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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특급코끼리
작품등록일 :
2023.10.09 18:52
최근연재일 :
2024.01.30 21:00
연재수 :
60 회
조회수 :
1,772
추천수 :
7
글자수 :
312,961

작성
23.11.0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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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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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7화-회상(8)

DUMMY

“정령을 잘 활용해. 이동기는 어느 정도 익혔지?”


병수님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일을 시작하면서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윈돌이의 힘을 이용해 발을 바닥에서 살짝 띄우는 연습을 집중적으로 했다. 거기다 그제부터 공중에 떠 있는 발에 윈돌이의 바람 마법을 씌여 마치 스케이트를 타듯 빨리 앞으로 나가는 법을 터득하는 중이었다. 이번에 제대로 실전에서 써먹을 기회가 생겼다.


“이쪽 길로 다니세요. 여기는 사람들이 잘 이용하지 않는 곳이라 도적들이랑 마주칠 가능성이 적습니다.”


크로스님이 지도를 펼처 우리가 있는 도시 ‘말라’에서 ‘배르마’로 가는 여러 가지 길 중 한 곳을 가리켰다. 말라에서 나가 어디로 가는 지 대충 눈으로 그려졌다. 도시 밖 마을 아스텔의 뒷길을 통해 가면 되었다. 아! 혹시 이래서 도시 밖 마을부터 가보라고 했나?


“오늘 배송은 모두 다했지? 오늘은 이만 가서 쉬어.”

“네.”


바로 돌아가지 않고 나는 크로스님이 당부하는 말 몇 가지를 더 듣고 나서 방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자기 전까지 둘이서 번갈아 가며 방으로 찾아와 위험하면 즉시 돌아오라고 말했다. 딱 내가 짜증내기 바로 전까지.


“좋아 윈돌아~! 이정도면 갈 때 빨리 갈 수 있겠지?”


출발하는 날에도 일찍 일어나 곧 써먹을 기술을 연습했다. 윈돌이는 정말 적재적소에 내가 원하는 만큼의 마법을 뿌려주었고 내가 그만해달라고 할 때까지 마법이 유지하게 해주었다. 마법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면 마나의 소모량이 어마어마 하다고 하는데 윈돌이는 지친 기색을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다. 어쩌면 윈돌이 마나양은 무한대가 아닐까?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병수님 뿐만 아니라 크로스님 그리고 그 외 몇몇 택배 기사들이 나를 배웅해주었다. 이전 세계에서 첫 배달가는 순간이 떠올라 묘한 감정을 느꼈다. 조심하라는 당부의 말을 어제보다 많은 사람에게 들었고 이때만큼은 나의 존재가 하찮지 않구나라는 생각이 들며 꼭 배달을 성공적으로 마치겠다고 다짐했다.

아스텔 마을을 뒤로하고 본격적으로 배르마로 떠나는 길에 작은 숲길이 나왔다. 신나하는 윈돌이를 보며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이제 다른 곳으로 모험을 떠나기로 했나?”

“으아아 깜짝이야!!!”


갑자기 뒤에서 나온 목소리에 놀라 앞을 자빠졌다. 가이아님이었다.


“아으...쓰읍...”

“이제 병수를 떠나기로 했나?”


역시 나의 안위 따윈 걱정해주지 않았다.


“떠나는 건 아니고... 병수님 일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지금은 배르마로 가고 있고요.”

“배르마라... 아무리 앨러모스님의 힘을 지니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제 막 적응하고 있는 이세계인이 가기엔 힘들수도 있는 곳인데...”


가이아님은 나와 윈돌이를 같이 보고 있는 듯했다. 그런데 배르마는 도대체 어떤 곳이기에 영물인 가이아님까지 걱정하는 거지? 도적떼들을 처음 만나게 되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는 귀에 피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었다.


“그냥 틈이 보이면 무조건 도망처! 어느방향이건 상관없이 심장이 튀어나올 때까지 튀어!”


병수님 외에 다른 택배기사들도 같은 말했다.


“요즘 그쪽에 인간 도적 놈들이 그렇게 설치고 다닌 다는데 정말 혼자서 가라고 했나?”

“네.”


병수님이랑 크로스님이 말리고 말렸지만 어쨌든 배르마로 가기로 한 결정은 내가 내렸다. 그런데 가이아님까지 이렇게 물어보니 슬슬 겁이 난다.


“음...”


가이아님은 제자리에서 가만히 있었다. 설마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해 고민중이신가?


“저,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같이 가지.”

“네? 왜요?”


나도 모르게 실례되는 말이 나와버려 급하게 입을 틀어막았다. 하지만 못 들었는지 아니면 개의치 않았는지 가이아님은 말없이 앞장섰다.


