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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입니다.

와이즈 대륙 여행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김잭키
작품등록일 :
2018.10.10 15:53
최근연재일 :
2019.07.03 18:00
연재수 :
105 회
조회수 :
24,107
추천수 :
190
글자수 :
298,188

작성
18.10.10 18:45
조회
1,782
추천
13
글자
8쪽

1. 현실과 이상

DUMMY

취준생,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겐 아주 익숙한 단어일 것이다.


의무 교육의 최종장인 고등학교를 떠나면 대학교로 진학해 전공을 배우고, 그것에 맞춰 취업을 하든지 아니면 다른 길을 찾던지, 곧장 취업전선에 뛰어들어 사회의 부속품으로 거듭나던지, 둘 중 하나가 우리에게 주어진 미래였다.


나 또한 일자리는 언제든지 열려있는 문이라고 생각했다.


취준생이 되어서 고통 받기 전까진 말이다.


“수현아! 아직도 자냐!”


익숙한 여성이 지르는 고함소리에 뻑뻑한 눈을 억지로 떴다. 부스스한 몰골로 주변을 더듬거려 손에 잡힌 스마트폰의 화면을 빠르게 두 번 누르자 불이 들어오며 현재 시간이 보였다.


‘AM 10:00’


직장인들이라면 이미 한참 전에 집을 떠나 자신들의 직장에 있을 시간이다. 물론 취준생인 내게는 꿈나라에 있을 시간에 불과하지만.


눈을 뜨고도 한참을 밍기적거리던 그때, 방문이 벌컥 열리더니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엄마가 요란한 소리를 내는 청소기를 들이밀며 치고 들어왔다.


“빨리 일어나 청소하게! 어휴, 방 꼬라지 좀 봐라.”


푹 내쉬는 한숨 소리도 이제는 익숙했다. 엄마는 툴툴거리면서 이불이 깔린 부분만 피해 능숙한 솜씨로 청소기를 돌리고선 밖으로 나가며 소리쳤다.


“안 일어날 거면 밥 알아서 차려 먹어! 엄마도 곧 출근해야 돼!”


으윽, 50대가 다된 아줌마도 출근하는데 이제 20대 중반을 넘어선 나는 왜······, 라는 자괴감이 드는 것도 잠시, 드디어 이불 밖으로 나와 잠자리를 대충 정리하고 이불을 개어서 장롱 속에 넣은 뒤 곧장 화장실로 들어갔다.


솔직히 마음 같아서는 더 누워있고 싶었지만 내 손으로 밥을 차려 먹는 게 더 귀찮으니까 어쩔 수 없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게으름을 부리면 결국 내게 돌아오는 귀찮음이 더 커질 뿐이다.


항상 출근을 하는 엄마의 일자리가 부러웠다. 아빠처럼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오전 8시만 되면 출근하느라 바쁜데, 엄마는 오전 11시에 출근해서 오후 7시에 퇴근하는데다가 휴식 시간도 1시간 30분이나 주는 신의 직장을 가지고 계셨다.


그렇다고 돈을 적게 주는 것도 아니었다. 쥬얼리 디자이너로 완전히 자리를 잡으신 엄마는 디자이너들 중에서 가장 최고참으로 월 기본급 400만원에다가 추가 수당을 그 이상으로 받아내는 괴물 디자이너셨다.


물론 아빠도 괜찮은 회사를 다니는 유능한 사원이어서 덕분에 용돈도 많이 받고 좋지만,······이 나이에 용돈이라니, 젠장, 군대만 제대하면 꽃길만 걸을 줄 알았는데······.


식탁에 차려진 밥을 먹으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아, 오늘은 뭐하지.”


대학도 졸업한지 벌써 반년이 다되어가는 시점인데도 취업은커녕 알바조차 제대로 못 구하고 있는 신세, 가끔씩 하루만 하는 일용직 알바로 생활비를 벌어먹으며 가능한 부모님 손을 빌리지 않고 살려고 노력은 하고 있다.


식사를 끝마쳐가던 때에 먼저 자리에서 일어난 엄마가 말했다.


“가끔은 밖에도 나가고 그래라, 엄마 먼저 간다.”


부엌을 떠나 신발장으로 직행한 엄마는 바닥에 놓인 구두를 신고서 곧장 출근길에 올랐다. 솔직히 두 분은 이제 내게 큰 기대를 걸지 않고 있었다. 대학원을 마치고 시간강사에서 곧 정식으로 교수 자리에 오를 네 살 위의 형.


나보다 두 살 어리지만 국내 최고 대학에 차석으로 입학한 비상한 두뇌를 가진 여동생. 앞날이 창창한 둘에 비해 한없이 초라한 나는 신경 쓸 필요가 없어진 불량품에 불과했다.


씁쓸한 기분과 더불어 혼자만 남은 집 안은 조용했다. 뭐, 매일 보는 일상이지만 오늘은 날씨도 좋고, 오랜만에 엄마가 시키는 대로 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쩝, 그래도 집안에만 있는 것보단 가끔은 밖에 나가는 것도 좋겠지.”


