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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귤 님의 서재입니다.

몬스터를 뜯어 먹는 기생충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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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귤
작품등록일 :
2024.01.22 17:10
최근연재일 :
2024.06.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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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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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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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뉴비 헌터를 키워라(6)

DUMMY

“비켜. 내가 잡을 거야!”


나와 배하정이 요란하게 대결을 하자, 그 소리가 걸리적거렸던 은진이 일어난 것이었다.


그리고 웬걸······.


눈을 떠보니 몬스터 사냥보다는 자신들의 성장에만 관심을 보였던 두 사람이 몬스터를 미친 듯이 잡고 있었다는 것이다.


“내 돈이니까 물러서요!”

“너 아직 완전히 회복 안 됐잖아. 좀 더 쉬고 있어.”


내 만류에도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앞으로 걸어 나왔다.


“괜찮아. 스킬만 못 쓰지, 때려잡는 건 자신 있으니까.”


그녀의 말에 나는 손으로 한 번 얼굴을 쓸어내렸다.


“아무리 돈이라고 해도, 몸은 생각하면서 덤벼. 정은진.”

“그래도. 오늘 아니면, 또 언제 게이트를 들어올지 모르잖아. 그러니까, 한 번 들어왔을 때 확 벌어야지.”

“내··· 내가 잡은 몬스터 줄게···. 그러니까, 무리하지 마.”

“어?”


은진은 내 말에 잠시 눈을 반짝이더니, 이내 방금 전까지 자신이 누워있던 그 모래사장에 엉덩이를 ‘턱’하고 깔고 앉았다.


“유도진 오빠! 파이팅이야! 꼭 이겨줘!”


그 말에 하정은 내 쪽을 바라보더니, 싱긋 웃으며 사냥을 이어 나갔다.


은진이 조용해진 뒤, 나는 다시 전투 페이스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구어어어!”


우선 힘을 증가시킨 뒤, 창을 크랩스터에게 날려 보냈다.


그 뒤에, ‘돌아와!’를 사용했다.


이 공격만 이어가도, 한 번에 네 마리는 사냥이 가능했다.


“샐새앨러!”


하지만 거기에 만족할 수는 없었다.


나는 창 주변에 불꽃을 두른 뒤, 다시 공격하기를 반복했다.


중간중간 크랩스터의 집게 공격이라던가, 거품 공격이 내 쪽으로 다가왔지만, 별로 문제가 되진 않았다.


그런 공격쯤은 창을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공격을 쉽게 부술 수 있었으니까.


“내려라! 불꽃이여!”


중간중간, 은진이 나를 돕겠다며 내 쪽에 작은 운석들을 소환했지만···.


“어떻게 된 게, 여러 마리 있는 크랩스터한텐 한 방도 안 가고, 나한테만 모조리 쏟아지냐!”

“미안, 실수야 오빠.”


공격들이 모두 나를 향했다.


‘모래만 아니었으면, 축구 애니처럼 뛰어올라서 저걸 찼을 텐데···.’


하지만 바닥은 모래였다.


내가 활강을 사용하지 않고 있었던 이유도 비슷했다.


높은 곳이 없을뿐더러, 바닥은 밟을 때마다 밑으로 쑤욱 꺼지는 모래였으니까.


“오빠, 조심해! 또 떨어진다?”

“제발··· 정은진!”


순간,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잘 익은 크랩스터였다.


달짝지근한 냄새가 단단한 껍질을 뚫고 은은하게 나오고 있는 크랩스터.


‘저거다!’


순간 나는 그 크랩스터 쪽으로 달렸고, 곧장 가장 단단해 보이는 등딱지를 밟고 높게 뛰어올랐다.


그리곤 공중에서 한 바퀴 구른 뒤, 원래 내가 서 있던 쪽으로 떨어지던 소형 운석들을 하나둘씩 쳐내기 시작했다.


발로 하나를 쳐낸 뒤, 활강을 이용해 다른 쪽으로 다가가 다시 발로 운석을 쳐냈다.


“왜, 저쪽이 몬스터가 더 많은 거야.”


그러던 중, 하정의 주변에 몬스터가 몰려있는 것을 발견한 나는 곧장 그쪽으로 운석들을 날려 보냈다.


“레레이크!”


바로 모래바람을 이용해서 말이다.


