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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lephant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에서도 택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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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특급코끼리
작품등록일 :
2023.10.09 18:52
최근연재일 :
2024.01.30 21:00
연재수 :
60 회
조회수 :
1,771
추천수 :
7
글자수 :
312,961

작성
23.11.03 11:30
조회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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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6화-회상(7)

DUMMY

차 없이 두발로 걸어 배달했고 오늘은 윈돌이의 힘을 빌리지 않았기에 생각보다 피곤했다. 하지만 오늘 하루 내가 메데프님과 배달한 양은 이전 세계에서 내가 하던 물량의 반의 반의 반도 안된다. 메데프님의 말에 따르면 오늘은 보통 때보다 적은 양이라고 하는데 이 정도 물량보다 많다고 하더라도 이전에 비해 아주 적다. 이건 아직 이곳에 택배라는 것이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이겠지. 또 많은 택배를 감당할 수 있는 ‘아공간 가방‘. 물건을 넣었지만 가방 무게만 느낄 만큼 가벼웠지만 택배 상자는 상상 이상으로 많이 들어갔다. 이 가방으로 배달한다면 사실상 내 다리만 아프지 않으면 나에게 이만한 쉬운 일은 없을 것 같다.


“정령... 잘 이용해 봐 어쩌면 너랑 정말 맞는 일일지도 몰라.”


들으면 들을수록 이 양반은 날 여기다 잡아 놓으려는 것 같다. 분명 잠시 동안만 한다고 말했는데도 오래 동안 자기 밑에 있을 것 같은 직원에게 말하는 것처럼 말한다.


“더 할 일 없으면 그만 올라가서 쉬어도 될까요?”

“그래. 내일은 또 다른 곳을 맡겨볼 거니까 쉬어.”


방으로 돌아왔을 때 낮에 있었던 일들을 찬찬히 되새겨 보았다. 택배를 받는 사람들의 모습에 기쁨의 감정이 있었다. 전이되기 전에 택배를 할 땐 고객의 얼굴을 본 적이 없었다. 모두가 일할 때 배달했고 그들이 퇴근했을 때도 직접 얼굴을 마주하지 않고 물건을 놓고 벨을 누르거나 문자를 보냈다. 딱히 이것에 불만을 가졌던 사람은 없었고 나도 굳이 그들의 얼굴을 보지 않으면 시간을 단축 시킬 수 있었기에 나도 괜찮았다. 하지만 오늘 배달하면서 묘한 감정이 생긴다.


“그게 그렇게나 기뻤나...?”


나도 택배를 받았지만 그냥 무심히 내가 시켰으니까 왔지라며 당연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다른 이들의 생각도 비슷했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이전 세계에서 느끼지 못했던 성취감이 느껴진다. 내일 택배를 받을 사람들도 마찬가지일까? 간만에 생긴 설렘과 함께 아주 깊은 잠에 들었다.


****


“안녕히 주무셨어요?”


일할 시간이 되어 1층에 내려오니 메데프가 반갑게 인사했다. 역시 밝은 사람이다.


“오늘은 시내 쪽으로 돌거예요.”

“성 밖으로 나가지 않고요?”

“네 마스터께서 오늘은 도시 안의 사정도 좀 보여주라고 하네요.”


왠지 빡센 일을 시킬 줄 알았는데 아직까지 그래도 상식선에서 일을 시킨다.


“바로 가실까요?”


오늘은 내가 가방을 맺다. 메데프는 끝까지 자기가 매려고 했지만 나도 익숙해지려면 들어봐야 한다고 하니 순순히 가방을 양보했다. 근데 이상하네 내가 왜 익숙해진다는 말을 했지?


시내에서의 일도 어제와 다르지 않았다. 다만 오늘은 탁송이 몇 건 있었다.


“탁송은 배송과 반대예요. 주소지와 수신자의 이름이 적힌 마법 택배 용지에 수신자의 정보를 입히고 그런 다음 택배 상자에 붙이고 다른 한 장은 우리가 들고 가서 길드에 제출하면 되요.”


메데프는 내 예상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설명해 주었고 나는 단번에 이해했다. 여기서 난 궁금증이 하나 생겼다.


“영수증 같은 건 없나요?”

“영...수증이요?”

“돈을 받고 물건을 보낸다라는... 음... 아! 우리가 당신에게 사기를 치지 않는다 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남기는 기록이요.”

“아! 네 저희 그런 건 없어요.”


영수증이 없어도 되나? 혹시나 배송이 늦거나 안되면 그걸로 택배회사에 따질 수 있는 수단인데...


“마스터가 처음에는 택배 보내시는 분들에게 그런 걸 나눠주셨대요. 그런데 사람들이 그걸 왜 나눠주냐고 오히려 자신들에게 쓰레기를 주는 거 아니냐고 항의 하시는 분들도 계셨답니다.”

