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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귤 님의 서재입니다.

몬스터를 뜯어 먹는 기생충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강릉귤
작품등록일 :
2024.01.22 17:10
최근연재일 :
2024.06.23 18:00
연재수 :
15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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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89
추천수 :
516
글자수 :
892,307

작성
24.03.2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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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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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도진의 곁에 선 사람들(2)

DUMMY

< 지금 동의서라 하였느냐? 하하, 지금 밖에 있는 사람들부터 치우고 말을 해야지. 이건 강요가 아니더냐! >


곰의 말에 따르면, 이미 밖에는 내가 도주할 우려를 생각해 헌터들을 배치해 둔 모양이었다.


“동의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죠?”

“뭐, 그럼 어쩔 수 없죠. 인도적인 차원에서 그럴 순 없잖아요? 비인도적인 차원이라면 몰라도.”


그러자 방금 전까지 인자한 미소를 짓던 그녀의 표정이 굳어졌다.


“하하. 뭐, 그렇게 인상을 굳히시나요. 어차피 여기까지 오면서 이미 생각은 하고 있었어요.”

“쓸데없는 말은 삼가시는 게 좋을 거예요.”

“쓸데없는 말이라뇨. 말이 좀 지나치시네요~ 자꾸 절 위협하시는데··· 제가 그 에너지 볼을 사용해서 주변을 날려버리면 어쩌려고 그러세요.”

“뭐···?”

“하하, 농담입니다.”


나는 그녀와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하며, 그녀가 내민 종이의 맨 밑 칸에 동의한다고 사인했다.


“부디, 기억 탐색으로 유도진 헌터님의 무죄가 드러났으면 좋겠네요.”


그녀는 내 동의서를 들고 일어섰다.


아무래도 기억을 읽는 헌터가 올 때까지 혼자 내버려 둘 생각인 것 같았다.


“근데 한 가지만 물어봐도 돼요?”

“뭐죠?”

“강한주는 사람들을 죽인 빌런이잖아요. 근데 왜 이렇게 열심히 실종된 그를 찾는 거예요? 사람을 죽인 강한주가 몬스터랑 다를 게 뭐길래요.”


과거, 사람을 죽인 몬스터는 극혐한다고 했던 그녀의 주장이었다.


“하. 몬스터의 생명도 중시하던 유도진 씨가 할 법한 생각이네요.”


그녀는 온갖 짜증을 얼굴로 표현하듯, 잔뜩 화가 난 얼굴로 말을 이었다.


“강한주도 ‘생명’이니까요. 당신처럼 언제 사람을 죽일지도 모르는 몬스터의 ‘생명’이 아니라, 대화가 통하는 ‘사람’의 생명이요.”


- 쾅!


그리고 그녀는 운명 길드의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대화 통하는데···.”


자신에게 있어 오히려 대화가 통하지 않은 것은 강한주였다.


“몬스터가 언제 사람을 죽일지 모른다고? 무슨, 강한주는 사람 죽인다고 예고하고 죽였나?”



* * *



- 괜찮아. 겁먹지 마.

- 맞아요. 우리는 도진 씨가 어떤 사람이라도 따를 준비가 되어 있어요!

- 설령, 강한주를 죽인 사람이라도요!


회의실에 홀로 남은 나는 준혁이 만든 단톡방을 차례로 읽고 있었다.


그 안에는 여태까지 나와 던전을 돌았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운명 길드, 오늘 유도진 헌터의 기억 탐색 진행. 이걸로 유도진의 처분 결정 날 것.]

[사람을 구한 영웅이 될 것인가. 사람을 죽인 빌런이 될 것인가. 오늘 진행되는 기억 탐색의 유래는?]

[S급 헌터가 된 유도진, 오늘의 결정에 따라 S급 빌런이 될 수도 있다.]

[S급 빌런의 수감 시설은 어떨까? 미리 알아보자.]


때에 맞춰, 여러 기사도 같이 나왔다.