“진, 진짜 저 혼자 가도 되는데...”

“정령의 힘은 어느 정도 쓸 줄 알게 되었나?”

“네... 바람 마법으로 보통 사람보다 걸음 속도는 빠르게 할 순 있습니다.”

“그러면 빨리 가지.”


가이아님의 의도를 알아차린 윈돌이는 내 양발에 바람을 씌워 바닥에 뜨게 했다. 갑자기 걸린 마법에 당황해 윈돌이를 봤는데 그는 한쪽 눈을 찡그리며 웃었다. 이런 건 또 언제 배웠니?


나는 내가 낼 수 있는 최고 속도로 달렸다.


“우와~!”


단순히 스케이트를 타는 느낌을 넘어 마치 등에 엔진이 달린 것처럼 저항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감당되지 않는 속도 때문에 장애물에 부딪힐만하면 윈돌이가 나서서 나의 몸을 틀어주었다.


“휴~ 식겁했네.”


방금도 큰 나무에 부딪혀 온몸이 산산조각 날 뻔할 걸 윈돌이가 구해주었다. 다음부턴 속도를 조금만 줄여야지. 그렇게 반나절 동안 나도 가이아님도 아무말 없이 달리기만 했다. 처음에는 가이아님을 따라 잡기 위해 속도를 냈지만 도저히 그를 따라 잡을 수 없었다. 내가 다칠 뻔한 것도 가이아님을 따라잡으려다 벌어진 일이었다.


“이 길은 인적이 드물군.”


출발하기전 크로스님에게 들었던 설명이 떠오른다.


“우선 제가 추천한 길은 말라와 배르마를 왕래하는 사람들 밖에 이용하지 않는 길이예요. 그리고 보통 사람들은 치안대가 있는 넓은 길을 이용하기 때문에 중앙에 있는 2개의 넓은 길 말고는 거의 다른 곳으로 가지 않고요.”

“치안대가 있는데 도적들이 기승을 부린다고요?”

“최근 말라와 배르마의 교역로를 지키는 치안대의 규모가 축소되면서 활동이 뜸하다 보니 그런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 같아요.”

“아 그래서...”

“이젠 괜찮아 졌겠지 라며 치안대 규모를 줄인 건데 줄이자마자 이러니 중앙에서도 꽤나 골치 아프겠군.”


혀를 차던 병수님의 마지막 모습을 마지막으로 떠올리며 가이아님에게 설명을 마첬다.


“그런데 가이아님은 왜 절...”

“이제 다 왔다.”


내 말에 대답하지 않고 일부러 하는 말인가 싶었지만 정말 성벽이 보이기 시작했다. 말라 보단 낮고 길이도 길지 않았다.


“난 여기까지다. 앞으로는 잘 해결하길 바란다.”


나에게 말하는 줄 알았는데 시선은 어깨 위에 있는 윈돌이를 향해 있었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무사히 도착했습니...”


나의 인사를 다 받지 않고 가이아님은 그 자리를 떠났다. 아주 빠른 속도로. 왜 그가 나와 동행했는지는 결국 물어보지 못했다.


배르마로 들어가는 건 어렵지 않았다. 말라의 택배길드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길드 증명서와 약간의 통행료를 내고 나니 아무런 제지 없이 베르마로 들어왔다. 병사들도 딱히 나를 경계하거나 별다른 질문도 하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배르마에서 배달을 시작하면서 말라와 좀 다른 점을 발견했는데 멀리 떨어진 곳에서 온 택배다 보니 택배받는 사람들의 감정이 말라에서 본 사람들보다 좀 더 애틋했다. 수신인 중에 눈물 흘리는 사람이 더러 있었다.


“으~~차~~”


얼마 되지 않은 물량은 금방 완료했다. 주소 찾는 걸 가장 걱정했는데 두 번째 배송지에 갔을 때 다음 배송지를 몰라 물어보니 그곳뿐만 아니라 다른 배송지 대한 위치도 알려주어 아주 수월하게 끝낼 수 있었다. 탁송은 한 건도 들어오지 않았다. 이곳에 다른 택배 길드가 있다고 했는데 암 그 영향인 것 같다.


일이 끝나면 바로 돌아오라고 했지만 보통은 걸으면 이틀 정도 걸리는 곳을 난 윈돌이의 힘으로 그리고 가이아님을 따라 잡는다는 생각으로 달렸더니 반나절 만에 배르마에 도착해버렸다. 게다가 마지막 배달을 하고 나니 이미 해가 지고 있었다.


“어떻게 한담?”


혹시 밤에 야영을 하게 되면 치라고 준 텐트가 아공간 가방에 있긴 있지만 여관 있

는 대도시에 들어오니 길바닥에서 자고 싶은 생각이 싹 사라졌다.