“그건 좀 신기하네요. 자기가 돈을 내고 이용했다는 걸 알려주는 건데.”

“마스터도 그런 점을 강조했지만 귀담아 듣는 사람이 없었어요. 심지어 길드내에서도 그냥 종이 낭비 아니냐는 의견도 많았고요. 그리고 배송 사고가 한 번도 없었으니 고객들에겐 어차피 돈만 주면 택배는 갈 건데 뭐하러 이런 걸 하냐고 불만이 끈이지 않았고 결국 영수증이라는 걸 없애버리고 우리라도 고객의 기록을 남기자 해서 택배 송장을 따로 보관하고 있어요.”


고객 입장에서 영수증은 대단히 중요한 건데 그걸 그냥 무시해 버리다니. 한편으론 오배송 사고가 절대 날 수 없는 시스템이라 그냥 돈만 주면 알아서 잘 배송되니 길드에 크게 불만을 가질 필요도 없을 것이다. 물론 아무리 시스템이 잘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길드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사람들에게 신뢰받는 길드에 감탄하면서 오늘 일을 금방 마첬고, 다음날에는 처음 갔던 마을로 배송을 갔다. 또 다음날은 시내로 나갔고 그렇게 두 군데를 왔다 갔다 하며 배송일에 적응했다.


“음...”


배송일을 시작하고 일주일이 지났을 무렵 아침 일찍 일어나 윈돌이와 함께 산책을 하고 왔는데 병수님이 벌써 출근했다.


“안녕하세요~”

“어? 응.”


고민이 있어 보인다. 내가 딱히 물어봤자 도움 줄 일이 없을 거 같아. 방으로 올라가려는데.


“저기 미안한데...”

“네?”


난처한 목소리로 나를 부른다. 불안한 마음이 생긴다.


“오늘 좀 멀리 갔다 올 수 있겠어?”

“어느 정도로요?”


불안한 예감이 맞았다. 그의 시선이 나에게서 내 어깨 위에 떠 있는 윈돌이에게로 향했다.


“아, 내가 그것부터 물어봤어야 하는데...“


계속 무언가 할 말이 있어 보이듯 입가의 근육이 움찔움찔 했지만 자신이 원하는 말은 나오지 않아 보인다.


“아니다 됐어 그냥 다른 사람에게 맡길게.”

“네...”


방에 들어오자 마자 윈돌이가 창 밖으로 나가 이러저리 날아다닌다. 좁은 방은 윈돌이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것 같아서 이젠 낮이나 밤이나 문을 열어두고 윈돌이를 밖으로 보낸다. 밖으로 나가도 윈돌이는 내 시야 안에서 논다. 가끔 길드 건물을 몇 바퀴 돌 때가 있었지만 그래도 내가 찾으면 재빨리 나에게로 돌아왔다.


“무슨 일을 시키려고 했을까?”


평소 밖에서만 돌아다니던 윈돌이가 지금은 궁금증에 빠진 나를 관찰하고 있다. 윈돌이를 쓰다듬으며 내가 먼저 다가가 물어봐야 하나 고민했는데 우선은 여기 일에 아직 익숙하지 않으니 내가 나서서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 내 힘이 진짜 필요하면 말하겠지.”


이제까지의 병수님의 태도를 보면 진지하면서도 장난스러움이 공존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속내를 쉽게 보여주는 사람은 아니었다. 대부분의 말과 행동엔 이유가 있었고 마음만 먹으면 상대방을 능수능란하게 다룰 줄 아는 사람이었다.


“아주 타고난 장사꾼이야 사기꾼이 아닌 게 천만다행이지.”


지금 그가 이끌어 나가는 길드가 정말 택배 일을 하고 있다는 걸 몸소 확인하고 그에 대한 신뢰도가 많이 상승하긴 했다.


“다녀왔습니다.”


오늘은 시내쪽 배송이라 평소보다 일을 일찍 마치고 들어왔는데 길드에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아마 아직 점심시간이 끝나지 않아 그런가보다 하고 올라가려고 할 때 병수님이 자기 방문을 열고 나왔다.


“들어와라.”

“네.”


묵직한 목소리는 불안함을 가져왔다. 방안엔 크로스님도 같이 있었다. 그리 밝지 않은 얼굴로.


“무슨 일이세요?”

“어때 일은 좀 할 만해?”

“네.”


이전 세계에서 하던 택배에 비하면 이건 일 하는 것도 아니었다.


“내일 다른 도시로 좀 가줄 수 있어?”

“마스터 다시 한번 생각해 주세요. 아직은 이릅니다.”


병수님을 크로스가 말린다. 뭐 때문에 이리들 심각한 거야? 내가 다른 도시로 가면 뭐 안 될 이유라도 있나?


“상우의 능력이라면 굳이 위험한 길을 가지 않아도 될 거야.”


