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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판타지

완결

특급코끼리
작품등록일 :
2023.10.09 18:52
최근연재일 :
2024.01.30 21:00
연재수 :
60 회
조회수 :
1,770
추천수 :
7
글자수 :
312,961

작성
23.11.20 11:30
조회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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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28화-미오아 왕국(8)

DUMMY

“좋아 그때까지 기다려 주지 하지만! 기대만큼 얻어오지 못하면 크로스 너도 각오해!”

“네 알겠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는 나의 허리 숙인 인사도 제대로 보지 않고 가버렸다.


“앞으로 어쩌려고 나섰어요?”

“이제부터 잘하면 되잖아?”


나는 씨익 웃으며 도와준 크로스에게 고맙다고 했다.


“그게 아니라...”


주위를 살피다 크로스가 더 가까이 다가와 속삭인다.


“정령왕의 힘을 받았다는 걸 지금 적어도 4개 왕국에게 알렸다구요!”


아... 아!!!! 이런 미친!!! 내가 지금 무슨 짓을 저지른 거야??!!!!!


“그렇게까지 경악하며 놀라실 필요는 없어... 풉!”


엄청나게 놀란 나의 표정이 웃겼는지 크로스가 고개를 돌려 웃는다.


“야... 이제 진짜 어쩌냐?!”


생각도 하지 못 했던 일이다. 내가 어쩌다 그렇게 성급하게 나섰지? ㅆㅂ 사장에겐 또 뭐라고 그러지? 택배는 계속 할 수 있을까? 회사에서 짤리면 나 뭐 먹고 살아야지?


“머릿속이 많이 복잡하신 것 같은데 사실 그렇게까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요.”


이게 장난하나? 잔뜩 겁을 준 게 누군데 갑자기 그런 소리를 해?


“어째서?”

“그래도 다행인 게 어중간한 지위의 입 싼 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형님을 보여준 게 아니라서요. 오늘 오신 분들은 다 자기 나라의 가장 고위층입니다. 높은 위치에 있는 자들인 만큼 오늘 있었던 일은 밖으로 새어 나가기 힘들 거예요.”

“그래도... 하이고...”


크로스가 병 주고 약을 주면서 복잡한 나의 머리와 마음을 달래주지만 크게 위로가 되진 않는다. 어쨌든 나의 능력이 적인지 아군인지도 구분가지 않는 이들에게 노출 되었으니 결코 나에겐 반갑지 않은 상황임은 틀림없다.


“무엇보다도 다들 자기들만의 사정으로 이번 일에 대해 입단속을 시킬 겁니다.”

“응?”

“누린디엘 왕의 엘프는 엘프들이 정령들이 있는 땅에서 정령들이 있었다는 걸 알지 못했다는 비난과 비웃음을 받지 않기 위해 숨기고 싶을 거고, 래드켄 왕국은 엘프와 함께 이곳을 나눠 먹으려 했는데 빈 손으로 돌아가게 되어 자존심에 심한 타격을 받을 겁니다. 그리고 우리 아토리 왕국은... 크바라프 형님이 이번에 제대로 아바마마... 전하께 성과를 보이고 싶은데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으니 이번 일을 축소하여 보고 하실 겁니다.”

“미오아 왕국은?”

“바돌린 국왕은...”


크로스가 미오아 왕국에서 말문이 막혔다. 이번 회담은 미오아 왕국의 모든 이들의 기대를 대변하는 회담이었다. 헌데 성과 없이 돌아가게 되었으니 미오아 왕국의 백성들은 실망이 클 것이다. 마음 한켠이 무거워 진다. 내가 모든 걸 망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자네가 망친 건 아무 것도 없어.”


뒤에서 갑자기 들린 목소리는 바돌린님이었다.


“오히려 우리는 모든 걸 다 뺏길 뻔 했는데 다시 기회가 생겨서 다행이야.”


아직까지 나를 위로해 주려는 말인지 아니면 진짜 그의 생각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많은 백성들은 이번 회담에 정말 많은 걸 기대하고 있었을 텐데 괜찮을 까요?”

“그런 건 자네가 신경 쓰지 않아도 돼. 하지만 나중에 다시 엘프와 정령들과 자리가 생겼을 때는 우리 좀 챙겨줘 크흐흐흐흐.”

“아, 네!”


내가 아무리 챙겨준다고 해도 덥석 받을 바돌린 국왕이 아니다. 이래서 미오아 왕국에 마음이 더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왕으로서의 위엄도 만만치 않지만 인격체로서 그는 훌륭한 사람, 아니 훌륭한 드워프다. 그라면 위기의 나라를 어떻게든 구해 낼 거라는 확신이 든다.


“자네는 돌아가나?”


프돌린님이 물었다.


“여기서 일은 모두 끝났으니 이제 말라로 다시 돌아가야죠.”


난 크로스를 힐끗 봤는데 그는 자신의 형쪽을 보더니 그곳으로 갔다. 아무래도 가는 길도 나 혼자 가야 할 것 같다.


