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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입니다.

와이즈 대륙 여행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김잭키
작품등록일 :
2018.10.10 15:53
최근연재일 :
2019.07.03 18:00
연재수 :
105 회
조회수 :
24,101
추천수 :
190
글자수 :
298,188

작성
19.05.27 18:22
조회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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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7쪽

75. 스승님

DUMMY

양옆으로 늘어선 책장과 가운데 놓인 디귿자 책상을 제외해도 남는 공간은 꽤 있었다. 오른쪽 책장들 뒤편으로 가니 방안에 또 다른 방이 있었고, 다행히도 그곳은 스승님이 쓰지 않는 곳인지 완벽하게 비어있는 공간이었다.


대략 24평 정도의 넓이로 보이는 방은 발코니까지 있었다. 혼자쓰기엔 넓은 공간이기에 짐을 내려놓고 가진 것들을 풀어헤쳐도 썰렁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오늘은 일단 침낭을 바닥에 깔고 대충 누워서 잠을 청했다.


“······야.”


“으음······누구······?”


부르는 소리에 눈을 비비고 앞으로 보니 익숙한 실루엣이 눈에 들어와 화들짝 잠에서 깨 벌떡 일어났다.


“이, 일찍 오셨네요.”


그녀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여긴 어떻게 찾았냐? 있는 것도 몰랐네.”


“하하······책장 사이에 누워서 자긴 좀 그래서 돌아다니다 보니 있더라고요.”


“잘됐네, 앞으로 너가 써.”


“예, 옙. 감사합니다.”


사르륵, 하고 무언가 흩어지는 소리에 슬쩍 바라보니 스승님의 손끝에서 하얀빛이 사라지는 것이 보였다. 아마 마법으로 내 위치를 찾으신 모양이다.


일단 잠에서 깼으니 침낭을 정리하고 어제 스승님이 대충 알려주신 대로 꼭대기 층인 5층으로 계단을 타고 올라갔다. 발걸음을 옮겨 직원들이 사용하는 욕실로 가자마자······세상에.


‘완전 목욕탕이네 이거.’


욕실 내부는 완전히 대중목욕탕 느낌이었다. 물론 전체적인 분위기만 말이다. 5층의 절반을 차지하는 크기의 욕탕은 대리석 기둥이 인테리어 겸 옥상을 지탱해주고 있었고, 주변의 투명한 유리벽은 고급 빌딩에 들어온 것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내부는 완전히 목욕탕이지만 말이다.


더욱 신나는 점은 생각보다 사용하는 사람이 없는 건지 아침이라 그런 건지,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점이다.


일단 깔끔하게 씻기 위해 왼쪽에 별도로 마련되어 있는 탈의실로 들어가 옷을 벗어 칸막이로 나뉘어져있는 공간에 놓인 네모난 바구니에 넣었다.


‘좋아! 바로 들어가 볼까!’


운치 있게 늘어선 탕들 중 한 번씩 손을 집어넣어 적당한 온도인 탕을 찾아 들어가 몸을 뉘였다.


“아~시원하다······.”


온몸이 녹아내리는 느낌, 이만큼 편했던 곳이 또 있었나 싶을 정도로 개운하고 전신의 피로가 사르르 녹는 느낌이 들었다. 까딱 방심하면 잠이 들 정도로 편안하고 포근한 느낌은 여태껏 다녀본 목욕탕 중 최고였다.


‘무슨 마법이라도 걸었나?’


명색이 마법학회본부에 있는 목욕탕인데 그런 것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너무 비약한 것 같긴 하지만 이만큼 편하니 저절로 드는 생각이기도 했다.


한 30분 쯤 탕에 몸을 담그고 있던 중, 문득 이곳에는 때밀이가 없나 라는 생각에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사람은커녕 때를 미는 도구조차 보이지 않았다. 탕에서 나와 샤워로 몸을 헹구고 나가는 구획을 어슬렁거렸지만 역시나 아무런 도구도 없었다.


‘쳇, 아쉽구만.’


때를 밀지 못하는 건 많이 아쉬웠지만 뭐, 탕이 워낙 기분 좋게 피로를 풀어주었기 때문에 찝찝함은 없었다. 약 한 시간이 조금 못 미치는 시간을 목욕탕에서 보내고 깨끗하게 몸을 말린 후에 새로 산 옷을 입고서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응?’


돌아온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마 아침 식사를 하러 가신건지 주변에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아 내 방으로 들어가 주섬주섬 옷을 넣어 두고 갑옷은 바닥에 널어둔 채로 검만 허리에 차고 밖으로 나왔다.


‘그냥 서있기는 조금 그러니까 책이라도 읽어야겠다.’


어제 읽던 책도 괜찮았지만 오늘은 다른 책을 읽어보고 싶었다. 하도 책들이 많아서 고르는데 문제는 없었다. 아마 여기에 있는 모든 책을 전부 읽으려면 몇 십 년은 걸리지 않을까.


