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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귤 님의 서재입니다.

몬스터를 뜯어 먹는 기생충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강릉귤
작품등록일 :
2024.01.22 17:10
최근연재일 :
2024.06.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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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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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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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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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뉴비 헌터를 키워라(3)

DUMMY

< 필요하면 말하거라. 짐이 친히 너를 훈련 시켜 줄 터이니. >

“응? 기생충이면서 뭘 어떻게.”

< 잊었느냐. 짐의 힘 말이다. >


확실히, 잊을 수가 없는 힘이었다.


가벼운 마법 하나로 서울시 일대의 몬스터들을 모두 사냥했으니까.


“그렇지만···.”


그의 제안을 냉큼 승낙하기에는 마음에 걸리는 것이 하나 있었다.


곰이라는 기생충은 도대체 뭐 하는 존재였던 걸까.


진짜 기생충이 맞긴 한 걸까.


그리고 처음부터 느끼고 있던 이질감.


정말로 그를 믿어도 되는 걸까.


< 네 샐러맨더 친구들을 믿듯이 나를 한번 믿어보면 되는 것 아니더냐. >

“걔네는··· 힘이 없잖아.”

< 허어, 샐러맨더들이 그 이야기를 들으면 무척이나 서운하겠구나. >

“그렇지만, 걔들은 D급 몬스터니까···.”


내 말에 곰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이내 몬스터들이 사는 세계에 대해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 몬스터들 대부분은 태어나면서 몸에 마력을 가지고 태어나지. 인간들이 말하는 등급은 그 마력을 측정해서 등급으로 나눈 것이고. >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곰은 다음 말을 대화창에 띄웠다.


< 한데, 그게 절대적인 등급은 아니다. 모두가 강해질 수 있지. 인간처럼 말이다. >

“응?”

< 그래. 네가 아는 샐러맨더들을 이야기하면 좋겠구나. 그, 덩치 큰 아이 말이다. >

“빅스 말이야?”

< 그 아이는 꾸준히 갈고 닦아서 체내에 마력 보관량을 증가시켰지. 드라코도 마찬가지였다. >


그래봤자 D급 언저리 아닐까.


< 지난번에 봤던 ‘레데르 피어’도 처음에는 E급 임프에 지나지 않았다. 한데 스스로 갈고닦고 하다 보니, 군단장급까지 올라간 것이지. >

“뭐야? 거긴 진화도 해?”

< 진화? 어찌 보면 그렇게도 말할 수 있겠구나. 간혹 성장하면서 외형이 바뀌는 몬스터가 있었으니. >

“신기하네?”

< 신기할 것이 있느냐. 인간들도 운동을 하면 근육이 늘어나지 않느냐. >

“······아니, 보통은 임프에서 악마로 변하지는 않으니까.”

< 그건 어떤 몬스터를 어떻게 흡수하느냐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지. >


추가로, 최근에 내가 상대하던 ‘대지의 이뮨’이라는 몬스터도 태생은 C급인 땅 구렁이 정도였다고 했다.


< 인간들 모두가 강해질 수 있네만, 그들 자신에게 맞는 훈련을 찾지 못한 것일 뿐. >


곰의 말에 배하정을 떠올렸다.


‘길을 잇는 불꽃’ 하나뿐이었던 스킬. 하지만 내 스킬인 고블고블을 따라 하다가 보글보글이라는 스킬을 만들어 냈다.


‘심지어 이번에 본 보글보글은 이전과 딴판이었지···. 이러다 S급까지 올라오는 거 아니야?’

< 그녀는 마력을 다루는 것에 재능이 있다. 마치 인간 모습의 드라코 같더구나. >


곰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 나한테 시킬 훈련은 뭔데?”

< 그거야··· 우선 마력을 다루는 일부터 해야 하지 않겠느냐. >

“그건 그냥 되는 거 아니야?”

< 좀 더 세심하게 다루는 방법이다. 네가 하고 있는 ‘스킬을 사용하면 나가는’ 방식이 아니라. >


나는 그래도 나름 마력을 잘 다루는 케이스라고 생각했다.


마력을 이용해서 게이트를 열었고, 마력을 몸 밖으로 방출하는 것도 무리 없이 해왔으니까.