“일단 우리랑 같이 왕국으로 돌아가자구 여기서 아토리 왕국까지 가려면 보통 힘들 길이 아닐 거야.”


그런가? 확실히 여기서 말라는 멀어 보이긴 했는데... 할 수 없이 프돌린님의 권유로 다시 미오아 왕국으로 돌아가는 기차를 타러 가려는데 윈돌이가 누군가가 자기를 계속 보고 있다고 했다.


“누가??”


윈돌이는 엘프들이 있던 쪽을 가리켰고 내가 그쪽을 보자 엘프 한명이 서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직 안갔나 하고 윈돌이가 한 말이 있고 해서 그 쪽으로 걸아가고 있는데.


[잠시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


아주 곱디 고운 여자 목소리였다. 가던 걸음을 멈추었고 주위를 둘러보지만 걸걸한 목소리의 드워프들만 있었다. 혹시 방금 내가 본 엘프가? 내가 다시 그쪽으로 몸을 돌리자 엘프가 웃고 있었다.


[잠시면 됩니다. 얘기를 나누고 싶어서요.]

[이렇게 저랑 얘기를 나누셔도 되는 데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정령들과 나누는 방식으로 말을 걸었다.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목소리로 대화하고 싶어서요.]


이 방식으로 대화가 통하면 혹시 저 엘프는 정령과 얘기를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프돌린님에게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부탁하고 엘프에게 갔다.


“네 무슨 일이시죠?”

“반갑습니다. 전 라니엘입니다.”

“전 박상우입니다.”

“네 알고 있습니다.”


여자 엘프의 미소는 얼굴에서 떠나질 않았다. 엘프의 외모는 정말이지 말로 형용하기 힘들 정도로 아름다웠는데 계속 웃고 있으니 진짜 이뻤다.


“상우님?”

“아? 네! 죄송합니다.”


멍하니 라니엘님의 사람을 홀리게 하는 미소를 보다 들키자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이 모습이 재미있었는지 라니엘님의 웃음은 더욱 커졌다.


“참 재미있는 분이시네요.”

“원래 그런 사람은 아닌데... 죄송합니다 그런데 저에게 하실 말이라는 게?”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본론을 물었다. 그러자 라니엘님이 웃음을 멈추고 물었다.


“지금 같이 있는 정령에게 제 목소리가 들리는 지 알아봐 주실 수 있나요?”

“네! 그건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요.”


그러면서 난 윈돌이에게 그녀의 말을 전했다. 윈돌이도 어려운 일이 아니라며 승낙했는데 라니엘님은 윈돌이쪽을 봤는데 정확한 방향은 아니었다. 라니엘님이 이런 저런 말을 하는 것 같은데 윈돌이는 그녀가 지금 자신에게 말을 걸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며 나에게 다시 물어봐달라고 했다.


“역시... 저의 목소리가 닿지 않나 보네요.”


내 머릿속으로 말을 걸고 대화가 통했으면 정령에게도 전달되었을 것 같은데 안됐나?


“제 머리 속으로 말을 거셨으면 충분히 정령들에게도 말이 닿으실 텐데요?”

“그게... 전 안되네요.”


라니엘님이 씁쓸해하며 말했고 밝던 얼굴이 아주 시무룩하게 변했다. 갑자기 부정적이고 축 처진 모습에 당황한 나는 윈돌이에게 먼저 말을 걸어보라고 했지만 라니엘님은 그마저도 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아아아...”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절망하는 그녀에게 무언가 위로의 말이라도 전하고 싶은데 마땅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처음에는 원래 어려워요...’


아냐 원래 정령들이랑 친하게 지내셨던 분 같은데?


‘기다리시면 정령들이 다시 찾아올 거예요~’


이건 그냥 약 올리면서 기만하는 것 같아.


“역시 정령왕께서는 저희 엘프를 버리신 게 틀림없어요.”

“그것까지는 제가...”


정령들과 얘기가 통하지 않는 것뿐인데 이렇게까지 종족 비하(?)까지 할 필요가 있나?


“이봐 상우!! 이제 곧 출발해야 돼!”


프돌린님이 멀리서 손을 흔들며 빨리 오라고 재촉하셨다.


“앗!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오래 잡아두고 있었나 보네요! 저도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러면서 뒤돌아 급하게 가다가 앗!하며 다시 나에게 돌아와 이전에 들어봤던 말을 했다.


“정령과 숲이 함께 하길!”

“네... 정령과 숲이 하길... 아니 함께 하길...”


내가 더듬었지만 같이 인사를 해주니 약간 풀어진 얼굴로 다시 급하게 돌아갔다. 내가 정령과 이야기가 통한다는 걸 확인하려고 다시 불렀나? 다시 한 번 재촉하는 통에 나는 재빨리 기차로 달려갔다.


딱딱한 터널과 몸이 힘들지 않은 문명의 혜택 덕분에 라니엘님과의 일이 계속 생각났다. 짧은 만남이 매우 아쉬웠다. 조금 더 얘기를 나눌 수... 야야야!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다 왔으니 내리자!”


