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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특급코끼리
작품등록일 :
2023.10.09 18:52
최근연재일 :
2024.01.30 21:00
연재수 :
60 회
조회수 :
1,761
추천수 :
7
글자수 :
312,961

작성
23.10.25 11:30
조회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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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9화-비자금 배달(5)

DUMMY

크로스의 말을 듣고 나니 다니오스가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한 우리 회사를 날리려고 한 이유가 납득되었다. 진짜 큰일 날뻔 했네.


“조사를 하면 할수록 다니오스 가문이 존경스러우면서도 무서웠습니다.“

“어째서?”

“다니오스 가문에게 나라의 군권을 잡은 건 3년 전이었습니다. 그들을 추종하는 많은 대신과 귀족들이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선 다니오스 가문의 사람이 군권을 관리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군에는 다니오스 가문의 사람들도 많았지만 그들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군인들도 많아 오히려 그들을 견제하기 쉽다고 생각해 군권을 주었습니다.”

“아하~ 그래서 전하께서 다니오스에게 군권을 맡겼군.”

“정말 멍청했습니다. 스스로 우리들의 목에 칼을 겨눈 짓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헌데 다니오스는 군사를 손에 쥐자마자 바로는 야욕을 드러내지 않았네?”

“군 내부에 자신들의 사람이 아닌 자들도 많았기에 군대를 자기들 마음대로 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했던 거겠죠.”

“정말 아슬아슬 했네.”


나는 한숨을 거하게 몰아쉬었다.


“하지만 다니오스 가문을 군을 완전히 장악하는덴 실패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그들의 계획을 알아차릴 수가 있었죠.”

“시간을 꽤 허비했겠군.”


크로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참을성 하나는 끝내주는 놈들이 한 번 성급하게 일을 추진했는데 하필 그때 계획이 어그러졌네...”

헛 웃음이 나온다. 대를 이어오면서까지 준비했던 일이 한 번의 실수로 어그러졌으니...


헌데 그들은 아토리 왕국과 무슨 악연이 있길래 그렇게까지 했을까? 그걸 물어보기 위해 입을 뗄 때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왕자님 전하께서 찾으십니다.”

“이런 우리가 너무 오래 잡았나 보네.”


솔직히 그렇게 오래 있지는 않았는데?


“죄송합니다.”

“됐어 됐어. 지금은 왕자 신분이니까.”


그렇다면 당신은 왜 왕자한테 반말하는 건데?


“실바, 이분들 궁 밖으로 배웅 해드려.”

“네 알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왕자님!”


사장이 뜬금없이 인사하면 허리를 숙이길래 엄청 당황했지만 나도 재빨리 따라 했다.


“네 안녕히 가세요.”


길드로 돌아가는 길에 난 크로스와 헤어질 때 사장의 행동을 꼬투리 잡아 놀렸다.


“반말을 할거면 끝까지 하던가 남들 본다고 꼴사납게 그게 뭐요?”

“까불지마라 그건 나와 크로스 사이에 약속한 사항이야.”


사장은 얼굴이 시뻘게져서 변명하는데 나는 그런 그의 모습이 너무 웃겨서 길드로 오는 내내 웃으며 걸었다.


다니오스과 관련된 모든 건 크로스가 마무리 짓기로 한다고 했다. 사장은 길드로 돌아가서 할 일 있다고 했고 난 집으로 가기로 했다.


“내일부터 다시 일상 시작이다.”

“전 아직 휴가가 남았는데요?”

“아 맞다. 꺼져!”


사장이 뒤돌아 가며 손을 들어 작별 인사했다. 나는 ‘수고하십시오‘라고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


“아이고 오늘도 힘들었다.”


실제로 힘들진 않았지만 힘든 기색을 보이며 회사에 들어왔다. 하지만 점심시간이라 다들 회사에 없었다. 1층 아무 의자에 앉아 다리를 쭉 뻗었다.


“밥을 먹긴 먹어야 하는데...”


매번 혼자 먹는 밥이 이제 슬슬 지겨워졌다고 생각할 때 문득 내가 이 일을 한지 얼마나 됐나 계산했다.


“여기서도 이짓을 1년 동안 했네.”


이전 세계에서도 5년은 넘게 했는데 그걸 여기서 또 하고 있다.


“내가 어쩌다 이걸 하게 됐더라...”


기억을 거슬러 거슬러 가자 이곳에 오기 전까지 거슬러 갔다.


####


“아놔!! ㅆㅂ 좀 한 번이라도 빨리 움직여 봐라!”


뒤돌아 보지 않았지만 분명 나보고 한 말이다. 솔직히 나는 내가 손과 발이 느리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다른 사람들이 나보다 빠른 거지. 하지만 우리 팀장은 매번 나에게 저 지랄을 하고 있다. 다른 사람 들으라고 하는 건지 아니면 정말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하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한 말은 분명 내가 들으라고 한 소리다.


“그냥 넘겨. 오늘 스포츠 베팅으로 돈 날려서 그래.”