“밤에 돌아가면 사람들이 더 걱정할 거야 그렇지 윈돌아?”


어떻게든 자든 상관없는 정령에게 의미없는 질문을 한 후 결국 배르마에서 하룻밤을 묵기로 했다. 다행히 여비를 하라고 병수님께서 주긴 돈이 있었기에 저녁값과 숙소비를 낼 수 있었다. 피곤한 하루를 달래기 위해 윈돌이가 놀러 나갈 수 있게 창문을 열어놓고 일찍 잠들었다. 그런데 자고 있는데 갑자기 노크소리가 들렸다.


“계십니까?”

“음...”


잠결에 잘못 들었나 싶어 신경쓰지 않고 다시 잠들려고 할 때 쾅 소리와 함께 누군가 나를 덮첬다.


“우와! 뭐야? 왜 그래요?”


무언가를 하기도 전에 포박당했다.


“널 살인혐의로 체포한다.”

“네??”


남자가 하는 말에 너무 놀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내가 살인이라니? 이전 세계에선 남이 듣기 싫어하는 소리도 제대로 하지 못했던 나인데 내가 사람을 죽였다고?


“저, 저, 저기 사람 잘못 보셨어요!!!”


짧은 순간 정신을 차리고 목이 터져라 외첬다.


“이 사람 맞아?”


날 포박한 제복 입은 남자가 방 밖의 누군가에게 말했다.


“네 맞습니다! 확실해요! 제 동료를 죽이고 달아난 도적 중에 한놈이에요!!”


밖에 있던 남자가 방 안으로 들어와 내 얼굴을 보더니 단호하게 말했다. 난 당신이 누군지도 몰라!


“끌고가!”

“아니 난 아니라고...”


뒤통수에서 둔탁한 소리와 함께 큰 충격이 가해지며 눈이 다시 감긴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 온다. 처음에는 기분 좋았던 시원한 바람은 점점 차가워지면서 나의 살을 자극한다.


“으....”


기절하기 전에 느꼈던 잠깐의 고통이 갑자기 몰려온다. 뒤통수를 어루만지면서 눈을 뜨는데 차갑다고 느낀 건 바람만이 아니었다.


“여긴 어디야?”


어두컴컴한 곳 끝에서 희미하게 불빛이 보인다.


“저기요~”


불빛에 사람의 실루엣이 보여 부르자 나에게로 다가온다.


“정신 좀 드나?”

“여기는...?”


그러면서 내가 잡혀 왔다는 사실을 뒤늦게 떠올렸고 그제야 내가 감옥에 갇혔다는 걸 깨달았다.


“저는 살인자가 아니예요!! 아까 본 사람도 누군지 몰라요!!”


여관에서 했던 말을 다시 반복했지만 간수로 보이는 남자는 무표정한 얼굴로 철창사이로 주머니 하나를 넣었다.


“머리에 대라 아직 얼얼 할테니.”


달갑진 않지만 그래도 얼음주머니를 들어 뒤통수에 갖다 댔다. 그런데 윈돌이는 어디 갔지? 어차피 일반 사람들에겐 보이지 않아 나처럼 잡히진 않았을 텐데.


“어?”


윈돌이를 생각하며 밖이 보이는 쇠창살 쪽으로 눈을 돌렸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곳에 반가운 얼굴이 있었다.


“윈돌아!!”


반가원하는 나와 달리 윈돌이의 얼굴은 아주 울상이었다. 쇠창살 사이로 몸을 욲여넣어 내가 있는 곳으로 들어와 나의 몸에 계속 자신을 부비더니 곧바로 내 주위를 아주 세게 날아다녔다. 마치 오랜만에 주인을 만나 신난 강아지같이.


“왜 내가 살인자가 된 거지?”


얼음주머니를 계속 뒤통수에 대며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곰곰이 생각했지만 도저히 모르겠다. 이전 세계에서도 한 번도 겪어 본적 없는 억울함이 몰려온다. 배송하며 분명히 배달했는데 물건 받지 못했다며 핸드폰으로 고객으로 욕먹은 기억은 그냥 어린애 장난처럼 생각될 정도다.


“설마...?”


그러다 문득 병수님이 생각났다. 병수님은 애초에 일이 이렇게 될 걸 알고 있었던 게 아닐까? 처음부터 나에게 잘해주었던 이유가 오늘 이곳으로 배달하기 위해 그런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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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화-미오아 왕국(3) 23.11.13 24 0 11쪽
22 22화-미오아 왕국(2) 23.11.10 24 0 12쪽
21 21화-미오아 왕국(1) 23.11.09 2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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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1화-회상(2) 23.10.27 37 0 12쪽
10 10화-회상(1) 23.10.26 4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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