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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lephant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에서도 택배합니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판타지

완결

특급코끼리
작품등록일 :
2023.10.09 18:52
최근연재일 :
2024.01.30 21:00
연재수 :
60 회
조회수 :
1,763
추천수 :
7
글자수 :
312,961

작성
23.11.07 11:30
조회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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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9화-회상(10)

DUMMY

“배르마에서 말라로 오는 길목에서 도적들이 상인들을 습격했는데 도적 놈들 중에 배르마 택배 길드 놈들이 섞여 있는 걸 발견했어.”

“택배 길드원이... 왜, 왜요?”

“공포를 조성하려고 했대요. 그러면서 그 길로 택배를 안전하게 배달할 수 있는 길드는 배르마에 있는 택배 길드뿐이라는 걸 보여주는 거죠.”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기지? 이전 세계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택배회사 간의 구역 경쟁이라니... 택배는 보내는 사람에 따라 물량이 정해지는데 그걸 이렇게 인위적으로, 게다가 폭력적으로 해결한다고? 내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많이 놀란 얼굴인데 아직 놀라긴 일러. 가이아 덕분에 도적 중에 배르마 택배 길드원이 있다는 걸 밝혀낼 수 있었거든.”

“가이아님이요?”


어떻게? 설마 날 계속 따라 다닌 것도 도적 떼를 잡기 위해서였나?


“가이아님께서 상인들을 공격하던 도적 떼를 소탕했어요. 그런데 그들 중에 도적들과 다른 무리가 있는 걸 눈치채고 그 사람들만 잡아서 추궁했더니 자기들은 원래 도적이 아니라 울면서 살려달라고 빌었답니다. 마침 말라에서 가까운 곳에서 상인들이 습격 받았기에 가이아님이 마스터를 불렀고 경비대와 함께 마스터가 그들을 추궁하자 배르마 택배 길드원이라는 걸 알아냈습니다.”

“근데 몇 번 얘기만 해본 걸로 용케 그걸 알아내셨네요?”

“그놈들은 원래 자기들이 배르마 택배 길드원이라는 걸 대놓고 다녔어. 결국엔 그것 때문에 망하게 생겼지만.”


부가 설명을 들어보니 배르마 택배 모든 길드원은 가슴팍에 은색 휘장을 달고 다녔다고 한다. 이전 세계로 치면 회사 뱃지 같은 건가 보다. 난 택배할 때 그거 쪽팔려서 그냥 차에다 넣고 다녔는데.


“배르마 택배 길드가 도적들과 같이 편 먹고 이런 일을 꾸민 거라면 우리 길드원을 가만히 놔둘 리 없다고는 생각에 급하게 배르마쪽 치안대에 연락을 넣은 겁니다. 다만 우리가 그놈들의 음모를 다 밝혀낼 때까지 그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해야 하니 강압적으로 상우님을 감옥에 가두면서 지킨 것이고요.”


전말을 들어보니 그럴듯하게 들리는데... 아아아!! 아니야 믿지마! 자기들이 날 함정으로 몰아넣고 일이 잘 풀리니 변명을 만든 것일 수도 있으니까.


“다행히 너에게 무슨 큰일이 생기기 전에 널 보호할 수 있었고, 배르마 택배 길드 놈들은 한놈도 싸그리 남김없이 소탕할 수 있었어.”


내가 미끼가 됨으로써 마스터의 길드는 배르마의 물량을 얻을 수 있고 눈엣가시였던 놈들도 한꺼번에 사라지게 되었다. 이게 과연 우연의 일치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일까?


“아직도 우리를 의심하는 거냐?”

“전 마스터와 길드만 믿고 아무것도 모른 채 감옥에 갇혔어요. 적어도 제가 왜 감옥에 갇혀야 했는지 이유 정도는 알려주셨어야죠?”

“배르마 놈들 소탕하는 게 먼저라 널 소홀히 대했어. 미안하다.”


참으로 속을 모르겠다. 마스터가 고개 숙여 인사하자 크로스도 같이 고개 숙여 사죄의 뜻을 보였다.


“아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난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를 여전히 믿을 수 없다면 여기를 떠나도 좋아. 돈도 두둑하게 챙겨줄게. 네 마음 가는 대로 해.”

“네 그렇게 해주세요. 저 지금 나갈 거니까 그 두둑하게 주신다는 여비는 지금 챙겨 주시구요.”


나의 반응에 병수는 적잖이 놀랬다. 이건 예상 못했지? 이번에도 내가 그냥 넘어가는 줄 알았지?


“어... 음... 크, 크로스 네가 좀 챙겨줘.”

“아, 네!”


크로스도 병수만큼 나의 반응을 예상 못했다는 표정이었다. 지금 나는 병수와 크로스뿐만 아니라 이 건물에 있는 모든 것들이 가증스러웠다.


