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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lephant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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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판타지

완결

특급코끼리
작품등록일 :
2023.10.09 18:52
최근연재일 :
2024.01.30 21:00
연재수 :
60 회
조회수 :
1,775
추천수 :
7
글자수 :
312,961

작성
23.10.31 11:30
조회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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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3화-회상(4)

DUMMY

“진짜야! 네가 택배 일은 하기 싫다고 말했고 나도 굳이 일하기 싫어하는 사람을 데려다 쓰고 싶진 않아! 그건 길드에도 손해니까. 종에다 네 이름을 적은 건 거기에 이름이 적혀져야지만 해이즈가 자기 결계 안에 누가 들어왔는지 확인할 수 있으니까 그런 거야. 저번처럼 무단으로 또 갔다간 그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정말 예측할 수 없으니까.”


약간 변명처럼 들리는데 그의 당황해하는 모습을 보니 완전 거짓말은 아닌 것 같았다.


“알겠어요.”


완전히 의혹이 풀린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해명을 들었으니 더 이상 몰아붙이는 건 목숨을 구해주고 돌봐주는 은인에게 할 짓은 아닌 것 같아 마스터 방을 나가려고 할 때.


“어떻게 이곳에서는 뭘 하고 살진 정했어?”


안 그래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깊어지고 있었던 찰나인데 차라리 이 사람과 허심탄회하게 의논하는 게 낫다 싶어 다시 몸을 돌렸다.


“아직이요...”

“모험가 길드 말고 다른 길드도 모두 돌아봤고?”


나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하긴 낯선 곳에 처음 오면 뭐든지 다 어색하고 힘들지...”


그러다 병수님은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우선은 네가 가진 힘, 정령왕의 힘을 다룰 수 있는 게 우선인 것 같다.”

“그건...”

“왜? 그 힘이 마음에 안들어?”

“그건 아닌데...”

“너에게 과분한 능력이 생긴 것 같아?”


그것도 맞는 말인 것 같은데 엄밀히 말하자면 그 힘을 배워서 어디다 써야 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분명 보통 사람의 능력 이상을 발휘 할 건데 대개 이런 경우 다른 이들의 시기와 질투를 받아 피곤해질 일이 발생할 게 뻔했다.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뭐가?”

“어째서 저에게 과분한 힘이 생겼는지... 이걸 어떻게 써야 할지...”

“네 고민도 고민이지만 넌... 여기를 어떻게 생각해?”


대답이 바로 나오지 않았다.


“난 어쩌면 우리는 신이나 그와 동격인 존재에게 기회를 부여받았다고 생각해. 이전 세계에서 고통스럽게 살았다면 여기서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기회, 그래서 우리들에게 이 곳의 사람들은 쉽게 받을 수 없는 힘이나 능력을 주셨겠지.”


고통스러웠던 이전의 삶이라... 돌이켜 보면 할머니와 살았던 중 간간히 즐겁고 소중했던 순간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나의 삶은 주변에서 불행한 축에 속했다. 그것도 아주 많이.


“나도 이곳에 오자마자 한 일이 드루이드라는 능력을 발현 시키는 거였어.”


사실 병수님은 수월하게 능력을 터득했다고 했다.


“동물들과 자연들이 나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거든. 그래서 이곳에서 빨리 적응할 수 있었고.”


그 얘기를 들으니 조금 부러웠다.


“내일 나랑 같이 도시를 나가자.”

“어디 가는데요?”

“어디는 아니고 누굴 만나러 가자 너도 아는 사람...은 아니고 영물이지.”


혹시 그 엄청나게 큰 호랑이??


“놀라는 거 보니 너도 기억하고 있구나. 그래 가이아.”


거절하려고 고개를 가로 반쯤 젓고 있을 때 병수님의 말이 멈추게 만들었다.


“네가 받은 힘은 내가 아는 상식선에서 가르처 줄 수 있다면 기꺼이 가르처 주겠지만... 정령왕의 힘은 아무리 뛰어난 마법사라도 가르처 줄 수가 없어. 워낙 범접하기 힘든 분이시라.”


가이아를 만나러 가는 이유는 어느 정도 납득이 되었지만 그래도 그 웅장한 풍채와 위엄있는 목소리는 상상만 해도 소름이 끼칠 정도다.


“아침 일찍 출발할 거니까 그렇게 알고 준비하고 있어.”


더 이상 대꾸하지 못하고 얼떨떨해하며 ‘네‘라고 대답하고 마스터 방을 나왔다. 과연 그 호랑이는 나의 답답함을 해소해 줄 수 있을까?


새벽부터 일어나 병수님과 함께 우리가 처음 만났던 숲으로 향했다. 걷고 또 걷는데 병수님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계속 앞만 봤다.


“조금만 쉬었다 갈까?”

“헉, 헉, 네에~”


체력엔 자신 있었는데 이전 생에도 한 번도 걸은 적 없는 많은 거리를 걸었더니 다리의 힘이 절로 풀렸다.


