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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판타지

완결

특급코끼리
작품등록일 :
2023.10.09 18:52
최근연재일 :
2024.01.30 21:00
연재수 :
60 회
조회수 :
1,777
추천수 :
7
글자수 :
312,961

작성
23.10.26 11:30
조회
45
추천
0
글자
11쪽

10화-회상(1)

DUMMY

“헉!”


눈을 떴을 때 내가 아는 천장이 아닌 맑고 푸른 하늘에 해, 붉은 달과 푸른 달이 보였다.


“뭐야?”


너무나도 이색적인 풍경에 저절로 윗몸이 일으켜졌다. 나는 넓은 잔디 밭에 누워있었는데 바로 옆에 숲이 있었다.


“여기가 어디지?”

“맙소사 진짜군!”


주위를 둘러보다 다른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헉!”


시선이 멈춘 곳에 엄청나게 큰 호랑이가 있었다.


“으아아아아!”

“그렇게 놀라지 않아도 돼 가이아는 사람을 함부로 잡아 먹지 않아 그렇지?”


호랑이에 존재감이 가려져 몰랐던 중년의 남자가 호랑이 옆에서 웃는 얼굴로 말했다.


호랑이의 존재는 나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내가 알고 있던 호랑이와 외모가 살짝 달랐는데 일단 푸른 털에 검은색 줄무늬가 있었고 이마에 눈이 하나 더 있었다. 하지만 보통의 두 눈과 달리 계속 떠 있지 않고 한 번씩 깜빡였다. 하지만 그런 익숙하지 않은 것들보다 나를 두렵게 만든 건 엄청나게 큰 덩치와 입 밖으로 나와 있는 송곳니였다.


“으아아아!!”

“킁킁.”


호랑이가 내 곁으로 다가와 냄새를 맡는데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그저 비명만 질렀다.


“가만 있어라 인간 그렇지 않으면 잡아 먹어버리겠다.”

“저, 전, 전 움직이지 않았는데요...”

“풉~”


이 모습이 재미있어 보였는지 중년의 남성은 작은 웃음을 터뜨렸지만 나와 눈이 마주치자 곧바로 헛기침을 하며 웃음을 지웠다.


“병수 너와 같은 냄새가 난다.”

“역시 전이자 인가?”

“그런데 너보다 더 좋은 능력을 받은 것 같다.”

“나보다 더?”


둘이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는 거지? 그런데 여기는 우리나라인가? 왜 한국말로 대화를 하고 있지?


“공용어를 하는 거 보니 언어도 습득했군 좋아.”


호랑이가 중년의 남성을 병수라고 불렀지? 성만 붙이면 마치 한국사람 이름 같은데...


“테메이스 대륙에 온 걸 환영한다.”


병수라는 사람이 나에게 손을 내밀었지만 나는 선뜻 그 손을 잡지 못했다.


“그래 지금 모든 게 낯설고 생소하겠지. 머릿속이 혼란한 건 당연한 거고. 물어보나 마나 한 질문이겠지만 갈 곳은 있나?”


나는 대답 대신 지금 내게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뭔가를 알려달라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역시나 없는 것 같네. 묻고 싶은 것도 많은 것 같은데 우리 길드로 가지 않을래?”

“길드...요?”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려면 도움이 많이 필요하지. 그리고 나 역시 자네와 같은 상황을 겪었기 자네 상황을 충분히 알고 있어.”


혹시 이 사람 날 어디다 팔아버리려는 거 아닐까?


“혹시 자네를 팔아 버릴까, 노예로 부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겠지만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해도 의심이 사라지진 않겠지?”


그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의심이 자꾸만 증폭된다. 낯선 환경에서 낯선 사람을 절대 믿으면 안 된다는 신념이 뇌에 새겨진다.


“인간에 대한 과도한 의심은 너의 고향 사람들의 특징인가 보군.”

“고향 사람? 나와 같은 고향이라고?”

“너와 같은 냄새가 난다고 말했었다.”

“난 나와 같은 세계에서만 온 다른 아시아 사람인 줄 알았지! 너 혹시 한국 사람이야? 한국에서 왔어?”


갑자기 말을 놓네?


“네... 지구... 대한민국...”

“반가워!! 나도 한국에서 죽으려고 했는데 여기로 전이됐어!”


너무 밝은 표정으로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차분한 분위기에서 들뜬 분위기로 대우하자 이 사람이 오히려 더 못 미더워졌다. 외향적인 사람과 나는 정말 맞지 않으니까.


“아직 의심이 해소되지 않는 모양인데... 좋아 그럼... 일단은 그냥 내 뒤를 따라와 도시로 데려다 줄테니까 그곳에 어떤 곳이 있는지 알려줄테니까 그때 네가 갈 길을 정해 그럼 됐지?”