같이 일하는 형들이 오늘 팀장의 상황을 대신 설명 해준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팀원들에게도 계속 태클 걸고 있다고 한다. 역시나 그런 일이 있구나 하고 택배를 나르고 있는데 핸드폰 벨 소리가 평소와 다르게 유난 떨며 울렸다.


‘병원?“


매번 받던 전화지만 이번에는 평소와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여보세요?”

“상우씨 지금 빨리 병원으로 오셔야 되요!! 할머니의 상태가 심상치 않아요!!”


무엇 때문인지 묻지 않고 곧바로 전화를 끈었다.


“형... 저...”

“빨리 가봐 네 물량은 걱정하지 말고 팀장은 내가 잘 타이를게.”

“네 그럼...”


고맙다는 말도 하지 못하고 나는 택시를 잡고 병원으로 갔다 내차가 물류센터 주차장에 있다는 것도 잊은 채로.


“할머니!!”


병원에 이미 도착했을 때 의사들은 모든 조치를 마치고 할머니의 사망시각을 기록하고 있었다.


“미안해... 네가 올 때까지 어떻게든 노력했는데...”


담당의가 내 어깨를 툭툭 치며 나를 위로했지만 나의 눈에는 할머니의 차가운 모습만 보였다. 눈물도 나오지 않았고 사망신고서를 들이미는 간호사의 말도 들리지 않았다.


“어째서 나에게는 이런 일만...”


자리에 그냥 주저 앉았다. 이 세상의 마지막이었던 내 편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엄마가 사고로 죽고 나를 키워야 될 아버지는 나를 할머니에게 버리고 새장가를 들었다. 1년은 고사하고 3년에 한 번씩 자신의 어머니이자 나의 할머니는 보러 왔고 그마저도 내가 성인이 되자 오지 않았다.


“개ㅅㄲ...”

“네?”


사망신고서를 들이밀던 간호사가 놀라 뒷걸음질 첬다.


“죄, 죄송해요 간호사님에게 한 말이 아니었어요.”

“아 네...”


화가 엄청나게 났지만 상관없는 남에게 풀어서는 안된다.


“상우야 명심해야 돼 남의 눈에 눈물 낸 사람은 언젠가 자신의 눈에 피눈물 나게 된단다. 사람은 언제나 착하고 선하게 살아야 돼~ 우리 손주 그렇게 살 수 있지?”


잊을 만하면 해주시던 할머니의 말이 떠오르지만 도대체 왜 그런 삶의 방향을 알려주신지 모르겠다.


나의 애비라는 인간은 할머니의 장례식장에 둘째 날 모습을 드러냈다.


“고생이 많구나.”


뭐? 고생?


“이 완장 아빠가 차고 있어야 되는거 아냐?”


나는 상주가 차는 두 줄 완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너는 모르겠지만 어른들만의 사정이라는 게 있는 거야.”

“지랄하네 ㅆㅂㅅㄲ가.”

“뭐?”


화난 눈 보단 내 입에서, 자신의 아들이라는 놈의 입에서 험한 말이 나온 걸 놀란 아버지라는 인간이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봤다.


“얼마나 대단한 사정이길래 자기 자식 버리고 맡긴 어머니 장례식에 상주 노릇도 못하는데? 어?!! 얼마나 대단한 사정이 있길래?!!”


덩치는 이 인간보다 내가 훨씬 컸다. 아버지라는 놈이 엄마보다 키가 작았다고 했으니 나의 신체조건은 어쩌면 어머니의 영향이 컸을 수도 있겠다. 어쨌든 난 학교 다닐 때도 신체로는 남들에게 밀리지 않았다.


내가 여차하면 달려들어 죽일 기세로 노려보자 아버지는 한숨 쉬고 장례식장을 떠났다.


“어째서 저런 인간을 끝까지 지켜 주시려 하신 거예요... 흑흑흑.”


할머니께서 마지막 숨을 거둘 때도 나오지 않았던 눈물이 어처구니 없게도 아버지라는 인간의 말로를 보자 나왔다. 할머니의 부고를 알릴 곳도 얼마 없었기에 문상객도 없었지만 나는 소리 죽여 울었다. 내가 많이 슬퍼하면 할머니께서 가장 마음이 아프실 것이니까.


납골당에 할머니를 모셔다 드리고 집에 들어왔을 때 어느 때도 느끼지 못한 외로움과 서러움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하지만 끝까지 울지 않았다. 할머니 출상하기 전에 할머니를 오랫동안 보살펴 주셨던 간호사가 나에게 편지 봉투 하나를 건넸다.


“늦게 와서 죄송해요. 실은 할머니께서 돌아가시자 마자 드렸어야 했는데 상우 씨가 너무 슬퍼 보여서... 그래도 장례식 끝나면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지금이라도 드려요 죄송해요.”

“아니예요 감사합니다.”


간호사는 연신 머리를 숙이며 죄송하다는 말을 했고 나는 그녀를 계속해서 말렸다.


‘아마도 유서...겠지?’