나라면?


“아직 정령의 힘을 잘 사용하지 못하고 있지 않습니까?”


어? 크로스님도 이제 내 능력에 대해 아시나?


“내가 말해줬어. 크로스는 알고 있어야 될 것 같아서.”


나의 멍한 표정에 생각이 드러났는지 병수님이 답해줬다.


“확실히 아직 윈돌이의 능력을 다 못 끌어내고 있는 것 같은데... 제가 가는 곳이 위험한 곳인가 보죠?”

“배르마는 위험한 곳은 아닙니다. 다만 그곳까지 가는 길이 험난합니다.”


배르마? 거긴 아토리 왕국이잖아? 지하센터에 왕국 내 주요 도시들로 통하는 포털이 있을 텐데?


“배르마는 차원 이동문이 허가가 나지 않은 유일한 지역이예요.”

“왜요?”

“거기엔 우리와 비슷한 일을 하는 길드가 있거든.”

“아 그래서...”

“그렇다고 저희도 물량이 아주 없는 건 아니라 거기로 택배 기사들을 보냅니다.”


그러면 장거리 배달이네??


“아, 아니다 그냥 못 들은 걸로 해줘 지금 생각해보니 너에게 맡기는 건 아직 너무 이른 것 같아 내가 좀 성급했어.”


갑자기 병수님이 손바닥 뒤집듯이 이야기를 엎는다.


“아니예요 제가 한 번 가볼게요. 여기와 다른 도시는 또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네요.”

“놀러 가는 게 아니라 일하러 가는 거야.”

“일하면서 노는 게 직장인이 바라는 가장 이상적인 직장 아닐까요?”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병수님은 어이없어 했고 크로스님은 매우 걱정스럽게 날 처다 봤다.


“아직 다른 일 할 거리는 안보이고 잠시라도 도와준다고 했으니까 뭐... 해야 할 일이면 해야죠.”


이제 이곳에 조금 적응 되었으니 다른 도시를 가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도중에 위험할 것 같으면 바로 돌아오셔야 합니다.”

“네.”


그때부터 크로스님은 나에게 배르마와 그곳에 가는 길을 천천히 알려주었다. 배르마는 아토리 왕국에서 3,4번째 큰 도시라 했다. 다른 도시에 비해 중요도가 뒤처지는 곳이지만 사람들이 모여 살았던 역사는 가장 깊은 곳이라고 했다. 특별한 발달한 업종은 없지만 딱히 다른 도시에 비해 처지는 업종도 없었기에 배르마의 인구는 빠져나가는 만큼 다시 사람이 모이는 정체성이 아주 애매모호한 도시라는 말을 끝으로 크로스님은 배르마에 대한 설명을 마첬다.


“저희가 가장 걱정하는 건 배르마로 가는 길입니다. 배르마는 사람들의 왕래가 어느정도 있는 곳이기에 산적이나 도적에 대한 사고가 있는 곳이긴 했지만 최근에 갑자기 그 빈도가 많아졌다고 해요.”

“그래서 우리에게 물량을 의뢰하는 곳도 여기저기 생기고 있는데 다 거절했어.”

“좀 아쉬운 부분이네요.”

“아니 꼭 그건 아니야. 어차피 우리에게 물량을 맡기려고 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쪽 택배 길드 놈들이 길길이 날뛰거든. 피차 피곤한 상황은 피하기 위해서 우리도 일부러 안 받은 거야.”


배르마 사람들이 괜한 피해를 받지 않게 하기 위해 일부러 안 받았다는 말인가?


“이번에 상우님이 가는 목적도 일반 사람들의 택배예요. 딱히 돈벌이를 위해 택배를 붙이는 사람들이 아니기에 배르마에서 문제가 생기진 않을 거예요.”

“네 알겠습니다.”

“그쪽에서 시비터는 놈이 있어도 무조건 무시하고 그 자리에서 빠져나와. 택배는 다 못 전해도 되니까.”

“그럴 수는 없지요.”

“여기서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해볼 수 있지만 거기서 만약 문제가 생기면 진짜 골치 아파져.”


내가 걱정되기 보단 사후 문제가 더 신경 쓰였구만.


“당연히 상우님의 안전이 최우선입니다. 그러니 조심히 다녀오세요.”


여기 길드원들은 눈치들이 왜이리 빠른거야? 내가 엉뚱하게 생각한다는 걸 알아차린 크로스님이 다시 나를 안심시킨다. 이전 세계에 살 때도 표정 관리 하나는 잘한다는 말은 잘 들었던 것 같은데 여기서는 그렇게 얼굴에 티가 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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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화-미오아 왕국(3) 23.11.13 24 0 11쪽
22 22화-미오아 왕국(2) 23.11.10 2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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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화-회상(1) 23.10.26 4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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