나는 그의 말에 동의하면서도 슬그머니 호랑이 쪽을 곁눈질로 봤다.


“가이아는 걱정할 필요 없어. 얘도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가다가 자기 갈 길을 갈 거야.”

“흥!”


자신도 나에겐 원래 관심 없었다는 표정을 짓고 도도하게 숲으로 발길을 돌리는 호랑이였다.


“자 가자!”


약간의 망설임 끝에 다시 내민 그의 손을 잡았다.


“어?”


일어나 내가 한 발자국 내딛자 갑자기 주위에 빛이 났다.


“어? 그거 뭐야?”


내가 묻고 싶은 말인데 오히려 되물었다. 그의 표정을 보니 진심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는 것 같았다.


“정령들이 반겨주고 있군.”

“정령?”


가이아라는 큰 호랑이가 병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내 쪽으로 고개와 함께 몸을 숙였다. 마치 인사를 하는 것처럼.


“가이아 뭐하는 거야??”

“처음 봤을 땐 의아했지만 이젠 확신할 수 있다. 그는 정령왕의 능력을 받았다.”

“정령왕?”

“너에게 드루이드의 능력을 하사하신 ’일레라‘님은 정령왕 ‘앨러모스’님의 가신이다.”

“허억... 그랬어...?”


작은 빛들은 점점 많아지고 내 쪽으로 더더욱 몰려들었다. 이것들 설마 폭발하는 건 아니겠지?


“저기... 그래서 이것들은 괜찮은 거예요?”


나는 무서워 죽겠는데 나만 모르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들만 하는 둘에게 확 짜증이 났지만 애써 침착하게 물었다.


“앨러모스님께서 너에게 하사하신 힘에 반가움을 느낀 정령들이 널 환영하고 있다. 담담히 받아들여라.”

“제가 뭘 어떻게 해야 되요?”

“그냥 받아들여라.”


두 번 말하는 게 싫었는지 마지막 말엔 힘이 꽤 실려 있었다. 그런데 받아들이라는 걸 어떻게 하라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받아들여라... 받아들여라...’


우선 마음과 함께 몸도 편하게 하기로 했다. 정령이라는 빛들을 일부러 피하지 않고 원래 내가 걷던 방식으로 편하게 가이아와 병수님 쪽으로 갔다.


“어?”

“네가 그들을 받아들이면 그들은 너를 받들 것이다.”


정령들은 갑자기 어느정도 나와 거리를 두었지만 여전히 내 주위를 떠나지 않고 빙빙 돌았다. 그들의 움직임은 이전보다 활발했는데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정령들은 화가 난 게 아니라 기뻐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절... 좋아하고 있네요...”


나도 모르게 얼굴에 웃음이 지어졌다. 오랜 시간 동안 잊고 살아왔던 기쁨이라는 감정이 몸과 마음에 채워지고 있는 것 같았다.


“크흑...”

“왜...?”


기쁨의 감정을 느끼고 있는데 나도 모르게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오래간만에 이런 감정을 느껴서 그런지 아니면 동안 슬퍼도 꾸역꾸역 참았던 것들이 이제야 터졌는지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자리에 주저 앉아 꺼이꺼이 울었다. 할머니께서 돌아가셨을 때도 이렇게 울지 않았던 것 같은데 세상이 떠나가라 소리 내어 울었다. 정령들도 같이 슬퍼해 주었다. 함께 울어주는 이도, 달래주는 이도 있다. 얼마 동안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동안 억눌러왔던 나의 슬픈 감정을 다 털어 내버린 듯 자리에 주저 앉아 울었다.


“크흑... 크흑... 흑... 흑...”

“생각보다 빨리 왔네?”

“에?”


울음이 점점 멈출 때 병수님이 손수건을 건네며 말했다. 가이아는 등 돌려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슬픔과 기쁨이라는 감정의 차이는 종이 한 장이라는 말도 있잖아. 그리고 눈물과 울음은 그 두 감정을 느낄 때 찾아오지. 물론 전자를 더 자주 찾아오지만...”


병수님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그가 건넨 손수건을 받아 눈물 콧물 범벅된 얼굴을 닦았다.


“그렇게 후련하게 털어버리면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기 쉬울 거야. 이젠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한층 마음이 후련해진 건 사실이었다. 거기에다 병수님의 말을 들으니 더 마음이 편해졌다.


“이젠 정말 같이 가지 않을래?”


이번엔 손을 내밀지 않았지만 나는 같이 가겠다고 대답했고 병수님과 가이아가 앞장 섰다. 그는 걷는 내내 나를 배려 해주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한 마디도 걸지 않았다. 오히려 그가 계속 말을 걸었다면 그가 사기꾼 같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을 것이다.


성벽에 보이기 시작했다. 저기서 아까 말한 도시인가?


“저기가...”

