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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귤 님의 서재입니다.

몬스터를 뜯어 먹는 기생충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강릉귤
작품등록일 :
2024.01.22 17:10
최근연재일 :
2024.06.23 18:00
연재수 :
15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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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79
추천수 :
516
글자수 :
892,307

작성
24.03.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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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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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강한주를 죽인 자(4)

DUMMY

S급?


전투에 집중한 나머지, 내 등급이 S급일 거란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 뭘 놀라고 그러느냐. 이미 저 더미 로봇을 쓰러뜨렸을 때부터 네놈은 확실히 S급 한 명을 뛰어넘은 것이잖느냐. >


아무 말도 못 하고 당황해 있는 내게 곰이 대화를 걸어왔다.


“···나 S급이라고?”

“그럼요!”


따지고 보면 이상하긴 했다.


이전에 내 몸을 기생충이 차지했을 땐, 곰이 깊은 잠에 빠졌었던 것에 비해 이번에는 잠에 들지 않았으니까.


“하하···. 비암, 고마워. 너가 말한 대로 날 키우는 거 성공했네?”

“아뇨. 마지막은 저희 길드에 들어오는 건데요?”

“흠···. 그럼 그건 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은데.”

“아, 형···.”


S급으로 확정 지어지던 그때, 우리의 뒤에선, 다른 연구원들이 큐브에 뚫린 구멍을 살펴보고 있었다.


“도대체··· 뭐가 이리··· 강력한 거죠?”

“패스트 리븐인가 뭔가, 그게 제일 단단한 거 아니었어?”

“저 사람이 가진 무기가··· 그럼 큐브보다 더 단단하단 거야?”


내가 살짝 뒤를 돌아보자, 이지형이 머뭇거리며 그들 사이로 다가가는 것이 보였다.


“둔켈 토드라고 합니다. 아직 한국에서는 발견된 게 최초인 광석···이죠. 사실, 광석인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그럼··· 저 창은··· 그 새로 발견된 광석으로 만들었다는 건가요? 누가 그걸···.”

“크흠. 저예요. 제가 대장장이거든요.”

“아! 그 천재 대장장이라고 소문난 대장장이가 혹시···!”

“하핫, 소문이 여기까지 났나요?”


그러면서 명함을 들이미는 이지형. 그의 모습이 나름 귀여워 보이기까지 했다.


“큐브 수리를 맡길 업체를 찾으신다면 제게 연락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아, 언제 한 번 더미 로봇들도 수리해 보고 싶긴 하네요.”


대장장이의 욕심?


아니, 이지형은 그저 새로운 물건에 호기심을 표하는 중이었다.


“근데, 지금 S급 받으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모두가 축하하던 그때, 배하정이 입을 열었다.


“왜요?” “지금 고블린 헌터님이 용의선상에 오른 이유 중 하나는, 강한주보다 강했고, 그래서 그를 죽였다는 거 아니에요?”

“아···. 같은 A급이라면 몰라도, 유도진 헌터님이 S급이라면 강한주 같은 A급은 쉽게 죽일 수 있으니까요?”

“그렇죠. 물론, 저도 처음 봤을 때 C급 정도였던 헌터님이 S급을 받으니까 기쁜 건 사실인데···.”


잊고 있었던 일이었다.


나는 내가 당연히 A급을 받을 거라 생각했기에 생각하지도 않았던 일이었기에.


“그··· 그래도, 뉴스에서 보던 그 이상한 스킬은 안 썼잖아요.”

“그게 과연 지금 못 쓰는 건지, 안 쓰는 건지 모르니까요. 물론, 우리는 유도진 씨를 믿지만요···.”

“그렇긴 한데···.”


S급까지 올랐음에도, 모두가 축하하는 모습보다는 걱정하는 모습이 앞서 있었다.


“자, 자, 그래도 우리나라의 10번째 S급 헌터잖아요. 그럼 축하해 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맞죠! 비암 님처럼 S급이라고요.”

“유도진 이 x라이 새x야. 도대체 뭘 하고 다닌 거냐.”


격하게 축하해 주는 건 역시나, 정준혁이었다.


그는 내게 다가와 머리를 톡톡 치더니, 거의 오열하다시피 격한 축하를 이어갔다.


“아니, 이 새x야···. 그동안 얼마나 고생이 많았냐. 일자리도 제대로 못 구하는 만년 백수가···. 으헝헝···.”


준혁은 눈에 고인 눈물을 스윽 닦고 나를 안아주며 계속 웅얼웅얼 말을 이었다.


< 이··· 이건 조금··· 부담스럽구나. >

“저건··· 좀··· 끼기 힘들겠네요···.”


하나둘씩 내 쪽으로 다가와 모두가 고생했다며 날 토닥여 주기 시작했다.


그에 기생충이 대화창을 띄웠으며, 몰려든 사람들 뒤쪽에서 선주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저기··· 여러분들···. 여기, 헌터 협회···. 공공장소···.”

“그런 건 상관없잖아요!”


이 모습이 부담스러운지, 먼 곳을 바라보는 선주만이 내 마음을 알아주는 기분이었다.



