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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lephant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에서도 택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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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특급코끼리
작품등록일 :
2023.10.09 18:52
최근연재일 :
2024.01.30 21:00
연재수 :
60 회
조회수 :
1,773
추천수 :
7
글자수 :
312,961

작성
23.11.02 11:30
조회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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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5화-회상(6)

DUMMY

“해이즈가 워낙 종잡을 수 없는 아이이긴 합니다. 그래서 저희도 가끔씩 애먹을 때가 있습니다.”


크로스님은 대신 자기가 아주 미안해 했다. 매번 해이즈의 잘못은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 와서 사과한다. 크로스님까지 이러는 걸 보면 해이즈가 정말 일을 잘하긴 잘하는 것 같다. 해이즈를 이해해달라는 말과 함께 그녀의 기분이 어느 정도 풀어지면 나에게 사과시키겠다는 말까지 하고 자기 일을 하러 갔다.


“새로운 친구가 생겼네?”


병수님은 대번에 나에 대한 변화를 알아차렸다.


“가이아님 덕분에 생겼습니다.”

“이제 너도 이세계에서 살아갈 명분이 생겼구나?”


그 말엔 선뜻 답이 나오지 않았다.


“남들과 다른 능력이 생기면 시기하는 사람이 나오고 이용하려는 사람이 생길 거야. 무슨 일을 하든지 조심하는 게 좋아 특히 입조심.”


병수님은 검지손가락을 세워 입에다 갔다 대며 말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아직은 어떤 일을 해야 될지 감이 잡히지 않아요.”


실제로 그랬다. 모험가 길드나 상인 길드에서 윈돌이가 생겼다고 한들 내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흠... 능력도 생겼겠다 이젠 그걸 연마를 해야지. 물론 그때까지 여기에 있어도 좋아.”


벌써 한 달이 다 되어 갔다. 아무런 대가는 필요 없다고 말하지만 내가 불편했다.


“이젠 여기서 일 좀 할게요.”


뜬금없는 소리에 병수님은 많이 놀란 듯 했다.


“너 방금 뭐라고?”

“계속 놀고 지낼 수는 없으니까 다른 일을 찾아볼 때까지 여기서 일을 돕겠다고요.”


내가 윈돌이를 얻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보다 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병수님은 나를 꼭 안았다.


“그래! 그렇게 해주면 나야 고맙지!”


정식으로 일한 게 아니라 그냥 시간제나 파트 타임으로 일한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하겠다는 건데 병수님의 반응은 너무 과민반응이었다.


“그럼 배달 좀 맡아 줄래? 지금 배달 기사들을 뽑고 있는 중인데도 인원이 너무 모잘라서!”


내가 여기서 나가지 않는 한 이 사람은 나를 절대 놓아주지 않을 것 같다. 마치 미리 내 자리를 정해놨다는 듯이 바로 대답이 나오자 괜히 일하기로 했다는 후회가 든다.


“그런데 전 아직 이곳 주소에 익숙하지 않은데요? 택배는 신속함과 정확함인데 괜찮을까요?”

“괜찮아 괜찮아 너에겐 이곳의 일을 맡기지 않을 거니까.”


이곳의 일을 맡기진 않는 다고?


“도시와 도시 간의 배달을 맡아주었으면 해.”

“네???”


가벼운 일을 시킬 줄 알았는데 당황함이 몰려온다.


“보니까 넌 바람의 정령을 소환한 것 같은데 보통 바람 마법의 특성 중 하나는 이동 속도 증가야. 그리고 네가 그걸 능수능란하게 다루게 되면 도시 간의 배달 속도를 단축 시킬 수 있지.”

“저, 저기 지하에 해이즈님이 포털을 열어 놨잖아요? 굳이 사람이 도시 밖으로 나가야 되요?”

“아~ 포털을 열 수 있도록 허가 난 곳은 그곳으로 물건을 보내지. 대부분 아토리 왕국의 도시들인데 다른 나라와 도시들은 군사 목적으로 사용될 위험이 있다며 허가를 내주지 않았거든. 그래서 그런 곳들은 사람이 직접 배달을 가지.”


아... 후회가 미친 듯이 몰려온다. 괜히 말 꺼냈다 젠장... 그냥 지하센터에서 물건이나 좀 나르면서 도와준다고 한 건데 왜 일이 이렇게 흘러가는 걸까?


“너무 걱정하지마 멀리 보내진 않을 거야. 그냥 안전한 물건, 단골들이 맡기는 물건들만 배달 해주면 돼.”


절 생각 하신다면 그냥 간단한 일을 시키시면 되잖아요.


“한창 바쁜 때라 조금이라도 능력 있는 사람이 필요해서 그래. 이왕 도와주는 김에 조금만 더 도와준다고 생각 해줘.”


사람 좋은 웃음으로 말하는데 거기에다 차마 못 하겠다는 말은 하지 못하겠다. 속으로 한숨 쉬고 알겠다고 대답했다.


