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S.elephant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에서도 택배합니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판타지

완결

특급코끼리
작품등록일 :
2023.10.09 18:52
최근연재일 :
2024.01.30 21:00
연재수 :
60 회
조회수 :
1,774
추천수 :
7
글자수 :
312,961

작성
23.10.18 11:30
조회
80
추천
1
글자
11쪽

4화-전선으로(4)

DUMMY

“일은 끝나셨겠지만 바로 복귀하기는 힘들 겁니다.”


인사장교가 취사장에서 멀어지자 말했다. 해가 지고 하늘이 어둑어둑 해지고 있었다. 이런 건 나한테 큰 방해물이 되지는 못하는데.


“침상 하나 마련하라고 할 테니 오늘은 여기서 주무시고 가세요.”

“아니 괜찮습...”

“비고!”


인사장교는 지나가던 누군가를 큰 목소리로 불렀다. 배려는 좋은데.... 늦은 저녁부터면 오히려 사람들 눈치를 보지 않고 윈돌이의 힘을 마음껏 방출하면 검문소까지 한 걸음에 갈 수 있었다.


“네! 부르셨습니까?”

“막사에 자리 남지? 손님 한 분이 거기서 주무실 테니까 침상 하나 마련해 놔.”


거절할 틈도 없이 인사장교는 지나가는 병사에게 명령했고 병사는 당연하게도 거절하지 않았다.


“네 알겠습니다. 절 따라 오십시오.”


비고라는 병사를 따라 널널한 막사로 들어가니 그는 순식간에 안락한 침상을 만들어주었다. 침상을 준비할 때 아무도 없었는데 두 명의 병사가 들어오더니 나를 본 척도 안하고 그대로 침상에 쓰러졌다.


‘그럴 만도 하지. 목숨을 걸고 그렇게 치열하게 싸웠는데.’


병사들의 안쓰러운 모습에 난 나의 예전 군 생활을 떠올리며 잠을 청했다. 익숙하지 않았던 곳에서 자는 잠이라 약간 뒤척였지만 긴 시간이 지나지 않고 잠들었다.


“저기... 부탁 하나만 해도 됩니까?”


아직 해가 뜨기 전이었고 아무도 내가 이곳에서 나가는 걸 눈치 못 채게 하려고 일찍 일어났는데 하파엘이 막사 밖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부탁이요?”


손에 편지 봉투를 들고 있는데 탁송 할 때도 돈을 받는다는 얘기를 꺼내야 하나 마나 고민하고 있을 때 예상대로 하파엘이 편지 봉투를 내밀었다.


“이걸 어머니께 좀 전해주세요.”


이걸 어떻게 한담... 짧은 시간 동안 고민했다.


“아주 비싼 값을 치러야 하는 건 알고 있습니다. 어머니께 제가 좋아하는 과자 잘 먹었다는 소식을 전하고 싶은데 군사 우편으로 보내면 아주 오래 걸립니다. 되도록 어머니께서 빨리 저의 소식을 아셨으면 해서요.”


이전 세계에서 장거리 배달을 가면 물건을 배달하고 나서 그 지역에서 원래 있던 곳이나 가는 길에 있는 지역으로 다시 배달 주문을 받는다. 하지만 이곳에선 그럴 필요 없다. 장거리 개인 배달 한 건으로도 충분한 벌이가 되기 때문이다.


내가 이전 생활을 떠올리며 말없이 갈등하고 있으니 하파엘은 짧은 시간 동안 속이 타는지 또 울상 지으며 말했다.


“제가 지금은 돈이 없지만 반드시 전쟁이 끝나면 돌아가서 이 편지에 대한 값을 치루겠습니다. 제발 어머니께 제 편지만 전해주세요.”


원래 눈물이 많은 청년인지 궁금하면서도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고민이 이어졌다. 다행히도 아직 기상 시간 전이라 우리 주위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금전적인 거래가 이루어져야 할 때 아무도 보이지 않는 다라...


“알겠습니다. 전역하면 이 건은 꼭 지불하세요.”

“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입가엔 웃음을 눈가엔 눈물을 보이며 하파엘은 감사하다는 말을 계속했다. 그는 자신의 시야에서 내가 사라질 때까지 고맙다는 말을 하며 취사장 쪽으로 갔다.


“어우~ 나도 빨리 출발하자.”


아침에 사람들이 보이지 않을 때 빠르게 이동한 다음 해가 어느 정도 뜨면 평범하게 가기로 했다. 아마 이렇게 가면 왔을 때보단 시간이 더 적게 걸리겠지. 실제로 검문소 외에는 아토리 왕국 병사도, 하켄 왕국 병사도 마주치지 않았다.


“너 생각보다 빨리 왔다.”


사장은 진심으로 놀라는 눈치였다.


“이제 정령을 자유 자재로 쓰고 다니나 보다?”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게 조심했습니다.”

“그래도 좀 더 조심하고 다녀라.”

“네네.”


사장의 귀찮은 태클은 가볍게 무시하고 택배 확인증을 사무 직원에게 건네주었다.