< 그건 저쪽 세계의 유충들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것들이다. >


그 말에 나는 물을 마시다가 사레가 들어, 연신 콜록댔다.


< 지금 너는 조건웅을 의식하고 있지 않은가. >

“맞지.”

< 그의 공격은··· 빛 하나일 뿐이다. 다만, 확장과 분산, 그리고 유도 등 각종 프리즘을 활용하는 데에서 그 공격이 뛰어난 것이지. >

“그게 대단한 거잖아.”


내 말에 곰은 한숨을 내뱉는지, ‘후···.’란 대화창을 띄웠다.


< 마력을 잘 다룬다면 어떻게 될 것 같으냐. >

“그야···.”


말을 하던 도중, 나는 이뮨과 싸울 당시 곰의 스킬을 떠올렸다.


손에서 여러 개의 마력 구체를 소환. 그것들은 일제히 서울 일대를 채운 몬스터들을 향해 날아갔었다.


마치 유도탄처럼.


< 그거다. 마력을 잘 다루게 된다면, 확장, 분산, 유도는 그냥 딸려 오는 것이다. >


하지만 곰은, 지금의 나는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할 줄 모르니까 못 하는 거 잖아.”

< 지금부터 너는, 그걸 먼저 고쳐야 한다. >

“뭘?”

< 그 마음가짐 말이다. 언제까지 솔잎만 먹는 송충이로 살 것이냐. 너는 용이 될 운명이거늘. >


내가 무슨 용이야.


그의 말에 고개를 젓고 있자, 갑자기 심장 부근에 저릿한 느낌이 들었다.


< 그리고 네 문제점 두 번째. 스킬을 사용할 당시에만 마력을 쓴다는 거다. 이미 발사된 총알은 자기 손을 떠났다면서 아예 놓고 있지 않는가. >

“그럼 그걸 컨트롤할 수가 있다고?”

< 왜 못 하느냐. >


마력을 다룬다는 것. 그것은 보이지 않는 힘을 다룬다는 것과 비슷한 이치였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수준급 헌터는 모두 ‘염동력’은 기본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 너는 처음부터 뜯어 먹기만 해왔기에, 배우질 못했으니까 이해한다. 하지만, 언제까지 모를 것이냐. >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 일단 눈을 감고, 마력을 느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


‘오래 산 기생충’이니 자신을 믿으라 하는 곰.


곰은 언제나 수상한 말을 아무렇지 않게 했다.


그리고 난 또 아무렇지 않게 곰을 믿고 따랐다.


< 일단, 마력을 다룬다고 해서 손해 볼 일은 없을 터이니, 속는 셈 치고서라도 한번 해 보거라. >


곰의 말이 맞았다.


마력을 잘 다룬다고 해서 내게 해가 될 일은 없었기에 나는 그대로 눈을 감고 이번에 한 번 더, 그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 * *



“유도진 오빠, 있어?”


곰의 조언에 따라 마력에 집중하고 있던 찰나, 집 초인종을 누르면서 누군가가 찾아왔다.


< 느껴지느냐. >

“어. 마력이 느껴져.”

< 그 마력에 집중해 보거라. 마력이 어디까지 뻗어있는지, 손에서 끝나는지, 아니면 무기를 들고 있는지. 들고 있다면 마력은 무기까지 뻗어 있을 게다. >


곰의 말에 따라, 집으로 찾아온 사람의 마력을 깊게 관찰해보기 시작했다.


상대의 심장 부근에서 번지는 마력은 팔을 지나 손으로 뻗어있었다.


“무기는 없는 것 같아.”

< 만일, 액세서리용 무기를 착용했다면, 어느 한 점에 마력이 응축된 것이 보일 게다. >

“그런 것도 딱히 없어.”

< 그럼 문 앞에 찾아온 사람은 그냥 방문객이겠구나. >


슬슬 일어나서 문 쪽으로 다가가려 하던 순간, 문에서 밖에 있는 사람이 냅다 소리치기 시작했다.


“아니! 뭐 하길래, 혼잣말을 그렇게 해? 여자랑 있어?”

“아··· 아니. 혼자야. 혼잣말 맞아···.”

“그럼 빨리빨리 문을 열어줘야지!”

“너 우리 집은 어떻게 알고 왔어?”

