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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웅비의 서재

버스기사의 이세계 슬로우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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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웅비
작품등록일 :
2024.02.01 16:18
최근연재일 :
2024.06.13 19:45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9,586
추천수 :
295
글자수 :
529,225

작성
24.03.09 19:45
조회
95
추천
3
글자
12쪽

37화 만원 버스

DUMMY

37화 만원 버스


부모님의 날 일주일 전.


“미쳤네... 미쳤어...”


주헌은 역참 앞에서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네브린 역참 앞은 발디딜 틈도 없이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다들 귀성길로 오르기 위해 고향으로 가는 마차를 구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니, 한 명 더 탈 수 있겠는데 왜 안 된다는 거야!”


“2배! 2배를 내겠네!”


“난 3배!”


무슨 도떼기 시장도 아니고 사람들이 손을 들며 경매하듯 가격을 외치고 있었다.


‘아니, 빠릿빠릿하게 태울 것이지 왜 이렇게 굼떠?’


역참의 마차들은 대부분 비어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마부들은 마차 위에서 가만히 사람들을 지켜볼 뿐이었다.


“3배! 바로 타십시오! 어디로 가십니까?”


“하튼!”


그런데 그게 이유가 있었다.


마부들은 높은 가격을 부르는 이들을 먼저 태우고 있었다. 평소대로라면 말 한마리가 모는 작은 짐마차의 경우는 하루 이용 금액이 1실버에서 비싸 봐야 2실버였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후진 짐마차라 할지라도 6실버까지 가격이 올라갔다.


조금 더 큰 마차나 말 두 마리가 이끄는 마차는 상황이 더 심각했다.

조금 더 큰 마차나 쌍두마차의 경우는 조금 더 빠르고 넓은 공간으로 짐을 싣고 앉아서 갈 수 있기에 가격이 2실버에서 5실버 정도 하는데 골드 단위까지 넘어가니 말이다.


“하튼! 일 이용료 6실버 예상 기간은 1주일 선착순 8명 받습니다!”


이용료 3배를 부른 손님을 태운 마부는 곧바로 3배 손님의 목적지를 말하며 추가 탑승자를 모집했다.


그가 타고 있는 마차는 허름한 마차로 앉아서 간다고 생각했을 때 6명이 최대일 것 같았다. 그런데 이미 탑승한 3배 손님을 제외하고 8명을 더 태운다는 건 바닥에도 손님을 앉힐 모양이다.


‘싸구려 짐마차를 일주일에 4골드 2실버면 누가 타고 가... 바가지도 저런 바가지가...’


하지만 주헌의 생각과는 달리 다수의 사람이 손을 들더니 마차 앞으로 모여들었다. 마부는 먼저 온 손님들부터 태웠는데 그들이 가지고 있는 짐이 많아 6명이 타자마자 바닥도 짐으로 가득찼다.


‘위험해 보이는데...’


그러나 손님들은 그런 것 따위는 상관없나 보다.


“짐 좀 무릎에 올려요!”


“아니! 자리가 없는데 뭘 더 태워!”


손님들끼리 말다툼이 벌어진다.


“거기 두 사람 내릴 거면 내려요! 탈 사람 많으니까!”


하지만 마부 한마디에 금세 조용해지더니 착석한 손님들이 바닥에 둔 짐을 모두 무릎 위로 올렸다. 그렇게 바닥에 몸을 구겨 타며, 6인승으로 보이는 마차에는 무려 9명이 타는 진기명기를 보여줬다.


마부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위에 고정대 잡고 매달려서 가실 분 계십니까?”


‘미쳤군!’


이번에도 여러 명이 손을 들었다.


그렇게 하튼으로 가는 6인승 마차에는 무려 11명이 탑승했다.


“안 됩니다! 이제 못 타요! 다른 거 타세요!”


“돈을 더 내겠네!”


“어허. 안 된다니까! 위험해서 안 됩니다!”


주헌이 보기에는 이미 2명이 일어서서 마차 끝부분을 발판 삼아 매달려 있는 게 더 위험해 보였다. 그러나 그들에게 이런 일은 꽤 흔한 일인 것 같다.


“어이! 길 좀 터 봐. 빨리 출발해야 1주일 맞춘다고!”


하튼으로 가는 마부가 지부 직원들에게 소리쳤다.


“자자, 다들 비키세요! 마차 출발해야 합니다. 위험하니까 비키세요!”


네브린 지부 직원으로 보이는 직원들이 역참 앞에 모인 사람들을 옆으로 억지로 밀며 길을 텄다.


다그닥 다그닥.


11명이나 빠졌는데도 불구하고 아직 역참 앞은 혼선 그 자체다.


주헌은 경악스러운 상황들을 지켜보며 사람들을 뚫고 버스에 겨우 올랐다.


‘나도 저렇게 해야 하나?’


주헌은 어떻게 사람들을 태워야 하는지 몰랐다. 그저 타란 지부장이 말한 노선대로 운행만 하면 되겠지 생각했을 뿐이었는데, 막상 와보니 난장판이라 당황스러웠다.


“으아! 살려줘요!”