“어디 보자 가는데 이틀... 오는데 약 하루... 합처서 3일, 고생했다.”

“설마 그것만 돈으로 계산할 건 아니죠?”

“그럼 또 뭘? 넌 원래 위험수당이 포함되어 있잖아?”


나는 기지 밖에서 하켄 왕국이 처 들어오는 바람에 전투에 가담했다는 얘기를 들려주었다.


“잘한다 인간아... 하여튼 사장 말 듣기를 개코로 알아요.”

“그러게 수신인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려줬으면 그런 일은 안 생겼잖아요.”

“얌마 의뢰인도 가르처주지 않은 걸 내가 어떻게 알아?”

“그래도 전쟁터인데 주소 말고도 여러 가지를 물어봤어야죠? 하마터면 정말 위험할 뻔 했다구요!! 아 몰라! 다음부터 수신인에 대한 정보가 애매하면 나 일안 할 거예요.”

“하이구 잘났다 잘났어.”


내가 못 마땅한 얼굴과 목소리지만 그래도 이젠 나가라는 말은 안 한다. 이 회사에 그런 곳을 가서 이렇게 일찍 다녀올 수 있는 아니, 몸 성히 갔다 올 수 있는 택배 기사는 나밖에 없다는 걸 사장 뿐만 아니라 전 직원이 다 안다.


“이번 일 수당은 월급 날에 같이 나올 거고 자~”

“이건 뭐예요?”


이 인간이 왜 이러지? 딱 봐도 돈이 들어있는 주머니다 그것도 꽤 두둑하게.


“이번 일 힘들다는 것 쯤은 알고 있었어. 일찍 다녀온 것도 잘했어. 이번 주는 안 나와도 돼. 그리고 다음부턴 나도 좀 조심해서 의뢰 받을게 이번 일은 그 뭐냐... 너도 좀 안쓰러워 보였잖아 과자 가게 사장님.”


사장도 마음 한 구석에 무언가 울리는 게 있어 이번 일을 맡은 것이다. 일에 감정 씌우지 말라고 한 인간이...?


“알겠습니다. 이건 좋은 일에 쓰겠습니다 헤헤.”


이렇게까지 신경 써줬는데 지금은 저자세로 살살 거려야 한다. 회사에 조금 더 붙어 있으면 또 다른 일을 시킬 것 같아 얼른 나왔다. 간만에 받은 휴가이기에 마음껏 마시고 먹고 잘 만큼 잤다. 그런데 쉬고 온 다음에 큰일이 터져 있었다.


“휴전 협상이 완전 엎어졌다.”


심각한 얼굴로 사장은 나를 맞이했고 나머지 직원들은 그것 때문인지 엄청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렇습니까?”


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다들 왜 이리 호들갑인지 이해가 되지 않고 있을 때 사장은 다시 입을 열었다.


“네가 갔다 온 후방 보급 부대... 전부 전멸했다.”


뭐라고? 너무 놀라서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설명이 더 필요했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고 멍하니 사장을 처다 보니 그가 말했다.


“네가 거기서 나온 날 하켄 왕국이 대대적인 공격을 감행했어. 하켄 놈들이 게릴라 전을 벌인 이유는 그저 협상에 유리한 고지를 조금이라도 차지 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어. 하켄 왕국 놈들... 전선의 반대쪽에 있던 병력들을 빼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던 거야.”

“그, 그럼...”

“그래 너 그때 하루만 더 시간이 지체 되었다면 너라도 어떻게 되었을지 몰랐을 거야.”


마음속에 무언가 쿵하는 소리와 함께 박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의 안위 때문이 아니었다. 하파엘과 그를 생각하는 그의 어머니가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그럼 하파엘은...”

“하파엘? 전선에 보낸 택배 수신인 말하는 거냐?”

“그, 그는 어떻게...”

“방금 말했잖아 후방 부대도 모두 전멸했다고. 부대가 궤멸할 지경이라는 소식을 들은 왕국 수뇌부에서 급히 병력을 모아 보냈는데 모두 전멸한 것 같다는 얘기를 했단다.”


그 말을 하면서 사장은 크로스 쪽으로 곁눈질 했다. 하파엘에게 받은 편지는 저번 주에 퇴근하면서 전해주었고 과자 가게 사장님은 울면서 하파엘과 마찬가지로 고맙다는 말을 연신 했다.


사장은 내 안위를 걱정해주었지만 나는 아들 잃은 과자 가게 사장님에게 자꾸 감정이입 되었다. 떠올리기 싫은 이전 세계의 기억까지 되살아나고 있었다.


“X발...”


욕이 절로 나왔고 분노가 끓어올랐다. 하지만 이걸 어디에 향해야 할지 몰랐다. 하켄 왕국 놈들에 대한 분노도 있었지만 그놈 들보다 다른 무언가에 화가 났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았다.


“의뢰인에 대한 연민 때문이라면 그만 감정을 죽여.”