라니엘님을 오랜 시간동안 생각하다보니 벌써 도착했다. 이제 정말 나의 모든 일이 끝났기에 기차에서 내려 바로 미오아 왕국 입구까지 가는데 프돌린님이랑 하이트님이 배웅해 주셨다.


“그럼 다음에 보자구.”

“네 다시 뵐 때까지 건강하세요!”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프돌린님과 하이트님과 차례로 인사와 악수를 하고 다시 말라로 출발했다. 매번 말라에서 지하 포털이 없는 곳으로 배달을 갈 때면 깔끔하게 일을 처리하고 왔는데 이번에는 찜찜한 기분이 많이 든다.


정령들의 사정이 딱해 세 나라의 이해관계를 무너뜨리고 나에게 작은 부탁을 한 엘프의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했다. 모두 택배기사의 일은 아니었는데 이곳으로 전이 되어 이번만큼 주제넘은 행동을 한 적이 있는지 되뇌어봤지만 없었다.


크로스가 나 때문에 곤란해지지 않을까 이제야 걱정되었다. 너무 회사에서만 마주치다 보니 그가 서열은 낮아도 한 나라의 왕자라는 사실을 자주 잊어버린다.


“만나면 사과부터 해야 하나...”


조금 생각이 많아지는 이번 배달을 천천히 복기하기 위해 윈돌이에게 자유롭게 혼자 놀라고 했다.


****


“아이고 피곤하다.”


오늘은 말라 중심지에 배달 가는 일이었는데 요즘 사장이 갑자기 나에게 일을 많이 시킨다.


“오늘은 외곽 마을까지 갔다 와라?”

“왜에~?”

“이 새끼가? 이제 아예 맞먹냐?”


짜증이 확 솟아올라 나도 모르게 사장에게 반말이 나왔다.


“그게 아니라...? 보통 말라 중심만 갔다 오면 퇴근 하라면서요?”

“일이 많아졌잖아? 너도 길드 상황 알면서 그런 소리 하냐?”

“하아...”


사장 말이 맞다. 요즘 일이 늘어난 정도가 아니라 폭발한 수준이어서 지금도 택배 기사를 더 뽑고 있는데 사장이나 크로스 마음에 드는 기사는 아주 드물다고 했다.


“곧 기사 뽑을 거니까 당분간은 고생 좀 해라.”

“아놔 진짜...”


사장 마음이 이해 안가는 것도 아니고 나도 이전 세계에서 겪었던 일이니까 이정도만 투덜댔다.


“다음부턴 회사에 안 들어가고 어디 짱박혀야겠다.”


소소한 다짐을 하며 사장이 맡긴 물량을 다 소화하고 집으로 갈까 회사로 갈까 고민하고 있는데 윈돌이의 모습이 심상치 않았다.


“왜 그래?”


불안해 하던 윈돌이가 회사로 가지 말고 그냥 집으로 가자고 했다. 지금 회사엔 무서운 무언가가 있다고 말했다.


“네가 무서워 하는 무언가가 있다면 다른 직원들이 위험하잖아?”


사장도 있기에 큰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지만 한 번도 보지 못한 윈돌이의 불안한 모습은 나도 동요하게 만들었다.


“네가 그렇게 말하니 내가 더욱 더 갈 수 밖에 없잖아.”


나의 마음이 그렇게 굳혀지자 윈돌이는 더욱 더 저항했다.


[정말 가면 안돼!]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렸는데 이건 윈돌이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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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화-미오아 왕국(8) 23.11.20 21 0 11쪽
27 27화-미오아 왕국(7) 23.11.17 19 0 12쪽
26 26화-미오아 왕국(6) 23.11.16 20 0 11쪽
25 25화-미오아 왕국(5) 23.11.15 20 1 12쪽
24 24화-미오아 왕국(4) 23.11.14 21 0 11쪽
23 23화-미오아 왕국(3) 23.11.13 24 0 11쪽
22 22화-미오아 왕국(2) 23.11.10 24 0 12쪽
21 21화-미오아 왕국(1) 23.11.09 27 0 11쪽
20 20화-회상(끝) 23.11.08 26 1 12쪽
19 19화-회상(10) 23.11.07 25 0 12쪽
18 18화-회상(9) 23.11.06 24 0 11쪽
17 17화-회상(8) 23.11.04 24 0 12쪽
16 16화-회상(7) 23.11.03 27 0 12쪽
15 15화-회상(6) 23.11.02 28 0 11쪽
14 14화-회상(5) 23.11.01 30 0 12쪽
13 13화-회상(4) 23.10.31 32 0 12쪽
12 12화-회상(3) 23.10.30 34 0 12쪽
11 11화-회상(2) 23.10.27 37 0 12쪽
10 10화-회상(1) 23.10.26 45 0 11쪽
9 9화-비자금 배달(5) 23.10.25 47 0 12쪽
8 8화-비자금 배달(4) 23.10.24 52 0 12쪽
7 7화-비자금 배달(3) 23.10.23 5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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