엘로의 외침에 계단에 서 있던 주헌이 목소리의 행방을 찾았다. 많은 사람들 틈에서 작은 엘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대로 있으면 압사라도 당할까 봐. 조마조마한 상황.


빠르게 눈을 움직이며 주헌은 커다란 엘로의 가방을 발견했다.

엘로는 늘 자신의 키보다 큰 가방을 메고 다녔는데 그 가방은 거의 성인 키만했다.


저 멀리 공중에 떠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가방이 눈에 띄자마자 주헌은 다시 계단에서 내려와 인파를 뚫고 엘로의 찾아내어 버스로 데려왔다.


“후아... 주...죽는 줄 알았네.”


엘로는 그대로 버스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일단 너 내 눈에 잘 띄게 문 앞쪽에 앉아.”


엘로를 먼저 앉히고, 주헌은 계단에 서서 인파를 바라봤다.


저들처럼 소리를 질러야 되나 고민하고 있을 때.


“그리지! 그리지 없나요?”


익숙한 도시 이름에 귀가 쫑긋 세워진 주헌은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눈을 돌렸다.


“아잇... 그리지는 가까워서 안 갑니다.”


한 그룹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그리지로 가는 마부를 찾고 있었다.


“2배! 아니 3배 드릴게요!”


“3배여도 그리지는 안 가요! 한 번 가면 돌아올 때 탈 사람도 없어, 안 가!”


마부들이 손사래를 치며 그들을 거부하자, 그들의 얼굴은 실망한 표정으로 애타게 다른 마부들을 찾아다녔다.


한국에서는 중요한 세 가지가 있다.

혈연, 지연, 학연


그리지는 주헌의 제2 고향.


주헌은 그리지에서 겪었던 좋은 경험들과 한국 사회의 지연이 떠오르며 애타게 마부를 찾는 그들을 버스에 태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지로 가시는 분!”


시끄러운 와중에 그들이 듣지 못할까 봐. 주헌은 목이터져라 외쳤다.


다행히 그들은 주헌의 말을 들은 모양인지 뿔뿔이 흩어져 있다가 금세 주헌이 있는 쪽으로 모여들었다.


“하아... 하... 그... 그리지로 가는 겁니까?”


겨울에서 이제 막 봄으로 넘어가는 계절이라 아직 추운 날씨임에도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남자는 숨을 헐떡이며 물었다.


“예. 그리지로 갑니다!”


주헌의 말이 끝나자 남자는 뒤쪽의 인파를 뚫고 지나가더니 머리 위로 남자 아이 하나를 목마를 태우고 버스 앞으로 돌아왔다.


“여보! 여기야! 이거 그리지로 간데!”


남자아이와 도착한 남자는 어딘가를 쳐다보며 크게 손짓하자, 한 여성이 여자아이를 감싸 안은 채 버스 앞으로 왔다.


“요금이 어떻게 됩니까?”


숨을 헐떡이는 남자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헤져있는 주머니를 들고 있었는데, 같은 마을 사람이라 공짜로 태워줄까 싶다가도 타란 지부장이 눈물을 흘릴 모습이 상상돼 적당한 가격을 부르기로 했다.


‘쌍두마차나 고급마차가 평소 2실버에서 5실버니까...’


“3실버입니다.”


“3... 3실버요?”


남자가 너무 놀란 반응을 보이자, 오히려 주헌이 더 당황했다.


‘어... 너무 높게 불렀나? 그럴 리는 없는데?’


“너무 싸네요. 세상에 감사합니다.”


다행히 비ᄊᆞ거나 그런 것 아니었던 모양이다.


남자는 허름한 주머니를 뒤적거리며 1골드 2실버를 꺼내 주헌에게 건넸다.


그런데 주헌은 또 다른 의미로 당황했다.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는 누가봐도 6세 미만으로 보였다.


현실에서 버스를 운행할 때는 부모를 동반한 6세미만 영유아는 요금을 받지 않았으니 말이다.


“저... 왜 1골드 2실버를?”


“3실버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우리 가족이 네명이니 1골드 2실버죠.”


계산법이 맞기는 했지만, 계속 한국에서의 버스 생활이 기억나 양심이 찔리는 주헌이었다.


‘이걸 받아야 해... 말아야 해...’


하지만 로마로 갔으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는 법.


주헌은 눈 딱 감고 돈을 받기로 했다.


‘그래... 고속버스도 영유아가 무료기는 하지만, 좌석을 구매하면 요금을 더 내는 건 똑같으니...’


“뒤쪽에 두명이 앉을 수 있는 좌석이 있고, 멀미나 그런 게 없다하시면 맨 뒷자리에 4명이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있습니다. 그래도 제 생각엔 아이들이 있으니 2인 좌석 2개에 앉으시는 걸 추천드려요.”


주헌은 남자와 여자의 보따리 짐을 양손으로 들고 자연스레 뒤쪽 2인 좌석으로 안내했다.


“어휴... 이렇게까지 친절하다니 감사합니다.”


4인 가족을 태우고 나서 그리지로 가는 탑승객 남자 2명 여자 1명을 더 태웠다.