물론, 기사나 동영상은 비암 측에서 차례로 하나씩 내리는 것 같았지만, 퍼지는 속도를 따라잡는 것은 무리였던 것 같았다.


< 짐이 조금 도와줘도 되겠느냐? >

‘밖에 있는 사람들을 죽이려는 거야?’

< 짐은 살인귀가 아니거늘! 너는 어찌 짐을 살인귀로만 보고 있느냐! >

‘몰라···. 지금은··· 좀 두렵긴 해서.’


이때의 난, 곰의 ‘도움’이 어떤 것인지 모르고 있었다.


얼마 뒤의 시간이 지나, 회의실의 문이 열렸고, 밖에서 단발의 여성이 회의실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의 옆에는 다른 S급 헌터들도 함께인 채였다. 내가 저항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게 아닐까? 그래서 같이 들어 온 것 같았다.


“그럼 유도진 헌터의 기억 탐색을 진행하겠습니다.”


기억 탐색. 이는 서가을 헌터가 상대방의 기억을 읽는 능력을 뜻했다.


이 능력은 헌터 협회에서도 공적으로 인정받는 능력이었으며, 능력을 사용할 땐 반드시 경찰과 동행, 그리고 영상 촬영을 해야 한다는 규칙이 있었다.


- 띠링.


동영상 촬영 시작음이 울리고, 내 곁으로 서가을 헌터가 다가왔다.


그녀는 내 머리에 손을 올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속이 메스꺼워지는 마력이 내 몸을 휘감았다.



* * *



기억을 읽는 능력.


전 세계에서 몇 없는 능력자이기에, 이들의 몸값은 일반 S급보다 조금 높은 위치에 있었다.


서가을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그녀는 운명 길드와 함께 활동하며 여러 빌런의 기억을 읽어왔다.


‘기억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그녀가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었다.


사람이 보고, 듣는 것은 모두 뇌에 기억으로 남았으니까.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했다.


사람을 죽인 빌런이 있었다. 그 빌런은 행방불명이 되었고, 그의 행방을 찾을 수단도 없었다.


그때, 제보가 들어왔다. 그 빌런을 죽인 사람이 있다고. 그의 기억을 읽으라고 말이다.


운명 길드에 소속된 이상, 길드장인 윤혜성의 명령에 따라야 했다.


비록 수많은 몬스터들로부터 사람들을 지킨 영웅의 기억을 훑는다는 게 못마땅하더라도 말이다.


그녀는 잠시 생각을 갈무리하고는 유도진의 머리에 손을 얹어 마력을 그의 몸으로 흘려보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기억들이 가을의 머릿속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system]

[고유 특성 ‘기억 탐색’ 발동]

[상대방의 기억을 머릿속으로 가져옵니다.]

[상대방의 기억이 시전자의 기억과 섞이지 않도록 차단벽이 발동됩니다.]


“어엇···! 저기요! 살려주세요! 꺅! 감사합니다아!”

“에? 네? 어, 어디 가세요!?”


이건 유도진이 고블린을 때려잡을 때의 기억이었다.


전투에서 유도진이 슬슬 우위를 선점하려던 그때, 배가 아픈지 배를 부여잡았다.


그때였다.


[차단벽이 흔들립니다.]


서가을, 본인도 처음 보는 경고 메시지가 생기더니, 이내 방금 보던 장면은 사라지고,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 버렸다.


하지만 그 장면도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경고 메시지가 떠올랐다.


다른 장면들의 기억을 보려 해도 마찬가지였다.


[차단벽이 흔들립니다.]

[차단벽이 흔들립니다.]

[차단벽이 흔들립니다.]


그때, 그녀의 머릿속에 중년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만으로도 고귀하고, 품격 있어 보이는 목소리였다.


< 꼭 필요한 장면만 보거라. >


가을은 방금 들린 목소리가, 자신의 능력에 깃든 목소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다음부터는 이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지만 말이다.


“이제 보니 단검 하나 쥘 힘도 충분하지 않은 것 같은데··· A급이 맞긴 합니까?”