하지만 이 순간에도 나는 마법을 형상화해서 사용했다.


모래는 적게, 바람만 가득 불기를.


“고블리자!”


부족한 바람은 바람 칼날로 대체했고, 그 결과 만족스러운 장면을 연출할 수 있었다.


“이거, 반칙이라고요!”

“왜요? 많이 잡는 사람이 이기는 거라면서요.”


결국 나는 하정이 공격하고 있던 크랩스터들을 모조리 쓰러뜨렸다.


“와··· 저게 헌터지. 진짜 멋있다.”


크랩스터들을 쓰러뜨린 뒤, 땅에 가볍게 착지한 내게 은진이 쫄래쫄래 다가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저기요. 방금 공격, 너 스킬로 한 거야. 감탄할 것까진 없다고.”

“아니, 그래도 멋있잖아. 모래바람으로 방향을 바꾸는 것도 그렇고.”


옛날이었으면 이런 생각은 못 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아, 물론··· 하다 보면 생각 정도는 들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이 주변에 있는 몬스터들은 다 잡은 거 같아요.”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다른 몬스터들을 찾자, 하정이 내 쪽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그럼 보스 몬스터만 남은 거죠? 와, 너무 신기해···.”

“은진아, 너 위기감이 너무 없어.”

“그치만, 오빠도 그렇고, 옆에 헌터님도 잘 잡아주실 텐데, 내가 위기감을 가져서 뭘 해.”


맞는 말이긴 했다.


하지만 나와 하정이 몬스터를 잡기 전에 은진이 공격받는다면?


계속해서 냄새를 맡으며 크랩스터의 위치를 파악하곤 있었지만, 여긴 전장이었다.


“아, 알았어. 긴장할게. 그런 눈으로 빤히 쳐다보지 마.”


내가 은진을 바라보자, 그녀는 괜히 머쓱한지 고개를 숙이고 하정의 곁에 붙었다.


“다른 헌터들은 안 그래. 그리고 상황에 따라서는 너가 리드해야 하는 상황이 있을 수도 있고.”

“맞아요! 고블린 헌터님도 맨 처음엔 우리랑 같이 뉴비로 갔다가, 그다음부턴 리더로 갔었던 것처럼요!”


하정이 나의 말을 거들었다.


“그러고 보니까, 미르 길드랑 내 첫 던전을 가봤구나.”

“그쵸. 그땐, 그냥 C급 헌터일 줄 알았는데··· 언제 이렇게 컸어요. 헌터님.”

“하하, 하정 헌터님도 더 노력하면···.”


그때였다.


- 촤아아-!!


‘찰박, 찰박’ 소리를 내던 파도가 순식간에 ‘싸아아’ 소리를 내며 빠른 속도로 점점 멀어져갔다.


“오빠, 파도가···.”

“저게 왜···.”

“물이 저렇게 빠지는 거면··· 해일 아니야?”

“그··· 그렇다고는 하는데···.”


나는 곧바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만일, 정말로 해일이 오려는 거라면, 피할 곳을 찾아야 했으니까.


‘보이는 건··· 죄다 모래사장인데··· 어디로 피하냐고···.’


괜히 잘 쉬고 있을 망고가 떠올랐다.


망고의 ‘앞발 쿵’ 정도면 방파제든, 우리가 피할 곳이든 만들어 낼 수 있었을 터였으니.


< 하지만 지금 망고는 없지 않느냐. >


나는 눈을 비비는 척, 시선을 아래로 깐 뒤, 곰의 대화를 스캔했다.


‘맞는 말이야. 망고가 없어···. 그럼···.’


해일이 오기 전에, 던전 공략을 끝내야 한다.


‘던전 밖으로 빠져나가면 그만인 문제······.’


“해일이 오기 전에··· 던전을 끝내야겠네요.”


나 혼자였다면 아까처럼 공중에서 한동안 떠 있다가 내려오면 되는 일이었지만, 지금은 두 사람이 함께였다.


“몬스터가 어디 있는 줄 알고요?”


나는 눈을 감고, 마력을 집중했다.


어째서인지 냄새를 맡는 콧구멍에도 마력이 집중되는 느낌이었다.


‘킁. 킁. 킁. 킁.’


마력보다도 더 빨리 감지된 것은, 크랩스터의 맛있는 냄새였다.


