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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입니다.

와이즈 대륙 여행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김잭키
작품등록일 :
2018.10.10 15:53
최근연재일 :
2019.07.03 18:00
연재수 :
105 회
조회수 :
24,037
추천수 :
190
글자수 :
298,188

작성
19.05.22 18:09
조회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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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7쪽

73. 좋은 기회

DUMMY

뜻밖의 제안에 멍청하게 서있자 벌써 앞장서서 걸어가던 그녀가 손짓을 하며 독촉했다.


“뭐해? 빨리 안 따라와?”


“아! 넵!”


얼떨결에 그녀를 따라가 본부 건물 중 ‘펠타스타 마법연구소’라고 팻말이 적혀있는 곳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5성급 호텔 로비처럼 넓었고, 왼쪽으로는 라운지가 보였다.


천장에는 화려한 샹들리에가 빛나고 있었으며 들어오는 사람들을 통제하는 경비병과 프론트에 앉아서 업무를 보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예상보다 훨씬 고풍스럽고 대기업스러운 분위기에 꿀꺽하고 마른 침을 삼켰지만, 이내 같이 동행한 부학회장의 위엄에 마음을 놓았다.


내부로 들어가자마자 경비병은 검문도 하지 않고 길을 비켰으며, 그녀를 알아본 사람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자리에 서서 곧장 인사를 건넸다.


“좋은 아침입니다, 부학회장님.”


“응.”


그녀는 귀찮다는 듯 건성으로 인사에 답했지만 그녀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빛은 두려움과 동경이 섞인 복잡한 시선이었다. 새삼스럽게 내 앞에서 걸어가는 이 여자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궁금해졌다.


로비 오른쪽으로 향하자 위로 올라가는 원형 계단이 나왔다. 계단을 올라 위층으로 올라가자 복도를 따라 왼쪽 끝으로 쭉 걸으니 아래층 라운지와 겹치는 위치에 거대한 방문이 있었다.


그녀는 익숙한 몸짓으로 문을 열고 들어가더니 들어오라는 손짓을 보냈다.


조심스럽게 문을 닫고 들어온 방안은 생각보다 깔끔했다. 천장과 연결된 거대한 책장이 양옆으로 창문을 가리지 않을 정도까지만 늘어서 있었고, 중앙에는 ‘ㄷ’자로 된 책상 가운데에 의자가 놓여있었다.


책상 위에 수많은 책들과 무언가를 적은 종이, 펜과 마도구, 기타 과학실험에 쓸법한 도구들이 빽빽하게 올라와 있기는 했지만 모두 제자리를 찾은 것처럼 정렬된 상태라 지저분해 보이지는 않았다.


‘라운지 크기의 방을 혼자 쓰는 건가. 하긴, 학회장 아래가 부학회장일테니······.’


생각해보니 대기업 부사장이랑 단 둘이 있는 상황 아닌가, 라고 생각하니 조금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왜 나를 여기까지 데리고 온 거지?


“뭘 그러고 서있어? 와서 앉아.”


어느새 책상 앞에 앉은 부학회장은 아까전만 해도 없었던 의자를 어디서 가져왔는지 자신과 마주보는 자리에 놔둔 상태였다. 주변을 두리번거리기를 멈추고 자리에 앉자 쌓아둔 종이를 정리하던 그녀가 의자를 돌렸다.


“마법을 배우면 어디에 쓸 건데?”


“음······우선 친구들을 먼저 찾으려고요.”


“친구?”


자세히 얘기해보라는 그녀의 말에 그간 있었던 일들을 들려주었다.


초보 모험가로 시작해 로고스에서 전쟁을 겪고 헤어져 마물들과 싸우고 길을 잃고 떠돌다보니 이곳까지 오게 되었다고 자세히는 아니지만 굵직한 일들을 압축시켜 거짓 없이 사실만을 얘기해주었다.


지루할 법도 한데 부학회장은 전혀 흐트러지지 않은 자세로 집중해서 이야기를 전부 들어주었다. 이야기가 끝나자 그녀는 특유의 흥미 없다는 목소리지만 고생을 인정한다는 어조로 말했다.


“흐응, 나름 힘들었겠네.”


“······하하, 뭐 전부 경험이죠.”


“좋아, 네가 원한다면 특별히 마법을 가르쳐주지.”


“저, 정말요!?”


그녀는 속고만 살았냐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로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부학회장으로 유명한 사람인 데다가 어젯밤에 본 그녀의 마법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아무런 대가없이 마법을 배운다는 것에 미안한 감정이 들 정도였다.