나의 상태를 알아차린 사장이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감정에 잠깐 흔들려 전쟁터에 직원을 보낸 사람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네가...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어. 이미 지나간 일이고 택배도 무사히 배달했어. 우린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했어.”


사장도 나의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나처럼 작은 것 하나에 감정을 일일이 드러낼 수 없다.


“바뀐 건 아무것도 없어 괴로운 기억이 떠오를 것 같으면 빨리 잊어버려 앞으로 우리도 바빠 질 테니까.”


매정하게 말했지만 사장은 틀린 말을 하지 않았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그가 흔들리면 안되었다. 혼란한 상황 일수록 리더는 묵직해야 한다.


그런데 단순히 물건만 배달하는 우리가 바빠질 일이 뭐가 있을까? 이젠 물건 배달을 전선을 가야 하나?


그로부터 며칠을 바쁘게 보냈다.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되고 국경이 폐쇄될지도 모른다는 말이 돌아다니면서 있다. 개인 배달 의뢰가 미친 듯이 쏟아졌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행에 빠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우리 회사의 매출은 오히려 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기뻐하지 않았다.


“물건은 우리 집에 와서 직접 가져왔으면 하는데.”


사장 방에서 단골 귀족 고객이 웃으며 말했다.


“어지간히 옮길 물건이 많은가 봅니다.”

“뭐 크흠... 그렇지.”


사장이 함박 웃음을 지으며 살살 거리자 귀족은 눈을 피하고 괜한 헛기침을 했다.


“알겠습니다 우리 길드에서 가장 잘나가는 에이스를 보내겠습니다.”

“에이스?”

“제일 일 처리가 좋은 직원을 말하는 겁니다. 하하하.”

“그래? 그럼 좀 부탁하겠네.”

“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사장은 회사 밖까지 귀족을 배웅하고 들어오면서 나를 다시 불렀다.


“에이스... 그거 저 말하는 거 맞죠?”

“쓸데없는 걸로 또 물고 늘어질 셈이냐?”

“아뇨~ 다만 확실히 하자는 거죠? 누가 에이스라고요?”

“너요 너! 임마 너!”

“엣헴!”


나는 뿌듯해 하는 표정을 지으며 웃었고 사장은 한숨을 내쉬고 곧바로 일 얘기를 했다.


“너도 아까 자리에 있어서 알겠지만 배달할 물건이 많은 가봐.”

“재산을 빼돌리는 거겠죠?”


사장은 입조심 하라는 의미로 째려봤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다.


“말 안 해도 알겠지만 어디 가서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입은 무거운 거 아시잖아요?”


입에 지퍼를 채우는 시늉을 하며 사장을 안심 시켰지만 그는 먼가 꺼림칙한 기분이 드는 것 같았다.


“왜요?”

“저 귀족 무슨 직책을 맡고 있는 줄 아냐?”


당연히 모른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세계에서도 택배합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2 32화-빛과 어둠(4) 23.11.24 17 0 11쪽
31 31화-빛과 어둠(3) 23.11.23 18 0 12쪽
30 30화-빛과 어둠(2) 23.11.22 19 0 11쪽
29 29화-빛과 어둠(1) 23.11.21 20 0 12쪽
28 28화-미오아 왕국(8) 23.11.20 21 0 11쪽
27 27화-미오아 왕국(7) 23.11.17 19 0 12쪽
26 26화-미오아 왕국(6) 23.11.16 20 0 11쪽
25 25화-미오아 왕국(5) 23.11.15 20 1 12쪽
24 24화-미오아 왕국(4) 23.11.14 21 0 11쪽
23 23화-미오아 왕국(3) 23.11.13 24 0 11쪽
22 22화-미오아 왕국(2) 23.11.10 24 0 12쪽
21 21화-미오아 왕국(1) 23.11.09 27 0 11쪽
20 20화-회상(끝) 23.11.08 26 1 12쪽
19 19화-회상(10) 23.11.07 25 0 12쪽
18 18화-회상(9) 23.11.06 24 0 11쪽
17 17화-회상(8) 23.11.04 25 0 12쪽
16 16화-회상(7) 23.11.03 28 0 12쪽
15 15화-회상(6) 23.11.02 29 0 11쪽
14 14화-회상(5) 23.11.01 30 0 12쪽
13 13화-회상(4) 23.10.31 32 0 12쪽
12 12화-회상(3) 23.10.30 34 0 12쪽
11 11화-회상(2) 23.10.27 37 0 12쪽
10 10화-회상(1) 23.10.26 45 0 11쪽
9 9화-비자금 배달(5) 23.10.25 47 0 12쪽
8 8화-비자금 배달(4) 23.10.24 52 0 12쪽
7 7화-비자금 배달(3) 23.10.23 55 1 12쪽
6 6화-비자금 배달(2) 23.10.20 61 0 12쪽
5 5화-비자금 배달(1) 23.10.19 71 0 11쪽
» 4화-전선으로(4) 23.10.18 81 1 11쪽
3 3화-전선으로(3) 23.10.17 89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