크로스가 돈 주머니를 들고 왔고 난 그것을 받자마자 바로 건물을 나왔다. 인사하는 이도 잡는 이도 없었다.


길드를 나와 도시 가장자리 부근 여관에 방을 잡고 배를 채우고 침상에 누웠다.


“아... 그냥 한 대 더 치고 나왔어야 했나?”


쩔쩔매며 해명하고 사과하는 모습은 마음에 차 있던 분을 어느 정도 식혀 주었지만 그래도 그들에게 이용당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풀리지 않는 분을 혼자 삭이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될지 고민하다 보니 어느새 해가 뜨려 했다. 이곳에선 이상하게 잠을 충분히 자지 않아도 이전 세계처럼 엄청 피곤하지 않았다. 공기가 좋아서 그런가?


그때 생각이 잘 풀리지 않을 땐 걸으라는 할머니의 말이 떠올라 여관을 나와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목적은 딱히 두고 있지 않았지만 걷다 보니 병수랑 가이아님을 처음 만나고 윈돌이를 만난 곳으로 왔다.


“그래... 여기가 모든 일의 시작점이지.”


해가 떠 숲속에 환한 빛을 비출 때 나는 윈돌이를 처음 만났을 때처럼 바닥에 양반 다리하고 앉아 눈을 감았다. 무언갈 기대하고 한 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잡념은 사라 지길 바랬다.


“생각이 많나 보군.”


아이고 깜짝이야! 한 30분 정도 앉아 있었나? 갑자기 뒤에서 평소에도 두려워하던 목소리가 들렸다.


“제발 인기척 좀 내면서 오세요!!”


나도 모르게 짜증 냈지만 가이아님은 아무렇지 않아 하며 내 앞에 앉았다.


“앨러모스님의 힘이 느껴지지 않았다.”


뭔 소리야?


“인간뿐만 아니라 자기만의 수행이 필요한 이들이 자주 하는 행동이지. 가만히 앉아 눈감고 사색에 잠기는 것. 하지만 지금 네가 그다지 집중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젠장 여기는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까지 눈치 빠르네? 사실 눈을 감고 아무런 생각을 안 하려고 해도 갖가지 잡생각이 났다. 하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다시 이전 생활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가봤자 나를 기다려주는 이는 한명도 없다.


“마음이 복잡한가 보군.”

“뭐 그렇죠?”

“병수가 원망스럽나?”

“모르겠습니다. 후우~”


병수님 이야기가 나오자 한숨이 절로 나왔다. 머리로는 길드 자체가 날 위해 바삐 움직여 준 것 같은데 그래도 속았다는 느낌은 사라지지 않아 화가 났다.


“아직도 이용당했다고 생각하나?”

“그런 것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어느 한쪽이 명확히 결론이 나면 앞으로의 일을 쉽게 결정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게 아니니 더 답답합니다.”


이대로 돌아가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길드를 완전히 떠나기에는 그들에게 받은 것들이 많았다.


“나는 이 숲과 산을 지키고 있다. 언제부터였는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오랜 세월 동안 이곳을 지켜왔지.”


가이아님이 진지하게 자기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곳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인간과 대륙의 생명체는 공존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인간은 정말 지치지 않고 전쟁을 벌이고 서로를 미워하는 존재더군. 인간에 대한 염증이 생기고 나서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 병수를 만났다. 하지만 그는 날 처음 봤을 때 전혀 위축되거나 무서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에게 당당히 자신의 요구를 말했지.”

“요구요?”

“자신과 친구가 되어 달라더군.”


처음 만난 말하는, 그것도 아주 큰 호랑이한테 그런 말을 했다고?


“당연히 난 인간의 요구 따위는 들어줄 생각이 없었다. 발톱으로 갈갈이 찢어버리고 싶은 걸 참고 돌아가려는데 자신도 이 산과 숲을 같이 지키겠다고 하더군.”

“어떻게요?”

“나도 똑같이 물었지만 참으로 어이없게도 지금 자신이 하는 택배 일이 사람들을 지킬 수 있다고 하더군.”


택배로 사람을 지킨 다고...? 하긴 택배 때문에 사람이 죽을 지도 모르는 세상이다. 전혀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느껴지지 건 내가 미처가는 중이라서 그런 걸까?


“그땐 택배라는 말도 생소했고 내가 모르는 무언가로 사람을 지킨다는 게 말도 안 된다 생각하며 그냥 그 자리를 떴다. 간만에 만난 드루이드라는 인간이 하필 저런 인간이냐면서 말이지.”

“하지만 병수님은 자신의 말을 실천했군요.”