그 냄새는 바다 쪽에서 불어오고 있었으며, 그걸 뒷받침해 주려는 듯 크랩스터의 마력도 바다 쪽에서 느껴지고 있었다.


“근데··· 지진도 안 일어났는데 해일이라니. 여기 이상한 거 아니야?”

“던전을 상식선에서 생각하는 것 자체가 틀린 거예요. 물이 거꾸로 흐르기도 하는 곳이 던전이니까요.”

“으···.”


나는 보스 몬스터의 위치를 가늠한 뒤, 두 사람을 불렀다.


“저기, 바다 쪽···. 그쪽에서 마력이 느껴져요.”

“좀 멀지 않아요? 그리고··· 해일이면 바다에서 최대한 멀리···.”

“그 안에 잡아야죠.”


나는 우선, 목걸이를 손에 쥔 채로 게이트를 열었다.


그리고 그 안으로 죽은 크랩스터들을 모조리 쓸어 담았다.


대충 던져 넣은 개체들도 있었지만, 지금에서는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사아악. 사악. (정리하지 말고 놔둬.)”


중간중간, 정리되지 않은 창고 안에서 크랩스터들이 다시 삐져나오기도 했다.


- 삭···. 사악, 사으으윽···. (보스, 잠시만요. 아직··· 저번의 바위들이···.)


창고 방에서 열심히 짐 정리를 하고 있는 리토와 드라코에게 문득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사아아악. 사악. (어차피, 크랩스터는 게이트 나가자마자 꺼낼 거야.)”


게이트에서 나가면 금방 꺼낼 것들이었기에, 헛수고는 필요 없었다.


“방금 몬스터 말 아니에요?”

“저건··· 아마 고블린 헌터님 스킬?”

“아···. 저 오빠, 스킬 엄청 많네.”


준비를 마친 뒤, 나는 곧장 두 사람을 데리고 바닷가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도마뱀즈에 이어서 이번엔 파이어즈 같은 건가.’


하지만 바닥이 모래인 만큼, 푹푹 빠지기에 좀처럼 속도가 나질 않았다.


“어우, 언제 저기 끝까지 가? 뭐, 다 모래야. 돌 같은 거 있으면 그걸 밟고라도 갈 텐데···.”

“조용히 하고, 뛰어.”

“이러다가 파도 온다니까?”


만에 하나라도 그런 상황이 온다면 게이트 안으로 두 사람을 집어넣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내 비밀들을 너무 많이 오픈하게 돼.’


계속 질척이는 모래를 밟던 도중, 기가 막힌 생각이 떠올랐다.


‘아. 방금 드라코가 ‘저번의 바위들’이라고 했지?’


- 사아아악. 사악, 삭. (보스, 저번 바위 말입니다. 이건 전리품입니까? 저희 쪽에서도 영 쓸 곳이 없어서 말입니다.)

- 삭! 사악! 삭, 삭, 삭! (맞아요! 심지어, 색도 우리 거주지랑 안 맞아서 미적으로도 별로야. 어디다 버려주면 안 돼?)


초대형 몬스터라고 불리는 대지의 이뮨과 싸울 당시, 이뮨이 소환했던 바위들을 게이트 안으로 넣었던 게 생각났다.


< 오죽하면 네가 게이트를 열 때마다 바위를 치워달라고 말했겠느냐. >


곰의 말이 맞았다.


방금 전에도 바위를 치워달라고 했던 그들이었다.


샐러맨더들도 치워달라고 했으니, 이 모래사장에서 처리하면 될 터.


‘근데··· 문제는 계속 마력을 넣고 있어야 한다는 게···.’


물론, 처음 게이트를 열 때만큼은 마력 소모가 심하진 않겠지만, 오래 열고 있을수록 마력 소모는 심해질 거였다.


“저기, 정말 미안한데, 두 분. 손 한 번만 잡아줄래요?”

“갑자기?”

“가···갑자기요? 왜요?”

“마력이 필요할 것 같아서요. 손잡고 계속 같이 뛰어야 해요. 알았죠?”


두 사람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는 내 쪽으로 손을 내밀었다.


나는 오른손에 마력석을 쥐곤, 하정의 손을 잡았다.


왼쪽에는 은진이 살짝 손가락을 내밀었고, 나는 그걸 잡고 앞으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사악, 삭. 사아악. 삭. 사악, 삭. (아까 말한 그 바위. 지금부터 내가 말할 때마다 하나씩 꺼내줘. 대답은 하지 말고.)”