“그래 그럼 당장 이것 좀 갖다줘.”

“네?”


바로 이렇게 일을 시작한다고? 최근에 직원들이 몹시 바쁜 분위기를 느끼긴 했는데 이 정도로 급하다고?


“여기 고객 명단이 있으니까 찾아가면 알아서 물건이 가방에서 나올 거야.”


무슨 소리 인지 이해 못한 내가 눈만 껌뻑이자 병수님이 잠시 고민하더니 누군가를 불렀고 씩씩한 직원 한 명이 방에 들어왔다.


“네! 마스터!”

“아무래도 네가 같이 좀 가줘야겠어 뭐 특별한 일 있어?”

“서류작업이 남아있는데 이건 나중에 해도 되니까 갔다 와서 하겠습니다.”

“그건 내가 다른 사람 시킬 테니까 이것부터 처리 해줘 오늘 처음 일하는 거니까 모르는 건 잘 좀 가르처 주고.”

“네 알겠습니다.”


그러면서 병수님은 나에게 주려던 종이를 직원에게 주었다.


“아스텔 마을이네요?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조심히 다녀와~”


직원이 인사한 후 나가자 나도 같이 따라 나갔다.


“여기서 많이 먼 곳 이예요?”

“아니요 성벽 밖으로 나가서 조금만 걸어가면 나오는 마을이에요. 그리고 전 메데프예요.”

“아~! 반갑습니다. 박상우라고 합니다.”

“이름이 마스터과 비슷한 거 보니까 마스터와 동향 사람인가 보네요.”

“네 뭐 하하.”


혹시나 어디까지 이야기를 해야 되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곧바로 일 얘기로 넘어갔다.


“그런데 지금 저희는 뭘 하러 가는 거죠?”

“물건 배송과 고객님들이 보낼 물건을 수거하러 갑니다.”

“그러니까 탁송을 말씀하시는 거죠? 탁송은 보통 얼마나 받아와요?”

“오 탁송이란 말을 쓰시네요? 혹시 이전에 이런 일 해 보셨어요?”“아뇨... 그냥 마스터에게 이런 저런 얘기를 들어서.”


여기서 경력자 티를 내면 매우 피곤해 질 것 같다.


“음... 탁송은 한 번 가져올 땐 많으면 한 20개 정도?”


이전 세계와 비교하면 확실히 배송이나 탁송 건수가 적다. 그런데 물건들을 어떻게 들고 오려고 그러지? 지금 메데프가 들고 있는 가방으로는 한 개도 버거울 것 같은데?


“어떻게 그 정도 양을 가져올 거냐는 얼굴이신데요?”

“티나요?”

“괜찮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거든요.”


메데프가 웃으며 설명해 주었다. 지금 그가 들고 있는 가방은 ’아공간 가방‘이라 특수한 공간 확장 마법이 걸려 있어 물건을 가방 입구로만 넣을 수 있으면 무한으로 집어넣을 수 있다고 한다. 그렇기에 길드에서 다루는 택배 박스 20개 정도는 우습게 들어간다고 한다.


“가방에 들어간 물건들은 뺄 땐 어떻게 해요? 그 정도로 넓은 공간이면 물건 넣을 땐 쉬워도 뺄 땐 아주 힘들 것 같은데?”

“그래서 요것이 필요한 거죠.”


메데프는 병수님에게 받은 종이를 흔들며 보여주었다.


“말보단 직접 보는 게 좋으실 거예요. 제가 말주변이 없어 설명을 잘하는 편이 아니라.”


메데프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렇게 도시를 나와 가이아님을 만나러 가는 숲길과 반대 방향으로 가니 마을 하나가 나왔다. 당연히 도시에 비해 작았지만 거리엔 사람들이 마을 크기에 비해 많은 것처럼 보였다.


“가까운 곳부터 가시죠 저 따라 오세요.”


메데프는 능숙하게 이집 저집을 돌아다니며 물건을 배달했다. 다만 이전 세계와 다른 점이 있다면 반드시 본인이 택배를 수령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꼭 본인이 택배를 받아야 하나요?”

“네 안 그러면 가방이 반응을 하지 않거든요.”

“가방이 반응하지 않는다고요?”

“정확히는 물건이 반응하지 않아요.”


이해가 안 되는데... 택배가 들어 있는 가방에 메데프가 아닌 택배를 받는 사람들이 가방에 직접 손을 넣어 물건을 꺼내었다.


“음... 저희 길드에서 택배를 보낼 때 총 2장의 택배 용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물건을 포장하면 종이를 거기다 붙여요. 다른 한 장은 저희가 확인차 가지고 있고요. 다만 택배에 부착하는 종이는 특별해요 마법이 걸려있죠.”

“마법이...요?”