“무슨 일이냐?”

“뜨헉!!!!”


열심히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등 뒤에서 여전히 무서운 목소리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가이아가 나타났다.


“마침 잘 왔어 가이아.”

“우리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가이아의 퉁명스러운 말에 나는 절로 고개가 숙여 졌다. 괜시리 미안합니다라는 말이 나올 것 같았다.


“이녀석 좀 도와줘.”


갑작스레 등장한 가이아로 인해 잠시 잊고 있었던 용무가 기억났다.


“어떻게 도와주면 되나?”


말한 건 병수님이었지만 가이아는 나를 봤다. 마치 도움 받을 사람은 나라는 걸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해~”


끝까지 말해주길 바랬지만 그건 내 욕심이었나 보다.


“저기... 그게...”

“더듬 거리지 말고 똑바로 말해라.”


심드렁한 얼굴과 목소리에 나는 더욱 주눅 들어 입을 떼지 못했다.


“정령왕에 대해 좀 알려줘.”

“앨러모스님? 그건 인간들이 만든 도서관이라는 곳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을 건데?”

“인간의 지식에는 한계가 있으니까.”

“흥~”


가이아는 웅크리며 바닥에 엎드렸다.


“정확히는 정령왕께서 이 인간에게 준 힘에 대해 궁금한 것이겠지.”


가이아님은 나를 유심히 봤다. 나는 괜히 긴장되어 침을 꼴깍 삼켰다.


“솔직히 나도 그분께서 무슨 생각으로 타세계의 인간에게 힘을 내리셨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분의 힘을 받은 이를 본 적도 없고.”


아 가이아님도 잘 모르는구나.


“다만 내가 추측하는 건데 그분께서는 자신의 온전한 힘을 나눠주셨을 가능성이 높다.”

“어째서?”

“정령왕의 힘은 언제나 불안정했기 때문이지.”


불안정한 힘을 남에게 나누어 준다고?


“그분은 항상 고뇌를 많이 하셨다고 알려져 있다. 자신의 존재와 이세상에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 지 항상 고민을 하셨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다고 자신의 힘을 나누어 주는 건 대체 왜?”


나도 그렇고 병수님도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것까지는 모르겠지만 정령왕께선 자신의 가신들에게 자신의 힘을 나누어 주는 걸 서스럼 없이 하셨었다.”

“아! 그래서!”

“그렇다. 드루이드의 너의 능력도 앨러모스님께서 가신들에게 나눠주신 힘 중에 한 가지다.”

“하지만 저는 다른 세계에서 온 인간인데 저한테 힘을 내리신 건 좀 이상하지 않나요?”

“말했다시피 내가 말하는 건 온전히 나의 추측일 뿐이다. 그분의 정확한 의도는 나도 모른다.”

“혹시 그 분을 만날 순 없나요?”


가이아님은 말없이 나와 병수님을 번갈아 처다 보더니 입을 열었다.


“앨러모스님을 원래는 정령계에 계신다. 그곳에서 대륙의 모든 일을 관찰하시고 가신들과 의논을 나누셨다. 그분께서 대륙으로 나오실 때는 대륙에 엄청난 위기가 도래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현재 정령계에는 앨러모스님 뿐만 아니라 그분을 모시는 가신들조차 계시지 않는다.”

“네? 다들 어디 가셨길래?”

“모른다.”


정령계라는 곳에 갈 수 있는 지도 모르지만 어떻게 가더라도 나의 궁금증은 해결할 수 없다. 결국 난 의문을 품고 계속 살아가야 하나?


“그분들이 다른 세계의 너희들을 데려오면서 일정한 능력을 주신 것도 어떠한 의도가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어쩌면 너희들에게 아무런 기대가 없으실 수도 있다.”

“그건 또 무슨 말이야?”

“병수 네가 그러지 않았나? 너희 세계 혹은 다른 세계에서 이곳으로 전이한 자들의 특징 중 하나가 원래 세계에서 아주 불행했다고.”

“그, 그랬지.”

“그분들은 단지 너희들이 이곳에서는 행복한 삶을 살기만을 바라실 지도 모른다.”


그냥 신들의 변덕으로 우리는 여기에 온 것일 수도 있다는 말인가? 또 다른 삶을 살게 해주려면 적어도 본인 의사는 물어봐야 하지 않았을까? 자기가 관장하는 세계의 인간도 아닌데?


“엘러모스님께 궁금한 점이 있어 그분을 만나고 싶다면 우선 그분께서 주신 능력을 사용하는 방법을 터득해라.”

“그래! 오늘 너를 만난 궁극적인 목표가 바로 그거였어.”

“혹시 힘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려달라는 건가?”


병수님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가르처 주면 되지 않느냐. 너도 맨바닥에서 너의 힘을 스스로 터득했는데.”