“뭐래. 가족 3세대 단톡방에 준혁이가 주소 올려놨잖아.”


그렇게 다가가 문을 열자, 문밖에서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 스윽 하고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정은진···. 왜 집까지 찾아와.”

“그냥, 오빠 보고 싶어서 찾아왔는데, 안 돼?”

“딱히 그건 아닌데···.”


S급 헌터가 된 이후부터, 이런 만남이 잦아졌다.


이전에는 있었는지도 모르는 관계의 사람들이 대뜸 집으로 찾아와서 내게 친근하게 말을 거는 등의 만남.


물론 정은진은 달랐다.


“그럼 준혁이한테 연락을 하지···. 왜 남의 집까지 찾아오고 그래.”

“우리가 무슨 남이야. 5년 동안 봤으면 가족이잖아.”

“아니···. 전혀···.”


정은진, 정준혁의 친척 동생.


5년 전, 준혁의 집에서 같이 살면서 동생 같아진 녀석이다.


“오빠, 저번에 할머니 생신 때 안 오셨다고 할머니가 얼마나 슬퍼했는지 알아?”

“아··· 바빴어.”


창화 길드의 용병으로 가 있었을 때의 이야기였다.


“괜찮아. 준혁이가 오빠 몫까지 할머니한테 용돈 드리고 갔으니까.”


그녀는 막무가내로 현관에 신발을 벗어두고는 그대로 안방으로 들어가 냅다 침대에 누워서 내 쪽을 바라보았다.


“정은진?! 누가 예의 없게.”

“에헤이. 우리가 예의 차릴 사이인가.”


갑작스러운 그녀의 등장에 나보다도 당황한 것은 곰이었다.


< 저··· 저··· 저 불순한 것은 무엇이냐! 어서, 치우거라! 행동 하나하나가 너무 가볍다! >

‘네가 참아. 원래 막무가내야. 한 번 머리가 돌면 못 말려.’

< 끄으응. 그럼, 나중에 스테이크를 주거라! >

‘아··· 예···.’


집 문을 열어둔 채로 방으로 뛰어 들어간 정은진.


그녀가 활짝 열어둔 문을 닫으려 현관으로 나가자, 옷가지들을 넣어둔 가방 두 개가 눈에 들어왔다.


“너, 이 짐들 뭐야.”

“뭐긴. 집 나왔어. 그러니까 오빠가 나 좀 재워줘.”

“뭐?”


그녀는 잔뜩 심통이 난 얼굴을 짓더니, 이내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나를 바라봤다.


나 역시, 은진을 바라보며 곰이 말했던 마력을 집중하자, 그녀의 몸에 흐르는 마력들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니, 오빠. 잘 봐봐. 헌터면 좋은 거 아니야?”

“너 혹시, 각성···했어?”

“응! 어제 엄마 몰래 헌터증도 발급받았단 말이야.”


민간인에게는 마력이 보이지 않았다.


간혹, 준혁처럼 헌터들과 함께 있는 경우에는 마력의 잔재가 보이긴 했지만.


그러나 정은진의 경우에는 심장에서부터 마력이 퍼지고 있었기에, 그녀가 각성자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아니 근데, 엄마랑 아빠가 하지 말래. 할머니한테 말하니까 할머니도 나보고 그런 거 하지 말라고 하고.”


일반적인 반응이었다.


헌터라는 직업 자체가 돈을 많이 벌긴 하지만, 그에 따라 목숨이 위태로운 직업이었으니, 가족들의 반대는 당연했다.


특히나 자식을 가진 부모의 입장이라면 더더욱.


“그치···. 헌터는··· 좀 그렇지.”

“무슨 말이 그래. 오빠도 헌터잖아! 준혁이도 헌터는 아니지만, 매니저 하고 있고.”


나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나의 경우에는 선택지가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헌터가 된 케이스였으니.


무엇보다 나는 그녀가 끽해야 C급 정도나 받고 호들갑을 떨고 있는 거라 생각했다.


“아니, 봐봐. A급이라서, 등급 측정하고 나올 때, 길드 매니저라는 사람들이 명함도 주고 갔다고.”

“엥? A급? 왜?”

“왜라니?”

“아니··· 높아서.”


A급이라면 말이 다르지.