가이아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병수를 만나 이후로 나의 영역에서 도적들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물론 말라를 왕래하는 인간의 수도 줄어 도적 수도 줄어든 것도 있지만 이는 병수가 운영하는 택배 길드를 이용해 사람들이 다른 도시로 물건을 대신 배달하면서 유동 인구가 줄어든 것이었어. 하지만 말라와 다른 도시 간의 교류는 병수의 길드로 인해 오히려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지. 거기서 병수는 멈추지 않고 치안대에 일반 상인으로 위장해 도적을 잡는 것이 어떠냐며 먼저 제안했고 그로 인해 치안대 또한 적지 않은 공을 세울 수 있었다.”


정말 알 수 없는 세계구... 아니야! 이전 세계에서도 물류가 발달하면서 사회도 경제도 풍요롭게 발전할 수 있었어. 지금 병수님은 이세계에서 그 초석을 만들고 있는 거야!


“나는 억울하게 죽어가는 생명을 많이 봤다. 그중에서 인간은 가장 어리석은 것들이다. 얼마 살지도 못하는 수명으로 서로를 미워하고 편을 가르고 죽이는 것에만 진심인 놈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병수는 그런 인간들 틈에서 만나기 힘든 유형의 인간이다. 길드를 운영하면서 어려운 사람들을 진심으로 돕고 있다. 널 처음 만날 날도 내가 병수를 불렀다. 병수라면 널 어떻게든 도와줬을 테니까.”

“그래도...”


이번 일은 날 이용한 일이 아니냐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내가 병수님에게 많은 도움을 받은 건 사실이다.


원래는 말라를 떠날 계획이었지만 갑자기 마음에 갈등이 생겼다. 이전 세계에서 택배는 고등학생 때부터 시작한 생계를 위한 수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급여가 조금 더 좋고 편한 일자리를 알아보았지만 그런 자리에 고졸인 내가 들어갈 자리는 없었다. 결국 몸도 마음도 택배 일에 익숙해지니 다른 일을 찾는다는 인생의 선택지는 없어졌다.


이곳, 테메이스 대륙에서의 택배 일은 예전처럼 크게 몸 쓰는 일도 없고 물건은 엄청 넣을 수 있지만 무게는 딱 가방 만큼만 느끼게 해주는 마법의 가방이 있어 일하기는 엄청 편하다. 그리고 이곳 세계의 사람들은 은근히 택배 기사를 존경해 준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이 정도면 할 만하지 않을까?”


혼잣말이 나왔다. 애매모호했지만 어쩌면 나의 결심이 나도 모르게 나온 것일지도 모르겠다.


가이아님은 나를 보고 흐뭇해하는 미소를 짓더니 거대한 몸을 일으켰다.


“기회가 되면 다시 만나지.”

“네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이번에도 나의 인사를 받지 않고 쌩하고 가버렸다.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다시 앉아 눈을 감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기 위해 집중했다. 눈을 떴을 땐 해가 중천에 떠 있었다. 맑아진 머리에 가장 먼저 떠오른 일을 즉시 실행하기로 했다.


“가자 윈돌아~”


나를 기다리며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윈돌이가 재빨리 온다.


“어...? 오...셨어요?”


길드에 처음 들어가자마자 메데프가 어쩡쩡한 자세로 날 맞이했다.


“마스터 방에 계세요?”

“네에... 아마 혼자 계실 거예요. 혹시 만나시려고요?”


메데프님은 배르마로 날 데리러 온 길드원 중에 있지 않았다. 그래도 내가 마스터 얼굴을 첬다는 얘기를 들었나 보다. 그리고 내가 길드를 나올 때 좋지 않게 나갔다는 사실도.


“길게는 얘기하지 않을 거예요.”


극도로 경계하는 메데프를 뒤로 하고 마스터방을 노크도 없이 열었다.


“돈 벌써 다 썼냐?”


방에 들어온 이가 누군지 확인하고 곧바로 책상에 시선을 박았다. 정이라곤 하나도 남지 않은 말투로 질문하고는 고개를 들지 않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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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화-미오아 왕국(5) 23.11.15 20 1 12쪽
24 24화-미오아 왕국(4) 23.11.14 21 0 11쪽
23 23화-미오아 왕국(3) 23.11.13 24 0 11쪽
22 22화-미오아 왕국(2) 23.11.10 24 0 12쪽
21 21화-미오아 왕국(1) 23.11.09 27 0 11쪽
20 20화-회상(끝) 23.11.08 26 1 12쪽
» 19화-회상(10) 23.11.07 25 0 12쪽
18 18화-회상(9) 23.11.06 24 0 11쪽
17 17화-회상(8) 23.11.04 24 0 12쪽
16 16화-회상(7) 23.11.03 2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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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1화-회상(2) 23.10.27 37 0 12쪽
10 10화-회상(1) 23.10.26 45 0 11쪽
9 9화-비자금 배달(5) 23.10.25 4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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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6화-비자금 배달(2) 23.10.20 6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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