“니 새x···! 그때 비암이랑 같이 있던 새x잖아!”

“아. 혹시 그때, S급 안 줬다고 찡찡거리던 헌터가 당신이었어요? 풉···. 여전하네요.”


이 기억은 강한주와 유도진이 다시 만났을 때의 기억이었다.


가을은 그 목소리가 안내하는 대로 그의 기억을 훑기 시작했다.


강한주와 유도진의 계속되는 대립. 그리고 다툼.


그리고 기억 속 어느 날, 강한주가 처음 보는 무기를 가지고 오던 장면이었다.


‘무슨 마력이 저렇게···.’


강한주의 무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력은 처음 겪는 마력이었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그 마력을 모르는 것 같았지만, 지금의 자신에겐 확실히 느껴지고 있었다.


‘위험한 물건이야···.’


그리고, 그 단검이 이따금 길드원들을 향해 날아들었다.


[차단벽이 흔들립니다.]


그리고 또다시 장면 전환.


이번에는 유도진이 강한주를 쫓기 위해 빌딩에서 뛰어내려 길드 사무실로 향하는 장면이었다.


그 뒤의 장면은 강한주가 부른 게이트로 유도진이 들어가는 장면···.


그리고···.


유도진이··· 복부가 터진 채로 사망하는 장면이 비쳤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복부를 움켜쥐었다.


통증까지 전달되는 기분이었다.


[기억 탐색이 종료됩니다.]



* * *



“유도진 헌터님은··· 강한주에게 죽었습니다.”


응?


왜 결과가 그렇게 돼요?


가을의 발언에 제일 당혹스러운 것은 윤혜성도, 다른 길드원들도 아닌 나였다.


내가 강한주를 죽였으면 죽였지, 내가 죽지는 않았을 텐데···.


“그게 무슨 말이죠? 유도진 헌터님? 설명이 필요한 거 같은데요?”


서가을의 말에 윤혜성이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어떤 기억을 봤는지를 모르기에, 뭐라 말을 해야 할지 몰랐던 순간, 곰이 대화창을 띄웠다.


< 네게 약점이 될 만한 것들은 짐이 가려주었다. 또한, 인간 유도진이 했던 일들만 보여주었지. >

‘그 말은 설마···.’

< 짐이 한 일은 보지 못했다. 그러니, 네가 겪은 일만 말하면 된다. >

‘그게 가능해?’

< 짐이 도와준다고 하지 않았더냐. >


대화창에 집중하고 있자, 윤혜성이 테이블에 쾅 하고 주먹을 내리쳤다.


“유도진 헌터?”

“아, 말씀드릴게요. 성격이 엄청 급하시네요?”


내가 겪은 일만 말하라면 오히려 간단했다.


“강한주는 처음부터 저랑 사이가 안 좋았습니다. 저를 하대했거든요. 하지만, 제가 강한주보다 강했고, 계속 팀원들을 도와주니까, 강한주가 시기를 느꼈나 봐요.”

“네.”


내 말에 상황을 지켜보던 경찰관은 수첩에 내 말을 받아 적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강한주가 처음 보는 무기를 갖고 나타나서, 길드원들을 해쳤습니다.”


나는 주변을 한 번 두리번거린 뒤, 다시 말을 이었다.


“그때, 결국 도망친 강한주를 못 쫓았는데, 그날 일광 길드의 길드장님 핸드폰으로 저한테 연락이 왔더라고요. 게이트로 나오라고요.”

“그때··· 나갔던 겁니까?”

“네. 그때 나가서, 서가을 헌터님이 말한 그대로··· 저는 복부가 뚫린 채로 쓰러졌습니다.”


내 말에 윤혜성의 동공이 흔들렸다.


< 아무래도, 범인이라고 생각했던 네가 피해자라는 말에 당황한 듯싶구나. >

‘그러게.’


내가 죽이지 않았다는 것이 확실시되자, 하마터면 입가에 미소를 지을 뻔했다.