귀찮지만 외출을 위해 머리를 감고 세수를 마친 후에 물기를 완전히 말리고 옷을 입었다. 마침 여름도 끝나고 시원한 가을이 온 상태라 이유 없이 걸어 다니기도 좋은 날씨였다.


걷기 편한 트레이닝 복에 바람막이를 허리에 두르고 운동화를 꺼내 신었다. 딱히 누구를 만날 계획도, 돈 쓸 계획도 없었지만 혹시 모르니 지갑을 챙기고 마지막으로 스마트폰과 이어폰을 챙긴 후에 밖으로 나갔다.


쓸데없이 시간을 때우며 주변을 걸어 다니기를 수 분, 공원에 도착해 적당히 앉을 만한 벤치에 앉아 스마트폰을 꺼냈다.


“차라리 어디 여행이나 가볼까······.”


물론 나빼고 일이나 대학을 다니느라 바쁜 친구들을 생각하면 여행을 간다고 해도 혼자일 것이다. 벤치에 앉아서 검색엔진인 G글에 여행지를 찾아보며 시간을 보내던 중, 매번 뻔하게 소개되는 여행지와는 뭔가 다른 분위기의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손가락으로 사진을 클릭해서 링크를 타고 들어가자, 보통 여행지 추천 글처럼 사진과 설명이 쓰인 장문의 소개 글이 나타났다. 여기까진 뻔한 추천 글이었지만, 내용을 보는 순간 호기심이 차올랐다.


“뭐야 여기. 난생 처음 듣는 곳인데?”


사진 속 사람들은 분장이라도 한 것처럼 제각각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옛날에 유명했던 고리의 제왕 영화 속에 등장하는 엘프처럼 귀가 뾰족한 사람도 있었고, 게임 속에 등장하는 거인들, 정령들처럼 생긴 사람들도 있었다.


중세풍의 분위기를 풍기는 사진들은 아마도 중세시대를 콘셉트로 만들어진 테마파크 같았다. 문제는 위치가······.


“와이즈 대륙? 여기가 어디야.”


아마 어떤 미친놈이 어그로를 끌려고 쓴 글이거나 소설가가 자신이 쓰고 있는 소설의 배경을 정리해 둔 글일 가능성도 있었다. 여행지 추천 글이라는 점에서 전자일 가능성이 높지만.


이후에도 여러 글을 보며 여행지를 찾았지만 마땅히 가볼만한 곳은 없었다. 국내는 거의 다 돌아 다녔고, 해외로 나가자니 혼자 가기에는 좀 그렇고······, 역시 집에서 뒹굴거리는 게 최고인가.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은 원점. 집으로 돌아가는 내가 한심하게 느껴져도 애써 현실을 부정하게 된다. 벌써 100개가 넘는 이력서를 썼고, 그 중 연락이 온 것은 고작 10개 정도, 심지어 그 중 세 곳은 다단계였다.


불합격 소식을 보면 자괴감도 들지만 ‘대체 내 어디가 부족해서’라는 생각도 들었다. 오만한 생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솔직히 중소기업 정도는 가볍게 취직할 줄 알았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지만 이건 너무한 거 아닌가?


궁시렁거리며 집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컴퓨터를 켜서 늘 하는 게임에 접속하는 것이었다. 말이 좋아 취준생이지 백수나 다름없는 삶이 지속되니 의욕도 떨어지고 가끔 밖에 나가는 것을 제외하면 딱히 하는 일도 없었다.


“차라리 게임 캐릭터였으면 편했겠다.”


누구든 한 번 쯤은 생각해 보았을 것이다. 휘황찬란한 검을 들고 번쩍거리는 은빛 갑옷을 입고서 대지를 누비며 필드에 널린 몬스터들을 쓸어버리는 모습을. 물론 그것은 현실에선 불가능한 상상 속 세계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그때였다.


말도 안돼는 상상을 들어준 존재가 현실로 나타난 것 말이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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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78-1. 실습 19.06.03 99 0 4쪽
101 77-2. 견학(2) 19.05.30 104 0 4쪽
100 77. 견학(1) 19.05.29 84 0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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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75. 스승님 19.05.27 111 0 7쪽
97 74. 마법을 배워보자 19.05.23 96 0 7쪽
96 73. 좋은 기회 19.05.22 98 0 7쪽
95 72. 진정한 마법 19.05.21 130 0 7쪽
94 71. 깨달은 권능 19.05.20 105 0 7쪽
93 70. 시비 19.05.14 107 0 7쪽
92 69. 새로운 여정 19.05.13 101 0 7쪽
91 68. 공방의 끝 19.05.02 98 0 6쪽
90 67. 힐바의 법 19.04.08 123 0 7쪽
89 66. 마법이란 19.03.25 121 0 5쪽
88 65-3. 법정(3) 19.03.21 131 0 2쪽
87 65-2. 법정(2) 19.02.20 137 0 2쪽
86 65-1. 법정 19.02.19 140 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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