* * *



“일단··· S급으로 승급했다는 건 운명 길드에게 전달했어요.”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 거죠?” “지금 운명 길드가 강한주의 동선을 따라서 조사를 하고 있을 거예요. CCTV는 물론이고, 차량 블랙박스까지요.”

“그러다 증거가 없으면요?”

“아마··· 기억을 훑을 겁니다. 기억을 읽는 헌터가 있으니까요.”


S급으로 승급하자마자, 헌터 협회에서는 내게 S급 헌터들의 능력과 연락처가 적혀 있는 리스트를 내게 건네주었다.


그 리스트를 훑어보던 도중, 눈에 들어오는 한 사람.


[서가을. S급. 기억을 읽는 능력.]


이 사람이 내 기억을 읽는다는 것이었다.


“그거 너무 사생활 침해 아니야?”

“보려고 하는 것들만 보인다고는 하는데··· 저도 잘은 모르겠네요. 제가 보는 게 아니니까요.”


기억을 읽는다.


그 말은 즉, 내가 한 행동들이 만천하에 드러난다는 얘기였다.


내가 누군가를 죽였다는 것이 밝혀지면··· 이 사람들이 여전히 나를 위해 찾아와 줄까.


나는 모여서 저마다 떠들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 무엇을 걱정하느냐. 이미 저들은 네가 어떤 사람인지 오롯이 받아들이고 있지 않느냐. >

‘그건 그렇지만··· 내가 사람을 죽인 건 맞잖아···.’

< 답답하구나. 사람을 죽인 건 네가 아니라 짐이었다. 너는 죽이지 말라고 했지만, 짐이 그 말을 무시했었던 것이지. >

‘······? 내 몸으로 죽인 거잖아.’

< 그건······. 짐이 잘못했다. >


곰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그 상황에서 누구든 당연히 상대방을 죽이고 탈출할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내 마음속에는 한 가지가 걸렸다.


‘강한주, 그 새x는 진심으로 나를 존경했던 게 아닐까. 내가 자기보다 잘났으니까 그게 아니꼬웠으니까.’


그때였다.


“강한주, 그 새x는 진심으로 나를 존경했던 게 아닐까. 라고 생각하는 거 아니지?”

“어?”


모두가 떠들썩한 카페, 그 안에서 준혁이 내 쪽으로 커피 한 잔을 가져다주며 내 눈치를 살폈다.


“너는 늘 문제가 생기면 너가 해결하려 했잖아. 그러다 해결 못 하면 괜히 자책하고. 그러니까, 지금도 그 생각하는 게 아닐까 했지.”

“아··· 아냐. 내가 무슨···.”

“내가 무슨은···. 너 표정에 다 적혀있어. 카페에 왔을 때부터 표정이 어두웠다고.”


그러더니, 준혁은 내 옆에 나란히 앉아서 말을 이었다.


“내가 여태까지 본 너는 사람을 죽일만한 사람이 아니야. 만에 하나 죽였다고 쳐도, 그건 강한주가 죽을 짓을 했던 거겠지. 아니면, 너를 죽이려 했거나.”

“맞아요! 사실, 제일 중요한 건, 강한주 그 사람은 이미 사람들을 여럿 죽인 사람이에요!”


준혁의 말에 너도나도 할 것 없이 하나같이 나를 격려하기 시작했다.


“샐러맨더보다 못하군요.”


거기에는 가만히 듣고 있던 선주도 한마디를 거들고 있었다.


“엥? 갑자기 샐러맨더는 왜요?”

“아니···. 그, 몬스터들도 자기 동족끼리는 안 해치잖아요.”


선주의 말에 비암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을 죽인 이상, 나는 강한주 그 헌터를 사람으로 안 봐요. 몬스터로 보지···.”


사람들의 말에 잠시 말문이 막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을 때, 눈앞에 곰이 대화창을 띄웠다.


< 보거라. 다들 너를 먼저 생각하지 않느냐. 그러니, 너도 너를 먼저 생각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 >


그것은 나를 좀 더 생각하라는 말이었다.



* * *



“블랙박스는 어때?”

“여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노이즈뿐이에요.”

“경찰 측에서 받은 자료들도 똑같아요. 온통 노이즈에요.”


한편, 강한주의 행적을 찾던 운명 길드는 한 가지 난관에 봉착했다.


그가 건물에서 뛰어내리는 걸 봤다는 사람들의 증언을 따라 그가 갔을 법한 길거리를 조사했다.


경찰에게 건네받은 CCTV 자료, 블랙박스, 그 외에 다른 녹화 장비들을 모두 살펴보았지만, 촬영된 것이 없다는 것이었다.


아니, 촬영은 되어 있었다.


다만, 화면에 노이즈가 걸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였다.


“이래서 경찰 측이 헌터 협회에 도움을 요청했었다고 하는데···.”

“문제는 헌터 협회에서도 이 노이즈 현상을 해결 못 한 거지.”

“근데 이건··· 마치, 던전에서 찍은 동영상을 보는 느낌이네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


이들이 말하는 현상은 소위, ‘던전 노이즈’라는 현상으로, 방대한 마력에 의해 카메라가 손상되는 현상이었다.