책장을 살피다가 ‘소환마법 기초’라는 책이 눈에 들어와 조심스럽게 책장에서 꺼내 펼쳤다.


『이 책은 소환마법 전문가를 꿈꾸는 소환사들을 위해 쓰인 책으로 입문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설을 길게 풀어 쓴 학습용 서적으로 조금이라도 소환에 관심이 있는 마법사들이 소환사의 길을 걷기를 바라며 집필했다.』


『힐바왕국 제 2대 아크메이지, 소환사 알트브리움』


마법사랑 소환사는 또 다른 개념인가. 마법도 그냥 단순하게 볼 초자연적인 능력은 아닌 모양이다. 책 내용은 정말 쉬웠다. 어린아이도 동화책처럼 즐기며 볼 수 있도록 마주보는 두 페이지 중 한 페이지는 그림, 한 페이지는 그림에 대한 설명으로 약간 도감 같은 느낌이었다.


“책만 보면 없던 마나가 생기겠냐?”


“깜짝이야! 언제 오셨어요. 스승님?


“방금, 근데 웬 소환마법?”


“아, 그냥 여러 가지 보려고 집어봤어요.”


스승님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서 책상 앞에 앉았다. 책을 원래 자리에 꽂아 놓고 엉거주춤 책상으로 다가가자 스승님은 왜? 라는 표정으로 갸웃거리며 쳐다봤다.


“할 말 있냐?”


“네, 네? 아, 아뇨, 그냥······.”


뭐야, 마법 가르쳐 주는 거 아니었어? 방까지 얻어서 들어오긴 했지만 먼저 말을 꺼내는 건 이상하게 눈치가 보여서 안절부절 못하고 서있자 긴 한숨소리와 함께 살짝 위협이 담긴 목소리가 들렸다.


“정신사납다. 앉아.”


“넵.”


전날 놓아둔 의자에 정좌 자세로 앉아 스승님이 다음 말씀을 해주시기를 기다렸다. 허공을 보는 척 슬쩍 쳐다본 스승님은 비어있는 책에 자필로 무언가를 쓰고 계셨다. 아마도 직접 책을 쓰시는 것 같았다.


‘그건 그렇고 확실히, 예쁘긴 하다.’


모든 마법사들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그간 만난 마법사들을 생각하면 스승님도 결코 어린 나이는 아닐 것이 분명하지만 도저히 100살을 넘은 할머니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외모였다.


눈동자는 연한 파란색에 피부는 약간 어두운 백인느낌, 지금은 포니테일로 묶고 있었지만 원래는 대충 정리하지 않은 긴 생머리고, 머리색은 연한 갈색과 하늘색이 섞여 있는 기묘한 구조였다.


특이하게도 입술은 분홍빛인데 맞닿는 부분에 서리가 낀 것처럼 푸른빛이 감돌았고 날카로운, 눈매 덕에 고양이 상보다 호랑이 상에 가까운 날카로운 인상이긴 했지만 오히려 그 덕에 범접 불가한 고고한 매력을 품고 있었다.


남자라면 당연히 예쁜 여자와의 로맨스를 꿈꾸겠지만 스승님은 뭐랄까, 여자로 보기에는 뭔가 압도적인 위압감이 있어서 사귀면 하루하루 목숨을 보존하기 위해 덜덜 떨어야할 상황이 오지 않을까······싶다.


‘예쁘긴 하지만 무섭다고. 아, 마법사니까 나이도 많겠다.’


“뭔 생각 하냐 또.”


“아, 아무 것도요.”


눈치도 빠르지, 조금이라도 잡생각을 하는 것 같으면 예리한 눈빛으로 훑어보니 잠시라도 방심할 틈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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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78-2. 실습(2) 19.06.25 91 0 4쪽
102 78-1. 실습 19.06.03 99 0 4쪽
101 77-2. 견학(2) 19.05.30 104 0 4쪽
100 77. 견학(1) 19.05.29 83 0 3쪽
99 76. 공부 19.05.28 90 0 8쪽
» 75. 스승님 19.05.27 111 0 7쪽
97 74. 마법을 배워보자 19.05.23 95 0 7쪽
96 73. 좋은 기회 19.05.22 98 0 7쪽
95 72. 진정한 마법 19.05.21 130 0 7쪽
94 71. 깨달은 권능 19.05.20 105 0 7쪽
93 70. 시비 19.05.14 107 0 7쪽
92 69. 새로운 여정 19.05.13 101 0 7쪽
91 68. 공방의 끝 19.05.02 98 0 6쪽
90 67. 힐바의 법 19.04.08 122 0 7쪽
89 66. 마법이란 19.03.25 121 0 5쪽
88 65-3. 법정(3) 19.03.21 131 0 2쪽
87 65-2. 법정(2) 19.02.20 136 0 2쪽
86 65-1. 법정 19.02.19 140 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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