“이야... 일주일 전부터 마부를 찾길 잘했어... 저번에도 거의 마지막 날에 겨우 찾았었잖아.”


“그러게나 말이에요.”


“어쨌거나 이번엔 빨리 마부를 찾아서 다행이야. 그런데 마차가 좀 특이하구만?”


그들은 서로 친한 사이인지 너스레를 떨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운전석을 제외한 24석 중 이제 16석만 남은 상황.


이렇게나 사람들이 많은 상황에 공석을 두고 운행할 수는 없는 법이다.


어차피 그리지로 가기위해서는 필수적으로 타란에 들려야하니 주헌은 계단에 다시금 내려서서 목청껏 외쳤다.


“타란 3실버!”


“타란이라고?”


“타란 어디야! 빨리 찾아! 다른 놈들한테 뺏기기 전에!”


“뛰어! 타란 3실버짜리로 뛰어!”


작은 그리지 마을과는 달리 인구수가 그리지의 10배는 되는 타란이라 그런가 네브린 역참 곳곳에서는 눈에 불에켜고 인파를 뚫는 이들이 많이 보였다.


어느새 버스 앞에 모여든 이만 대충 50여명.


버스의 남은 좌석은 16석이고 아무리 입석으로 태운다고 하더라도 50명을 다 태우기에는 부담감이 있었다.


차라리 사람들만 탄다고하면 입석으로 다 태웠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부모님의 날이라 선물을 바리바리 싸들고 있는 사람들을 그렇게까지 태우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정말 현실적으로 생각했을 때 입석으로 태운다고 해서 네다섯 명 정도 더 태울 정도였다.


“아, 이거 큰일이네 다는 못 태우는데...”


주헌이 혼잣말을 중얼거렸는데 그걸 또 어찌 들었는지...


“3실버라고 했지? 2배인 6실버를 주겠네!”


“3배를 주겠네. 제발 태워주게! 난 어머니가 타란에 혼자 계셔!”


20명은 탈 수 있음에도 50명은 서로 돈주머니를 흔들거나 자신의 딱한 사정을 말하며 호소했다. 심지어는 서로 밀치며 싸움이 일기까지 했다.


주헌은 사람들을 진정시키려고 애썼지만 그들은 들은 채도 않고 머리를 쥐어 뜯고 주먹질을 해대며 점차 싸움이 커지고 있었다.


주헌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같은 고향 사람끼리 돈을 벌자고 힘들게 타지에 왔을 거다.

부모님의 날을 맞아 부모님을 뵙고 싶다는 그들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된다. 그런데 과연 그들의 부모도 과연 그럴까? 고향사람들끼리 싸우며 엉망이 된 얼굴과 상처투성이가 된 몸으로 찾아온 자식들을 과연 기쁘게 맞이할 수 있을까?


주헌은 자신의 일이 아님에도 복잡한 심경에 가슴이 답답했다.


‘그래... 이걸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들 진정하세요! 오후에! 오후에 태우러 오겠습니다! 가격은 3실버 동일!”


타란으로 가기 위해 싸우고 있던 사람들은 마치 시간이 정지된 것처럼 동작을 멈추고 놀란 표정으로 주헌을 바라봤다.


네브린에서 타란까지는 마차로 빨라 봐야 6시간이었다. 보통 평범한 속도로 중간중간 휴식을 취하며 간다고 하면 평균 10시간은 걸리기에 오후에 데리러 오겠다는 주헌의 말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진웅비 입니다.


오늘도 제 소설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피드백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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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62화 길잡이 스템 24.04.27 46 1 12쪽
61 61화 큰일 났네, 큰일 났어! 24.04.25 54 0 12쪽
60 60화 레벨업 24.04.24 57 0 13쪽
59 59화 클레임 처리 참 쉽습니다 24.04.22 56 1 13쪽
58 58화 쿠폰 20장 모아오세요 24.04.21 54 0 12쪽
57 57화 무료 시식하고 가세요! 24.04.20 53 1 13쪽
56 56화 투자를 받다 24.04.18 63 0 12쪽
55 55화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 24.04.17 58 0 11쪽
54 54화 네브린 남작의 시찰(2) 24.04.15 59 1 12쪽
53 53화 네브린 남작의 시찰 24.04.14 61 1 13쪽
52 52화 헤일로의 사정 24.04.13 64 2 12쪽
51 51화 매표소를 만들어요 24.04.11 73 1 12쪽
50 50화 파격적인 조건 (2) 24.04.10 74 1 12쪽
49 49화 파격적인 조건 24.04.08 75 1 14쪽
48 48화 그리지를 집어삼킨 산사태 24.04.07 81 0 13쪽
47 47화 몸소 보여주는 게 답 (2) 24.04.06 81 1 12쪽
46 46화 몸소 보여주는 게 답 24.04.04 8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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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44화 내 집 마련(2) 24.04.01 79 2 12쪽
43 43화 내 집 마련 +1 24.03.16 104 3 11쪽
42 42화 장인 +2 24.03.15 90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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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40화 혼자가 아니야 24.03.13 86 1 12쪽
39 39화 주문 예약 24.03.11 102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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