이 세계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딱 두 번이었다.


첫 번째는, 차원 전쟁 당시의 전 세계적으로 벌어진 던전 노이즈 현상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초거대 몬스터가 출몰하면서 광진구 일대에 벌어진 던전 노이즈 현상이 두 번째였다.


“만일 이 던전 노이즈랑 강한주가 연관이 있다면···.”


넘겨받은 영상들을 훑어보던 윤혜성은 한숨을 내뱉었다.


“분명 강한주는 일광 길드의 하나 남은 게이트로 갔을 텐데···. 왜 거기까지 가는 길에 있는 영상 자료들이 다···.”


‘설마 이번 초거대 몬스터처럼 무언가가 넘어왔나? ···아니, 그러기엔 도심이 너무 조용하지 않나?’


그녀의 머릿속에는 ‘사람의 몸에 기생하는 몬스터’라는 정보가 없었기에 지금 상황이 더더욱 난관이었다.


“강한주를 따라서 노이즈가 일어나는 것 같은데···?”

“그러게요.”


그래도 한 가지 확실히 밝혀낸 것은 강한주가 가는 곳마다 던전 노이즈가 발생한다는 점이었다.


“그럼 언제부터 노이즈를 몰고 다녔는지 확인 가능해?”

“그럼 다시··· 또··· 현장으로 가야···.”


최지호가 윤혜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는 이내 윤혜성의 단호한 표정을 바라보곤 한숨을 내뱉었다.


“대신, 저수지랑 같이 다녀올게요.”

“그래요. 다녀와요.”


아직까지 유도진이 강한주를 살인했다는 증거는 발견되질 않은 채였다.



* * *



- 유도진 헌터님. 여기는 헌터 협회 사체 처리 본부입니다. 이번 연달아 발생한 게이트 폭주 사건을 해결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아··· 네.”

- 그래서 지금 조사 중에 있는데, 헌터님이··· 아, 그 물론 다른 존재와의 접촉으로 인해서였지만, 처치한 몬스터들에 대한 사체 처분권은 헌터님한테 있어서요.


당분간 집은 수리에 들어가야 했기에, 오랜만에 준혁의 집에 돌아와 편안한 휴일을 보내고 있던 도중 걸려 온 전화였다.


- 초거대 몬스터, 그 외에 와이번이나 그라운더, 드레이크, 시-드레이크 등등의 사체 처분은 어떻게 하실 예정인가요?


한 사람이 이렇게 많은 몬스터를 처리한 적이 처음이라며 담당자는 감탄을 내뱉었고, 그의 계속되는 극찬에 나는 괜히 부끄러워졌다.


“어··· 어떻게···라뇨?”

- 아, 특히나 이번 초거대 몬스터는 처음 발견된 종이기 때문에, 이 몬스터를 눈독 들이는 기업들이 좀 많습니다. 그 기업에 처분을 하실 것인지, 아니면 개인 소유로 가져가실 건지···.


나는 준혁을 바라보며 뭐라 대답해야 하는지 조언을 구했지만, 준혁에게 돌아온 대답은 ‘알아서 해’였다.


“그럼··· 시-드레이크나 와이번, 플레시오 한 10마리 정도만 남겨주시고, 초거대 몬스터도 제가 알아서 처분하겠습니다.”


리자드맨이나 그라운더, 드레이크는 이미 괴식을 통해 100%에 도달했기에 필요 없는 것들이었다.


그것들은 맛이 없는, 정말 말 그대로 몬스터 고기일 뿐이었으니까.


작가의말

유도진의 세상이 한층 더 커졌습니다.

그렇게 S급 헌터들이 이제 모습을 비추겠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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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곰에 대한 의문(1) 24.04.21 52 3 13쪽
91 도진의 선물을 가진 자(6) 24.04.20 54 3 14쪽
90 도진의 선물을 가진 자(5) 24.04.19 49 3 13쪽
89 도진의 선물을 가진 자(4) 24.04.18 52 2 12쪽
88 도진의 선물을 가진 자(3) 24.04.17 50 2 14쪽
87 도진의 선물을 가진 자(2) 24.04.16 55 2 12쪽
86 도진의 선물을 가진 자(1) 24.04.15 58 2 12쪽
85 스킬의 조합(4) 24.04.14 56 2 12쪽
84 스킬의 조합(3) 24.04.13 60 1 13쪽
83 스킬의 조합(2) 24.04.12 62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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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뉴비 헌터를 키워라(3) 24.04.03 62 2 13쪽
73 뉴비 헌터를 키워라(2) +1 24.04.02 68 2 12쪽
72 뉴비 헌터를 키워라(1) 24.04.01 71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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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도진의 곁에 선 사람들(5) 24.03.30 77 3 11쪽
69 도진의 곁에 선 사람들(4) 24.03.29 69 3 11쪽
68 도진의 곁에 선 사람들(3) 24.03.29 65 3 12쪽
67 도진의 곁에 선 사람들(2) 24.03.28 79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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