“그 뒤로는 모르겠습니다. 저는 병실에서 눈을 떴거든요.”


가만히 듣고 있던 서가을이 윤혜성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강한주 헌터는··· 갑자기 처음 보는 마력을 내뿜는 단검을 가지고 나타났어요.”


레데르 피어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 단검으로 길드원들을 죽이려 하기도 했고, 유도진 헌터님은 그들을 지키려 강한주를 제압했죠.”

“거기까진 증언들로 확인된 사실이죠.”


윤혜성은 경찰을 한 번 바라보더니, 머리를 한 번 쓸어올리곤 말을 꺼냈다.


“유도진은 복부가 터진 채로 쓰러졌고, 눈을 뜨니까 게이트 밖이었다?”

“네. 제가 본 마지막 기억은 헌터님이 말씀한 그대로 게이트 밖이었습니다.”

“지나가던 힐러가 치유해 준 건가?”

“그건 저도 잘···. 애초에 유도진씨는 복부에 공격을 받으면서 의식을 잃었으니까요.”


윤혜성은 가을의 말에 한숨을 내뱉었다.


강한주 사건이 다시 미궁으로 빠진다는 것에 대한 한숨이었다.


“근데··· 조금 이상한 게 하나 있었습니다.”


가을의 말에 나도, 윤혜성도 그녀를 바라보았다.


“강한주, 그 사람 말이에요. 애초에 사람이 맞아요?”


자신이 기억을 읽으면서 봤던 강한주의 능력을 말하는 것이었다.


인간 외 급, 정확히는 곰이 내 몸을 차지했던 것처럼, 강한주도 확인되지 않은 스킬들을 사용했다는 것이었다.


“레데르 피어···라고 말했습니다. 강한주가.”


가을의 말을 뒷받침하는 내 말에 모두가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마치, 들으면 안 될 이름을 들은 사람들처럼.


작가의말

곰...

뭔가 대단한 존재일지도?!!!!

이 작품은 어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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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곰에 대한 의문(1) 24.04.21 52 3 13쪽
91 도진의 선물을 가진 자(6) 24.04.20 54 3 14쪽
90 도진의 선물을 가진 자(5) 24.04.19 49 3 13쪽
89 도진의 선물을 가진 자(4) 24.04.18 52 2 12쪽
88 도진의 선물을 가진 자(3) 24.04.17 50 2 14쪽
87 도진의 선물을 가진 자(2) 24.04.16 56 2 12쪽
86 도진의 선물을 가진 자(1) 24.04.15 58 2 12쪽
85 스킬의 조합(4) 24.04.14 56 2 12쪽
84 스킬의 조합(3) 24.04.13 61 1 13쪽
83 스킬의 조합(2) 24.04.12 63 2 12쪽
82 스킬의 조합(1) 24.04.11 64 2 12쪽
81 마력을 다루는 방법(4) 24.04.10 60 2 12쪽
80 마력을 다루는 방법(3) 24.04.09 58 2 14쪽
79 마력을 다루는 방법(2) 24.04.08 64 1 13쪽
78 마력을 다루는 방법(1) 24.04.07 64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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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뉴비 헌터를 키워라(4) 24.04.04 63 2 13쪽
74 뉴비 헌터를 키워라(3) 24.04.03 63 2 13쪽
73 뉴비 헌터를 키워라(2) +1 24.04.02 68 2 12쪽
72 뉴비 헌터를 키워라(1) 24.04.01 72 2 10쪽
71 도진의 곁에 선 사람들(6) 24.03.31 72 2 12쪽
70 도진의 곁에 선 사람들(5) 24.03.30 77 3 11쪽
69 도진의 곁에 선 사람들(4) 24.03.29 70 3 11쪽
68 도진의 곁에 선 사람들(3) 24.03.29 65 3 12쪽
» 도진의 곁에 선 사람들(2) 24.03.28 80 3 12쪽
66 도진의 곁에 선 사람들(1) +1 24.03.27 83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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