할머니께서 숨긴 재산이 있으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나에게 남긴 말이 무엇일지 궁금해하며 편지를 읽었지만 큰 내용은 없었다. 그저 나에게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는 말만 남기셨다.


“그렇게 미안하시면 오래사시지...”


아쉬웠지만 눈물은 흘리지 않았다. 울어봤자 할머니는 돌아오시지 않는다, 나의 형편이 나아지는 건 더욱 아니다. 할머니께서 나에게 누누이 당부하시던 말씀이 떠오른다.


‘선하게 다른 사람들을 돕다 보면 언젠가 그 선이 너에게 돌아온단다.’


과연 그럴까요 할머니? 할머니의 말에 의심은 하지만 딱히 거스를 용기도 없다. 어릴 때부터 나쁜 짓을 하려 하면 두려움이 먼저 앞섰던 나였다.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무작정 집을 나왔다. 그냥 하염없이 걸었다. 목적지도 언제까지 걸을지도 생각하지 않았다. 횡단보도에 도착했는데 신호를 보지 않고 걸었다. 클락션이 울리는 소리가 들리다 뒤늦게 밟은 브레이크의 끼익 소리가 가까워 진다.


“야이 새끼야!! 죽고 싶어서 환장했어!!!”


가까스로 내 앞에 멈춘 택배 기사 차에서 욕설이 막 들린다.


“죽고 싶으면 곱게 혼자 죽어!”


바쁜지 트럭 운전자는 욕 만하고 지나갔다. 욕만 하지 말고 그냥 좀 치고 지나가 주지. 그런데 나는 죽으면 누가 상을 치러줄까? 지 새끼 엄마한테 맡기고 도망친 말만 아버지인 인간? 그 인간 난처한 상황에 처한 걸 살아서는 못 보겠지만 상상해 보니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이번엔 횡단보도 신호를 제대로 보고 건넜고 또다시 멍하니 걸었다. 어느새 걷다보니 대교로 강을 걷고 있었다.


“살기 싫다.”


발걸음을 멈추고 강을 바라본다. 이제 살아서 뭐하나... 나를 사랑해 줄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다리 울타리에 올라섰다.


“저, 저기요!!”


나를 발견하고 말리는 사람이 있지만 관심 없다. 어차피 내 삶 책임져 주지도 않을 거면서 괜한 참견 하기는...


윗몸을 살짝 앞으로 굽히자 몸이 가볍게 낙하한다. 잠깐의 시간만 지나면 모든 것에서 해방될 것이다. 어쩌면 할머니도, 가장 보고 싶은 엄마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지.


물 속에 몸이 던져졌는데 아무런 느낌이 없다. 그런데 지금 한겨울인데 강물이 이렇게 따뜻할 수가 있나? 아~ 벌써 내가 죽었나? 갑자기 차가운 물에 들어가면 급성 심장마비가 온다는 얘기를 들은 적 있다. 그래 고통없이 빨리 죽으면 나야 고맙지.


‘같이 가자~’


어? 환각이라 하기엔 너무나도 또렷한 목소리 덕분에 눈이 떠졌다. 눈 앞에 파란색 도깨비 불 같은게 앞에 있었다. 근데 여기는 물속이 아니었나? 어째서 잘 보이는 거지? 아니 애초에 물속에 불이 버틸 수 있나?


‘자~ 나랑 같이 가자.’


불 속에서 작은 손이 나왔다. 마치 자기 손을 잡으라는 듯이. 홀린 듯 나도 모르게 손을 들어 그 작은 손을 잡았다. 그러자 조금 더 따뜻한 기운이 느껴지면서 강한 충격이 몸을 휘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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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화-미오아 왕국(5) 23.11.15 20 1 12쪽
24 24화-미오아 왕국(4) 23.11.14 21 0 11쪽
23 23화-미오아 왕국(3) 23.11.13 24 0 11쪽
22 22화-미오아 왕국(2) 23.11.10 24 0 12쪽
21 21화-미오아 왕국(1) 23.11.09 27 0 11쪽
20 20화-회상(끝) 23.11.08 26 1 12쪽
19 19화-회상(10) 23.11.07 24 0 12쪽
18 18화-회상(9) 23.11.06 24 0 11쪽
17 17화-회상(8) 23.11.04 24 0 12쪽
16 16화-회상(7) 23.11.03 27 0 12쪽
15 15화-회상(6) 23.11.02 28 0 11쪽
14 14화-회상(5) 23.11.01 30 0 12쪽
13 13화-회상(4) 23.10.31 32 0 12쪽
12 12화-회상(3) 23.10.30 34 0 12쪽
11 11화-회상(2) 23.10.27 37 0 12쪽
10 10화-회상(1) 23.10.26 45 0 11쪽
» 9화-비자금 배달(5) 23.10.25 47 0 12쪽
8 8화-비자금 배달(4) 23.10.24 51 0 12쪽
7 7화-비자금 배달(3) 23.10.23 55 1 12쪽
6 6화-비자금 배달(2) 23.10.20 6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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