하지만, 미성년자 때부터 그녀를 봐왔던 내 입장에서도 그녀가 헌터 일을 한다는 것은 반대였다.


“A급···. 아깝지. 현직 헌터 입장으로 봐도 A급은 진짜 아까워.”

“맞지? S급도 이렇게 말하는데, 우리 엄마, 아빠는 말이 안 통해.”

“아깝지만, 그래도 안 돼. 너는 아직 어리잖아.”

“어리기는! 오빠도 그러기야?”


몇 번의 대화를 더 나눠봤지만, 그녀는 내 침대에 딱 달라붙어서 누운 채로 움직이질 않았다.


심지어는 잘 거라며 나를 방에서 쫓아내곤 방문을 잠가버리기까지 했다.


< 정말, 막무가내구나. >

“아무래도 그렇지.”

< 근데··· 어느 한 편으로 생각하면, 네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구나. >

“응? 왜?”

< 본디, 누군가를 가르칠 때, 자신의 지식도 같이 증가하는 법. 짐의 생각엔 그녀를 헌터로 키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구나. >

“그래도 안 돼. 쟤는 아직 어리잖아. 뭣도 모르는 애라고.”


나는 한숨을 내뱉으며 핸드폰을 들어 준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 무슨 일이야?

“야, 우리 집에 지금 정은진 와있어. 가출했다는데?”

- 뭐? 걔가 거길 왜···. 금방 갈게. 어디 못 도망가게 붙잡고 있어.

“붙잡을 것도 없이, 자고 있는데?”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준혁은,


“······정은진.”


피범벅이 된 옷을 입고 집 앞에 나타났다.


작가의말

정은진.

정준혁의 친척 동생으로, 과거, 집을 잃은 유도진과 함께 정준혁의 집에서 지내던 사이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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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를 뜯어 먹는 기생충 헌터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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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곰에 대한 의문(4) 24.04.24 50 3 12쪽
94 곰에 대한 의문(3) 24.04.23 49 3 13쪽
93 곰에 대한 의문(2) 24.04.22 44 3 12쪽
92 곰에 대한 의문(1) 24.04.21 52 3 13쪽
91 도진의 선물을 가진 자(6) 24.04.20 54 3 14쪽
90 도진의 선물을 가진 자(5) 24.04.19 49 3 13쪽
89 도진의 선물을 가진 자(4) 24.04.18 52 2 12쪽
88 도진의 선물을 가진 자(3) 24.04.17 50 2 14쪽
87 도진의 선물을 가진 자(2) 24.04.16 56 2 12쪽
86 도진의 선물을 가진 자(1) 24.04.15 58 2 12쪽
85 스킬의 조합(4) 24.04.14 56 2 12쪽
84 스킬의 조합(3) 24.04.13 60 1 13쪽
83 스킬의 조합(2) 24.04.12 63 2 12쪽
82 스킬의 조합(1) 24.04.11 64 2 12쪽
81 마력을 다루는 방법(4) 24.04.10 60 2 12쪽
80 마력을 다루는 방법(3) 24.04.09 58 2 14쪽
79 마력을 다루는 방법(2) 24.04.08 64 1 13쪽
78 마력을 다루는 방법(1) 24.04.07 64 2 12쪽
77 뉴비 헌터를 키워라(6) 24.04.06 64 1 13쪽
76 뉴비 헌터를 키워라(5) 24.04.05 62 2 12쪽
75 뉴비 헌터를 키워라(4) 24.04.04 63 2 13쪽
» 뉴비 헌터를 키워라(3) 24.04.03 63 2 13쪽
73 뉴비 헌터를 키워라(2) +1 24.04.02 68 2 12쪽
72 뉴비 헌터를 키워라(1) 24.04.01 71 2 10쪽
71 도진의 곁에 선 사람들(6) 24.03.31 72 2 12쪽
70 도진의 곁에 선 사람들(5) 24.03.30 77 3 11쪽
69 도진의 곁에 선 사람들(4) 24.03.29 69 3 11쪽
68 도진의 곁에 선 사람들(3) 24.03.29 65 3 12쪽
67 도진의 곁에 선 사람들(2) 24.03.28 79 3 12쪽
66 도진의 곁에 선 사람들(1) +1 24.03.27 83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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