“택배 상자에 부착한 종이에는 보내는 이의 정신이라고 해야 되나? 하여튼 보내는 사람이 마법 택배 용지에 받는 사람의 기억을 저장한 다음 택배에 종이를 붙이고 가방에 넣습니다. 그러면 오직 택배를 받는 사람만이 가방에서 택배를 꺼낼 수 있어요.”


바코드가 마법처럼 사용되는 셈인가? 포털보다 더 대단한 것 같은데. 잠깐 그러면?


“그러면 처음 보내는 사람에겐 어떻게 택배를 보내죠?”

“그런 건 또 방법이 있어요.”


그러면서 메데프는 어느새 마지막 집을 방문하고 있었다. 마지막 집을 방문하면서 나의 궁금증이 풀렸다. 메데프님은 뒷 주머니에게 장갑을 꺼내 꼈다. 그러곤 마법 택배 용지를 꺼내 비비자 장갑 위에 마법진이 새겨졌다. 그 상태로 가방에 손을 넣자 택배가 나왔다.


“감사합니다~”

“네 수고하세요~”

“방금은 어떻게 한 거예요?”

“마법 장갑으로 택배를 꺼낸 거예요. 궁금하셨던 모르는 사람들 간 택배를 주고받을 때 사용하는 방법이에요.”

“보니까 마법 택배 용지를 하나 더 사용하던데 그럼 이럴 경우엔 마법 택배 용지 2장, 일반 용지 1장 이렇게 들어가겠네요?”

“네 그래서 이런 건 특별 배송으로 취급해서 요금을 더 비싸게 받고 있어요.”


아하~! 이런 차등 서비스까지 있구나


“하지만 요즘엔 이런 특별 배송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요금을 더 내고 이용하시는 상인분들이 많이 늘어나셨거든요.”

“그럼 조만간 보통 택배가 특별 배송이 되고 특별 배송이 보통 배송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마스터가 하신 말이랑 똑같이 말씀 하시네요? 역시 동향 사람이다 보니 생각도 같으신가 봐요?”


메데프님이 놀라며 웃었고 나도 덩달아 웃었다. 그런데 마법 택배 용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종이에 기억을 불어넣을 수 있으며 그건 그 사람의 개인적인 정보가 담겨 있다는 것인데 위험하지 않나?


“택배 용지에 있는 기억은 곧바로 가방에 들어가고 택배가 수신자에 제대로 전달되면 종이는 곧바로 소멸해 버려요. 결국엔 기억이 담긴 정보는 우리 손에도 그 누구 손에도 들어가지 않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점에 대해 마스터도 우려했는데 해이즈님이 ‘제가 왜 남의 기억 따위를 모으겠어요!’ 라며 엄청나게 화를 내는 바람에 안심하셨다고 들었어요.”

“해이즈님이요?”

“네 택배 용지 마법과 아공간 가방, 그리고 센터에서 보셨겠지만 차원 이동문. 다 해이즈님이 만드신 거예요.”


그래서 잘못을 해도 그냥 넘어가는 구먼. 이건 해이즈님이 안 계시면 그냥 길드가 안 굴러가는 정도인데?


“모두가 상우님처럼 해이즈님이 왜 마스터 밑에 있는지 궁금해하지만 차마 입밖으로 말하는 사람은 없어요.”


그렇겠지 길드에서 가장 까칠한 사람과 가장 높은 사람에게 그런 질문을 누가 함부로 할 수 있겠나...


“오늘은 탁송이 없어서 아쉽지만 그건 다음에 어떻게 하는지 알려드릴게요.”

“네 알겠습니다.”


탁송이야 배송 반대로 하면 되는 거니까 종이에 보내는 이가 받는 이의 정보를 적고 거기에 기억을 불어넣는 무언가를 하면 그걸 택배에다 붙이고 나머지 종이 한 장은 우리가 가지고 있으면 되는 거겠지. 머릿속으론 간단하게 정리했는데 아마도 내 생각이 거의 맞을 것 같다.


“어때 할만해?”


일을 다 마친 우리가 길드에 들아가자 마자 병수님이 물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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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화-미오아 왕국(5) 23.11.15 20 1 12쪽
24 24화-미오아 왕국(4) 23.11.14 21 0 11쪽
23 23화-미오아 왕국(3) 23.11.13 24 0 11쪽
22 22화-미오아 왕국(2) 23.11.10 24 0 12쪽
21 21화-미오아 왕국(1) 23.11.09 27 0 11쪽
20 20화-회상(끝) 23.11.08 26 1 12쪽
19 19화-회상(10) 23.11.07 25 0 12쪽
18 18화-회상(9) 23.11.06 24 0 11쪽
17 17화-회상(8) 23.11.04 25 0 12쪽
16 16화-회상(7) 23.11.03 2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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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화-회상(5) 23.11.01 3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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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화-회상(3) 23.10.30 34 0 12쪽
11 11화-회상(2) 23.10.27 37 0 12쪽
10 10화-회상(1) 23.10.26 4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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