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새로운 세계
세상에 괴물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지 7년이 지났다.
그리고 하늘도 땅도 핏빛으로 물들었을 때 인류는 괴물과의 전쟁에서 승리했다.
많은 괴물들의 사체 위에 양팔이 사라지고 가슴에 구멍이 뚫려 누워있는 한 사내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이시후
초월자 또는 괴물 학살자라고 불리며 세상에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강한 이였다.
그는 온 몸에 피칠갑을 하며 죽어가면서도 오히려 기쁘다는 듯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드디어 죽는구나...’
사실 시후는 살려고 마음 먹으면 살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사라진 신체는 재생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더 이상 살아가야 할 이유가 없어져 버렸다.
그 동안 살아왔던 이유는 세상에 있는 모든 괴물들을 죽이기 위해서였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자신의 눈 앞에서 갈기갈기 찢어 버리고 먹어치운 괴물녀석과 똑같이 만들어 주기 위해서 살아왔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괴물들이 존재하지 않았다.
‘이제 만날 수 있겠지? 빨리 만나고 싶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시후의 눈 앞에 홀로그램이 나타났다.
[세상의 종말을 막았습니다.]
그 홀로그램을 보던 시후는 실소가 나왔다.
‘알고 있어...’
[공적도를 계산합니다.]
[.......]
[헌터 이시후 님의 공적도가 확인되었습니다.]
[17,599,231점입니다.]
‘와 많이도 주네’
공적도란 세상에 도움을 준 공적을 나타낸 수치였다.
그 공적도를 이용하여 시스템 상점에서 물품을 구매할 수 있었지만 시후는 여태껏 한번도 사용해 본 적이 없었다.
그 결과...
[현재까지 모으신 총 공적도는 103,765,289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인류 최초로 공적도 1억점을 돌파하셨습니다.]
[최초의 1인에게 보상을 선정합니다.]
시후는 보상이란 말에 의아했다.
이제 곧 죽을 것인데 보상은 무슨 보상이란 말인가!
살려 준다거나 그런 거면 필요 없었다.
얼른 죽은 다음 저승에서 가족이나 볼 수 있었으면 하고 생각했다.
[헌터 이시후 님의 희망으로, 가족과의 만남이 확인되었습니다.]
[가족의 사망이 확인 되었습니다.]
[가족의 혼을 불러옵니다.]
시후는 홀로그램을 보며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죽어가는 몸이지만 힘차게 뛰는 심장이 느껴졌다.
확실히 이 정도면 1억점의 가치가 있었다.
‘만날 수...있는 건가?’
[실패했습니다.]
‘이런 개씹... 누구 놀리나’
약올리는 듯한 시스템의 홀로그램에 시후는 마음속으로 세상에서 존재하는 모든 욕을 하다가 이내 한숨을 쉬며 단념했다.
‘그래 그런게 가능할 리가 없지’
[가족들이 생존한 세계로 헌터 이시후 님을 전송합니다.]
‘...뭐?’
그 홀로그램을 마지막으로 시후의 시야가 뒤바뀌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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