지 않는 눈빛으로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대가 피고인인가?”


“네, 아직까지는요.”


날선 대답을 듣자 남자의 눈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것이 보였으나 곧 원래대로 돌아오며 질문을 던졌다.


“마법으로 결백을 증명하고 싶다는 말, 아직 유효한가?”


“네.”


막힘없이 대답하자 남자는 무심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피고인의 최종 동의 확인, 법무관의 권한으로 즉시 시행하겠다.”


일순간 눈앞에서 사라진 남자는 순식간에 내 코앞에 나타났다. 과연 법무관은 마법사답게 눈속임이나 빠른 움직임이 아닌 진짜 마법을 마음껏 뽐내고 있었다. 약간 놀란 얼굴로 눈을 크게 뜨자 법무관은 피식 웃더니 표정을 고치고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눈을 감고, 몸에 힘을 풀도록.”


이전에 검사를 받을 때와는 다르게 분위기가 엄숙하자 나도 모르게 두 눈에 힘을 주어 질끈 감았다. 그러자 다시 한 번 피식, 하는 작은 웃음소리와 함께 법무관의 목소리가 들렸다.


“긴장하지마라, 내 실력은 펜타고나 내에서 두 번째니까.”


대답을 하려던 그때 눈을 감았는데도 눈이 부신 느낌이 들 정도로 강렬한 빛이 느껴졌다. 뜨거운 열기를 담은 빛은 순식간에 내 온몸을 덮었다. 기묘한 빛이 한차례 전신을 훑고 지나가는 것은 마치 목욕탕에서 열탕에 뛰어들었다가 뜨거워서 곧장 뛰쳐나오는 느낌이었다.


열기가 느껴지지 않자 눈을 감은 상태에서 나도 모르게 말을 더듬었다.


“끄, 끝났나요?”


서서히 눈을 떠서 본 법무관의 표정은 뭔가 꺼림칙하다는 표정이었다. 그는 이상한 눈빛으로 나를 수차례 훑어보더니 무언가 부정하듯 고개를 휘휘 저으며 집행관에게 말했다.


“풀어주게, 이자는 죄가 없네.”


“예, 고생 많으셨습니다.”


인사대신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마무리를 지은 법무관은 다시 몸을 돌려 끝까지 무언가 곰곰이 생각하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다가 이내 생각을 지우려는 듯 머리를 털고서 왔던 것처럼 텔레포트를 사용해 자리에서 사라졌다.


법무관이 무죄를 선고하자 주변의 분위기가 반전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술렁이는 소리가 점점 커지자 집행관이 오른손을 치켜들었다. 곧, 손에 원형으로 붉은 빛이 모이더니 펑하고 폭죽처럼 큰소리를 내며 터졌다.


“정숙, 판결을 내리겠다.”


잠시 주변을 조용하게 만든 집행관이 말을 이어갔다.


“피고인 김수현은 첩자 혐의로 이곳에 자리했으나, 최종적으로 마법학회 부회장이자 법무관인 치스 님이 직접 살펴본 바, 그 죄가 입증되지 않았다. 따라서 본 법정은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나참······, 당연한 결과지.”


별 것 아니라는 듯 여유를 부리고 있지만 마법이 전신을 훑고 지나갈 때는 뭔가 기분 나쁜 위화감이 들었기에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 애당초 기억이라도 읽은 건지 어떻게 내 혐의를 벗겨준 것인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 어이없는 오해는 손쉽게 해결됐다. 혐의가 벗겨지자마자 나를 끌고 온 집행자는 언제 그랬냐는 듯 태도를 180도 바꾸어 내게 깍듯이 존대하며 시선을 땅에 고정하고 연거푸 허리를 90도로 숙여가며 사죄했다.


“정말 죄송하게 됐습니다, 부디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주십쇼.”


솔직히 악감정이 없지는 않았기에 이 괘씸한 녀석을 더 몰아세우고 싶긴 했지만 그래도 좋게 풀렸으니 좋은 게 좋은 거니까, 곱게 넘어가는 것으로 마음먹고서 괜찮다는 말을 남기며 손사래를 쳤다.


“하하, 그럴 수도 있죠. 다음부터는 조심하세요.”


“예! 명심하겠습니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가 울먹이며 억울하다는 목소리로 호소했다.


“안 돼! 그럼 나는, 나는 뭐가 되냔 말이야!”


기운이 빠져있기는 했지만 분노가 섞인 목소리에 놀라 돌아보니 소리친 이는 눈으로 보지는 못했지만 끔찍한 심문을 당했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문지기였다.


‘그러고 보니 저분도 억울······한가? 돈 받고 열어준 건 사실인데······.’


뇌물을 준 나한테 죄를 물지 않았으니 아마 집행관과 법무관도 통행세라고 여기고 넘어간 것 같긴 했다. 문지기에게는 미안한 생각이 들기야 했지만 힐바의 법은 알지도 못하고 심지어 무고죄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마당에 딱히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안타까운 마음만 가슴에 담아두고 돌아가려는 그때, 집행자를 노려보며 씩씩거리던 문지기가 발걸음을 돌리는 나를 발견하더니 애처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모험가! 아니 여행자님! 제 억울함을 풀어주십시오! 부디, 스스로의 권세만 믿고 설치는 저 집행자를 자리에서 끌어내 주십시오!”


“뭐, 뭣!? 네 이놈! 닥치지 못할까!”


집행자는 당황한 목소리로 성을 내며 문지기를 압박했으나 이전과 다르게 초조함이 담겨 있었다. 멀뚱히 서 있다가 고개를 돌리자 아직 자리를 정리 중인 집행관이 보여 부리나케 물었다.


“저, 존경하는 집행관님, 제가 힐바의 법을 잘 알지 못해서 그러는데 저 문지기가 제게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여쭈어도 될까요?”


그러자 집행관은 귀찮다는 얼굴을 하면서도 친절하게 대답은 해주었다.


“역재판이라는 제도가 있다. 무고한 자를 죄인으로 몰아세웠다가 무죄가 입증되면 죄인으로 세운 자를 벌하는 제도다.”


엥? 무고죄는 아니지만 비슷한게 진짜 있기는 있네.


'흠, 그렇군.' 이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가만히 끄덕이고 있자, 억울한 일(?)을 당한 문지기는 그걸 기회라고 생각했는지 또 다시 애걸했다.


"여행자님! 부디, 이 불쌍한 늙은이를 위해 저자에게 벌을 내려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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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77-2. 견학(2) 19.05.30 104 0 4쪽
100 77. 견학(1) 19.05.29 84 0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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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71. 깨달은 권능 19.05.20 105 0 7쪽
93 70. 시비 19.05.14 107 0 7쪽
92 69. 새로운 여정 19.05.13 101 0 7쪽
91 68. 공방의 끝 19.05.02 98 0 6쪽
» 67. 힐바의 법 19.04.08 123 0 7쪽
89 66. 마법이란 19.03.25 121 0 5쪽
88 65-3. 법정(3) 19.03.21 131 0 2쪽
87 65-2. 법정(2) 19.02.20 137 0 2쪽
86 65-1. 법정 19.02.19 140 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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