그러자, 게이트에서 널따랗고 뾰족한 바위가 하나씩 툭 하고 우리 앞에 떨어졌다.


우리는 그 바위를 발판 삼아서 모래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삭! (하나 더!)”

- 툭.

“삭! (하나 더!)”

- 툭.

“삭! (하나 더!)”

- 툭.


그렇게 열댓 개의 바위를 소환했을 즈음, 서서히 등에서부터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오빠, 나··· 슬슬 어지러운데? 이거 뭐야?”

“마력 좀 빌리고 있는 거야. 힘들면··· 손 놔.”


말을 끝내자마자, 은진은 곧바로 손을 놓고는 앞쪽을 가리켰다.


“오빠, 저기!”


한참 전부터 보이던 것이, 가까이 와서야 더욱 확실하게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소용돌이였다.


거대한 소용돌이는 바다의 물들을 모두 하늘로 끌어 올리고 있었다.


하늘로 딸려 올라간 바닷물들은 계속해서 소용돌이 주변을 맴돌며 그 크기를 더욱 키웠다.


“저 안에 있네.”

“에? 저기 안에? 어떻게···?”


나는 상황을 파악했다.


거센 소용돌이 탓에 그 어떤 공격도 통하지 않을 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한 명은 이제 막 헌터가 된 불, 얼음, 전기 마법을 사용하는 병아리.


다른 헌터는 불 마법만 사용할 줄 아는 마력 응용력이 쩌는 헌터.


그리고 이것저것 다 하는··· ‘잡’터인 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지만, 이 공략법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확신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게 보스 공략법이라면···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가자. 바닷물 없애러.”

“뭐? 그게 말이 돼? 절대 못 할 걸?”

“못 하는 걸 해야만 하는 게 헌터야. 그리고 너 힘도 필요해.”


내 말에, 우리 셋은 평평한 바위에서 내려와 소용돌이 근처로 이동했다.


작가의말

불 셋이 만나면 더 큰 불이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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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를 뜯어 먹는 기생충 헌터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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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곰에 대한 의문(1) 24.04.21 52 3 13쪽
91 도진의 선물을 가진 자(6) 24.04.20 54 3 14쪽
90 도진의 선물을 가진 자(5) 24.04.19 49 3 13쪽
89 도진의 선물을 가진 자(4) 24.04.18 52 2 12쪽
88 도진의 선물을 가진 자(3) 24.04.17 50 2 14쪽
87 도진의 선물을 가진 자(2) 24.04.16 56 2 12쪽
86 도진의 선물을 가진 자(1) 24.04.15 59 2 12쪽
85 스킬의 조합(4) 24.04.14 56 2 12쪽
84 스킬의 조합(3) 24.04.13 61 1 13쪽
83 스킬의 조합(2) 24.04.12 63 2 12쪽
82 스킬의 조합(1) 24.04.11 64 2 12쪽
81 마력을 다루는 방법(4) 24.04.10 60 2 12쪽
80 마력을 다루는 방법(3) 24.04.09 58 2 14쪽
79 마력을 다루는 방법(2) 24.04.08 64 1 13쪽
78 마력을 다루는 방법(1) 24.04.07 64 2 12쪽
» 뉴비 헌터를 키워라(6) 24.04.06 65 1 13쪽
76 뉴비 헌터를 키워라(5) 24.04.05 62 2 12쪽
75 뉴비 헌터를 키워라(4) 24.04.04 63 2 13쪽
74 뉴비 헌터를 키워라(3) 24.04.03 63 2 13쪽
73 뉴비 헌터를 키워라(2) +1 24.04.02 68 2 12쪽
72 뉴비 헌터를 키워라(1) 24.04.01 72 2 10쪽
71 도진의 곁에 선 사람들(6) 24.03.31 72 2 12쪽
70 도진의 곁에 선 사람들(5) 24.03.30 77 3 11쪽
69 도진의 곁에 선 사람들(4) 24.03.29 70 3 11쪽
68 도진의 곁에 선 사람들(3) 24.03.29 65 3 12쪽
67 도진의 곁에 선 사람들(2) 24.03.28 80 3 12쪽
66 도진의 곁에 선 사람들(1) +1 24.03.27 83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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