“응 아토리 왕국의 수도이자 나의 집이자 일자리가 있는 ‘말라‘야.”

“말라...”


뭔가 이름과 도시 이미지가 어울리지 않았지만 멀리서 봤을 때도 엄청나게 커보였다.


큰 호랑이 가이아님은 이제 그만 돌아가 보겠다고 했다.


“그래 가까이 갔다가 성벽 경비병들이 보기라도 하면 난리 나겠지.”


나는 가이아님에게 무슨 일이 생길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 반대였다.


“저래 보여도 전투력이 아주 높은 호랑이야. 자기 말로는 예전에 자기를 귀찮게 구는 나라 하나를 없애버렸다고 하더라구.”

“어이 인간 그건 농담이 아니었다고!”

“어이쿠야~ 귀가 밝다는 걸 깜빡했네 헤헤.”

“흥!”


나에게 조심스럽게 건네던 말이 가이아의 귀에 들렸나보다. 자신의 험담을 듣고 그냥 넘어가지 않을 법한데 가이아는 병수님의 능청스러움에 그냥 콧방귀만 꼈다.


“새로운 인간!”

“네? 네!”

“가벼운 면이 많이 있지만 병수는 믿을 수 있는 인간이다. 그와 함께 하는 건 네 마음이지만 이 세상에 관한 기본 지식은 그와 함께 있으면서 얻어가는 게 너한테도 좋을 거다.”

“오올~ 그런 말도 할 줄 알고 게다가 당사자 앞에서라니 그럼 내가 몸 둘 바를 모르겠잖아 히히히.”

“저런 경박한 모습은 앞으로 자주 볼 건데 크게 신경 쓰지 마라.”


가이아는 말이 끝난 뒤 곧바로 몸을 돌려 우리가 온 방향으로 빨리 사라졌다.


“다음에 또 보자고 가이아~ 자 갈 사람은 갔으니 우리도 이만 가볼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병수님은 다시 앞장섰다.


아직 도시로 들어가기 위한 입구인 성문 근처에 왔는데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그것도 활기가 넘치는 사람들이.


“우와~!”

감탄이 절로 나왔다.


“잘 따라와야 돼~”


이런 혼란한 틈에 만약 그를 잃어버리면 나의 이세계 라이프는 헬 난이도로 시작할 게 뻔하다는 생각에 필사적으로 그의 뒤를 바짝 따라갔다. 사람들 틈을 비집고 비집고 들어가 우리는 성문을 지키는 병사들 앞에 섰다.


“어? 마스터? 직접 배달 갔다 오셨어요?”


가죽 갑옷과 허리춤에 검으로 무장한 병사 하나가 병수님에게 친근하게 말을 건넸다.


“배달은 아니고 직원 스카웃 하러 나갔다 왔어.”

“스카웃이요?”

“새로운 직원 데리러... 허허허.”

“아 그러시구나 하하하.”


병수님이 웃자 병사도 같이 따라 웃었다.


“이 친구야.”


병수님이 나를 가리켰는데 바로 앞에 있는 병사뿐만 아니라 뒤에 있던 병사들도 나를 훓어 보았다.


“흐음... 개인 배달은 못 뛸 거 같은데요?”

“아냐 충분히 재능있는 친구야.”

“뭐 마스터가 그렇 다면이야...”

“반스~ 잠시만~”

“응? 왜요?”


병수님은 병사에게 어깨 동무를 하며 나에게서 등 돌렸다. 무엇 때문에 그러나 싶었는데.


“자 이 친구 통행료야!”


아... 나를 위한 뇌물을 주려고 했던 거구나...


“에헤이~ 이러지 마세요.”


병사는 주위의 눈을 의식했던 것 같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자기 갈 길이 바빴는지 우리에게 관심 있는 이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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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화-미오아 왕국(5) 23.11.15 20 1 12쪽
24 24화-미오아 왕국(4) 23.11.14 21 0 11쪽
23 23화-미오아 왕국(3) 23.11.13 24 0 11쪽
22 22화-미오아 왕국(2) 23.11.10 24 0 12쪽
21 21화-미오아 왕국(1) 23.11.09 2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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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9화-회상(10) 23.11.07 2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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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7화-회상(8) 23.11.04 2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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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화-회상(5) 23.11.01 30 0 12쪽
13 13화-회상(4) 23.10.31 33 0 12쪽
12 12화-회상(3) 23.10.30 34 0 12쪽
11 11화-회상(2) 23.10.27 37 0 12쪽
» 10화-회상(1) 23.10.26 45 0 11쪽
9 9화-비자금 배달(5) 23.10.25 47 0 12쪽
8 8화-비자금 배달(4) 23.10.24 52 0 12쪽
7 7화-비자금 배달(3) 23.10.23 55 1 12쪽
6 6화-비자금 배달(2) 23.10.20 6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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