“대신 내가 하는 말에 무조건 복종할 것.”


“상관없어요. 그럼 부학회장님이 제 스승님······인건가요?”


“응.”


부학회장은 귀찮은 것은 질색이라며 대충 자필로 휘갈겨 쓴 계약서를 한 장 내밀었다.


“서명해.”


이런 중대사를 이렇게 쉽게 결정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약간 걱정되긴 했지만 계약서에는 단 한 줄의 문장만이 적혀있었다.


『제자로서 스승인 리사프란 델의 명령에 절대복종 할 것을 맹세합니다.』


‘지금까지 만나본 마법사들 중 제일 특이한 사람이네.’


비어있는 공간에 서명을 하고 돌려주자 부학회장은 갑자기 눈살을 찌푸리며 놀리는 거냐는 얼굴로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이게 뭔 글씨야, 대륙 공통어로 적어.”


“네? 아, 맞다.”


생각해보니까 여긴 이세계라서 한글을 읽을 수 있을 리가 없지. 그런데······이세계 글자는 써본 적이 없는데 될지 모르겠다. 다시 건네받은 종이를 잡고 잠깐 생각을 거치자 한 번도 공부한 적이 없는 문자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마치 어린 시절부터 배웠던 것처럼 떠오르는 문자들을 그대로 손에 실어 이름을 적어 다시 그녀에게 돌려줬다. 계약서를 건네받은 그녀는 이름을 확인하고 곧장 책상에 붙어있는 서랍장에 집어넣으며 말했다.


“특이한 이름이네. 가만······생긴 것도 그렇고······너 혹시 월국 출신이냐?”


“네, 뭐······.”


거짓말은 아니다. 이세계에서의 내 출신은 월국으로 하자고 정했으니까. 그녀는 피식하고 실소를 터트렸다가 이내 매섭게 노려보며 말했다.


“야, 사실대로 말해. 너 뭐야?”


“네, 네??”


갑자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며 태세를 변환하자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녀는 범죄자를 심문하는 형사마냥 날카롭게 신경을 곤두세워 압박했다.


“월국 사람이 신의 권능을 받을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너, 정체가 뭐야?”


“그게······설명하자면 좀 긴데······그보다 믿지도 않을 것 같은데요.”


“말해.”


뭔가 이 사람이라면 다를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앞서 한 얘기보다 훨씬 이전, 내가 이세계로 떨어지게 된 이유와 원래 내가 살던 곳이 어떤 곳이었는지에 대한 긴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야기를 하던 도중 부학회장은 잠시 기다리라며 다과를 내오도록 명령했고, 잠시 쉬는 시간을 가졌다가 차로 목을 축인 후에 계속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그러니까, 지구라는 곳의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살다가 신한테 이끌려서 여기로 오게 됐다?”


“네, 맞아요.”


“흐으응······.”


슬쩍 눈치를 살피자 부학회장이 덤덤한 표정으로 기지개를 한 번 펴고서 말했다.


“일어서봐.”


아무 생각 없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앉아있던 부학회장이 내 머리를 향해 손을 앞으로 뻗었다. 동시에 알 수 없는 기운이 전신에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액체 같은 것이 체내를 헤집고 다니는 느낌에 몸을 움직이려 했지만 무슨 짓을 한 건지 전혀 움직여지지 않았다.


“가만히 있어, 다친다.”


“네, 넵.”


기분 나쁜 체험은 짧게 끝났다. 한 10초 정도가 지나자 머리부터 아래까지 전체적으로 몸을 타고 흐르던 이상한 기운이 전부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끝났나요?”


“······응, 잠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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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77-2. 견학(2) 19.05.30 102 0 4쪽
100 77. 견학(1) 19.05.29 82 0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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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75. 스승님 19.05.27 109 0 7쪽
97 74. 마법을 배워보자 19.05.23 94 0 7쪽
» 73. 좋은 기회 19.05.22 97 0 7쪽
95 72. 진정한 마법 19.05.21 129 0 7쪽
94 71. 깨달은 권능 19.05.20 103 0 7쪽
93 70. 시비 19.05.14 105 0 7쪽
92 69. 새로운 여정 19.05.13 99 0 7쪽
91 68. 공방의 끝 19.05.02 97 0 6쪽
90 67. 힐바의 법 19.04.08 121 0 7쪽
89 66. 마법이란 19.03.25 119 0 5쪽
88 65-3. 법정(3) 19.03.21 129 0 2쪽
87 65-2. 법정(2) 19.02.20 135 0 2쪽
86 65-1. 법정 19.02.19 138 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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