“내가 정령왕에 대해 아는 것이 있다면 그렇게 했을 텐데 사실 내가 드루이드이긴 해도 정령에 대해선 아는 것이 하나도 없으니까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그리고 네가 그랬잖아? 드루이드의 힘을 나눠주신 엘레라님도 엘러모스님의 가신이라며... 나보다 높고 강한 힘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내가 그 힘에 대해 가르처 준다는 게 웃기지.”

“흠...”


병수님의 말을 들은 가이아님은 다시 나를 훑어보았다. 매번 매서운 눈으로 날 노려보았다면 이번엔 호기심이 담겨 있었다.


“병수 넌 먼저 가라.”

“난 가도 상관없지만 너 혼자 찾아올 수 있겠어?”

“가는 길은 내가 알려주겠다.”

“그럼 나 먼저 가볼게~”


병수님은 해맑게 웃으며 손까지 흔들며 사라졌고 난 아주 크고 무서운 호랑이와 단둘이 남았다.


“따라와라 인간.”

“네 갑니다!”


가이아님은 사람이 들어가지 않을 법한 장소로 날 안내했다.


***


“어땠어?”


가이아와 둘이서만 대면한 첫날 내가 무사히 돌아온 것이 신기했는지 병수님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물었다. 굉장히 궁금한 것이 많아 보였지만 난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먼저 배가 고프니 밥 먹고 얘기해도 될까요?”

“그, 그래! 경수네 가게로 가자. 마침 나도 거기서 저녁 먹으려고 했으니까.”


십룡성에 가니 사장이 반갑게 맞이 해주었고 마침 자기도 저녁 시간이라고 같이 먹자고 했다. 어느 정도 배를 채우고 나니 병수님이 얘기를 재촉했다.


“먼저 이미지를 그려보라고 했어요.”

“이미지?”

“내가 생각하는 정령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물어 보더라구요. 그리고는 그걸 머리에 이미지화 시켜서 가슴으로 보내라고 하던데... 무슨 말인지 몰라 우선은 하라는 대로 했어요.”

“그랬더니?”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허탈해하는 두 아저씨의 얼굴을 보니 웃음이 나올 뻔 했지만 참고 말을 이었다.


“처음부터 될 거였으면 자기를 찾아올 일은 없을 거라 말하길래 다시 차분히 하라는 대로 했어요.”


가이아가 시키는 대로 난 내가 생각하는 정령의 이미지를 머리에 그리고 그걸 가슴속으로 넣으려고 했다. 다만 가슴으로 넣으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전혀 유추되지 않았다.


“저기... 조금만 더 자세하게 알려 주면 안 될까요?”


가이아님이 맹수의 눈으로 노려봤지만 이번엔 피하지 않고 나도 같이 맞섰다.


“이 이상 쉽게 설명하는 건 어렵다.”


무슨 무협지에 나오는 설정도 아니고 그냥 머릿속으로 이미지나 그리고 있으라니.


“굳이 덧붙이자면 너에게 다가오는 것들을 그냥 받아들여라 이곳에 처음 왔을 때처럼.”

“아!”


그제야 나는 따뜻한 위로를 받아 눈물을 펑펑 쏟아내었던 기억을 되뇌었다. 그때 옆에 있어 주었던 정령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나는 가이아의 말을 듣고 편한 자세로 앉아 다시 머리에 이미지를 떠올렸다. 정확히는 그때의 기억을 되집어갔다. 누군가 앞에서 펑펑 운 기억을 다시 생각해 내려니 약간 부끄러웠지만 앨러모스님의 힘을 사용하려면 그때의 감각이 중요한 것 같았다.


“끝까지 해보려고 했는데 결국엔 안됐어요.”


두 중년은 한숨도 동시에 내뱉었다. 왜 나보다 본인들이 더 실망하는 걸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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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화-미오아 왕국(5) 23.11.15 20 1 12쪽
24 24화-미오아 왕국(4) 23.11.14 21 0 11쪽
23 23화-미오아 왕국(3) 23.11.13 24 0 11쪽
22 22화-미오아 왕국(2) 23.11.10 24 0 12쪽
21 21화-미오아 왕국(1) 23.11.09 27 0 11쪽
20 20화-회상(끝) 23.11.08 26 1 12쪽
19 19화-회상(10) 23.11.07 25 0 12쪽
18 18화-회상(9) 23.11.06 24 0 11쪽
17 17화-회상(8) 23.11.04 25 0 12쪽
16 16화-회상(7) 23.11.03 28 0 12쪽
15 15화-회상(6) 23.11.02 29 0 11쪽
14 14화-회상(5) 23.11.01 30 0 12쪽
» 13화-회상(4) 23.10.31 33 0 12쪽
12 12화-회상(3) 23.10.30 34 0 12쪽
11 11화-회상(2) 23.10.27 37 0 12쪽
10 10화-회상(1) 23.10.26 45 0 11쪽
9 9화-비자금 배달(5) 23.10.25 47 0 12쪽
8 8화-비자금 배달(4) 23.10.24 52 0 12쪽
7 7화-비자금 배달(3) 23.10.23 5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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